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28)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28화(28/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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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던 전투대 지휘관… 고위급 간부들 정보까지 다 있잖아?”
수십 장은 될 법한 프레젠테이션 파일에 정리된 정보의 양과 범위는 상당했다.
시윤이 전투원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전투대 지휘관부터,
그가 몇 번 보지도 못한 고위급 간부들의 신상 정보까지 담겨 있었다.
“간부들마다 조사 범위가 제각각이기는 한데…,
최근에 찍힌 사진까지 있는 간부도 있네.”
이름이나 나이, 성별과 같은 기본적인 인적 사항은 물론,
자세히 파악된 경우에는 이능력에 대한 분석이나 최근 촬영된 사진까지 있었다.
“내가 조직에 있을 때 본 적도 없는 간부들 정보까지 있는데.
이런 고급스러운 정보를 어디서 받아 온 거야?”
“연합 지원과 과장에게 한 가지 특수 임무를 받았어요.”
“특수 임무?”
“다크 나이츠의 핵심 간부들을 아직 한 명도 체포하지 못한 모양이에요.
그래서 다른 히어로들과 저에게 그들을 조사하고 제압하라는 임무를 맡겼어요.”
시윤은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전투원들과 하급 간부들은 조직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을 때,
고위 간부들과 총수는 미리 알기라도 한 건지 전부 도망쳐 버렸던 그 일.
그가 지원을 요청하고자 숨을 헉헉거리며 사령실까지 왔을 때,
값비싼 물건들이 곳곳에 나뒹군 채 아무도 없었던 그 일.
“비겁한 새끼들. 난 하마터면 뒤질 뻔했는데.”
아지트와 수천 명의 조직원을 버리고 도망친 비겁한 간부들의 얼굴을 보며,
시윤은 영 기분이 좋지 않은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내가 알고 있는 다크 나이츠 구성이라면… 얼추 저 인원들이 맞긴 하겠네.
특히 저 넷. ‘4기사’라고 불리는 녀석들 말이지.”
다크 나이츠의 구성 조직도는 매우 간편했다.
카이저 총수와 함께 조직을 이끄는 일명 ‘4기사’라는 이름의 고위급 간부가 사령부를 담당하고,
그 밑에 수십 명 단위의 전투 부대 수십 개와 부대 하나를 이끄는 지휘관이 한 명 존재하는 방식.
이 외에도 조직 운영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원들과 간부들도 존재했으나,
그들 또한 명목상으로는 ‘특수 전투원’에 속해 있었다.
시윤은 특히 조직의 핵심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는 총수 직속 간부,
‘4기사’의 정보에 대하여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저 인상 더러운 새끼는 몇 번 본 적 있는데. 우리 부대 직속 상관이라서.”
미역처럼 길고 너덜너덜한 긴 머리카락과 창백한 얼굴,
그리고 길고 크지만 이상할 정도로 근육이 적은 기묘한 체형을 가진 남자.
조직 내에서는 ‘엑스큐셔너’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그 남자의 기분 나쁜 생김새는 시윤의 기억에도 생생하게 남은 인물이었다.
“본명 박규한… 34세 남성. 목격했다는 기록이 꽤 많아요.”
“안 그래도 엄청 눈에 띄게 생겼거든. 아무리 가리고 다녀도 알 사람은 다 알아.”
박규한이라는 본명을 가진 남자는 최근 목격 기록과 갱신된 정보량이 가장 많았다.
2미터를 훌쩍 넘기는 큰 신장도 매우 눈에 띄지만,
시체에 가까울 정도로 창백한 피부와 기형적인 신체 특징을 가진 탓이다.
“신체에서 날붙이를 만들어 휘두르는 이능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됨… 이라고 하네요.”
“히어로 연합 측에서도 특히 위험 인물로 간주하는 모양이네.”
목록에 있는 고위 간부 중 유일한 남성 빌런이면서도,
가장 폭력적인 파괴 성향을 가졌다는 리포트의 내용.
실제로 A급 히어로 여럿과 상대하여 큰 피해를 입히고 살아남았다는 기록도 있었다.
보통의 빌런은 제압하여 재사회화를 거치거나 수감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위험도가 높은 빌런은 제압이 아닌 ‘제거’를 목표로 두기도 한다.
따라서 엑스큐셔너는 제압이 아닌 ‘제거’하는 것이 연합 측의 목표였다.
“일단 이 녀석은 후순위로 두는 게 좋을 거 같군.”
“네.”
시윤의 이능력은 어디까지나 ‘여성’에게만 적용 가능한 이능력.
게다가 그는 연합에서도 제거를 목표로 할 정도로 매우 폭력적이고 위험한 인물이다.
“크레이지 체인… 트릭스터… 파이어크래커. 나머지는 다 여성 빌런들이네?”
“네.”
전체 세계 인구 중 이능력을 가진 이능력자의 비율은 약 5% 정도로 추정되며,
그중 70% 이상이 여성일 정도로 그 비율이 높다.
따라서 히어로 연합 소속의 히어로들도 성비가 7 : 3 정도이며,
여태껏 파악된 빌런들의 정보를 통계로 내었을 때도 유사한 결과가 있었다.
특히 빌런 조직의 경우전투원들은 대부분 체격 좋은 남성들이지만,
간부급 빌런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다크 나이츠 또한 유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트릭스터 말고는 크레이지 체인이나 파이어크래커 두 녀석은 처음 보는 녀석들인데.”
시윤이 다크 나이츠에서 오래 활동한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일반 전투원이었던 탓에 그조차 기억하는 정보가 많지는 않았다.
따라서 그의 고위급 간부들에 대한 기억은 정확하지 않을 확률이 높고,
그가 모르는 사이에 변동 사항이 있을 수도 있었다.
“크레이지 체인. 본명이나 연령은 불명인 거 같고… 사슬을 다루는 이능력이라.”
사진 자료나 인적 사항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빌런 ‘크레이지 체인’.
‘여성’ 빌런이며 ‘사슬을 다루는 이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말고는,
연합에서도 정보를 그다지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다만 그녀가 지나간 곳에는 항상 키스 마크가 남겨져 있었다는 이야기와,
그녀에게 당한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남긴 몽타주가 기재되어 있었다.
“아. 설마 그 녀석인가?”
“왜? 본 적 있어?”
지우는 시윤의 옆에 앉아 크레이지 체인에 대한 정보를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 이야기를 꺼냈다.
“작년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B시에서 한 번 봤던 거 같은데?
키스 마크는 잘 모르겠고… 몽타주랑 사슬이라는 거 보고 알았어요.”
S시의 바로 서쪽에 위치한 B시에 투입된 작년의 작전에서,
크레이지 체인을 목격한 적이 있다는 지우의 말.
“혹시 더 기억하고 있는 거 없어? 같이 작전 나갔던 히어로라거나.
아니면 다른 특징 같은 거.”
“저 혼자 나갔던 거라 다른 히어로들은 아마 기억하고 있는 게 없을 거에요.
게다가 그때는 제압도 못하고 그냥 도망을 가 버려서…”
아쉽게도 지우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정보는 그다지 없는 듯했다.
“아! 근데… 목소리가 엄청 허스키했던 거 같아요. 진짜 특이할 정도로.”
“목소리가 허스키했다고?”
지우는 ‘목소리’라는 꽤나 특정 가능할 정보를 기억 속에서 꺼내 놓았다.
“뭔가 흉내도 못 낼 거 같은 목소리였어요. 정말 특이했거든요.”
“그렇군… 오케이. 저 몽타주에 특이한 목소리라…”
몽타주와 특이한 목소리라는 좋은 단서는 찾아냈지만,
최근 목격이 되었다는 제보나 촬영된 사진은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파이어크래커… 이 녀석은 중국인이네.”
치렁치렁한 긴 녹발의 여성이 화려한 색깔의 치파오를 입고 활개를 치는 사진 몇 장.
빌런 ‘파이어크래커’는 이름 불명의 재한 중국인이라는 내용이 함께 게재되어 있다.
“물체를 만져서 폭탄으로 만드는 이능력… 이거 어디 만화에서 본 적 있는 거 같은데.”
상당히 기묘하기로 유명한 모 인기 만화에 등장했을 법한,
심플하면서도 강력한 능력을 가진 빌런이다.
리포트에 따르면 S시 시내에서 몇 번이고 파괴 활동을 벌여 왔으나,
너무나도 강력한 힘에 A급 히어로조차 버거워하며 체포하지 못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저 트릭스터라는 간부. 저 녀석도 몇 번 봤어.”
개성 있는 외모를 가진 타 간부들에 비해서 꽤나 무난하고 깔끔한 외모의 여성.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과 붉은 눈을 가진 성숙한 외모가 돋보이는 사진 몇 장과 함께,
본명인지는 알 수 없으나 채령이라는 이름을 가진 20대 여성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었다.
“볼 때마다 엄청 섹시하다고 생각했는데. 조직원들 사이에서도 인기 많았지.”
그녀를 본 전투원들 사이에서 팬클럽이 생겨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와 글래머러스한 체형을 모두 겸비한 그녀.
시윤 또한 그녀를 보며 심장이 두근거린 일이 여러 번 있었다.
“S시 외곽의 한 카페에… B시의 공항에… 어딜 이렇게 돌아다닌 거래?”
특이하게도 그녀에 관한 제보 내용과 목격담의 분량은 상당했는데,
이상할 정도로 짧은 기간 안에 정말 다양한 곳에서 목격담이 쏟아진 모양이었다.
심지어는 S시의 한 지하철역에서 발견된 뒤,
5분 후 B시의 공항 근처에서 목격되었다는 정보가 있을 정도였다.
해당 지하철역과 B시의 공항 사이의 거리는 약 60km.
이용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으로 최단 거리를 가더라도 50분 이상 소요되는 거리이다.
이 기묘한 행적 탓인지,
트릭스터에 관한 리포트 말단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능력은 아직 관측된 바가 없으나 제보 내용과 목격담에 따르면,
공간 이동 또는 변장, 혹은 분신을 만드는 등의 이능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됨.’
“총수에 관한 정보는… 아직 파악이 안 된 모양이에요.”
“나도 총수를 직접 만나서 대면을 해 본 적은 없어.
가끔 조직 행사가 있을 때나 실루엣으로만 봤지.”
수상할 정도로 조직원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꽁꽁 숨기며,
조직의 큰 행사에서도 실루엣만 드러낼 뿐.
대외적으로는 간부 ‘트릭스터’에게 맡기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시윤이 트릭스터의 얼굴을 잘 기억하는 이유 또한,
그녀가 대부분의 조직 행사에서 총수의 역할을 대신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윤은 잠시 트릭스터가 목격되었다는 수많은 장소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확실한 건… 트릭스터.
채령이라는 녀석을 먼저 찾아보는 거야.”
“저렇게나 많은 곳에서 발견되었다면…, 오히려 찾기 어렵지 않을까요?”
도화의 말처럼 ‘트릭스터’ 채령은 단기간에 수많은 장소에서 목격담이 존재했고,
분명 찾아내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 확실했다.
“목격된 장소나 시간대를 보면… 뭔가 보이는 게 있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