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40)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40화(140/186)
***
히어로 연합에서 히어로를 선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히어로가 될 의지가 있는 이들이 연합의 정기 채용에 도전하고,
그중에서도 힘과 마인드가 히어로에 걸맞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히어로로 선발되는 것.
물론 가끔은 특수한 실험과 수술을 통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고,
강력한 이능력자나 기술자를 연합에서 직접 접촉해 스카우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리고 몇 년 전까지 존재했다가 지금은 사라져버린 또 하나의 히어로 선출 방법.
바로 ‘
히어로 육성 전용 아카데미
‘로 진학한 학생들을 히어로로 키워내는 것이 있었다.
연합의 전현직 히어로들을 아카데미의 교사로 배치하고,
학생들이 가진 이능력이나 기술에 따라 맞춤형 교육과 훈련을 진행하는 방식.
말만 들으면 굉장히 혁신적인 엘리트 코스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곳은 히어로가 되고자 하는 정의로운 새싹들이 모인 곳이 아닌,
‘빌런 살상 병기’를 만들기 위한 공장과도 같았으니까.
그렇게 겨우 한 해 동안 아슬아슬하게 운영을 지속하다 결국 사라졌던 아카데미.
아카데미 제도가 철폐되고 어딘가로 사라진 소녀
‘서아린’
은 아카데미의 학생 중 한 명이었다.
***
어릴 적 TV에서 보았던 멋진 히어로의 모습을 동경했던 하늘색 머리카락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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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녀는 다른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히어로’라는 꿈을 품었다.
하지만 그 소녀가 가지고 있던 힘은 히어로가 되기엔 너무나도 연약했다.
피부에 직접 분사해도 약간 간지러울 정도의 물줄기를 쏘아대거나,
손가락에 닿아도 금방 터져버리는 물방울을 만들어내는 게 전부였으니까.
“흐앗… 흐아아앗…!”
홀로 열심히 훈련을 계속해도 아린의 이능력은 강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저 남들보다 체력이 좀 좋고 별난 아이로 자라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고등학교 진학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고,
지망할 고교를 찾고 있던 아린은 인터넷에서 그녀의 인생을 여러 의미로 뒤바꿀 광고 하나를 보게 되었다.
“히어로… 아카데미…?”
당시 히어로 아카데미는 신설 이후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던 상황.
그 광고 화면에서 비추어지는 ‘히어로 아카데미’라는 말의 울림은 아린을 움직이게 했다.
“딸… 정말 괜찮겠어…?”
아린의 어머니는 그녀가 말도 제대로 하기 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집을 나가버렸기에,
아버지는 홀로 정성을 들여 아린을 키워내고 있었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던 딸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험한 일을 하겠다고 하니,
아무리 아린이 싹싹한 아이더라도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괜찮아 아빠! 어릴 때부터 히어로가 되고 싶다고 했으니까.
아빠 걱정하게 만들 일은 없으니까 응원이라도 열심히 해줘!”
“그래… 우리 딸 응원해야지! 아빠가 아니면 또 누가 우리 딸을 응원해주겠어.”
왠지 이 아이라면 그런 역경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
내 자식은 나와는 다르게 원하는 꿈과 희망을 펼쳤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
아린은 아버지의 지지와 함께 히어로 아카데미에 아슬아슬하게 합격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히어로 아카데미의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린이 겪을 아카데미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희망차고 밝은 미래가 아니었다.
“겨우 이 정도로 힘들다 울고불고 할 거야?
이딴 식으로 해서 도시와 시민을 지키는 히어로가 될 수 있겠어?”
매일 오전 5시 기상 이후 6시간의 아침 체력 훈련,
짧은 점심 식사와 휴식 이후 또 다시 5시간의 전투 훈련,
그리고 저녁 식사 이후에는 4시간 가량의 이론 교육까지.
건장한 성인도 버티기 힘들어 할 초고강도의 스케줄을 휴일 없이 3년이나 버텨내고,
학년 진급을 위해서는 현직 히어로와 수없이 대련까지 해야 하는 아카데미의 커리큘럼.
하지만 문제는 커리큘럼 하나가 아니었다.
“식사 시간 외 간식이나 음료 취식은 금지입니다.
히어로로서 강인한 육체와 정신을 수양하기 위해선 그런 건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전화, 텔레비전 시청, 인터넷 이용 모두 금지입니다.
오로지 아카데미 도서관에 있는 교육용 서적과 영상물만 시청 가능합니다.”
주어진 짧은 식사 시간 외에는 간식이나 음료 같은 다른 음식은 취식 금지.
정신 수양을 이유로 외부와의 교류나 오락거리 또한 일절 금지.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견디기에는,
이러한 아카데미의 훈련과 생활 수칙은 너무나도 혹독하고 버거웠다.
‘이렇게 힘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그건 그 누구보다도 히어로가 되기를 갈망했던 아린 또한 마찬가지.
몇 달 만에 체력적으로 한계에 내몰리고 있었던 그녀였고,
당장이라도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아카데미를 떠나버린다면 히어로가 될 수 없는 건 아닐까?
몸이 이렇게 너덜너덜해진 채로 집으로 돌아간다면 아빠가 슬퍼하지는 않을까?
아린은 도저히 아카데미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커리큘럼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학생들이 아카데미를 스스로 떠나거나 크게 다치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아카데미를 운영하던 연합 측에서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이대로라면 아카데미에는 학생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될 겁니다.”
“잘못된 훈련 방식으로 미래의 히어로들을 망치고 있는 건 아닙니까?”
아카데미에서 탈출한 몇몇 학생과 학부모의 증언으로 기자들이 몰려올 때면,
그건 그저 기량이 부족했을 뿐이라거나 과장되어 와전된 말이라고 둘러댈 뿐.
커리큘럼과 교육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걸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들의 약한 체력과 이능력을 문제 삼으며,
학생들에게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실험이나 특수 제작한 강화제를 권했다.
‘저거라도 받는다면… 몸이 견뎌줄지도 몰라.’
몸과 마음이 모두 벼랑까지 내몰렸던 아린이었기에,
실험과 약물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린은 히어로 아카데미에 들어온다는 첫 번째 잘못된 선택 이후,
또 다시 실험과 약물이라는 두 번째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실험과 약물은 나약한 학생들을 강력한 인간 병기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의 일부.
“바이탈 체크… 단백질 수치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심혈관계에 이상 증세가 발견되었습니다. 일단 약물 투여를 중지하겠습니다.”
몸이 부서질 정도의 훈련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됐지만,
그 이상으로 부작용이 센 실험과 약물 투여가 계속되었다.
“오오… 이 정도 파괴력이면 전차도 부술 수 있을 정도잖아…!”
“지금 활동하고 있는 A급 히어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파워입니다.”
부작용이 심각했던 만큼 실험과 약물의 효과는 확실히 대단했고,
체력적인 부분과 이능력의 출력 면에서 엄청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싫어… 싫어…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절 보내 주세요…!”
“그럴 수 없다. 네가 스스로 실험에 참가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A급 히어로와 비교할 정도로 아린의 실험 경과가 남달랐기에,
연합 연구소는 아린을 절대로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기억을 모두 소거하고 저항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뜯어 고쳐라.”
거의 동일한 시기에 실험체가 되었던 세나가 그랬던 것처럼,
결국 아린 역시 모든 기억과 이름을 잃고 실험체 H4302가 되어 버렸다.
***
아무런 잡음도 들리지 않는 고요하고 편안한 미지의 공간.
마치 얕은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것만 같은 편안한 마음이 든다.
왠지 잠에 들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에 오히려 고개를 저었지만,
어째서인지 무거워진 눈꺼풀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눈을 떠. 서아린.”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나를 향해 이야기하는 듯한 목소리.
“서아린…? 나한테 말하는 건가…?”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이름이기는 했지만,
아쿠아마린이라는 내 이름과는 엄연히 다른 이름이 분명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저 말을 듣고 나니,
절대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눈꺼풀이 너무나도 가볍게 들어올려졌다.
“여긴…?”
처음 정신이 들었을 때 느껴졌던 호수 같은 편안함의 이유.
고개를 아무리 돌려도 주위에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고,
겨우 발목까지 차올라 있는 호수가 바닥을 채우고 있을 뿐인 공간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호수에 비춰진 내 얼굴을 보자…
“으으윽…?!”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억지로 사라지게 만들려던 기억과 감정들.
하지만 굳게 문을 잠그고 있을 뿐이야.”
“기억과… 감정이라고…?”
순간 머릿속을 파도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기억들.
“으윽… 으아악?!”
어릴 적 어딘가에서 본 멋진 히어로의 모습을 보고 히어로를 꿈꿔왔던 시절의 모습.
도저히 어린 학생들이 감당하지 못할 것들을 강요했던 아카데미의 풍경.
나에게 실험에 참여하기를 권했던 전직 히어로 출신 교관의 얼굴.
의문의 목소리가 나를 ‘서아린’이라고 불렀던 건,
기억을 잃어버리고 실험체가 되기 전의 내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는 것까지도.
“다 기억났구나. 서아린.”
누군가가 굳게 닫아 놓았던 머릿속의 커다란 문의 손잡이를 힘차게 잡아 당겼고,
잊고 있었던 모든 것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어… 어째서… 왜 내 기억까지…?”
물밀듯이 밀려온 아픈 기억들은 그 기억들을 끄집어냈을 때보다도 더한 고통을 안겼다.
‘그저 히어로를 동경하고… 히어로가 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이런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여 기억과 이름까지 송두리째 빼앗아버린 존재들이,
사실 내가 존경하고 갈망하던 존재들이었다는 걸.
난 사무치게 고통스러워하며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네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어렸을 때 영웅을 동경하고 존경하는 아이들은 많으니까.”
의문의 목소리가 나에게 전해주는 몇 마디의 딱딱한 위로.
그 위로 덕분에 쏟아지던 눈물은 금세 잦아들고 있었지만,
눈물이 잦아들고 나니 그 자리를 끓어오르는 분노가 채워가고 있었다.
“복수하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마치 내 마음을 읽은 듯한 의문의 목소리.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로운 해방감.
너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존재들에 대한 잔혹한 복수.
그리고 영원한 쾌락 속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소망.
그 모든 걸 이루어줄 수 있는 위대한 존재께서 널 기다리고 계셔.”
“복수… 해방감… 쾌락…?”
– 쿵…!♥
“아앗…?!♥♥♥”
위대한 존재.
그 말을 듣고 나니…♥ 자궁이 마구 떨려오면서…♥
이 공간에 오기까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모두 떠올랐어…♥
그 어떤 생물보다도 강인함이 느껴지는 엄청난 힘과 아름다운 육체…♥
그리고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페로몬 향기와 끈적끈적한 정액…♥
기억과 이름조차 잃은 채 고통 속에서 살아가던 우리를 음란한 쾌락으로 구원해주실 구세주…♥
위대하신 주인님께서 세라피나와 날 완전한 타락의 길로 이끌어주고 계셨지…♥♥
“이제… 뭘 해야 할 지 알겠지? 매지컬 아쿠아마린…,
아니지. ‘변태 암컷 노예 데빌 아쿠아마린’.”
그래.
날 타락의 길로 이끌어 준 세라피나,
그리고 나에게 새로운 힘과 인생을 내려주신 위대하신 주인님…♥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는 거야…♥
완전한 타락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