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58)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58화(158/186)
***
슬슬 시원했던 10월을 지나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
히어로 연합의 히어로들과 직원들은 쌀쌀해진 날씨에 얇은 코트를 걸치거나,
따뜻한 커피를 저마다 손에 쥐고 사옥 안을 부지런하게 걸어 다니고 있다.
“으흠흠…♥”
그리고 며칠 만에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채리 또한,
정장 위에 코트를 입은 채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채리 팀장님 오늘따라 기분이 엄청 좋아 보이시네요?”
늘 데스크에서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두 여직원의 놀라는 표정.
그녀의 말대로 채리는 평소보다 훨씬 인상이 좋아 보였다.
“혹시… 남자친구라도 생기신 거 아니에요?!”
이성 친구를 만들거나 결혼하면 인상이 편다는 말이 있기에,
뭔가 채리에게 좋은 소식이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아… 그렇게 보이나요? 흐음… 비슷할지도 모르겠네요.”
평소라면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냐며 인상을 팍 쓴 채 사무실로 뛰어갔을 채리.
그러나 오늘은 연애와 관련된 장난스러운 질문을 들었음에도,
여유로운 표정과 어울리는 담담한 말투로 가볍게 받아친다.
“선아 씨도… 아마 좋은 남자분이 생긴다면 제 표정을 이해할 수도 있겠네요.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게다가 약간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기까지.
“채리 팀장님… 출장 다녀오더니 아예 다른 사람이 됐는데.
그렇지 않아?”
“그러게요…? 평소였다면 뭔 소리냐고 하면서 그냥 쌩 지나갔을 거 같은데.”
아예 다른 사람이 된 듯한 채리의 반응에 놀라는 반응이었다.
***
한편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업무 준비를 하고 있는 채리.
“으흠흠…♥”
연신 기분 좋은 콧노래를 부르며 텀블러 안에 든 음료를 마시기도 하고,
며칠 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였을 모니터 위의 먼지를 닦아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 철커덩ㅡ
“안녕! 좋은 아침이야!”
그리고 문을 벌컥 열어 뛰어 들어오는 S급 히어로 아이언메이든 인영.
채리가 출장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에 신나게 달려온 것이다.
“오셨군요. 일찍 나오셨네요?
평소였다면 아직 주무시고 계셨을 시간인데.”
채리가 파악하고 있는 인영의 평균 출근 시간은 오전 11시.
보통 히어로들이 6시부터 기상하여 호출을 기다리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지극히 늦은 시간에 출근하는 것이다.
물론 아이언메이든은 보통의 히어로들과 그 급을 달리하는 만큼,
일반적인 호출이 아닌 큰 사태에 출격해야 하는 입장.
연합에서 그녀의 출근 시간이나 업무 성과에 대해 별 말 하지 않는 건,
S급 히어로로서 그녀가 해야 할 때 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비서 님께서 오신다는데 빨리 와야지.
어서 같이 밥도 먹고 히어로 사냥꾼 녀석들도 해치워야 하잖아?”
“그럼요. 그게 저희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응! 그… 그렇지?”
자신을 반기는 일에 굉장히 시큰둥하고 귀찮아하던 출장 전과는 달리,
밝은 표정으로 호응을 하는 채리가 낯선 듯한 인영.
‘뭐야…? 출장 가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건가?’
채리의 밝은 모습이 싫은 건 아니었지만,
어딘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고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잠시만… 혹시 남자가 생겼다거나 그런 거 아니야?!
그렇다기엔… 손에 반지를 꼈다거나 그런 것도 없잖아….’
순간 데스크 직원과 같은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기엔 연애를 하거나 썸을 탄다는 증거를 찾을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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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궁금해 죽겠네…!’
출장에 가서 오히려 평소보다도 일이 힘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묵었던 호텔이나 숙소가 굉장히 좋은 곳이었을 수도 있다.
혹은 주식이나 코인이 올라서 큰돈을 벌었다거나,
아니면 정말 저렇게 사람이 확 바뀔 무언가의 좋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인영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정말 궁금했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좋은 일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넘기려 했다.
“최근 며칠 동안 히어로 사냥꾼들의 습격은 없었고…,
다른 빌런들의 습격 사건도 평소보다 현저히 줄었다는 보고가 있네요.”
“당연하지! 며칠 전에 내가 본보기를 보여주고 왔으니까.
아마 다른 빌런 녀석들도 벌벌 떨고 있을걸?”
히어로 사냥꾼이라고 할 수 있는 유토피아의 활동이 잠시 멈추었던 것도 있지만,
실제로 인영의 출격 이후 빌런 사건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근데… 상부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는 모양이에요.”
“엥? 그 아저씨들은 또 뭐가 불만이라는 건데.”
“여기… 이 자료를 한 번 보시겠어요?”
업무를 시작함과 동시에 인영에게 서류 몇 장을 건네는 채리.
채리가 언급한 이번 사건에 대한 상부의 의견과 평가가 담겨 있다.
“하! 결국엔 못 잡았으니까 실패다 이거잖아.
나라고 뭐 맨날 다 잡아줄 수 있는 줄 알아? 생각보다 강한 녀석이었다구.”
뭔가 복잡한 미사여구와 설명이 주저리주저리 달려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인영의 활약이 미진했으며 결과가 기대 이하라는 내용.
연합을 지휘 및 총괄하는 상부에서는 결과를 불만족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S급 두 명도 있잖아. 걔들한테는 아무 말 안 하는 거 같던데?”
“한 분은 몇 주 전에 아예 장기적인 휴직 상태에 들어가셨고…,
나머지 한 분은 아예 잠적하고 있는 상태니까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에요.”
연합에 존재하는 S급 히어로는 아이언메이든 인영을 포함하여 총 세 명.
인영을 제외하고 한 명은 해외 파견에서 큰 부상을 입어 치료를 위해 장기 휴직 상태이고,
나머지 한 명은 몇 달 전 갑자기 종적을 감추고 사라져 버린 상태이다.
사실상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S급 히어로는 인영 한 명 남았다는 소리와 동일하기에,
연합 상부의 입장에서도 인영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아… 그 노인네는 또 다쳐서 휴직 중이야?
그리고 그 아저씨는 뭐 몇 달에 한 번씩 혼자 조용히 산이라도 들어가시나?”
S급 히어로라는 건 평소엔 움직일 일이 거의 없는 위치이기에,
갑자기 잠적하거나 다치거나 하더라도 다시 돌아오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실제로 전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나이도 있는데 활동량이 많아 문제였고,
후자의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잠적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다만 시기가 시기라는 것이 문제.
그러나 이들 외에는 S급이라고 할 만한 거물급 히어로가 아직 없기에,
연합에서는 그저 참고 기다리거나 해외의 거물급 히어로의 지원을 요청하는 게 최선이다.
“흐으으… 왜 나한테만 엄격한 건데!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거냐구! 흐아앙!”
서러움에 서류를 테이블에 내팽개치며 채리에게 달려가 안기려는 인영.
“아아…?”
“많이 힘드신 거 알아요. 항상 제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평소였다면 시큰둥하게 손이나 겨우 잡았을 채리가,
키보드 타이핑까지 멈추고 인영을 품에 꼭 안아주고 있다.
‘채리 선배가… 날 안아주고 있어…?♥’
일부러 장난을 치고 싶어서 안기는 척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꼭 안아 머리까지 쓰다듬고 있으니 채리의 심장이 마구 쿵쿵거린다.
2년 가까이 같이 일하면서 이렇게 따뜻한 반응을 보였던 건 처음이었으니까.
“채… 채리 선배…♥”
“흐흥…♥ S급 히어로라는 분이 이렇게 응석이나 부리고…,
다른 분들이 보시면 이상하게 생각하실 거라구요?”
“어차피 선배랑 나밖에 없으니까…♥”
“제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우리 후배님…♥
그 며칠 사이에 머리도 이렇게 기르고…♥”
이전의 시크하고 퇴폐미 넘치던 모습은 많이 옅어진 느낌이지만,
채리에게는 오히려 이렇게 다정하고 따뜻한 느낌이 더 좋았다.
‘이… 이렇게 계속 있다간 내가 선배를 좋아하는 걸 들킬 텐데…!’
그러다가도 순간 자신이 채리를 좋아하는 걸 본인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불안한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품에서 나올 때를 기다렸다.
하지만 채리의 행동은 인영의 예상보다도 훨씬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으아앗?!♥”
채리는 품에 꼭 안고 있던 인영의 볼과 뺨을 살랑살랑 매만지기도 하고,
얼굴을 가까이 맞대 요염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우리 후배님… 예전부터 귀여운 후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커서 날 비서로 써주기도 하고… 정말 대단하네요.”
채리의 간드러진 손짓은 그저 뺨이나 볼을 어루만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서서히 입술 쪽으로도 향하고 있다.
“그… 아으… 으아아…?♥”
“후후…♥”
채리가 자신을 귀엽고 보고 있었다는 말에 기뻐하는 감정,
그리고 갑자기 자신에게 연신 애정을 표현하는 채리의 태도에 대한 당황.
살짝 침이 묻어 번들거리는 입술이 채리에게 희롱당하고 있는 인영의 표정은,
정말이지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녀와도 같은 얼굴이었다.
“아핫… 장난이 조금 지나쳤으려나요?
상부에서 내린 평가가 너무 박하고 거친 말들이 많아서… 상처받으셨을 것 같아서 말이에요.”
그러다가 채리가 살며시 웃으며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장난이었다고 이야기하자,
인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당당한 표정을 하면서도 고개를 돌렸다.
“크… 크흠…! 상부에서 하루 이틀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
벼… 별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럼… 나머지 서류도 천천히 읽고 계세요.
아직 읽으실 서류가 산더미처럼 남아 있으니까요.”
서류를 편하게 읽고 확인할 수 있도록 파일이 담긴 태블릿을 건네는 채리.
인영은 그 태블릿을 받아서 들고 소파에 앉았다.
‘하아… 하마터면 못 참을 뻔했잖아…!
손가락도 핥고… 채리 선배의 입술에도…! 후으으…♥’
태연한 척 태블릿을 뒤적거리면서도 심장이 두근거려 미칠 것 같은 인영.
어려운 말만 늘어놓고 있는 서류가 눈에 보일 리가 없다.
‘후후…♥ 이렇게 천천히 조교해서 주인님께…♥♥’
채리는 인영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선후배 사이의 우애 그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 정도는 진작에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렇기에 채리는 그 감정을 이용해 인영을 천천히 조교하고,
자신의 새로운 주인님이신 시윤에게 그녀를 바칠 계획이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데려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