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48)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48화(148/186)
***
히어로 연합 본부 안에서 함께 나란히 걷고 있는 두 남녀.
“오랜만에 이런 양복을 차려입으니까… 뭔가 어색하네.”
“그러게요? 주인님께서 정장을 입으신 건 처음 보는 거 같아요!
기럭지가 좋으셔서 엄청 잘 어울려요.”
도화는 평소처럼 편한 차림으로 연합 본부 안을 걷고 있지만,
시윤은 말끔한 정장을 입은 채 뭔가 어색하게 도화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연기할 사람이 누구라고?”
“관리과 4팀의 하재윤 팀장이에요.
저번 주에 다른 부서에서 새로 전입되신 분인데… 마침 이름도 비슷하더라구요.”
“그렇네. 가운데 한 글자 차이잖아.”
사실 연합 본부 내로 진입하는 데에만 성공한다면,
딱히 누군가를 연기한다거나 할 필요는 없었다.
“그나저나… 너무 보안이 허술한 거 아니야?
남의 카드를 이렇게 막 쓰고 다녀도 출입이 된다니.”
게다가 연합에 소속된 사람의 카드를 다른 사람이 사용해도 문제가 없어,
시윤은 지우의 카드를 사용하고도 아무런 막힘 없이 본부 안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하는데…,
뭔가 이 방식을 딱히 바꿀 생각이 없는 것 같더라구요,”
“이러니까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손도 못 쓰고 당하시겠지.
뭐… 나한테는 오히려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본부 건물은 크고 웅장하게 지어 놓고선,
그 안으로 들어가는 보안이 생각보다 허술하다는 게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빌런인 시윤의 입장에선 아무렇지 않게 적진을 드나들 수 있으니,
오히려 좋다는 생각이었다.
“여기 근처라고 했던 거 같은데… 아! 여기에요.”
그렇게 잡담을 나누며 데스크에서 안내받은 정보를 토대로 걷다 보니,
어느새 ‘대책 위원회 / 전산과 2팀’이라고 적힌 사무실 간판이 보였다.
“그럼….”
– 똑똑똑ㅡ
사무실 앞에 멈춰 선 도화가 조심스럽게 문을 똑똑 두드리자,
큰 한숨 소리와 함께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가까워진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사무실 담당자분은 안 계시는데요.”
그리고 채리는 문을 살며시 열어 무슨 일이냐며 묻는다.
“사무실 담당자 님이 아니라… 한채리 팀장님을 뵙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내가 그럴 줄 알았지… 또 뭘 시키려고 온 거야.’
채리의 눈에는 간부라고 보이지는 않는 두 사람이었지만,
채리는 분명 또 무언가를 부탁하러 왔다고 생각하며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 어느 부서에서 오셨죠?”
“아! 저는 히어로 ‘이그니션’이라고 하고,
이 분은 이번에 새로 관리과 4팀에 들어오신 분이세요.”
“안녕하세요. 관리과 4팀 하재윤 팀장입니다.”
시윤은 유토피아의 총수이자 빌런 ‘도미네이터’ 하시윤이 아닌,
얼마 전 새롭게 관리과 4팀에 들어온 ‘하재윤 팀장’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관리과 4팀이라면… 얼마 전에 새로운 분이 오셨다고 듣기는 했는데.”
‘엄청 피곤해 보이는 사람이네… 며칠은 잠도 안 잔 것처럼.
나도… 비슷하게 저랬을 때가 있었지….’
늘 업무에 시달려 피곤에 찌들어 있는 채리의 얼굴.
그런 얼굴을 보니 시윤은 과거 전투원 시절이 생각났다.
“일단… 들어와서 앉아 계세요.”
한채리는 문을 열어 두 사람을 사무실 안으로 들여보내고,
소파에 앉은 두 사람의 앞에 따뜻한 커피를 한 잔씩 내려놓았다.
“그래서… 어떤 일 때문에 저를 찾아오셨나요?”
“저희와 함께… 어디로 좀 가주셨으면 해서 말입니다.”
“어디로 가달라는 게… 무슨 말씀이시죠?
혹시… 파견 근무를 나가야 한다는 건가요?”
한채리는 난데 없이 파견 근무를 나가달라는 말로 이해한 듯,
하기 싫다는 듯한 의미가 내포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아하하… 제가 할당된 업무가 좀 많아서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다른 부서의 팀장분들께 부탁드리는 게 어떨까요…?”
“아… 한채리 팀장님이 아니면 안 되겠는데요.
꼭 팀장님께 이 일을 부탁드리고 싶어서 히어로님과 함께 찾아온 겁니다.”
한채리 팀장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단호한 하재윤 팀장의 태도.
‘아니… 왜 또 하필 나야….
다른 팀장 년놈들도 있는데 왜 맨날 나냐고….’
“아… 제게 꼭 부탁하시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당장 앞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어려울 것 같아요.
제 얼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을 하고 있어서… 하하.”
채리는 마음속으로 온갖 투덜거림과 짜증을 부리고 있었지만,
애써 표정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 다시 미소를 지으며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 대상 : 한채리에게 일시적 타락 명령을 적용합니다. ] [ 대상 : 한채리에게 신체 조종을 적용합니다. ]“다시 한번 여쭤볼게요.
저희와 함께 가주셨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니까…
당연히 가야죠! 저에게 맡겨 주시는 일이라면 뭐든지!”
은근히 싫다는 티를 내며 거절하던 채리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하더니,
활짝 웃으며 두 사람을 따라가겠다고 선언한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제멋대로 입이 움직인 거지…?
난 가기 싫다고… 아직 처리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많이 남았다고…!’
갑자기 제멋대로 따라가겠다 움직여버린 자신의 입.
채리는 당장이라도 잘못 말했다 정정하려고 했지만,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좋아요. 그럼 저희와 함께 이동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다른 짐이나 자료 같은 건 필요하지 않으니까 저희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시윤과 도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을 나서자,
채리는 자신도 모르게 사무실 문을 잠그고 두 사람을 따라나섰다.
‘이거… 몸이 갑자기 제멋대로… 왜… 왜 이러는 거야…?!’
입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말을 듣지 않고 있는 상황.
뭔가 싸한 상황이라는 걸 확실하게 눈치채고는 어떻게든 손을 움직여보려 시도했다.
‘이 녀석들 분명… 연합 직원으로 위장한 빌런이거나 스파이 같은데…,
손 하나 까딱 못하고 있으니 대처가 안 되잖아…!’
사무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본부 옆의 주차 타워까지 이동하는 동안,
그저 순순히 두 사람의 뒤를 따라 묵묵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주차 타워에 세워져 있는 시윤의 차 안까지 들어오게 되고,
그녀가 좌석에 앉자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잠긴다.
‘뭐야… 뭐야…! 히어로 할 때도 안 당해본 걸 지금 당한다고…?!
아이언메이든 님께라도…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아무리 마음 속으로 인영에게 도와달라고 외쳐도 그 외침이 닿을 리 없다.
그녀의 입은 시윤의 힘에 의해 꾹 닫혀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역시 정장을 입는 건… 불편하다니까.
이제 입은 풀어줘도 되려나? 엄청 답답해할 거 같은데.”
시윤은 불편하게 느껴졌던 정장의 재킷을 벗어 셔츠의 소매를 걷고,
손가락을 튕겨 채리에게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아아…?!”
그제야 입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 채리.
곧바로 시윤과 도화를 향해 크게 역정을 내며 소리쳤다.
“끄으으… 지금 무슨 짓을 하시는 거죠?!”
“무슨 짓이냐니요? 당연히 한채리 팀장님과 함께 일하고 싶어서 모시고 가는 겁니다.”
“맞아요! 저희는 팀장님과 함께 일하고 싶은걸요?”
오히려 왜 그렇게 화를 내냐는 듯 채리를 비웃는 시윤.
도화도 노발대발하고 있는 채리를 보며 웃긴다는 듯 입꼬리가 올라갔다.
“비겁한 빌런 주제에… 감히 히어로의 흉내를 내다니 용서할 수 없어요!”
스스로를 히어로라고 말했던 도화에게 특히 열이 받는 듯한 채리.
자신 또한 정의를 지키는 히어로였던 때가 있었고,
아직 정의로움과 히어로의 자존심이 그녀의 마음 깊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구요? 전 정말 엄연히 현직 히어로니까요.
이거 보실래요?”
감히 빌런 주제에 히어로 흉내를 내지 말라는 채리의 일갈에,
도화는 태연하게 히어로 디바이스까지 보여주며 자신이 히어로라는 걸 증명했다.
“물론… 이제 이 디바이스는 연합의 정보를 빼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만요.
이제 전 히어로 따위가 아니라… 여기 계신 주인님을 모시는 노예니까요…♥”
“노… 노예?! 그게 무슨…!”
“위대한 수컷 주인님을 모시는 암컷으로서… 전 새로운 인생을 얻었답니다.
그리고… 팀장님께서도 앞으로 그렇게 되실 거에요…♥”
음란한 눈빛으로 시윤의 품에 꼭 안겨 그의 입술을 탐하는 도화.
채리는 그 모습에 깜짝 놀라 고개를 살짝 돌리면서도,
이런 거에 놀라 고개를 돌릴 상황이 아니라는 듯 정신을 다잡았다.
“절 납치한다면… 당신들에게 그렇게 좋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텐데요.”
S급 히어로 아이언메이든을 상관이자 배후로서 두고 있기에,
자신을 납치한다고 해서 그렇게 득이 될 게 없다는 채리의 말.
“아… 팀장님께서 S급 히어로 아이언메이든의 비서라서 그런가요?
그건 딱히 중요하지 않아요. 오히려 팀장님을 이용하려는 거니까.”
‘이 녀석들… 어떻게 S급 히어로의 존재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거야…?!’
일반인은 고사하고 히어로조차 모를 법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채리는 그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긴말은 할 필요 없겠죠.
이제부터 당신은…
히어로 연합을 배반하는 스파이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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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될… 아…? 에… 으….”
[ 대상 : 한채리에게 인식 개변을 적용합니다. ] [ 한채리는 앞으로 자신을 빌런의 편에서 히어로 연합을 배반하는 스파이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일시적 타락 명령에 동반되는 인식 개변 명령.
채리의 표정이 아주 잠시 일그러지더니 갑작스레 잠든 것처럼 고개를 떨군다.
“히어로 연합의 붕괴와 멸망을 위해… 열심히 힘써주세요.”
“…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주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