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47)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47화(147/186)
***
“다리를 살짝 삔 거 말고는… 다행히 크게 다치거나 한 건 없는 것 같아요.”
S급 히어로 아이언메이든과의 전장에서 다급하게 빠져나왔던 루미.
루미의 몸 상태를 살피던 지우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S급 히어로… 들어본 적도 없는데.”
시윤은 여태까지 A급과 B급 히어로는 지겹도록 만나봤었지만,
그보다 더 상위 등급인 S급의 히어로가 존재한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었다.
“몇 년이나 히어로를 했지만 들어본 적 없었어요.”
“저도….”
“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히어로들도 S급의 존재를 거의 모를 거고…,
제가 가지고 있는 기밀 정보에도 S급에 대한 건 그렇게 많지 않아요.”
히어로였던 도화와 지우도 S급 히어로의 존재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
루미는 연합 소속의 히어로들도 거의 모르는 일일 거라며,
시윤이 S급의 존재를 모른다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을 덧붙였다.
“주인님께서 더 강한 힘을 주신 상태였는데도 이렇게 된 건…,
정말 죄송합니다.”
시윤에게 이능력 강화를 받았음에도 이기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다는 죄책감.
루미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일어나 시윤에게 고개를 푹 숙였다.
“괜찮아. 크게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고마운걸.”
그러나 시윤은 그런 루미를 꼭 껴안고 어깨를 두드리며,
전혀 잘못했거나 죄송해할 일이 아니라고 그녀를 토닥였다.
슬레이브들과 시윤은 단순히 빌런 조직의 상하 관계가 아닌,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결속으로 이루어진 관계.
시윤은 히어로를 사냥하라는 자신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
몸을 불사르다 크게 다치거나 하는 일이 생겨나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항상 사냥을 떠나는 슬레이브들에게 채령의 분신을 함께 대동하도록 하고,
메이드와 비서 역할을 겸하고 있는 지우에게 현장 상황 중계를 부탁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내 소중한 슬레이브들이… 다쳐서 오는 걸 나도 원하지 않아.
그러니까 나한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슬레이브들에게 히어로 사냥이라는 일을 떠맡기고,
자신은 아지트에서 뒷짐을 지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해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주인님께서…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시윤의 말을 들은 루미는 그제야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앞으로는 시윤이 걱정하게 만들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일단… 이능력 강화를 받은 루미가 고전할 정도였다면,
S급 히어로라는 녀석들은 전부 저 정도거나 더 강력할 수도 있다는 거네.”
“제가 알고 있는 정보가 틀리지 않았다면… S급 히어로는 총 세 명이에요.
그 중 한 명이 오늘 맞붙었던 아이언메이든일 확률이 높아요.”
루미가 연합에서 온갖 비밀 작전을 수행할 때 가지고 있던 수많은 데이터.
그 안에는 S급 히어로에 대한 정보도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S급 히어로는 정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최강의 강자들을 선정한 거라서,
평소에는 움직이거나 할 일이 거의 없다고 해요.
그래서 보통은 국내에서 얼굴을 드러내며 활동하기보단,
해외의 굵직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는 건… 저희의 움직임을 연합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거겠죠.”
연합의 소속 히어로들도 정체를 모르는 이들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
루미의 말처럼 연합에서도 유토피아의 ‘히어로 사냥’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
정체 모를 빌런들에게 A급과 B급 히어로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니,
S급 히어로가 직접 나서야 하는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주인님! 루미 언니! 아이언메이든에 대한 정보를 찾은 거 같아요.”
수십 개의 USB를 계속해서 노트북에 연결하며 정보를 찾던 루미와 도화.
도화가 무언가를 찾아낸 것 같다며 노트북 화면을 보여주었다.
“히어로 등급은 명시되어 있지 않은데… 활동명이 동일해요.
아예 히어로가 아니라 간부 쪽으로 등록이 된 거 같은데….”
도화가 가리킨 화면에 띄워져 있는 아이언메이든에 대한 몇 가지 인적 사항.
‘아이언메이든’이라는 활동명과는 별개로 히어로가 아닌 간부라고 등록되어 있고,
유인영이라는 본명과 몇 가지의 활동 이력 정도가 담겨 있었다.
“아마 전산 관리자들에게도 숨기기 위한 부분일 거에요.
히어로가 아닌 간부로 등록하거나, 아니면 아예 몇 가지 정보를 누락하거나.”
루미의 경우처럼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정체를 숨겨야 하거나,
아이언메이든처럼 등급 자체가 기밀 사항인 경우에는 몇 가지 정보를 누락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간부들처럼 개인 비서까지 데리고 있는 모양이네요.
비서 정보도 간략하게 적혀 있는 걸 보니까….”
아이언메이든의 정보와 함께 관련 조직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채리의 정보.
시윤은 채리에 대한 정보를 꼼꼼하게 주시했다.
“이 사람… 작년까지 히어로로 활동하고 있던 사람이에요!
작년 봄에 같이 합동 작전에 투입된 적도 있어요.”
채리의 얼굴을 보고는 곧바로 알아본 듯한 도화의 반응.
히어로로 작년 봄에 함께 작전을 수행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히어로라고?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짧게 자른 흑단발에 퀭하게 보이는 얼굴.
히어로라기보단 업무와 피곤함에 찌든 전형적인 직장인의 얼굴이었다.
“그때도 인상이 그렇게 다르지는 않았는데,
저렇게 다크 서클이 진하게 나지는 않았던 것 같긴 해요.”
“이 녀석을 이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공략 대상인 아이언메이든의 비서를 맡고 있다면 어느 정도 신뢰 관계가 있을 테니,
비서를 잘 구슬려 이용한다면 공략이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다는 생각.
이능력 강화 상태인 루미가 버티기 어려워할 정도라면,
애초에 전면전을 고르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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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타락 증폭’이라는 선택지가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게 어느 수준인지는 잘 알지 못하기에 일단은 비서를 이용해 볼 생각이었다.
“도화는 최근에도 연합 본부에 자주 들락날락했다고 했지.”
“가끔 히어로 활동을 나가는 경우도 있어요.
연합에서의 히어로 신분을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되니까요.”
“그러면… 이번엔 나랑 같이 직접 연합 본부로 가자.
비서를 직접 확보해야겠어.”
***
S급 히어로 아이언메이든과 은발의 히어로 사냥꾼의 전투가 있었던 그 이튿날.
채리는 사무실에서 퀭한 얼굴로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하아… 자료도 제대로 없는 전투를 왜 또 전산화하라는 거야….”
어제자 인영의 전투를 기록하여 전산화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채리는 관련 영상이나 사진 자료도 없는 전투를 어떻게 전산화하냐며 투덜거리고 있다.
“그냥 전투가 있었다… 정도만 알면 되는 거잖아.
어차피 윗대가리 새끼들은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는다고.”
비서 업무 외에도 연합의 비상 대책 위원회 같은 일을 담당하고 있어,
이런 전투 내용을 세세하게 기록해봤자 보지도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의 일이라는 게 항상 그렇듯,
아무리 불합리하고 실용적이지 않아도 위에서 시키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후속 처리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보내준 자료도 몇 장의 사진 자료뿐이라,
당사자가 없다면 도저히 기록과 전산화가 불가능한 상황.
“아이언메이든 님은 또 그새 어딜 가신 거야…?
사무실 안에 있어야 내가 물어보고 기록을 하는데….”
분명 사무실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함께 있었던 인영.
그러나 채리가 잠시 업무에 집중하고 있던 사이 사무실에서 사라져 있었다.
“끄으으…! 전화도 안 받으시고… 일단 뒤로 미루는 수밖에.”
일단 해당 업무를 뒤로 미루기로 결정하고,
팔을 들어올려 기지개를 켜고는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이놈의 커피도 이제 그만 마셔야 하는데.
이게 아니면 도저히 정신을 못 차리겠단 말이야.”
더 이상 히어로 활동을 할 수 없는 자신을 비서로 받아준 것까진 좋았지만,
의도치 않게 채리에게 주어지기 시작한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기본적인 비서 업무 뿐 아니라 전투 데이터 전산화 작업,
비상 대책 위원회 관련 업무, 현장직 요원 관리 업무 외 기타 등등.
퇴근 후에 지쳐 잠드는 시간을 제외하면 쉴 시간이 없는 삶.
“하아… 그래. 이거라도 하고 먹고사는 게 어디야.
나름 월급도 빵빵하게 나오니까 뭐….”
하지만 이렇게 바쁘고 지치는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채리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연합 최고 전력의 비서인 만큼 기본적으로 받는 연봉도 상당한 편이니,
몇 년만 더 열심히 버티며 돈을 모을 생각이었다.
– 똑똑똑ㅡ
“뭐야… 또 간부야? 하….”
또 자신에게 업무를 맡기려는 간부가 찾아왔다고 생각한 듯,
한숨을 푹 내쉬면서도 일을 위해 표정을 풀고 사무실의 문을 살짝 열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사무실 담당자분은 안 계시는데요.”
“사무실 담당자 님이 아니라… 한채리 부장님을 뵙고 싶어서 찾아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