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88)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88화(188/209)
***
마치 빌런이라는 개념이 애초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S시를 포함한 도시는 너무나도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빌런 범죄가 일어나봤자 보잘것없는 이능력으로 난동을 피우거나,
혹은 원한을 가진 대상에게 화풀이하는 일이 전부였을 정도였다.
현직 히어로가 일이 없어 미래를 걱정해야 했을 정도로 몇 달 동안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세상은 물론 히어로조차 경각심이 해이해질 수밖에 없었다.
–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 쿠과과과과과광ㅡ!!!! 콰과과광ㅡ!!!
“꺄아아아아아아악!!!”
히어로 연합의 본부 건물을 중심으로 자행되기 시작한 대규모의 폭발물 테러.
본부와 본부 주위에 있던 이들은 폭발의 굉음과 여파로 발생한 연기를 보며,
크게 놀라 비명을 지르거나 혼비백산하며 이리저리 도망 다니기 시작했다.
연합 본부와 그 주변 지역에 대기하고 있었던 히어로들이 빠르게 현장으로 달려왔지만,
본부를 향한 테러를 막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서두르지 마시고 침착하게 앞사람과 간격을 유지해주세요!”
“여러분을 안전하게 지켜드리겠습니다! 안심하세요!”
히어로 연합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본부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히어로의 존재 의의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 수호.
그들은 놀란 시민들과 본부 직원들을 진정하게끔 하면서,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안전지대까지 대피하도록 힘을 쓰기 시작했다.
“분명 폭발물은 모두 제거했다고 하지 않았나? 본부 건물 전체 다 확인한 거 맞아?”
본부를 지키는 경호과 소속 경호대원들과 히어로의 보조 역할을 담당하는 현장과 소속 요원들.
피해 규모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1차 테러 이후에도 몇 시간 동안 그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고,
혹시나 2차 테러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계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여길 보십쇼. 확실하게 체크했습니다만… 불과 20분 전까지만 해도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본부에 설치된 특수 장치에는 그 어느 폭발물도 감지되지 않았다.
“일단 아직 본부 건물 내에 직원들이 더 있는지 확인해서 빨리 대피시키고,
현장에 범인이 남아있을 수 있으니 즉시 투입 가능한 요원들과 히어로들을 준비시켜!”
“예! 알겠습니다!”
***
히어로 연합의 본부가 갑작스레 발생한 폭발 테러로 인해 난리가 난 동안,
빌런 조직 유토피아의 조직원들은 그 상황을 아주 흥미로운 듯이 지켜보고 있다.
이번 연합 본부의 테러를 일으킨 건 다름 아닌 이들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꽤 심상치 않네? 몇 달 동안 너무 아무 일도 안 했던 탓이려나.”
평소에 즐겨 입는 무지 티셔츠나 후드 티셔츠가 아닌 깔끔한 정장을 갖춰 입은 시윤.
자신의 슬레이브들과 함께 소파에 기대어 앉아 뉴스에 송출되고 있는 테러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
“이번에 만들었다는 그걸 쓴 거야?”
“네! 오라버니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아주 미세한 폭발물이에요.
애초에 힘을 쓰기 전에는 폭발물이 아닌 그냥 쇠구슬일 뿐이지만.”
특수 장치에도 감지되지 않았던 폭발물의 정체는 바로 평범한 쇠구슬.
지름이 1cm도 채 되지 않는 아주 자잘한 쇠구슬이지만,
모든 걸 폭탄으로 만들어버리는 루이린의 손에 닿는다면 가공할 위력의 무기가 된다.
“원래였다면 작은 물건으로는 작은 폭발밖에 일으킬 수 없었겠지만,
오라버님께서 힘을 주신 덕분에 폭발력을 응축하는 것도 손쉬워졌답니다!”
기분이 한층 상기된 듯 상큼한 표정을 지으며 설명하는 루이린.
시윤의 슬레이브가 되며 암컷들은 저마다 가진 이능력이 한층 강화되었고,
루이린 또한 그 영향으로 폭탄화를 더욱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능력에 의한 것이라 온갖 인화성 물질을 감지하는 감지 장치에도 포착되지 않으니,
고작 콩알보다도 작은 쇠구슬 수십 개가 거대한 건물 하나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주인님!”
“아! 돌아왔구나. 현장 상황은 어땠어?”
채령의 이능력인 ‘도플갱어’를 이용해 테러 현장에서 돌아온 도화.
현직 히어로라는 신분을 이용해 본부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기에,
루이린이 폭탄화시킨 쇠구슬 수십 개를 들고 본부 곳곳에 던져 놓은 것이다.
“폭탄을 터트리기 전에는 다들 지루해하는 분위기였어요.
히어로들은 일이 없어서 그만둬야 할 거 같다는 이야기도 하더라구요.”
“그래? 1차 폭발 때는 어떤 반응이었는데?”
“다들 착실하게 매뉴얼대로 대피를 잘하긴 하는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어요.
이렇게 평화로운 시기에 대놓고 본부에 공격할 거라고는 예상 못한 거 같아요.”
S급 히어로인 인영까지 완전히 자신의 손에 넣은 그가 본부를 먼저 공격한 이유.
이런 시기라면 도화의 말처럼 히어로들의 정신 상태가 해이해질 것이 분명한 데다,
본부 건물 또한 여러 번의 테러를 겪으며 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이렇게 평화로운 상황에 설마 대놓고 오겠어?’라는 허점을 노린 것이라 볼 수 있다.
V3VHT2Y0cjEwSWV0clZ2dDdlV3ZEblVqZHhCdlZjM0tRNDcvR0QyS21qbC80MEZSQXo4KzVsWGQvYmVDRFFnYw
“지켜보는 것도 슬슬 재미 없어지는데… 직접 움직여볼까?”
도화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시윤은 슬슬 직접 움직여보고 싶어졌는지,
양팔을 쭉 펴 기지개를 켜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주인님께서 직접 움직이시는 거에요?”
시윤이 직접 현장으로 이동하겠다는 말에 동요하는 슬레이브들.
“그래. 맨날 아지트에 앉아서 명령만 하고 있었잖아.
원래 중요한 일에는 높은 사람이 앞서서 행동하는 게 좋은 법이거든.”
본부 습격은 그가 세운 히어로 연합 괴멸 계획의 첫 단추이자 가장 중요한 과정이니,
유토피아의 총수로서 그가 직접 나서겠다는 의미다.
“주인님께서 직접 가신다고 생각하니까… 뭔가 가슴이 두근거려요!”
“냐아! 막 심장이 빨리 뛰는 거 같은 느낌이에요.”
그가 여태까지 활동에 직접 참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슬레이브들이 신기하게 생각하면서도 설레하는 건 당연했다.
“큰 전투일수록… 뒷짐만 지고 있는 게 아니라 직접 나서야 할 거 같아서.
그리고 매일 같이 내 소중한 암컷들에게만 일을 시키는 게 미안하잖아.”
본디 전쟁에서도 뒤에서 명령질만 하며 목숨을 보전하려는 상관보다,
직접 앞에서 지휘하며 당당히 나서는 상관이 기세를 끌어올리는 좋은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법.
그리고 시윤은 늘 그녀들에게 위험한 일을 시키면서도,
자신이 직접 전장에 나서지 않는 걸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채령이는 본부 건물 주위에 분신 미리 배치해놓은 거 맞지?
아지트에서 대기하고 있을 인원 제외하고.”
“냐아! 미리 말씀해주셨던 대로 분신을 배치해놓은 상태에요.”
이능력 강화로 폭탄화 능력을 더욱 섬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루이린처럼,
채령 또한 3개가 최대였던 분신의 생성 개수가 대폭 늘어난 상태.
그녀의 경우에는 열 명이 넘는 분신을 만들어내는 것도 모자라,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전부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오케이… 그러면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점검하자고.
신호를 보냈을 때는 잠시 전투를 멈추고 이능력 사용을 중단하는 것과…,
항상 채령이의 분신과 2인 1조로 움직인다는 거 다들 기억하고 있겠지?”
이능력 사용을 중단하는 이유는 시윤이 이능력 공유를 사용할 경우,
원래의 소유자는 이능력을 사용할 수 없는 제한 사항이 있기 때문.
또한 채령이 만든 분신과 움직이는 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아지트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네!”””””
수컷 주인님이자 조직 총수의 말을 듣고는 힘차게 대답하는 아홉의 정예 슬레이브 부대.
‘전부 엄청난 녀석들이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연합의 본부다.
긴장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침착하게 해보자고.’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건 본부에 배치된 수많은 경호부대원과 현장과 요원들,
그리고 수천 명의 만만치 않은 힘을 가진 히어로들.
유토피아는 시윤을 포함하여 고작 열 명뿐인 아주 작은 규모의 조직이기에,
사실상 조직원 한 명이 수천 명의 무장한 인원을 상대해야 한다.
물론 그 한 명 한 명이 거리 하나쯤은 쑥대밭으로 만들 정도의 강자들인데다,
사실상 유일한 현역 S급이라고 할 수 있는 인영까지 소유하고 있는 상황.
한껏 해이해져 인원 이탈까지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나쁜 히어로 연합이라면,
그의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기만 한다면 본부 함락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우선 연합 본부를 함락한 뒤에 주요 시설까지 전부 점령하고…,
그 뒤부터는 세력 확장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확실하겠지.’
또한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결국 전투원 같은 병력이 필요하기에,
가장 핵심인 본부를 함락한 후 서서히 세력을 넓히며 전력을 보충할 생각이었다.
“오케이.”
시윤은 잠시 동안 자신이 세운 계획을 차분하게 머릿속으로 정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놓아두었던 코트를 어깨에 걸치고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가자. 유토피아의 힘을 녀석들에게 보여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