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89)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89화(189/209)
***
사실상 피해 규모가 제로에 가까웠던 1차 테러가 일어난 지 정확히 3시간 30분 후,
이번에는 연합 본부의 건물과 소재지 전체에 2차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2차 테러 발생 이후 수십 명의 히어로 및 연합 소속의 요원들과 경호대원들이 나서고 있으나,
해당 사건을 일으킨 빌런은커녕 폭발물조차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폭발 장소나 시간대의 규칙성조차 없이 마구잡이로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어,
안전을 위해 본부 건물을 버리고 도망치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지경.
본부 건물에서 빠져나온 연합의 간부진은 아직 파손되지 않은 차량을 이용하여,
S시의 바로 남쪽에 위치한 N시의 연합 지부로 피신한 상황이다.
“본부를 노리다니… 배짱도 좋은 녀석들이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쩐지 최근 너무 조용하다 싶었다니까요.”
비상 대책 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끌어야 할 한채리 팀장이 부재인 상황인 탓인지,
간부진이 모여 있는 임시 회의실의 분위기는 아주 어수선하다.
ZGVPdDc2cnQxMFU0bVlrbnZITXlVaWx2VFhYTkFRQjhFZXhPcFZ0R2l3Y1FQVWpETlUrbUhxWlpyeTE5ek01cg
“자자! 일단 다들 정숙하십쇼. 곧 회의를 시작할 겁니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한 중년의 남성이 어수선한 회의실 가운데로 나와,
한채리 팀장을 대신하여 회의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에 나선다.
그가 한참 동안 회의실 내부를 분주하게 돌아다닌 덕분인지,
서서히 회의실 내부의 분위기는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그럼 이제 회의를…?”
회의를 시작하려는 순간 갑자기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는 회의실의 문.
나이 지긋한 간부진보다도 훨씬 어리게만 보이는 한 여성이 천천히 걸어와,
조금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들의 앞에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히어로 연합의 간부 여러분.”
평소 공식 석상은 물론 실무에도 거의 임하지 않았던 히어로 연합의 2대 총수.
“이왕이면 좋은 일로 여러분과 만났다면 좋았겠으나…,
안타깝게도 영 좋지 않은 사건으로 모이게 되어 정말 유감입니다.”
총수가 나타나자 순식간에 침묵으로 가득해진 회의실.
연합에서 오랜 기간 몸담은 자신들보다 한참 젊고 어린 여자가 총수랍시고 나타난 게 싫은 건지,
일체의 보고나 의견을 먼저 올리지 않고 입을 꾹 닫고 있다.
“본부의 피해 상황은 어떻습니까?”
총수가 구체적인 피해 상황에 관해 물었음에도,
간부들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누구 하나 손을 들지 않았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위기 상황에도 여유를 부리고 있는 간부진들을 보다 못한 한 젊은 간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보고 받은 상황에 대해 총수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설비와 제조 시설이 위치한 동관과 서관은 완전히 파괴된 상태이지만,
아직 본관과 지하의 연구 시설은 사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젊은 간부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는 총수.
“현장과 요원들과 경호대 인력이 전부 투입되어 폭발 원인과 범인을 찾아내고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인명 피해를 줄이는 정도가 현재로서는 최선인 상황입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에게 사건의 전말과 보고 내용이 담긴 태블릿 PC를 받아드는 총수.
유일하게 자신의 질문에 답한 그에게 살며시 고맙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총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노령의 간부.
그는 전대 총수와 히어로 연합의 창립을 함께한 창립 멤버이자,
간부진 중에서도 가장 높은 이사 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다.
사실상 자리에 거의 없다시피 한 총수를 제외하면 그가 연합의 최고 권력자이며,
연합 내에서 ‘상부’와 관련된 일은 거의 그와 연관이 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간부진들도 히어로 연합이 가진 문제가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막강한 권력과 입김으로 그를 따를 수밖에 없다.
간부진들이 총수인 그녀에게 미덥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미 그가 총수 역할을 거의 다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그저 그녀가 전대 총수의 딸이라는 이유로 총수가 된 것도 모자라,
건강 문제로 총수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도 이유였다.
“평소에는 나타나지도 않으시는 분께서… 총수 역할을 제대로 할 수는 있으신 겁니까?”
거의 비웃다시피 하며 총수를 대놓고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가 담긴 그의 발언.
몇몇 간부진은 킥킥거리며 대놓고 그 발언에 동조하는 반응을 보인다.
“듣자 하니 최근에는 건강이 더욱 악화되셨다고 들었는데…,
차라리 건강 관리에 더욱 힘을 쓰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계속해서 쏘아대듯이 자신을 몰아붙이는 발언에도 쉽게 항변하지 못하는 총수.
“어차피 테러는 히어로들과 현장과 요원들이 잘 수습할 겁니다.
연합 본부가 습격받았던 일이 한두 번도 아니니까 말입니다.”
“맞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요양에 전념하셔도 괜찮습니다.”
이미 연합의 간부진은 총괄이사의 권력에 올라탄 이들이 대부분.
젊고 힘 없는 총수의 편을 들어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
여전히 간헐적인 폭발이 발생하며 상황이 진정되지 않고 있는 연합 본부.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폭발이 또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선 바깥으로 물러나 주세요! 위험합니다!”
현장과 소속 요원들과 경호대원들이 시민과 기자의 접근을 막아서고 있지만,
이미 인원이 몰릴 대로 몰려버린 탓에 현장을 통제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시민들 사이에 섞여 몸을 숨기고 있는 한 남자.
“이렇게 위험한 상황인데… 다들 구경거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시윤은 자신의 조직원들과 함께 분부가 위치한 곳까지 빠르게 이동한 뒤,
상황을 잠시 지켜보다 본격적인 테러를 시작할 생각이었다.
“녀석들이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하는 것도 모르고…,
그렇다면 멍청하게 죽어버리는 것밖엔 방법이 없지.”
오히려 큰일이 났다며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가야 할 상황임에도,
마치 불구경이라도 난 듯 행동하는 시민들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한 비웃음.
“작전 개시.”
시윤은 무전 장치를 통해 슬레이브들에게 행동을 지시했고,
자신도 천천히 시민들 틈으로 파고들어 현장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봐요! 여기로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저쪽으로 가세요!”
시윤이 현장을 둘러싸고 있는 임시 벽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여러 명의 경호대원이 나타나 그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제지하려 든다.
“이 아저씨가…! 어서 나가라니… 끄아아악…?!”
[ 슬레이브 : 윤도화의 이능력 ‘발화’를 사용합니다. ]경호대원을 향해 곧게 뻗은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불길.
“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빌런이다!!!”
시윤을 막아섰던 경호대원을 덮친 불길이 순식간에 주위로 퍼져나가자,
현장으로 몰려들었던 시민들이 화들짝 놀라 도망치기 시작한다.
“저 녀석을 잡아라!! 빌런이 분명하다!!”
시민과 경호대원을 공격한 그를 향해 우르르 달려들어 그를 붙잡으려 드는 무장 요원들.
[ 슬레이브 : 채령의 이능력 ‘도플갱어’를 사용합니다. ] [ 슬레이브 : 연지우의 이능력 ‘무기 구현’을 사용합니다. ]시윤은 이능력 공유를 이용해 그들에게 맞설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내고,
분신이 들고 휘두를 묵직한 둔기까지 만들어낸다.
그리고 달려드는 무장 요원들과 맞서 본격적인 전투에 임한다.
– 두두두두두두두두ㅡ
– 부웅ㅡ 캉ㅡ! 카아앙ㅡ!
“죽여도 좋다! 어서 저 녀석을 저지해라!”
“으아아악!!”
열 명의 분신이 대열을 갖추어 날아드는 총알을 묵직한 둔기로 막아내며 전진하고,
달려드는 무장 요원들은 둔기와 주먹으로 밀쳐낸다.
‘생각보다 비실비실한 녀석들이군….
차라리 시민들이 불을 보고 도망가지 않았더라면 그게 더 거슬렸겠어.’
– 쿠구구구구… 쿠과과과과광ㅡ!!!
시윤이 무장 요원들을 제압해 밀어내는 사이 급격하게 흔들리며 무너지려고 하는 듯한 가벽.
아직 현장에 남아 있던 폭발물과 함께 루이린이 추가로 만들어낸 폭탄까지 더해져,
현장을 막아서고 있던 저지선이 빠른 속도로 무너져가기 시작한다.
– 슈아아아아아아앗ㅡ 콰지지지직ㅡ!!!
– 쿠과과과광ㅡ!!!
세라피나가 만들어낸 묵직한 가시덩굴이 무너져가던 가벽을 잡아 뜯어버리고,
가벽이 완전히 무너지자 만신창이가 된 연합 본부의 모습이 드러난다.
“후우….”
시윤과 슬레이브들의 습격으로 순식간에 쑥대밭이 된 연합 본부 일대.
그렇게나 몰려들었던 시민들은 혼비백산하며 보이지도 않을 거리까지 도망쳐버렸고,
그 자리에 남은 건 목숨을 잃거나 재기불능 상태가 된 연합의 요원들뿐이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된 전투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막아라!! 저 녀석들이 범인이다!!”
“멈춰라!!! 이 빌런 녀석들!!”
현장을 통제하는 인력들보다 훨씬 많은 무장 요원들과 경호대원들,
그리고 이능력을 가진 수백 명의 히어로가 그들을 막아서려고 들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