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4)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4화(14/117)
***
“그럼 오빠! 안녕히 들어가세요!”
“응! 도화도 잘 들어가고, 지우 씨도 잘 조심히 들어가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도화와 지우는 돌아가는 시윤에게 손을 흔들었다.
“진짜 맛있었다. 그치?”
“응! 세상에 저렇게 맛있는 걸 사주다니. 진짜 천사 아니야?”
지우는 한껏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히어로 연합 기숙사 내부의 식당에서 아무리 맛있는 메뉴를 시켜 먹어도,
대부분 몇 입 먹지도 못하고 남기던 것이 그녀다.
그녀를 걱정하는 식당 아주머니들도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가며 지우에게 내놓았지만,
그 메뉴 안에서 지우가 만족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무슨 음식을 먹어도 딱히 만족하지도 못하고 뚝 끊겨버렸는데,
그런 자신에게 공기밥 한 그릇을 모두 비우게 하다니.
지우는 만족스러워하면서도 식당 아주머니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렇게 맛있었어? 언니가 다음에 사줄까?”
“언니 살 찐다고 안 먹을 거잖아.”
맛있는 음식은 주에 한두 번 정도만 즐기는 것이 도화의 식습관.
철저한 자기 관리를 중요시하는 도화의 생활 원칙 중 하나이다.
“또 먹고 싶은데.”
“그럼 다음엔 지우 혼자 갔다 와도 되잖아.”
“고깃집을 혼자 어떻게 가!”
막상 가고는 싶어도 혼자는 가기 좀 그렇고.
그렇다고 다른 친구를 데려가려니 같이 갈 친구가 한 명도 없다.
분명 나오기 전엔 도화에게 친구가 없다며 놀렸던 건 지우였지만,
사실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아니면 시윤 오빠랑 같이 또 가면 되지.
아! 다음 휴일에 시윤 오빠 가게에 놀러가기로 했는데.”
도화는 은근슬쩍 지우에게 시윤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던졌다.
“오! 그러면 가서 소고기 먹자고 하자.”
마치 낚싯대에 걸린 미끼에 달려드는 물고기처럼 콱 물어버리는 지우.
‘후후… 지우도 곧 알게 될 거야. 도미네이터 님의 성노예가 되는 기쁨을…♥’
덫에 걸린 지우를 보며 도화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도화 자신이 느꼈던 쾌락을 지우 또한 느끼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
“으아아! 무슨 아침 7시 반부터 출격이야!”
“뭐야? 난 아무 호출도 없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지우의 단말기에 도착한 호출 요청.
지우는 갑작스러운 요청에 화들짝 놀라 잠이 깬 모양이다.
“끄으으… 오늘은 더 자려고 했는데!”
“그러면 다른 히어로한테 넘겨 달라고 하지.”
히어로들에게 도착하는 연합으로부터의 출격 호출은 무조건 응해야 하는 건 아니다.
히어로라고 해서 항상 모든 일에 다 나서고 출격할 수는 없는 일.
히어로들의 개인 생활을 존중하고 컨디션을 관리하기 위해,
전용 단말기에는 호출을 거부하는 기능 또한 탑재되어 있다.
그러나 호출 거부가 너무나도 지속되는 경우 연합 내부에서의 평가가 나빠져,
급여가 일부 삭감되거나 심한 경우 히어로 등급이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나… 이번에도 호출 거부하면 월급 까여.”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레이드니 뭐니 그거 때문이지?”
물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사용한다고 하면 크게 영향이 없는 데다,
정식 근무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외의 시간대에는 거부 페널티가 없다.
다만 그 이야기는 호출 거부의 누적 횟수가 적은 경우에 한하며,
잠이나 게임을 핑계로 매일 같이 두세 번씩 거부를 누르던 지우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즉, 거부를 많이 해서 평가가 나빠지면 정식 근무 외 시간에라도 일하라는 식이다.
“에이 씨… 후드 어디 갔지?”
“소파 위에 던져 놨잖아. 그래놓고 맨날 잊어먹지!”
탱크탑과 핫팬츠, 그리고 특수 재질로 된 검은색 후드 집업.
지우의 히어로 코스튬은 이게 어떻게 히어로 옷이냐? 할 정도로 간편한 복장이다.
“그… 그럼 나 갔다온다!”
“응. 잘 다녀와.”
소파 위에 던져진 후드 집업을 다급하게 어깨 위에 걸치고는,
지우는 기숙사 밖으로 뛰쳐나갔다.
***
출근 중인 직장인들이 몰려드는 S시 한복판의 한 대로변.
“꺄아아아아아아!!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야!!”
“으아아아아아!! 지하철 놓친다!!”
갑자기 출근 시간대에 출현한 한 빌런으로 인해,
사람들은 아무 곳도 가지 못한 채로 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케헤헤헤헤!! 출근? 그런 걸 왜 해! 나만 못 할 수 없다!!”
수천 명의 출근길을 막아서고 있는 이 남자.
무려 15년이나 취준생 생활을 하다 결국 취직에 실패하고,
출근이라는 걸 해보지 못한 자신의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으하하하하하! 어떠냐 이 머드가이 님의 힘이! 하하하하!”
버스가 멈춰 서야 할 버스 정류장을 무너뜨려 쑥대밭으로 만들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들어가야 하는 입출구와 통로는 모두 막아버린 빌런 ‘머드가이’.
손에서 진흙 덩어리를 발사하는 이능력을 가진 이 남자는,
사람들이 꼭 필요로 하는 교통시설에만 테러를 저지른 것이다.
“이봐요! 이런 짓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한 용기 있는 시민이 남자에게 다가가 항의한다.
“뭐야! 너… 양복을 입고 있구나…?”
그러나 머드가이에게는 남자의 항의는 들리지 않고,
오히려 시민이 입고 있던 양복이 눈에 띄었다.
양복이라 함은 대개 직장인들이 회사에 가기 위해 입는 복장.
직장인들을 혐오하는 머드가이에게 있어서는 주적 그 자체인 것이다!
“끄으으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야. 거기까지만 해라.”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은 머드가이의 어깨를 툭 건드리는 한 사람.
“누… 누구야!!! 날 건드리는 년이!”
“네가 아침부터 나 잠도 못 자게 했냐?”
진흙 덩어리를 던지려는 그의 어깨를 건드린 것은,
그보다도 더 화가 나 있는 상태의 A급 히어로 ‘플레이어’ 연지우.
지우는 평소엔 볼 수 없는 날카로운 표정으로 머드가이를 노려 보았다.
“거 아저씨. 혹시 워오챔 해본 적 있어?”
“뭐라고?”
“워 오브 챔피언즈 몰라? 아저씨 딸피야?”
“따… 딸피?”
지금 그녀가 자신이 하고 있는 게임 ‘워 오브 챔피언즈’를 언급하는 이유.
바로 지우의 이능력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요즘 연습하는 챔프 중에서…, 쌍권총을 쓰는 캐릭터가 있거든.”
지우는 검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최근 애용하는 캐릭터 컨셉에 대해 설명했다.
“그… 그게 뭔데! 이 쥐방울만한 년이….”
그러나 게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머드가이.
그는 양복 차림의 남자에게 던지려던 진흙 덩어리를 지우에게 발사했다.
– 철퍼덕!
“뭐? 쥐방울? 하… 살살 하려고 했더니만….”
그러나 진흙 덩어리를 가볍게 피해 낸 지우.
곧바로 양손을 앞으로 뻗은 그녀의 손에 파란색 빛이 나기 시작한다.
– 슈우우우우우우!
픽셀이나 큐브 같은 모양을 한 빛 입자들이 지우의 손에서 모양을 갖추더니,
마치 게임 캐릭터가 사용할 법한 모양새의 권총 두 자루가 그녀의 손에 쥐어졌다.
“아저씨는 안되겠다. 그냥 좀 맞자.”
바로 자신이 생각하는 게임 캐릭터의 무기를 구현하는 것이 그녀의 이능력 < 무기 구현 >.
자신이 해본 적 있는 게임에서 플레이 해 본 캐릭터의 무기라면,
무엇이든 그녀의 손에 구현하여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 타당!!!
금빛 총구 끝에서 발사된 총알 두 발.
“끄아아아아아아아악!!!”
한 발은 머드가이의 바짓가랑이를 살며시 스쳤지만,
또 다른 한 발은 그의 오른쪽 허벅지 중앙에 정확히 적중했다.
“이… 이 망할 꼬맹이 년아!!!”
– 파바바바바바박!!
고통에 울부짖으며 수많은 진흙 덩어리들을 손에서 발사하는 머드가이.
“아으… 더러워 죽겠네 진짜.”
– 턱턱터더더더덕!
지우의 손에 들려있는 건 어느새 쌍권총이 아닌 거대한 방패로 바뀐 상태.
진흙이 날아오는 사이에 구현하는 무기를 다른 캐릭터의 것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어째서 무기라면서 방어 도구의 일종인 방패로 바꾸었냐! 라고 한다면,
방패로 머리를 내리 찍어 기절시키거나 얼음 덩어리를 발사하는 이들이 서운하게 생각할 것이다.
“아오. 이래서 방패는 쓸 때마다 팔이 아프다니까.”
무기를 구현했다고 해서 무기를 사용하는 챔피언과 근력까지 같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우는 방패나 대검처럼 무게감 있는 무기는 잘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 이상으로 진흙 덩어리의 투사 속도가 빨랐던 탓에,
신속하게 방패를 구현하여 방어한 것이다.
“이… 이이이이이으아아아아아!!!”
무려 열 발 넘게 발사한 자신의 진심 진흙탄 발사가 한순간에 막히자,
머드가이는 발악하며 소리를 꽥꽥 질렀다.
“아으… 시끄러워 죽겠네. 아저씨 이거 맞고 죽으면 안 된다?”
방패를 들고 있던 지우의 손에는 또 다시 파란 빛이 감돌더니,
이번엔 마법사의 지팡이처럼 생긴 무기가 솟아났다.
– 푸슈우웅-
“크아아아아아아악!!!”
지팡이 끝에서 순식간에 발사된 전격은 머드가이의 몸을 휘감았다.
“그그그그그그글아아아아악!!!”
머드가이는 마치 그물처럼 몸을 휘감은 전격에 몸부림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을 멈추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누가 쥐방울이고 누가 꼬맹이야? 참나.”
머드가이를 제압하자 지우는 피곤하다는 듯 기지개를 쭉 펴더니,
그대로 말도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그… 히어로 님? 이… 이건 어떻게….”
시민들은 출근길에 나타난 빌런을 물리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도,
현장 상황에 대한 해결 없이 돌아가려는 그녀에게 의문을 표했다.
“아… 이거 이따가 다른 아저씨들이 와서 해결할 거에요.”
‘내가 이런 거까지 해야 돼?’라는 지우의 나른하고 귀찮은 듯한 대답과 표정.
시민은 지우의 태도에 적잖이 당황한 듯 했지만,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히어로 연합의 인력이 나타나 현장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끄으으으으! 오늘도 한 건 해결했으니까… 좀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