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77)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77화(177/186)
***
더 이상 히어로 신분이 아니게 된 채리.
그녀가 연합 본부의 기숙사 안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단 일주일.
그저 방 안에서 홀로 남아 이불을 뒤집어쓴 채 울기만 하거나,
평생 손도 댄 적 없었던 술을 마시며 간신히 잠드는 나날을 보냈다.
혐오스러웠던 본가로부터 떠날 수 있게 해준 것이 이능력이고,
자신의 그런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히어로 연합이었으니까.
하지만 저 일주일이 지나면 자신은 그저 도시의 사람들과 별 다를 바 없는 일반인,
혹은 제대로 걸어 다닐 수 없다는 이유로 그보다 더 못한 취급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속절없이 지나가 버렸고,
아직 제대로 무게를 받치지 못하며 절뚝거리는 다리로 연합의 기숙사를 떠났다.
“채리 씨가 그렇게 된 건… 연합과 도시를 위하다 생긴 일 때문입니다.
재활 관련에서는 이전에도 말씀드렸고… 아마 주거와 같은 사회 정착 지원도 있을 겁니다.”
다행히 연합에서는 앞으로의 재활을 비롯해 사회 정착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고,
우울감과 절망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채리에게는 희소식이었다.
“그리고… 아이언메이든 님께서 채리 씨를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
‘아이언메이든이면… 인영이가…?’
연합의 지원 소식을 들고 온 연합의 직원이 전달하는 또 하나의 소식.
채리와 친하게 지내던 후배 히어로 ‘아이언메이든’이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채리는 직원을 따라 본부의 어느 한 사무실로 향했고,
그 사무실 안에서는 채리가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히어로 아이언메이든 인영이 앉아 있었다.
“선배! 거절하지 않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하아….”
혹시나 채리가 단칼에 거절하고 떠나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모양.
채리는 다소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부른 이유가 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부른 이유가 뭔지 물어도 될까?”
“혹시 채리 선배… 제 비서가 되어보실 생각은 없으세요?”
“뭐… 뭐라고?”
갑자기 자신의 비서가 되어보지 않겠느냐는 뜬금 없는 취업 제안.
게다가 간부도 아니고 히어로인 인영이 비서를 구한다는 건 더더욱 이상한 말이었다.
“혹시 뭐… 간부라도 된 거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출격 나간 거 아니었어?”
“그게… 이야기해도 상관 없겠죠 뭐…?”
인영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으며 채리를 데려온 직원에게 물었고,
그 직원이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전에… 연합으로부터 S급 히어로가 되었다는 걸 전달받았어요.
원래 히어로 등급은 A급까지밖에 없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뽑아둔다는 거에요.”
“S급… 이라고?”
“네. 나중에 큰 일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한 최고 전력이라고 하는데,
최근에 있었던 큰 전투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게 선정 이유라고 하더라구요.”
채리에게 사고가 벌어지기 몇 달 전부터 인영은 폭발적인 성장세와 성과를 보여 왔고,
최근에는 거대 빌런 조직 소탕 작전에서 총수를 제거하는 큰 공을 세웠다.
인영은 그걸 인정받아 단 세 명만 선정하는 S급 히어로에 선정된 것이다.
“S급 히어로는 일반 히어로가 아니라 간부의 직위로 존재하는 거라서,
이렇게 개인 사무실과 비서를 둘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스케줄 관리를 해 줄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고 해서….”
“그래서 내가 네 비서가 되어 줬으면 좋겠다는 거야?”
“그… 그게… 그… 맞아요.”
혹시나 이제 히어로를 할 수 없는 자신을 동정하는 것처럼 여기지는 않을까,
선배였던 채리가 아랫사람이 되는 걸 꺼리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도 인영은 채리를 꼭 자신 가까이에 붙잡아 두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다.
채리에게 반해버렸으니까.
하지만 그 이유까지는 말할 자신이 없었다.
여자가 같은 성별을 가진 여자를 좋아한다는 건 상식적인 일이 아니었고,
자칫하면 의도한 것과 다르게 채리와 더 멀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히어로의 비서라면… 그런대로 괜찮을지도 모르겠는데.
어찌 되었든 간에 같은 업계에서 남아 있을 수 있는 거니까.’
인영이 다소 불순한 의도로 접근해서 제안한 일이었지만,
그걸 모르는 채리에게는 꽤 솔깃한 제안이었다.
자신의 부모와 같은 쳇바퀴 같은 삶과는 여전히 다른 형태고,
적어도 자신이 몇 년이나 몸을 담았던 곳에서 조금은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거니까.
“그래. 우리 S급 히어로 님께서 이렇게 제안을 해주시는데… 거절할 수야 없지.”
“정말요…! 정말 감사합니다!”
채리가 비서 일을 맡겠다는 말에 인영은 크게 기뻐하며 무심코 그녀를 껴안아 버렸고,
채리는 그저 기쁜 마음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며 그 포옹을 받아주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사무직에서의 비서 업무.
책상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문서를 작성하는 일은 생각보다도 적성에 맞았다.
전장에서처럼 촉각을 곤두세우며 일할 필요도 없었고,
간부의 비서인 덕분에 연합에서 받는 대접도 이전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고작 몇 달 동안의 일이었을 뿐.
비서 업무와 관계가 있는 일부터 시작해서 아예 다른 부서의 빈자리를 메우는 일까지,
분명 S급 히어로의 비서 업무가 전부였어야 할 그녀에게는 시간이 지나며 수많은 업무와 직책이 쌓여 나갔다.
점점 자신이 혐오했던 쳇바퀴와도 같은 삶에 가까워져만 갔지만,
채리는 그게 싫다며 이 일에서 벗어날 자신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왜 수많은 사람이 이런 일을 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건지,
왜 자신의 부모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아야 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이 험난한 세상에서 그나마 자리를 잡고 삶을 이어나가야 하니까.
물론 그녀의 부모가 자신에게 했던 일까지 용서하고 수긍할 수는 없었지만,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보니 조금은 다급했던 마음이 풀어졌다.
“예! 예… 죄송합니다! 금방 만들어서 보내겠습니다! 예!”
하지만 풀어졌던 그 마음은 많다 못해 과도하기까지 한 업무량과 스트레스 때문인지,
다른 이유로 서서히 짓눌리고 썩어들어만 갔다.
히어로라는 정체성과 첫 직장이라는 애정도 서서히 식어만 갔고,
히어로 시절의 밝고 단정했던 모습은 시들어 축 늘어져만 갔다.
***
바람 새는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곳.
그 고요한 분위기 안에서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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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꼭 감겨 있던 눈을 떠보니 불빛 한 점 없이 어두웠고,
내가 누워 있던 바닥은 깨진 유리처럼 바스러져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갑자기 왜 이런 장소에 내가 잠들어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해서 이 장소에 오기 전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쩌저저적…
그저 알 수 있는 건 내가 발을 내딛고 있는 이 바닥이 정말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거고,
난 살기 위해서 아직 깨지지 않은 어딘가를 향해 달려야 한다는 거다.
“꺄아아앗?!”
하지만 유리라는 건 한 번 깨지기 시작하면 그 금을 따라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법.
아무리 발버둥 치며 깨지지 않은 곳에 발을 내디뎌 보아도,
금세 다시 금을 따라 쩌저적 소리를 내며 갈라져 떨어질 뿐이었다.
결국 그렇게 나는 갈라진 바닥 아래에 추락하는 걸 면치 못했다.
– 첨벙…
“뭐… 뭐야…? 이… 이번엔 물 속인가…?”
바닥 아래로 떨어져 내린 지 고작 몇 초 후에 발에 닿기 시작한 촉촉함.
평범한 물이라고 하기엔 조금은 좋지 못한 냄새가 풍기기도 하고,
엄청나게 끈적거려서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어려웠다.
“케흑…! 으아앗…?!”
발 내디딜 곳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늪은 아주 깊었고,
나는 점점 그 늪에 빨려 들어가며 죽음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살려… 줘…! 제발… 아무나 손을… 내밀어…?!’
갑자기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 곳에서 깨어나 무너져 내리는 곳을 달렸고,
그 아래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니.
내가 왜 이런 고난과 험난함을 겪어야 하는 거지?
내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었잖아.
내가 선택한 일이 아니었잖아.
“케흑… 우우웁….”
하지만 아무리 한탄하고 탓해봤자 내 몸은 점점 빨려 들어갈 뿐이었고,
이제는 오른쪽 손만 간신히 늪 밖에서 힘없이 버둥거리고 있다.
‘포기해야 하는 거겠지….’
왠지 이렇게 깊은 절망감을 언젠가 느껴본 적이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절망감조차 이 깊은 늪에 뒤섞여 나를 잠식하고 있는 것만 같다.
누가 제발… 날 구해줬으면 좋겠는데….
– 턱ㅡ
이제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절반쯤 빨려 들어간 손을 잡는 누군가.
그 누군가는 늪의 일부가 되어가던 나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푸하앗… 하아…!”
마치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건을 가볍게 들어 올리는 것처럼,
그 누군가에 의해 나는 금세 늪 위로 빠져나와 늪이 아닌 다른 곳 위에 서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나는 그 사람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거의 포기하기 직전에 이르렀던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니까.
날 구해준 사람의 얼굴이라도 기억하고 싶어 고개를 들고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난 그 순간… 전신에 강렬한 전율을 느끼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주… 주인님…!?♥♥♥”
날 구해준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주인님.
혐오스러웠던 삶과 지옥 같았던 쳇바퀴에서 날 구원해 주었던 구세주.
난 그의 앞에서 저절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절 구해주신 거군요…♥♥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엔 드릴 수가 없습니다…♥♥”
어서… 나를 또 한 번 구원해주신 주인님께 뭐라도 해드리지 않으면 안 돼…♥
“하아…♥ 주인님…♥♥”
네 발로 주인님께서 서 계신 곳을 향해 천천히 기어가다 보니,
어느새 우람하신 극태 페니스를 세우고 계신 주인님의 발치에 닿을 수 있었다.
“하아아…♥♥ 행복해요…♥♥ 주인님…♥♥”
주인님의 몸에 가까워졌을 때부터 느껴졌던 이 진한 수컷의 향기.
그리고 몸에 닿자마자 느껴지는 뜨거운 열과 엄청난 기운.
어떻게 암컷이 이런 분을 두고 주인으로 섬기지 않을 수가 있겠어…♥♥
“한채리.”
“네…♥ 주인님…♥”
“이제부터는 평범한 인간 암컷이 아닌 나만을 위한 존재가 될 거야.
인간을 초월한 ‘커럽티드 슬레이브’가 되는 거지.”
커럽티드… 슬레이브…♥
왠지 저 단어를 듣기만 해도 몸이 막 달아오르는 것만 같아…♥
나는 한 치의 의심이나 고민도 하지 않고,
그대로 주인님의 우람한 극태 페니스 앞에 무릎을 꿇고 입술을 맞추었다.
“네…♥♥ 되겠습니다…♥♥♥
주인님만을 위한 존재가…♥ 커럽티드 슬레이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