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44)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44화(14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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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에 젖어 방심하다니… 히어로로서는 실격이네.”
금방이라도 목을 도려낼 것만 같은 날카로운 얼음 송곳.
새까만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은발의 빌런은 지원을 요청하려던 여성 히어로의 목숨을 위협했다.
“히… 히어로… 사냥꾼…?!”
여자는 연합에서 주의하라고 지침까지 내렸던 ‘히어로 사냥꾼’의 정체를 목도하자,
죽음의 공포 앞에서 겁에 질려 사시나무처럼 손발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벌써 그런 이름이 붙을 정도라니… 뿌듯하네.”
‘히어로 사냥꾼’이라는 악명을 언급하며 두려워하는 히어로의 모습.
연합에서도 루미를 고위험군 빌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히어로들이 그녀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더 천천히 가지고 놀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빠르게 히어로를 습격하고 사라진다… 그게 목적이거든.”
– 푸욱…
루미는 공포에 질려 있는 여자의 목을 한 손으로 잡아 든 채,
얼음 송곳으로 히어로 슈트를 뚫고 연약한 목 부분의 피부를 천천히 꿰뚫는다.
“시… 싫어… 하지… 마…!”
절망과 공포에 휩싸여 울부짖고 있는 여성 히어로.
그 감정이야말로 히어로의 몰락을 소망하는 루미에게는 미식과도 같았다.
“멈춰라… 히어로 사냥꾼…!!!”
“흐응…? 아직 살아 있었구나?”
여성 히어로의 목을 찔러 처단하려던 루미의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그래… 간신히 말이야….”
분명 복부와 허벅지를 꿰뚫려 쓰러졌어야 할 남자가 피를 뚝뚝 흘리면서,
루미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주먹을 겨누고 있었다.
“네년이 아니더라도… 이런 식으로 공격해오는 빌런은 많았다고.
이미 뚫리고 또 뚫려서… 너덜너덜해진 몸이긴 하지만.”
몇 년 동안 전장에서 복부를 꿰뚫리는 부상을 여러 차례 겪었고,
더 이상 회복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해 기계 장치로 대신하는 수술을 받았던 것.
기계 부분이 아닌 곳도 상처를 입으며 피를 꽤 많이 흘리긴 했지만,
원체 맷집이 좋아 그 정도는 버틸 만도 했다.
다만 복부에 있는 기계 장치들은 얼음 송곳으로 인해 상당 부분이 파손되었고,
기계로 대체하지 않은 부분에도 상처가 얕지 않았다.
“그 녀석을… 놔라…!!!!”
자신의 동료이자 후배인 여성 히어로를 구하기 위해 달려드는 남자.
– 콰드드드득ㅡ!!!
하지만 남자의 주먹과 외침이 히어로 사냥꾼의 발치에 닿기도 전에,
여자의 목을 옥죄고 있던 루미의 손에서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솟아난다.
“선… 배….”
마치 몸 안에 있던 거대한 얼음의 씨앗이 발아해 피부와 살갗을 꿰뚫은 듯한 모양새.
선배라는 마지막 말 한마디만을 남기고 참혹하게 죽어버린 여자의 앞에,
남자는 절망하며 그 자리에서 돌진을 멈추고 주저앉아 버렸다.
– 콰드득… 쿠당당탕ㅡ
루미는 그대로 얼음 가시에 꿰뚫려 죽어버린 여자의 몸을 내던지고,
절망한 채 주저앉은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붙잡혀버린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 죽을힘까지 쥐어 짜내는 모습… 나름대로 좋은 연출이었어.
하지만… 압도적인 힘 앞에서 결말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지?”
그러고는 죽을힘을 다해 동료를 구하려 했던 남자의 모습을 칭찬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
“내가 이러는 이유…? 궁금해할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곧 죽어서… 다시는 떠올리지 못하게 될 텐데.”
– 쿠과과과과과광ㅡ!!!!
루미가 남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두 번째 처단을 이어가려던 순간,
어디선가 거대한 금속 덩어리가 날아와 루미와 남자의 사이를 가로막는다.
“쳇… 그 사이에 지원 요청을 했다는 건가.”
복부와 허벅지를 꿰뚫렸던 남자가 다시 일어나 루미의 시선을 끄는 동안,
루미에게 목을 붙잡혔던 여자가 그 짧은 순간에 지원 요청에 성공했던 것.
– 슈우우우ㅡ 툭ㅡ
거대한 금속 조각을 내던진 것으로 보인 누군가가 그 조각 꼭대기에 발을 딛고,
잠시 발걸음을 뒤로 물리고 있는 루미를 향해 외친다.
“히어로 사냥꾼! 드디어 얼굴 한 번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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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이 살짝 감도는 검은색 단발을 살며시 찰랑거리고 있는 여자.
히어로 ‘아이언메이든’은 망토를 흩날리며 금속 조각 위에 선 채,
마치 자신이 더 위에 선 강자라는 듯한 시선으로 루미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 분명 익숙한 얼굴인데.’
루미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아이언메이든의 얼굴에,
잠시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과거의 기억을 빠르게 찾아내기 시작했다.
‘아이언메이든이라는 히어로 네임…,
그리고 저런 외모를 가진 여성 히어로라면… S급이 분명해.’
대개 A와 B, 그리고 가장 낮은 C급까지 있다고 알려져 있는 히어로의 등급 제도.
하지만 이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실일 뿐,
실제 연합 내부에서는 A급 히어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최고 전력을 S급으로 별도 분류한다.
연합에서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대비하여 S급 히어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지 않았고,
보통의 히어로들도 S급 히어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거의 알지 못한다.
다만 루미의 경우 히어로 연합 내부의 기밀 정보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고,
S급 히어로의 존재 또한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이거… 상대해서는 안될 녀석을 만난 걸지도 모르겠네….’
S급 히어로의 존재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고 있지만,
세계급 강자라 불릴 만한 이들의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는 상황.
‘물론 여기서 내가 상대를 해 봐야… 어느 정도로 강한 녀석인지 알 수 있겠지.’
루미는 상대의 이능력과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겠다는 생각으로,
아이언메이든과의 전투를 피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만약 전세가 밀려 위험한 상황에 달하게 된다면,
늘 그렇듯 미리 가까이에 숨어 대기하고 있는 채령의 분신 쪽으로 가면 그만이었으니까.
– 타악ㅡ!
“뭐… 긴말할 필요 없겠지? 넌 히어로인 날 사냥하고 싶어질 테고…,
난 그런 너를 여기서 제압해서 붙잡아야 하니까.”
아이언메이든은 거대한 금속 조각 아래에서 루미가 있는 쪽을 향해 뛰어 내려 발을 내딛고,
자신의 주위에 금속 칼날을 만들어 회전시키며 전투 의지를 내비쳤다.
“그럼… 시작하자고!”
– 슈아아아앗ㅡ!!!
아이언메이든의 힘찬 기합과 함께 루미를 향해 날아드는 여러 개의 금속 칼날.
“어림없지.”
– 끄그그그그그극ㅡ 끼이익ㅡ!
단단한 얼음 벽이 솟아나 루미를 향해 날아들었던 금속 칼날을 가로막자,
금속 칼날은 얼음 벽을 깨트리려는 듯 강하게 긁어낸다.
– 콰드드득ㅡ!!!
하지만 얼음 벽 바깥에서 솟아난 얼음 가시가 칼날을 밀어내고,,
밀려난 칼날이 다시 아이언메이든의 쪽으로 돌아와 주위를 공전한다.
“오오… 얼음을 사용하는 이능력자가 확실하네?
얼음이라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
아이언메이든은 남자와 루미 사이를 갈라놓았던 금속 조각을 자신의 쪽으로 잡아당기더니,
거대한 날카로운 톱날을 지닌 회전하는 칼날로 모양을 변화시킨다.
‘저 녀석의 이능력… 금속을 다루는 능력인 건가…?’
– 휘리리리리릭ㅡ
그리고 자신의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칼날과 함께 루미의 쪽으로 날려 보냈다.
– 끄그그그그그그그그그극ㅡ!!!!
“고작 얼음 따위가… 금속 톱날을 막아낼 수 있을 리 없잖아?”
방금의 공격은 단순하게 얼음을 긁어내려는 듯한 움직임이었지만,
이번에는 칼날이 회전하도록 방식을 바꿔 얼음 장벽을 갈아내고 있다.
‘칼날의 절삭력이 상당해서… 버티기만 하다간 승산이 없겠어….’
온 정신을 집중해 얼음 장벽이 깨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얼려보고는 있지만,
회전하는 거대한 칼날의 절삭력이 상당해 막아내기가 어려운 상황.
장벽을 유지하기 위해 받치고 있던 두 손 중에서 왼손을 뒤로 빼내어,
손가락 끝에서 얇고 날카로운 얼음 가시를 만들어 발사한다.
– 슈아아아앗ㅡ
“으아앗…! 위험해라!”
– 콰사사사사삭ㅡ!!
그러자 아이언메이든은 얼음 장벽을 갈아내고 있던 거대 톱날을 회수하더니,
얇고 평탄한 형태로 변형시켜 순식간에 날아든 투명한 얼음 가시를 빠르게 막아낸다.
“후우… 하마터면 나도 몸에 구멍이 뚫릴 뻔했는걸?
상당한 전투 센스를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쉽지 않겠어.”
조금만 늦게 반응했다면 기습에 당했을 수도 있던 상황.
아이언메이든은 깜짝 놀랐는 듯 큰 숨을 내쉰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알고 있는 빙결 이능력자 중에서… 아주 대단한 친구가 하나 있었던 거 같은데.”
얼음을 다루는 이능력을 보며 마치 루미를 알고 있는 듯한 아이언메이든의 발언.
“뭐… 하고 다니는 행색이나 행동을 보면 그 친구 같지는 않아 보이지만.”
눈앞에 있는 빌런의 정체가 히어로 ‘아이스 퀸’이라는 사실이라는 걸 확신하지는 않은 듯,
약간은 긴가민가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제… 본격적으로 해 보자고. ‘히어로 사냥꾼’ 씨!”
그러고는 얼음을 막아냈던 금속 벽을 다시 날카로운 여러 개의 칼날로 바꾸고,
다시 전투에 집중하겠다는 듯 본격적인 전투 자세를 취했다.
S급이라는 이름을 짊어지고 이 자리에서 ‘히어로 사냥꾼’을 제압함으로써,
더 이상 히어로가 희생되는 일을 막아서야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