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54)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54화(154/186)
***
채리가 유토피아의 아지트에 들어오게 된 지 사흘째.
“으으… 여섯 시…?”
그녀는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나 늘 그랬듯 샤워를 후다닥 마치고,
빠른 출근을 위해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않고 정장을 입으려 했다.
“어라…?”
셔츠의 단추를 메고 있던 채리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문득 자신이 왜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 건지 생각했다.
“아… 나 여기에 납치당한 거였지….”
아직 정신이 멀쩡하지 않았던 탓인지 꾸벅꾸벅 졸면서도,
습관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출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당분간 출근 안 해도 되는 거잖아.”
살며시 입가에 감돌기 시작하는 미소.
물론 납치당한 건 납치당한 거니까 어쩔 수 없다.
어쨌든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기분 좋은 사실이 분명하니까.
채리는 다시 셔츠의 단추와 치마의 지퍼를 풀어 열고,
현재 머무는 방 한켠에 놓인 특대 사이즈 후드티 하나를 잡아 들었다.
“엄청 포근하네… 입어도 되는 거겠지?”
부드럽고 폭신한 질감이 저절로 기분을 좋게 만드는 내부의 안감.
채리는 모자를 뒤집어 쓴 채 다시 침대 위에 앉아 무릎까지 이불을 덮었다.
“하아…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쉬어보는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채리는 남들이 일하는 시간엔 너무나도 당연히 일해야 했고,
남들이 일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도 사무실이나 현장에 출근해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현직 히어로처럼 고액의 연봉이나 성과금도 주어지지 않았고,
그저 평범한 중견 기업의 직장인보다는 조금 더 받는다는 정도였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채리에게는 꿀 같은 휴가나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자신이 빌런에게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바깥으로 연락할 수단도 없고… 도망치려고 하면 몸이 제멋대로 들어와 버린단 말이지.’
어떤 수단으로든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손이 멈춰버리고,
문을 열고 아지트 바깥으로 나가려고 하면 몸이 멋대로 다시 돌아와 버리는 것.
저 두 가지 정도를 제외한다면 아지트에서 어떤 행동을 해도 문제가 없었다.
이 아지트의 메이드인 지우에게 식사나 간식을 요청해도 되고,
운동 기구를 사용하거나 거품 목욕을 해도 그 누구도 딴지를 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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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봤던 그 여자애들… 엄청 엉겨 붙었는데….’
오히려 아지트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는 자신에게 다가와,
이름이나 좋아하는 것에 관해 물어보며 친하게 지내자는 이야기를 건네곤 했다.
“아까 씻기는 했지만… 왠지 몸을 또 담그고 싶은 기분이야.”
그러다 문득 어제 했던 거품 목욕이 다시 하고 싶어졌는지,
욕조가 있는 테라스로 올라가기 위해 후드티의 앞주머니에 휴대폰을 넣고 문을 열었다.
“아! 채리 언니! 좋은 아침이에요.”
그러자 복도에서 로봇 청소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던 지우와 눈이 마주치고,
지우가 먼저 웃으며 채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네.”
채리는 알몸에 에이프런과 새하얀 스타킹만 걸친 지우의 야릇한 옷차림이 부끄러운지,
눈을 돌린 채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나마 대답했다.
“엄청 일찍 일어나시네요? 역시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은 부지런하신 것 같아요.”
직장은 커녕 히어로 시절에도 일찍 일어나본 적이 없는 지우.
아지트의 메이드가 된 뒤로는 굉장히 부지런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가끔 늦잠을 자거나 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일상입니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일을 다 할 수가 없으니까요.”
당연한 일을 신기하게 여기는 지우가 이상하기만 한 채리.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게 당연한 그녀에게는 그저 일상일 뿐이라 답했다.
“그래도 이곳에 있는 동안 일을 안 해도 되니 좋네요.
빌런인 당신들에게 잡혀 있는 걸 만족하고 있는 게 문제지만.”
“만족하고 계신다면 다행이에요! 저희 주인님께선 자비로운 분이시니까요.
저희 암컷들에게도 항상 상냥하고 다정하게 대해주신답니다.”
‘상냥하다고…? 침대 위에서는 그렇게 짐승 같던 남자가?’
문득 어제 시윤에게 범해졌던 일을 떠올리는 채리.
분명 사랑하지도 않고 추악하게만 느껴졌어야 할 변태 쓰레기 빌런에게 범해졌지만,
그 일을 떠올리면 오히려 행복하고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괴물 같은 물건에 마구 범해져서… 뇌가 타버리는 것 같았지…♥’
자신의 가녀린 팔뚝보다도 굵고 묵직한 극태 페니스가 처녀인 자신을 거칠게 범하고,
진한 체취가 느껴지는 근육질의 몸이 자신을 꼭 껴안았던 그 기억.
그녀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쾌락의 전율을 곱씹는다.
‘이 녀석들이랑 며칠이나 붙어 지내서 그런가…,
나도 슬슬 정신이 나가버리려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도 문득 이 상황에서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한탄하며한숨을 푹 내쉬었다.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고 계신 거에요? 얼굴이 새빨개지셨는데….”
“아닙니다. 전 목욕을 해야 해서 이만….”
“아! 그러면 그 전에 아침이라도 드시고 올라가세요!
아침 메뉴는 저희 아지트 사람들이라면 모두 좋아하는 프렌치 토스트에요.”
“프렌치 토스트….”
계란에 우유와 설탕을 섞은 뒤 그 물에 식빵을 적시고,
노릇하게 구운 뒤 버터나 꿀 따위를 올려서 먹는 든든한 프랑스식 아침 식사.
“미안해요. 아침 식사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럼 오히려 더 드셔야 하는 거에요!
아침을 안 먹으면 머리도 안 돌아가고 힘들잖아요.”
“으아앗…?!”
지우는 고개를 살살 흔들며 거절 의사를 표하는 채리의 손을 잡더니,
그 손을 끌어 주방과 식당이 있는 아래층까지 내려왔다.
“앉아 계시면 금방 구워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냉장고에서 계란 두 알을 꺼내 오목한 그릇에 깨어 넣고,
그 안에 우유와 설탕을 조금 섞어 가볍게 휘젓는다.
그리고 주방 한켠에 놓인 식빵 봉지의 포장을 뜯고,
식빵 두 장을 꺼내어 만들어 놓은 계란 물에 폭 담가 적신다.
그러고는 불을 켜 기름을 두른 후라이팬을 살짝 달구고,
열기가 올라올 때쯤 계란 물에 노랗게 적셔진 식빵을 올려 굽기 시작한다.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 정말 오랜만에 맡아보는 것 같아.’
식빵이 기름에 구워지며 주방과 식당 안을 가득 채우는 고소한 향기.
채리는 잠시 눈을 감아 고소한 향기를 느낀다.
– 치이익…
잘 구워진 토스트의 바닥 면을 뒤집어 반대쪽도 알맞게 익히고,
서서히 프렌치 토스트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자… 메이드 특제 프렌치 토스트에요!”
그렇게 잘 구워진 토스트를 접시에 예쁘게 담아 올리고,
그 위에 꿀과 슈가 파우더를 살짝 뿌려 우유와 함께 채리의 앞에 내어놓는다.
“자… 잘 먹겠습니다.”
자신을 위해 아침부터 정성스럽게 만들어 준 식사.
그런 식사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만들어 준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채리는 조심스럽게 포크와 나이프로 토스트를 먹기 좋게 잘라,
입 안에 넣고 맛을 보기 시작했다.
“으음….”
고소한 기름과 계란이 빵에 촉촉하게 스며들면서도,
위에 흩뿌려진 꿀과 슈가 파우더가 달콤함을 더한다.
“맛있어요… 최근 먹었던 것 중에서 제일 맛있네요.”
고소함과 달콤함이 부드럽게 혀 위를 감도는 기분 좋은 하모니에,
채리는 굳었던 표정을 풀고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입맛에 맞으시다니 다행이에요!”
시윤과 몸을 섞을 때를 제외하면 항상 표정이 굳어 있었던 채리.
그런 채리의 진심 어린 미소를 보자 지우는 방긋 웃어 보였다.
“이야… 아침부터 고소한 냄새가 난다 했더니.
벌써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거야?”
식사 중인 채리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아! 주인님! 좋은 아침이에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기지개를 켜며 식당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시윤에게,
지우는 활짝 웃으며 두 팔을 열심히 흔들었다.
“응. 엄청 맛있는 냄새가 나더라고. 프렌치 토스트 만드는 거구나?”
“네! 채리 언니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계시길래,
제가 여기로 데려와서 구워드렸어요.”
시윤은 토스트를 먹고 있던 채리의 바로 옆에 앉아,
식사 중인 그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으면서.
앞으로는 딱딱하게 있지 말고 편하게 지내도 상관없어.”
“신경… 쓰지 마세요.”
채리는 시윤이 말을 거는 게 불편한 듯 시윤의 쪽을 쳐다보지 않으려 하면서도,
다정하고 상냥하게 말을 건네는 것이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
오히려 늘 연합 내에서 나이 많고 칙칙한 직장인들과 있다가,
예쁘고 아름다운 암컷들과 훈훈한 남자 한 명과 대화하니 기분은 더 좋았다.
“아무리 봐도 전직 히어로라고는 안 보이는데… 어쩌다가 히어로가 된 거야?”
“제가 그걸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가 뭐죠?”
“그냥 뭐… 궁금할 수도 있잖아? 당장 네 앞에 있는 지우도 전직 히어로였거든.
저렇게 부지런한 녀석도 아니었어. 엄청 게으른 겜순이였지.”
포로를 대한다기엔 꽤나 자유로운 말투와 분위기.
포로를 취한 쪽의 취조나 협박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일상적인 대화가 오간다.
‘저렇게 부지런하고 친절한 메이드가… 게으른 겜순이인데 전직 히어로였다고?’
“지금도 게임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건 마찬가지긴 하지. 안 그래?”
“맞아요! 주인님과 섹스하는 게 제일 좋긴 하지만…♥
그래도 게임은 재밌어서 멈출 수가 없다구요.”
지우는 시윤의 암컷 슬레이브가 되기 전부터 꽤 유명했던 게이머이기도 했기에,
메이드가 된 뒤에도 취미로 게임을 즐기는 건 여전했다.
“여기서 지내는 암컷들은 모두 저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
물론 내 암컷인 만큼… 지우가 말한 대로 나와 몸을 섞는 걸 제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저한테 하는 이유가 뭐죠?”
“이야기를 들어보면 연합도 썩을 대로 썩은 거 같던데.
그런 블랙 기업에서 일하지 말고 차라리 내 비서가 되는 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