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87)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87화(187/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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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머리 위에서 눈이 내려도 어색하지 않게 쌀쌀한 바람이 부는 시기.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영하의 기온은 모든 생명체의 활동성을 낮추고,
따뜻한 방 안에서 옴짝달싹도 하지 않도록 만들기도 한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날씨나 시기를 막론하고,
평소처럼 열심히 일해야 먹고 살 수가 있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그 추운 날씨에 두꺼운 옷을 입어 추위로부터 몸을 지키거나,
건물 내부에 난방을 틀어 원활하게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는 도시를 지키는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히어로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으 추워…!”
연합 관리과의 사무실 안으로 다급하게 뛰어 들어온 한 여성 히어로.
“윈드트루퍼 님! 오늘도 놀러 오셨네요.”
“예! 날씨가 워낙에 추워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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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히어로들은 연합 직원들과 친분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흔한데,
이렇게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는 건 아주 일상적인 일이다.
사실 직원 입장에서는 다소 귀찮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히어로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나 효과는 나름대로 괜찮은 편.
사무직 직원들은 알기 힘든 현장의 문제가 있었는지도 알 수 있고,
히어로들이 연합이라는 조직을 편하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물론 히어로의 개인 신상을 숨겨야 하는 원칙이 있지만,
그걸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는 연합에서도 직원들에게 히어로와 대화하는 걸 권장하기도 한다.
“커피 드실래요? 엄청 떨고 계신데.”
“아! 괜찮습니다. 언제 또 출격 요청이 날아올지 몰라서요.
사실 뭐… 최근에는 요청이 없다시피 하지만.”
최근 몇 달 전부터 히어로를 향한 빌런의 공격은 물론,
도시와 시민들을 향한 빌런의 테러 행각조차 그 수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다.
S시를 기준으로 크고 작은 빌런 범죄가 보통 하루에 10건 이상은 일어나지만,
최근에는 하루에 한 건도 일어나지 않는 날도 부지기수.
“그러게요. 도시가 안전한 건 정말이지 다행이지만,
히어로 분들께서는 하실 일이 없어지신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저도 그래서 고민이에요. 벌써 금요일인데 이번 주에 한 번도 못 나갔거든요.”
현재 기준으로 연합에 등록된 히어로의 수는 약 9천 명.
원래라면 그 많은 히어로들이 문제없이 일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절반 정도의 히어로만이 출격을 나가거나 다른 업무를 맡는다.
여성 사무원이 말했던 것처럼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도시는 평화롭겠으나,
정작 그 평화를 지킬 히어로들의 일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 일만 6년 넘게 하고 있는데… A급으로 승진하는 건 빠듯할 거 같고,
그냥 그만둘까 생각이 드네요.”
“이번 달에 그만두겠다고 하시는 분만 거의 몇십 분이나 계셨어요.
아무래도 히어로라는 일은 성과가 정말 중요하다 보니….”
히어로는 기본적으로 보통의 직장인보다 좋은 연봉과 대접을 받기는 하지만,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인 것치고는 조금 아쉬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극복하기 위해 히어로에게는 성과제가 존재하고,
성과에 따라 연봉은 물론 다음 등급으로의 승진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나 아직 궤도에 올랐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B급이나 C급 히어로의 경우,
A급에 비해 현저히 적은 연봉을 메우려 성과에 목숨을 건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기다려 봐야죠.
그렇게 다같이 우르르 몰려서 그만두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요.”
히어로도 결국은 사람이고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기에 먹고 살 궁리를 안 할 수가 없겠지만,
그녀처럼 도시와 시민의 안전에 큰 사명감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일이 없더라도 늘 히어로 슈트를 입은 채 연합에서 기다리거나,
겉에 사복을 입은 채 곤란에 처한 시민들을 가까이에서 돕기도 한다.
– 삐비비비비비빅ㅡ 삐비비비비빅ㅡ
“뭐… 뭐야! 이게 무슨 소리지?”
갑자기 사무실 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는 경고음.
“갑자기 무슨 일이야!! 일단 다들 숨어!!”
“꺄아아아아아아악!!”
이 경고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는 건 반드시 연합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
직원들에게는 대피하라는 의미를, 히어로들에게는 즉시 출격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단 모두들 사무실 뒤에 있는 비상구로 대피하세요!
제가 나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B급 히어로 윈드트루퍼는 히어로 슈트 위에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던지고,
사무원들을 사무실 뒤편의 비상구로 대피시킨 뒤 사무실 문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 쿠과과과광ㅡ!!!!
“으아아앗?!”
사무실의 문을 열자마자 폭발의 굉음이 그녀의 귀를 덮쳐 왔고,
자욱한 연기가 복도 계단에서부터 올라오며 시야가 가려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녀석들이…!’
당황스러운 건 직원들 뿐 아니라 히어로인 그녀도 마찬가지지만,
우선 정신을 차리고 근처 사무실을 돌기 시작했다.
“대피하세요! 앞으로 쭉 이동하세요!”
당황한 연합 직원들을 사무실마다 위치한 비상구 쪽으로 대피시키고,
빌런이 등장할 것을 대비하여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이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흐아아아압…!!”
히어로 네임에서도 알 수 있는 그녀의 이능력은 바로 ‘바람’.
공기의 흐름을 조종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이능력이다.
– 휘이이이이이이이잉ㅡ
손끝에서 불어나온 나온 바람에 의해 복도를 메우려던 연기가 걷히고,
연합 본부 내에 있다가 비상 상황이 되자 뛰쳐나온 몇 히어로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이죠? 혹시 본부에 테러 사건이 일어난 겁니까?”
“저도…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윈드트루퍼는 건너편에 보이는 또 다른 여성 히어로에게 달려가 무슨 일인지 물었지만,
그녀도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폭발이 더 일어나지는 않는 거 같은데… 일단 상황을 지켜볼까요.”
자신을 A급 히어로 ‘이그니션’이라고 소개한 주황색 머리칼의 히어로.
이그니션은 윈드트루퍼가 B급 히어로라는 걸 단번에 알아채기라도 한 건지,
오히려 그녀를 진정시키며 침착하게 복도 바깥으로 이끌었다.
“디바이스의 메시지에 따르면 폭발 지점은 2층과 4층이고…,
원인은 출처 미상의 폭발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네요.”
히어로 디바이스에 보내진 메시지에 따르면 폭발물 테러가 본부 건물에서 자행되고 있으나,
다행히도 폭발물 설치 위치를 빠르게 찾아냈다는 내용.
히어로에 대한 원한을 지녔거나 단순 테러 목적으로 종종 벌어지는 일이고,
본부 건물에는 이러한 위험을 감지하는 장치 또한 마련되어 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요…,
2층에는 다른 관리과 사무실이 있고 4층에는 정보과가 있으니까.”
관리과는 연합 소속의 히어로들을 포함해 연합 조직 자체를 관리하는 부서이고,
정보과는 히어로와 빌런 관련 정보 관리는 물론 디바이스 시스템까지 관리하는 부서.
연합을 운영하는 핵심 부서 두 곳을 공격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일단 후속 조치를 위한 인력이 이미 배치되었다고 하니까,
저희는 대피시켰던 사무원 분들께 안내를 드려야겠네요.”
***
폭발물 테러가 일어난 뒤 세 시간 정도 지나자,
상황이 정리되었다는 디바이스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상황도 정리됐고… 직원 분들도 정상적으로 업무에 복귀하신 것 같네요.”
다행히도 폭발로 인해 발생한 피해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고,
죽거나 다친 직원들도 없이 무사히 마무리된 모양이었다.
윈드트루퍼와 이그니션 두 히어로도 대피했던 직원들을 안심시키고,
다른 층까지 돌아다니며 상황 정리를 돕고 있던 상황.
“하아… 다행이에요.”
6년 넘게 히어로 활동을 하면서도 본부를 향한 테러는 겪어본 적이 없는 듯,
윈드트루퍼는 상당히 놀랐는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일은 처음 겪어보시는 거에요?”
“네… 평소에는 본부에 있을 일이 별로 없거든요.
요즘에야 출격할 일이 별로 없어져서 본부에 자주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요즘에는 일이 별로 없죠.
빌런들이 단체로 도망이라도 간 건 아닐까 싶은 정도니까요.”
잠시 복도 한켠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한숨 돌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두 히어로.
이그니션은 히어로 슈트 위에 재킷을 걸치며 대화를 이어 나간다.
“요즘 히어로 일을 그만둘까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데,
윈드트루퍼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돈 생각하면 그만두고 싶기는 한데… 그러면 안 될 거 같았어요.
당장 오늘만 해도 조용하던 차에 습격이 일어난 거니까요.”
조용하고 평화로운 상황이 지속될수록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걸 의심했던 윈드트루퍼.
다른 그 어느 곳도 아닌 본부에 자행된 테러를 경험하며,
그녀의 의심은 히어로 일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확신으로 변화했다.
“멋진 분이시네요. 평화로운 세상일수록… 무뎌져서는 안 되는 법이니까요.”
이그니션은 윈드트루퍼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가 담겨 있던 종이컵을 손에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어떻게 하죠? 이번 테러 사건은 여기서 끝이 아닐 텐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까 상황은 다 정리되었다고 했는데…?”
테러 사건은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이그니션의 말.
윈드트루퍼는 아직 마무리가 덜 되었다는 걸로 이해하고는 고개를 기울였다.
“제대로 이해를 못 하신 거 같은데… 설명해드리기에는 시간이 없군요.”
이그니션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윈드트루퍼에게 다가가,
귀에 아주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 쿠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ㅡ!!!!!!!!!
– 삐비비비비비비비비빅ㅡ 삐비비비비빅ㅡ
“메인 디쉬는 지금부터니까요. 방금 건 그저 에피타이저였달까…♥”
그리고 세 시간 전 멈추었던 연합 본부에 대한 테러는 재개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