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22)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22화(2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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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각인이 다음 단계로 진화하기 위한 조건이 있는 건가…?’
분명 1단계에서 2단계로 각인을 진화시켰을 때에는 아무런 조건을 요구하지 않았다.
단지 잠식도가 100%를 달성하기만 하면 가능했던 일이다.
커럽션 시스템은 시윤의 고민이 깊어질 때쯤,
도화의 상태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놓았다.
마치 그가 처음 이 이능력을 얻고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을 때와 유사했다.
[ 명령 : ‘인식 개변’은 대상의 심층 심리와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 또한, 2단계 각인이 최종 단계인 3단계로 진화하는 과정에서는 특수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 [ 대상의 2단계 각인 잠식도가 100%를 달성할 경우,대상에게 적용되어 있는 모든 명령이 자동으로 해제됩니다. ]
2단계인 각인의 잠식도가 100%를 달성할 경우 모든 명령이 자동으로 해제된다는 내용.
즉, 신체 조종이나 인식 개변을 적용하기 이전으로 되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명령이 해제된다니?”
시윤은 숨겨져 있던 다음 진화 조건을 보고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모든 명령이 해제된 상태의 대상에게서 굴복 선언을 받아 낼 경우,조건이 충족되어 최종 진화 단계에 다다르게 됩니다. ]
모든 명령이 해제된 상태의 대상에게서 굴복 선언을 받아 내어야 한다는 내용.
지우의 도움을 받아 도화를 무력화하는 정도는 가능할지 몰라도,
굴복 선언을 받아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 우당탕탕!!
“무슨 소리야?!”
최종 진화를 위해 거쳐야만 하는 고난이도의 조건에 이마를 탁 치던 시윤.
그의 뒤에서 거칠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언니?”
“이 쓰레기 자식….”
손잡이가 부서진 문 앞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서 있는 도화.
커럽션 시스템의 안내 내용 그대로,
모든 명령이 해제된 그녀가 자아를 되찾고 시윤의 앞에 선 것이다.
“어째서인지는 몰라도…다 기억났어. 네 녀석이 나에게 시킨 그 모든 일이.”
처음 히어로 이그니션으로서 다크 나이츠의 소탕 작전에서 그와 마주쳤던 일부터,
의문의 이능력으로 그에게 무참히 범해졌던 일.
마치 홀린 듯이 그의 말에 복종하며 온갖 성적인 일을 감내하고,
히어로 연합의 정보도 모자라 자신의 룸메이트 동생까지 바쳤던 일까지.
온갖 명령에서 해방된 도화의 기억 속에 온전히 남아 감돌고 있었다.
“가만두지 않겠어.”
수컷을 향한 아양과 교태로 가득했던 암컷 노예의 눈빛은 사라진 채,
수치심과 굴욕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 그녀의 눈빛.
아직 불씨 하나 피워내지 않았음에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의 분노였다.
– 슈우우우우우ㅡ!!!
뜨거운 사막처럼 아지랑이가 피어날 정도의 오오라를 풍기던 도화의 손에서,
시윤을 향한 분노가 담긴 불꽃이 쏘아져 나갔다.
–
치이이이이익…
“으아아아앗?! 으아아아악!”
시윤은 무방비 상태에서 자신을 향해 발사된 불꽃 덩어리에 반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불꽃을 몸 곳곳으로 받아 냈다.
“크으으윽…! 어… 어깨가….”
피를 쏟아 내거나 기절할 정도의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오른쪽 어깨 부분과 왼쪽 허벅지에 큰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일어나는 것도, 팔을 휘두르는 것도 고통스러울 거야.”
그녀는 빌런을 상대할 때의 자신감 넘치고 경쾌하던 히어로 이그니션의 모습이 아니었다.
쳐다보기만 해도 타오를 것만 같은 눈빛과는 반대로,
처절한 복수의 대상에게 앞으로의 징벌 내용을 읊는 듯한 차분하고 조용한 말투.
그녀의 진심이 담긴 분노가 차올랐다는 걸 보여주는
게다가 자칫 흥분하여 날뛰면 이 아지트와 저 빌어먹을 남자 뿐 아니라,
지우를 포함한 무고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 또한 인식 개변이 해제되기 이전의 그녀라면 하지 않았을 생각.
도화는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 채로,
차분하게 시윤을 향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으으윽…! 명령이… 명령이 안 통하는데…”
시윤은 다리와 어깨의 타오르는 고통을 감내하며 어떻게든 다시 명령을 걸어보려 했지만,
명령이 해제된 것도 모자라 다시 거는 것까지 불가능했다.
즉, 폭발 직전으로 격노하고 있는 상태의 도화를 제압하여 굴복시켜야 했다.
– 두두두두두두두ㅡ!!
“지… 지우야…? 네가 어떻게….”
어깨를 붙잡은 채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시윤의 뒤에서 총 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언니라도… 주인님을 공격하는 건 용서할 수 없어.”
AOS 게임 ‘워 오브 챔피언즈’에서 평소 자신이 애용하는 캐릭터의 쌍권총을 든 지우.
지우는 소중한 주인인 시윤을 공격한 도화를 향해 위협 사격을 가한 것이다.
“넌 지금 속고 있는 거야! 저 녀석에게서 떨어지라고!”
“무슨 소리야? 난 도미네이터 님의 메이드. 주인님을 지킬 의무가 있어.”
분명 사악한 빌런이나 괴인을 향했어야 할 총구는 도화를 향해 있었고,
도화는 그런 지우를 보며 복잡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나 때문이야… 내가 저 녀석에게 조종 당하는 바람에 지우까지…!’
시윤의 이능력에 조종 당한 자신 때문에 지우까지 변해 버렸다는 죄책감.
그 죄책감 때문에 도화는 차마 지우를 공격할 수 없었다.
“후우… 그래.”
“어… 어떻게 일어난 거지?”
일어나기는 커녕 팔도 휘두르지 못할 것이라는 도화의 말과는 달리,
시윤은 그 고통을 감내하며 잠시 망설이던 도화의 앞에 섰다.
“지우는… 나, 도미네이터의 메이드야.
그리고 넌 내 성처리 노예이자… 유토피아의 스파이 빌런이지.”
시윤을 공격했던 도화가 간과하고 있던 것이 하나가 있다.
빌런 도미네이터가 되기 이전의 그는 다크 나이츠의 베테랑 전투원 505호.
온갖 강력한 이능력을 지닌 히어로들과의 전투에서 몇 번이고 살아남은,
질기디질긴 생명력과 강인한 신체를 가진 것이 그.
도화가 발사한 불꽃은 일반적인 성인 남성의 신체로는 견디기 어렵겠지만,
탈 인간 급의 신체 내구성을 지닌 시윤에게는 견디는 게 가능한 수준이었다.
지우를 포함한 다른 곳까지 피해가 갈 지도 모른다는 안일한 배려심.
팔과 다리를 못 쓰게 만들었으니 제압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는 방심.
처음부터 강력한 일격을 퍼붓지 않은 도화의 실책이었다.
– 슈우우우우ㅡ!!
“크으으으윽…!”
– 치이이이이이익… 쾅!!!
방금 전의 불꽃보다도 훨씬 강력하고 빠른 불꽃을 쏘아냈지만,
흐트러진 집중력 탓에 시윤의 왼쪽 팔을 스치고 지나가 너머의 벽에 부딪혀 폭발했다.
“A급 히어로가… 겨우 그 정도야?”
‘젠장… 저 자식은 뭐가 저렇게 튼튼한 거지…? 괴인도 아니고…!’
아무리 아슬아슬하게 옆을 스쳐 지나간 불덩이라고 하더라도,
스친 것 자체로도 그대로 살이 녹아내릴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정도였다.
스쳐 지나간 불덩이가 시윤의 팔을 스쳐 지나간 뒤 벽에서 엄청난 폭발음을 냈으니 말이다.
그러나 시윤은 괴물 같은 단단함과 고통을 감내하는 정신력을 바탕으로,
성큼성큼 도화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젠장… 어쩔 수 없나? 건물이 무너질 지도 모르는데….’
그녀가 주력 수단은 불덩이를 발사하는 것과 더불어,
불꽃의 추진력으로 강력한 힘과 스피드로 밀어붙이는 타격 공격.
그다지 넓지도 않고 곳곳에 기둥이 박혀 있는 아지트 내부에서 그 공격을 사용했다가는,
건물이 무너지면서 그녀가 우려 했던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거기까지야, 도화 언니.”
“어엇?!”
아지트가 위치하고 있는 건물의 붕괴를 감수하면서라도,
시윤을 우선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발에 불꽃을 두르려던 그때.
지우는 도화의 생각을 눈치 채고 빠르게 달려들어 팔을 꽉 붙잡더니,
도화가 달려 나가지 못하도록 잡아 끌었다.
도화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가 잦았던 지우는 그녀의 전투 방식을 잘 알고 있었고,
취하는 자세만 보아도 무슨 공격을 할 지 예측할 수 있었다.
“이거… 놔아…!”
분명 지우와 도화 사이에는 눈에 보일 정도의 엄연한 체급 차이가 존재했지만,
잠깐의 순간이라도 붙잡을 수 있다면 시윤이 접근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제… 제발 정신 차려! 지우야!!!”
“아니? 정신 차려야 하는 건 도화 언니야.
언니도… 나처럼 도미네이터 님의 충실한 암컷 노예잖아?”
주인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광기 어린 눈빛.
지우의 그 눈빛은 며칠 전 지우를 이곳으로 데려오고는,
시윤에게 칭찬해 달라며 교태를 부리던 도화 자신의 눈과 같았다.
– 턱!
“꺄아아아앗?!”
“후우… 뜨거워서 죽는 줄 알았잖아.”
자신이 배신했던 동료이자 동생에 의해 팔을 묶여 버린 채,
시윤에게 결국 목과 어깨를 붙잡히고 말았다.
“며칠 전에는 내 정액을 탐해 놓고선 잘못 했다고 바로 싹싹 빌더니…
아무래도 내가 암컷 교육을 잘못 시킨 게 아닌가 싶네.”
“끄으으윽… 케흐윽!”
숨이 막힐 정도로 목을 꽉 조여지고,
양팔을 꽉 붙잡힌 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
‘이런 괴물 같은 녀석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신체와 정신 양쪽 모두 조종당하고 있지도 않은 데다,
이능력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도화는 시윤을 쓰러트리지 못했다.
“굴복시키면 된다고 했었지. 분명.”
두꺼운 혈관이 울퉁불퉁하게 돋아난 팔의 완력 앞에서,
힘 없이 팔과 목을 봉쇄당한 도화는 그저 힘 없는 한 마리의 사냥감일 뿐.
‘정점에 선 수컷으로서 그 사냥감에게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을 각인을 새긴다.’
…그 일념으로, 그는 도화가 입고 있던 히어로 슈트를 찢어 발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