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97)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97화(197/209)
***
원인을 알 수 없는 대규모 폭탄 테러에서부터 시작되었던 연합 본부를 향한 공격.
불발 수준에 그쳤던 1차 폭발 이후 대규모의 2차 폭발 테러가 발생한 이후,
의문의 빌런 조직에 의해 순식간에 연합 본부가 점령당하고 말았다.
그들은 A급 히어로가 약해 보일 정도로 강력한 이능력을 구사했고,
심지어는 자신들에게 달려들었던 히어로들을 세뇌하여 시민을 공격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이 사건에서 사망한 히어로 연합의 요원과 경비대원만 수천 명이고,
세뇌된 히어로들에 의해 부상을 입은 시민들 또한 수백 명이다.
그들은 나라를 지키는 국방본부와 경찰본부까지 습격하기 시작했으나,
몇 시간 후 연합의 총수가 직접 빌런 수괴와 담판을 지은 끝에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그 담판을 성공적으로 끌어낸 총수가 지금,
드디어 정식으로 사람들의 앞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십니까. 히어로 연합의 2대 총수 정수아라고 합니다.”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과 공영 방송 생중계를 통해 전해지고 있는 그녀의 모습.
강인하고 남성적인 모습의 전대 총수와는 아주 상반된,
여성스럽고 조금은 가녀리게 보일 지도 모르는 젊은 여성의 모습은 대단한 화젯거리다.
“전대 총수이셨던 아버님께서는 얼마 전까지 합병증과 후유증을 안고서도,
총수 자리를 내려놓지 못하고 일에 매진하셨습니다.”
“뭐… 뭐라고…? 그 강인했던 양반이….”
하나 같이 놀라는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
그렇게나 강직하고 대단하던 인물의 쓸쓸한 결말을 듣게 되니,
놀라면서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번 빌런 사태 발생 이전부터 업무에도 임하지 못하실 정도로 상태가 악화하였고,
제가 임시로 총수직을 넘겨받아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실제로는 몇 년 동안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지만,
그걸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중요한 건 그녀가 협상을 통해 빌런을 물러나게 만들어,
연합의 총수로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일에 큰 책임을 통감하시게 되었고,
아버님의 말씀에 따라 딸인 제가 히어로 연합의 총수 자리를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총수가 되었는지 시민에게 설명함으로,
자신이 히어로 연합의 총수가 될 수 있었던 정당성을 입증한다.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목숨을 위협하는 빌런들에게 맞서,
히어로 연합을 이끌어가는 총수로서 이 한목숨 바칠 것을 여러분 앞에서 맹세하겠습니다.”
그러고는 허름한 단상 앞으로 나와 지켜보는 이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총수로서 해야 할 역할과 책임에 충실할 것을 맹세한다.
히어로 연합의 총수가 된 정당성과 책임을 명확히 하며,
연합을 이끌어가는 건 그녀 자신이라는 걸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쯧… 쓸데없는 짓을 하기는.”
그리고 그 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건 총괄이사도 마찬가지.
연합을 향한 테러가 중단되어 다시금 본부를 재건할 바쁜 일정을 맞이했음에도,
그와 그를 따르는 임원들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지부의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저렇게 볼품없는 자리에서 선언해서야 원.”
“그러게 말입니다. 위엄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애송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아무리 수아가 총수라는 걸 국민들에게 이야기해봤자,
권력과 욕심에 가득 찬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어린애일 뿐.
“일단 적당히 맞춰주면서… 꼭두각시로 세워놓고 여론을 진정시키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본부를 재건하여 안정을 찾기까지는 확실히 시간이 필요할 듯 싶습니다.”
적당히 총괄이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을 넘나들면서,
최대한 현실적인 의견을 내어보려는 임원들도 입을 열었다.
“적당히 맞춰준다라… 그런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히어로로서 일 한 번 안 해본 새파란 애송이가 총수라니요?”
그러나 총괄이사는 여전히 의사를 굽힐 생각이 없었다.
저 새파란 년만 없었더라면 자신이 저 자리에 있었을 거라고,
그는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는 자신감에 찬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눈에 거슬리는 수아를 어떤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빠르게 끌어낸 뒤,
자신이 진정 총수의 능력과 자질이 있다는 걸 국민에게 말해야 했다.
만약 그날이 하루라도 늦어진다면 국민은 그녀를 총수로 완전히 인정할 거고,
본부가 완전히 재건되는 날에는 이미 기회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빌런을 물리치는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해결하다니요.
오히려 저것이야말로 히어로의 자격이 없다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빌런이라는 건 애당초 사회의 악입니다.
사회의 악과 대화를 통해 타협하다니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임원진은 이미 전대 총수가 사라지기 이전부터 총괄이사를 지지해왔고,
그와 마찬가지로 수아가 마음에 들 리 없었다.
“하하… 다들 그렇게 서두르실 건 없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그 비밀병기가 있지 않습니까?”
총괄이사는 내심 임원진의 지지에 기분이 좋은 듯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이전 회의에서 언급했던 비밀 연구소의 실험체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물론 그것들을 사용하지 않고도 조용히 사라지게 하면 좋겠지만…,
지금 분위기를 봐선 당장 그렇게 하기엔 어려울 겁니다.”
만약 총수가 아닌 다른 임원이 자신을 거슬리게 했다면,
뒤를 캐내어 억지로 끌어내려 자리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 다반사.
자신을 견제하는 정적의 경우에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조용히 묻어버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인물도 아닌 가장 높은 자리임이 확실한 총수였고,
그걸 방금 전 모든 국민들에게 알린 참이다.
그런 그녀를 곧바로 암살하여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든다면,
뭔가 구린 이야기가 바깥으로 새어 나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녀석들이 약속을 어기고 재차 침략한 것으로 위장하는 건 어떻습니까?”
총괄이사에게 한 가지 위험한 의견을 제시하는 한 임원.
실험체와 요원들을 빌런으로 위장하여 재건 중인 본부를 습격하게 한 뒤,
그 안에 있던 수아와 중립 세력을 제거하자는 제안이었다.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우선 재건에 힘을 쓰는 편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과격한 의견에 우려를 표하는 임원진.
총괄이사도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애매모호하다는 입장을 내비친다.
– 끼이익ㅡ
그들이 한창 총수를 몰아낼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때,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어느 한 젊은 여성이 회의실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분명 너무나도 젊고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걸음걸이와 표정 하나하나에서부터 카리스마와 기품이 느껴진다.
임원진은 갑작스러운 외부인의 출입에 놀라 소리치려고 했으나,
그 카리스마와 위압감에 눌려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임원진 여러분의 의견… 전부 듣고 있었습니다.
특히 실험체를 이용하자는 건… 상당히 좋은 의견이군요.”
마치 수아를 닮은 듯한 분홍빛 머리카락과 새빨간 눈동자.
하지만 수아에게선 느낄 수 없는 묘한 위압감과 짙은 카리스마의 기운.
“갑자기 이렇게 나타나서 놀라셨으려나요? 히어로 연합의 임원진 여러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치마를 손끝으로 살짝 붙잡아 올리며 임원진에 인사를 올린다.
“다… 당신은 어… 어떻게 들어온 겁니까?”
분명 회의실은 아무도 들어올 수 없도록 경호하는 인력이 배치되어 있고,
그들은 여자 한 명이 쉬이 뚫을 수 없는 전문적인 경호대원들이다.
그러나 바깥에서는 어떠한 소란도 들린 적이 없었고,
그녀에게서도 무언가 실랑이가 있었던 듯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저는 쉐도우 컴퍼니의 사장… 카이저라고 합니다.
여러분께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어 이렇게 무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카… 이저…? 카이저라고…? 흐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본인을 카이저라고 소개하는 여성의 말에,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이름인 듯 미간을 찌푸리는 몇 명의 임원들.
그러나 그들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건지,
enN1WnIzcFhHMVJuR0JvdkNPc013eUtnR1NQRU5DemNLOFJRUW81aFpVa1h6cUxFQU5iRjNtR1YybzFuUGZCdQ
그녀가 과거 빌런 조직 ‘다크 나이츠’의 수장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내지 못했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은 것이 뭡니까?”
카이저에게서 풍기는 알 수 없는 위압감에 임원진들이 땀을 흘리고 있음에도,
총괄이사는 특유의 관록으로 전혀 긴장하지 않는 모습.
오히려 회의실에 난입한 외부인인 그녀에게 제안이 뭔지 묻는다.
“저희 컴퍼니에서는… 평범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전쟁을 위해 쓰일 영웅을 만들어내는 것도 포함되어 있죠.”
총괄이사의 질문에 조금은 소름 돋는 미소를 지으며 설명하는 카이저.
그녀의 손 위에 있는 자그마한 큐브에서 무언가 빛이 새어 나오더니,
공장이나 연구소 내부를 연상케 하는 하나의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한다.
“이… 이건…?”
“인간을 가장 나약하게 만드는 건 바로 감정과 욕망입니다.
그걸 모두 제거한 뒤… 강력한 힘과 끈질긴 재생력만을 더한 존재들이죠.”
한눈에 보더라도 평범한 성인 남성을 훨씬 상회하는 체격과 근육량.
아무리 상처가 나더라도 금세 일어서는 괴물 같은 재생력.
마치 수백 마리의 좀비를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만들었다.
“어떠신가요? 이 대단한 아이들을… 큰 뜻을 위해 사용하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