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24)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24화(2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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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연합 소속의 A급 히어로 ‘이그니션’.
본명 윤도화.
넉넉하지는 않은 가정 형편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세가 기울었다거나 하지는 않았던 평범한 가정.
도화는 그 가정에서 넘치는 부모의 사랑 속에 자라난 소녀였다.
태어날 때부터 이능력을 가지고 있던 모태 이능력자는 아니었지만,
뉴스나 기사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의 정의로운 모습을 보며 내심 동경하기도 했던 그녀.
공부에는 영 소질이 없었지만 명랑하고 좋은 성격으로 인기가 많았다.
‘태양 아래의 해바라기처럼 밝고 곧은 아이.’
학창 시절 학교 선생들과 친구들은 그녀를 이렇게 나타내고는 했다.
특출난 재능을 가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유복한 가정은 아니었지만,
언제까지나 즐겁고 행복한 환경 속에서 살아갈 것만 같았다.
가정의 든든한 대들보였던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도화가 고등학교 생활 두 번째의 여름 방학을 맞이하고,
주황색 머리카락처럼 그 어느 날보다도 화사한 햇빛이 내리쬐던 도화의 생일.
딸이 좋아할 선물을 준비했다며 문자를 보내던 아버지를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울리기 시작한 한 통의 전화.
아버지가 위독하다며 빨리 병원으로 와야 한다는 병원 관계자의 전화였다.
“아빠… 아빠!!!!”
충격에 주저앉을 새도 없이 친구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다급하게 달려가 본 아버지의 모습은 만신창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으스러진 몸에,
급박함을 알리는 의사들의 바쁜 움직임과 점점 빨라지는 심박음 체크 기계 소리.
마지막으로 딸의 얼굴이라도 보고 가야 한다.
내 소중한 딸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가고 싶다.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숨을 붙잡고 있던 그녀의 아버지.
도화를 보자 기적처럼 일어나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녀는 너무나도 큰 슬픔에 빠졌다.
늘 딸에게 다정하고 바다처럼 한없이 너그러웠던 아빠가,
항상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했던 아빠가 갑자기 떠났다.
마치 몸의 절반이 잘려 나간 듯한 격렬한 슬픔.
그러나 세상은 그녀가 슬퍼할 겨를을 주지 않았다.
집안의 가장이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가세는 급격하게 기울었고,
상냥하고 다정했던 어머니는 그녀보다도 더 큰 슬픔에 집에 틀어박혀 버렸다.
“도화야… 이런 나약한 엄마라서 너무 미안해…?”
그녀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늘 소주를 꼴깍꼴깍 들이키며,
반쯤 인사불성이 된 상태로 미안하다는 말만 중얼거리는 엄마.
기울어진 가세에도 도움의 손길 하나 주지 않는 냉정한 양가 친척들.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그녀에게서 사이가 멀어져 버린 친구들까지.
항상 밝고 즐거웠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반전되어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자신과 어울리지 않으려 하는 친구들?
어찌저찌 참아가며 학교만 잘 졸업한다면 참아낼 수 있었다.
도움의 손길 따위 내밀지 않고 모른 체 하는 친척들?
애초부터 없던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늘 술에 절여진 채로 돈 한 푼 벌지 못하고,
무력하게 우울감에 좌절하고만 있는 엄마와 기울고 있는 집이 문제였다.
집 곳곳에 붙기 시작한 빨간색 딱지.
전화와 우편으로 날아오는 각종 요금 내역서와 고지서들.
아버지를 잃은 슬픔도 슬픔이었지만,
그 슬픔을 이겨 내는 것조차 버겁게 하는 ‘돈’.
도화는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어머니를 대신하여,
학교를 자퇴하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
손에 물 한 번 묻혀보지 않았던 그녀의 손에 쥐어지는 고깃집 불판.
늘 칭찬과 다정한 말이 들렸던 그녀의 귀에 들리는 욕설과 고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그녀에게 이능력이 발현된 건,
바로 아버지의 사후 정확히 33일이 지난 날이었다.
도화에게 발현된 이능력은 ‘발화’ 능력.
그녀가 이능력을 발현한 후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난 소동으로 퍼진 소식을 통해,
이튿날 곧바로 히어로 연합에서 그녀에게 스카우트 제의가 올 정도였다.
“도화 양의 집안 상황이 많이 어렵다는 점. 저희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히어로 활동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일이지만… 그만큼 큰 보상이 따르게 되죠.”
큰 보상이 따를 것이라는 말.
‘돈’이라는 개념이 아직 정확하게 박히지 않은 그녀에게도,
그 보상이 곧 큰 돈이라는 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히어로 연합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들이고,
이능력 제어와 신체 능력 강화를 포함한 수많은 훈련을 거치며 스무 살이 된 그녀.
목숨이 오가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 빌런을 무찌르고,
탁월한 이능력과 그에 걸맞은 재능으로 불과 23세에 A급 히어로가 되었다.
A급 히어로라는 최고의 명성과 수많은 보상으로서 돈을 벌었지만,
슬픔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을 구하며 수많은 찬사와 환호를 받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싫은 소리를 듣고 비난 섞인 음해를 받는 일이 많았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히어로가 되어 돈과 명예를 얻었지만,
늘 주위에 있던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어 버렸다.
그런 그녀에게 이제 삶의 이유는 단 하나.
사람들에게서 들려오는 칭찬과 환호는 그녀가 소중하게 여겼던 것과 가장 닮아 있었다.
한 번이라도 더 칭찬을 듣고 싶어서.
한 번이라도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마치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채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처럼,
발랄하고 상큼했던 히어로의 진짜 모습은 위태로움 그 자체였다.
***
어둡다.
너무나도 어두워.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저기요! 아무도 없어요?”
아무리 외쳐 봐도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분명 꼭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었던 것만 같은데.
– 또각… 또각… 또각…
내 간절한 외침을 듣기라도 한 건지,
누군가가 저 멀리서 구두를 신고 있는 듯 또각거리며 걷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누구세요? 제 말 들리시나요?”
– 또각… 또각… 또각…
아무런 대답도 없이 또각거리는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만 가고,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어둠 속에서 반복되는 소리는 온몸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몇 초가 지나 마침내.
구둣발 소리의 주인공이 내 앞에 정체를 드러냈다.
“안녕? 반가워.”
“어… 어라?”
내 눈앞에 보이는 저건 분명 내 모습이다.
저 주황색 머리카락과 눈동자.
그리고 깔끔하게 뒤로 묶고 있는 저 머리를 보면 내가 맞다.
그런데… 어딘가 내가 아닌 것만 같은 느낌을 풍긴다.
마치 판타지 세상에 나오는 서큐버스라도 되는 것처럼,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요사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게다가 입고 있는 저… 옷이라고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는 저 복장도 그렇다.
가슴의 민감한 부분과 사타구니만을 아슬아슬하게 가리면서도,
검은색 라텍스 재질이 꽉 조이는 천박한 의상.
그렇고 그런 만화나 동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이 입을 것 같아 보인다.
심지어… 근육이 잘 붙은 내 몸과는 달리 좀 더 풍만하고,
가슴이나 엉덩이도 좀 더 많이 커진 것 같은 모습이다.
“나… 난 저렇게 천박한 옷도 안 입고… 저런 몸도 아닌데…?”
“응? 무슨 소리야. 난 지금의 네 모습인걸?”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뇌쇄적인 향기와 분위기를 풍기더니,
대뜸 내 얼굴을 두 손가락으로 잡아 만지작거린다.
“모든 걸 잃고 갑자기 세상에 내던져졌을 때… 어떤 기분이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19살, 내 생일이고… 네 생일이던 날. 기억나지?”
“그… 그건…”
아무리 잊으려 해도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날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부정적으로 변한 날이니까.
“정말 고생 많았어. 도화야.”
“어… 어?”
나를 너무나도 닮았으면서도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여자는,
손을 놓고는 그 풍만한 몸으로 나를 꽉 껴안았다.
“이제 억지로 사람들을 도우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힘들다는 걸 숨기지 않아도 되고… 네 욕망대로만 살아가면 되는 거야.”
“내 욕망…? 난… 욕망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은데…?”
“그 누구보다도 우월하고… 그 누구보다도 강인한 힘을 가진 그 분께…
끝없는 사랑과 포상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 넌 위대하신 그 분께 사랑을 듬뿍 받아서…
지금의 나와 같은 모습이 된 거야♥”
맞아… 분명….
난 그분을 위해 무엇이든지 하는 변태 성처리 노예였는데…♥
“이젠… 그 어떤 것도 의지하지 않아도 괜찮아.
오직 도미네이터 님을 위한 봉사와 사랑이… 너를 꽉 채워줄 테니까♥”
여태껏 모든 걸 잃어 버리면서까지 이런 삶을 살아왔던 건,
나의 주인이 되실 그 분과 만나기 위함이었다.
세상 그 어느 누구의 것보다도 거대하고 우월한 그 자지로…♥
배가 터질 때까지 정액을 꽉꽉 주입 받으면서…♥
어둠 속을 헤매이고 있던 나를 구원해주셨지…♥
모든 것이 기억 났어…♥
“으응…♥ 네 진정한 모습을 깨우쳤구나…?
네가 모든 걸 떠올린 그 순간… 넌 그분의 종복으로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거야.
그럼 어서… 눈을 뜨고 그분을 맞이하도록 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