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204)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204화(20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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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큰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지역 소멸 문제.
사람들이 일을 찾아 도시로 떠나며 지방에 거주하는 인구가 줄어들고,
그 지역을 지키던 고령 인구들이 세상을 떠나며 지역 자체가 소멸하는 듯한 현상을 의미한다.
지역 소멸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은 물론이고,
이제는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도시에도 예외가 아닌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 소멸 현상을 반기고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삼으려는 이들이 있다.
현대 대한민국의 중심인 S시에서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간신히 수도권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작고 조용한 도시인 J시.
주민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이었던 지역에 몇 년 전부터 거대한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하고,
공장은 밤낮으로 쉬지 않고 연기를 내뿜으며 생산 활동에 전념했다.
주민들은 단지 땅값이 저렴하니 그걸 이점으로 삼아 공장을 세웠을 거라고만 생각하고,
어차피 얼마 남지도 않은 생을 조용히 보내다 갈 생각이었기에 그들에게 문제삼으려 하지 않았다.
그 공장 안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그건 오히려 그 공장의 주인이 너무나도 원하는 일이었다.
“이 지긋지긋한 촌동네를 벗어나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네.”
겉으로는 평범한 제조 공장처럼 보이는 그 공장 안으로 들어가면,
그 겉모습에는 어울리지 않는 미래 지향적인 첨단 장비들이 즐비해 있다.
더욱 놀라운 건 그 첨단 장비들 안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 있고,
그들에게 무언가 알 수 없는 공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끔찍한 생체 실험이 밤낮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이 공장의 주인은 다름 아닌 카이저.
과거 다크 나이츠의 전 총수이자 현재는 자신이 설립한 쉐도우 컴퍼니의 사장이다.
“총괄이사와 임원진은 어떻게 됐지?”
잔혹한 생체 실험 현장을 웃으며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옆엔,
이제는 채령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가 서 있다.
“사장님께서 명령하셨던 대로 전부 감정과 의식을 적출해 보관 중입니다.”
카이저의 질문에 답한 그녀는 분명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의사나 감정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다.
“전부 낡아 빠진 인간들이라 쓸모가 없으니…,
녀석들은 전부 개조 인간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도록.”
“알겠습니다.”
카이저가 ‘개조 인간’이라고 언급한 것들이 바로 이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
죄수나 범죄자부터 평범한 시민들까지 가리지 않고 공장으로 납치한 뒤,
그들에게 특수한 약물과 마이크로 칩을 삽입하는 공정을 거친다.
그 공정을 거친 이들은 기괴할 정도로 이형적이고 파괴적인 모습으로 변해버리고,
인간을 아득히 상회하는 힘과 재생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감정이나 자의식은 마이크로 칩에 의해 사라지게 되고,
그들의 주인인 카이저의 명령에만 충실한 인간 병기가 되어버린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개조 인간의 개체 수가 어느 정도지?”
“이번 생산 라인까지의 공정을 포함하여 약 4천 개체입니다.”
“이전보다 생산 효율이 좋아졌으니… 생산 라인을 더 늘리도록.”
“알겠습니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공장 중심에 있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카이저.
그녀의 비서로 보이는 무감정한 여성과 함께 공장의 상층으로 이동한다.
“후후…♥ 아주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야…♥”
수많은 개조 인간의 생산 라인이 움직이고 있는 공장 하층과는 달리,
상층에는 생산 라인 대신 거대한 실린더 몇 대만 놓여 있다.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거대한 실린더 안에 든 건 역시나 사람.
그들은 하층의 개조 인간들과는 달리 이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좀 더 특별하고 섬세한 과정을 거쳐 카이저의 병기가 된 이들이다.
따라서 개조 인간들처럼 신체가 기괴하게 변하지 않았고,
병기로 개조되기 이전의 신체 형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연합을 완전히 점령하고 나면… 빈 실린더 안에 들어갈 녀석들이 차고 넘치겠지.”
이능력자는 평범한 시민들에 비해 포획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기 때문에,
수천 명을 대상으로 개조 실험을 감행한 카이저조차도 단 두 명 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처음엔 저항이 거셌지. 아주 짐승 같은 녀석이었으니까.”
실린더 안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두 명의 실험체 중,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 실험체에 인사를 건네는 카이저.
그 실험체는 과거 카이저가 창설했던 빌런 조직의 고위 간부 중 한 명이자,
사슬을 조종하는 이능력자인 ‘크레이지 체인’.
불과 몇 달 전, 그녀는 A급 히어로 ‘펀치 레이디’를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리고,
자신의 피학적인 욕망을 풀어내기 위한 장난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말로 설명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가혹한 학대를 견디지 못한 히어로가 사망하자,
그녀는 또 다른 장난감을 찾기 위해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그 모습이 다크 나이츠를 버리고 새로운 조직을 세워 암약하고 있던 카이저의 눈에 띄었고,
그녀의 이능력에 의해 제압된 크레이지 체인은 실험체가 되고 말았다.
“하마터면… 사슬에 내 손이 갈기갈기 찢겨나갈 뻔했었지.
뭐… 다시 눈을 떴을 땐 내 명령에 복종하는 병기가 되어 있겠지만.”
A급 히어로는 물론 카이저조차 위험을 감수해야 했을 정도로 상당한 강자.
카이저에 의해 개조를 받은 지금은 더욱 강력해졌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녀석보다도 더 훌륭한 걸작이 여기에 있지… 후후후…♥”
광기를 넘어 애정을 느끼고 있는 듯한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
카이저는 음침하게 웃으며 크레이지 체인의 바로 옆에 위치한 실린더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몇몇 히어로 녀석들은… 아마
이 얼굴
을 보면 깜짝 놀라겠지… 키히힛…!”
과거 ‘키네틱 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A급 히어로이자,
산뜻한 푸른 빛이 살며시 감돌고 있는 은빛 머리카락이 매력적인 여성.
분명 7년 전 빌런 조직 소탕 작전에서 큰 부상을 입고 사망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지만,
사실 죽지 않고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
당시 카이저는 다크 나이츠를 창설한 이후 은밀하게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던 시기였고,
강력한 이능력을 가진 실험체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죽기 직전에 이르렀던 그녀에게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실험에 임하라는 제안을 했고,
은빛 머리카락의 여성은 기꺼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무능력자가 아닌 이능력자를 대상으로 하는 개조 실험의 첫 실험체가 되었고,
성공적인 실험을 거친 그녀는 이전보다도 훨씬 강력하게 이능력을 출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치료하고 강한 힘까지 만들어 준 카이저에게 고마움을 표했지만,
카이저의 진짜 목적은 단순히 그에 그치지 않았다.
카이저는 그녀의 신체의 재생력과 이능력의 출력이 대폭 강화되었음을 확인하자,
개조 인간에게 사용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마이크로 칩을 삽입해 넣었다.
칩이 삽입된 이후 곧 그녀는 마치 안드로이드처럼 감정과 의사를 잃어버렸고,
카이저의 명령에만 몸을 움직이는 생체 병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 아이들도 완벽하게 준비를 마쳤으니… 이제 기다릴 필요도 없겠지.”
자신이 만들어 낸 잔혹한 걸작을 감상한 카이저는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 우우우웅…
공장 하층이 아닌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기계 장치가 아닌 고급스러운 가구로 가득 찬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따뜻한 우유 한 잔 가져다줄래? 영 피곤해서 말이지.”
카이저는 가죽으로 된 새까만 소파 위에 앉아 비서에게 우유를 가져오라 명령하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액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집을 떠나고 나서… 언니 얼굴을 못 본 게 몇 년째네.”
액자 안에 담겨 있는 건 한 장의 평범한 가족사진.
큰 체격과 건장한 인상의 아버지와 상냥하게 미소 짓고 있는 어머니의 옆,
어린 시절의 카이저와 그녀의 언니가 서로를 껴안고 있다.
“하나 같이… 바보 같은 미소만 짓고 있네.”
가족들의 행복했던 모습이 담긴 사진은 누구에게나 미소를 짓게 만들지만,
카이저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인간의 감정과 사고가 진보를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을 만들게 한 것이 가족이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이 떠올라 자꾸만 망설이게 했으니까.
“이젠 필요 없겠지. 이미 다 망가져 버린 추억일 뿐이니까.”
카이저는 액자 안에 들어 있던 사진을 꺼내더니,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던 라이터를 켜 사진에 불을 붙였다.
개조 인간으로 만들 실험체에게서 감정과 사고를 빼앗아버렸던 것처럼,
스스로를 망설이게 만드는 과거를 지우려는 행동이다.
불이 붙은 사진은 빠른 속도로 깔끔하게 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까만 잿가루가 되어 버렸다.
“금방 만나러 갈게. 수아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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