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29)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29화(29/117)
***
“목격된 장소나 시간대를 보면… 뭔가 보이는 게 있단 말이지.”
시윤은 뭔가 확신에 찬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파 너머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던 노트북을 활짝 열었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잠시 검색하더니,
지우와 도화에게 노트북 화면에 띄워진 지도 하나를 보여 주었다.
“7일 전 기준으로 목격된 장소는 S시 시내의 지하철역, B시에 위치한 공항이야.
그리고 6일 전 기준으로 목격된 장소는 그 지하철역 근처 햄버거 가게 앞, 그리고 공항 근처 주택가지.”
그는 지도 화면을 캡처하여 각각 띄워 놓고는,
‘트릭스터’ 채령이 목격되었다는 장소에 점을 찍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의 점을 이으면 이렇게 선이 되잖아.”
펜 도구를 이용하여 가장 가까운 점 사이를 이어 선을 긋자,
마치 나뭇가지가 자라듯 특정한 한 지점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져 나온 선 몇 개가 그려졌다.
“게임에서 지도에 이동 경로 그어 주는 것처럼 생겼어요.”
“지우한테는 그렇게도 보이겠네.”
포탈과 맵이 존재하는 형식의 RPG 게임의 맵과 유사하게 생긴 모습.
시윤은 그 선과 점 위에 날짜와 시간대를 적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지. 그 짧은 시간 안에 저렇게 먼 곳을 확확 다니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근데 목격된 곳들을 가까운 곳끼리 모아보면 일관성이 있어.”
현재 은신처로도 추정되는 S시 외곽의 어느 카페에서 가장 최초로 발견되었던 것을 시작으로,
각기 다른 세 방향으로 갈라져 나아가는 듯한 선의 방향.
“확실한 건 여기서 출발했다는 거겠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각자 다른 방향으로 퍼져 나가잖아.”
두 개의 선은 멀리까지 뻗어 나가고 있지만,
하나의 선은 S시 시내를 빙글빙글 돌고만 있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사람 한 명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목격되었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되잖아.
아무리 봐도 둘 중 하나야.
두 명 내지는 세 명 정도가 한 명의 모습으로 변장을 해서 다녔다던가,
아니면 리포트에 나온 내용처럼 분신을 만들어서 각각 다른 곳으로 보낸 거지.”
“오오…!”
꽤 그럴듯한 시윤의 추리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연합에서도 이렇게 찾아다니고 있을 거 같은데? 조사관 같은 거 보내서.”
“들은 바로는 꾸준히 제보를 받는 대로 파견은 보내고 있다고 했어요.”
추리나 수사법을 배운 적 없는 자신조차 가능한 추측을,
히어로 연합에서 해본 적 없을 거라는 건 큰 오만.
시윤은 이걸 생각해낸 자신이 조금은 기특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쭐해 하지는 않았다.
그들보다도 먼저 ‘트릭스터’ 채령에게 접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차피… 다른 녀석들은 단서도 적고 위험성이 너무 커.
아마 연합에서도 이 녀석을 우선 추적하려고 할 거야.”
***
S시 시내의 한 패스트푸드 가게 앞.
“안녕하세요!”
“딱 맞춰 오셨네요. 복장도 말씀 드린대로 잘 입고 오셨군요.”
A급 히어로 ‘이그니션’ 윤도화와 ‘아이스 퀸’ 설루미.
두 사람은 히어로 슈트 복장이 아닌 평범한 사복을 입은 채 시내 한복판에 모였다.
그녀들이 현장이 아닌 다른 곳에 모인 이유는 하나.
바로 연합에서 하달 받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함이다.
“전달 받은 정보를 모두 읽고 오셨다는 전제하에 임무를 시작하겠습니다.”
루미는 은빛 머리칼을 귀 너머로 넘기며 빌런들의 인상 착의가 담긴 사진을 가리켰다.
“정보가 없는 총수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간부급 빌런 중,
저희는 우선적으로 빌런 ‘트릭스터’를 우선 추적할 겁니다.”
“폭력성이 더 높은 다른 빌런들은 먼저 추적하지 않는 건가요?”
“최대한 빠르게 제압 가능한 빌런을 우선 추적하라는상부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폭력 성향이 짙고 파괴력이 높아 많은 피해가 우려되는 빌런이 아닌,
빨리 제압할 수 있는 빌런부터 우선 제압하라는 상부의 명령.
도화의 말처럼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히어로 연합이라면,
폭력성이 더 높은 빌런을 우선 제압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도화에게 상부의 명령을 전달한 루미라고 해서,
그 명령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상부의 명령은 따라야만 하는 것.
석연치 않은 명령이라도 일단은 수행하고 보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리고 ‘트릭스터’는 제가 직접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루미는 불과 며칠 전 ‘트릭스터’의 행방을 찾아다니던 중,
S시 외곽의 한 카페에서 그녀와 아주 유사한 외모를 가진 여성을 마주친 적이 있다.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여유로운 태도로 커피를 마시며,
카페의 여주인인 듯한 그녀와 대화까지 나누었던 루미.
당시의 명령은 빌런들을 제압하는 것이 아닌 은신처를 찾아내는 것이었고,
또한 그녀가 ‘트릭스터’라는 확신이 없었던 루미는 그녀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방금 단말을 통해 지도 한 장을 보내드렸습니다. 확인해 주세요.”
“네.”
도화는 루미의 단말기에서 전송된 파일을 열어 그 내용을 확인했다.
‘이건… 어제 주인님께서 그리신 지도 경로와 거의 비슷해.’
루미에게서 전송된 지도에는 이동 경로로 보이는 선이 그어져 있었고,
그 선은 어제 시윤이 그려 보여 주었던 것과 거의 유사했다.
“리포트의 내용과 정보를 통해 추정한 ‘트릭스터’의 이동 경로입니다.
저희는 오늘 서 있는 장소부터 저 선을 따라 그녀의 행적을 조사할 겁니다.”
루미가 가리킨 선은 S시 외곽을 따라 이어진 둥근 선.
두 사람은 그 선을 기준으로 빌런 ‘트릭스터’가 남긴 흔적을 따라 찾기 시작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아담한 크기의 차에 올라탄 두 사람.
운전석에 앉은 루미가 기어와 핸들을 움직여 시동을 걸었다.
– 부르르릉ㅡ
차량은 힘찬 엔진 소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트릭스터’를 마주쳤던 장소인 카페로 이동할 겁니다.
도착하기까지 10분 정도 소요되니, 미리 지도로 주변 길이나 건물 구조를 파악해주세요.”
마치 상관이 명령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는 루미의 태도.
도화는 그런 루미의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기가 무슨 내 상관도 아니고. 되게 딱딱하게 구네.’
그러나 도화가 딱히 루미를 향해 불만을 표출한다거나,
싫은 소리를 하지는 않았다.
현재 그녀가 루미와 함께 수행하고 있는 임무가 어그러진다면,
그녀가 임무를 수행하는 ‘진짜 목적’을 이행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 도화 : 주인님께서 예상하신 대로, 그 카페로 이동 중이에요. ]도화는 루미에게서 전달 받은 소집 장소부터 모든 대화 내용,
그리고 이동하고 있는 장소와 예상되는 시간까지 모두 시윤에게 전송하고 있었다.
[ 주인님♥ : 오케이. 대기하고 있을게. ]만약 도화와 루미가 다른 간부를 우선 추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시윤의 예측대로 두 사람은 트릭스터를 우선 추적하기로 된 상황.
가장 추적이 쉽고 빠를 트릭스터부터 찾을 거라는 그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해당 카페의 위치는 아지트와도 그다지 멀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예상대로였다면 금방 나올 수 있는 거리였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도화 홀로 아무렇지 않게 임무를 수행하며,
정보를 수집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10분을 약간 넘는 시간을 달려 도착한 S시 외곽의 카페.
“도착했습니다.”
카페는 아무렇지도 않게 불이 켜진 채 영업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검은 머리카락과 붉은 눈을 가진 여성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즉시 제 이능력으로 빙결시켜 제압할 겁니다.
이그니션 님께서는 매복하고 있을 수도 있는 적들을 먼저 찾아주세요.”
도화는 루미의 주문 내용에 따라 차량에서 먼저 내려 카페 주위를 자연스럽게 둘러보았다.
카페 주위에는 이따금 시민들이 지나다닐 뿐,
그녀의 눈에는 수상해 보이는 장치나 매복하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카페 옆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는 남녀 한 쌍을 제외하면.
[ 주인님♥ : 카페 근처 버스 정류장에 지우랑 앉아 있어. ] [ 도화 : 제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전화를 걸면 따라 들어 오세요. ]버스 정류장에 앉아 게임기를 만지고 있는 지우와 휴대폰을 보고 있는 시윤.
도화는 두 사람을 슬그머니 바라보며 문자를 보냈다.
그러고는 차창 너머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루미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안전하니 진입해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 띠링ㅡ
“어서 오세요.”
가게 문에 걸린 자그마한 종이 맑게 울리며 함께 들리는 손님을 맞는 목소리.
도화와 루미가 카운터가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허리 너머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과 새빨간 눈동자의 여성이 보였다.
‘확실히… 저 여자가 트릭스터인 것 같은데.’
도화가 여자의 얼굴을 보며 확인하려고 하던 그 찰나의 사이.
– 콰드드드드드드드득ㅡ!
가게 안에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소리와 함께,
트릭스터로 추정되는 여성은 순식간에 꽝꽝 언 거대한 얼음이 되어 있었다.
“제압 완료.”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꽝꽝 얼어 버린 채,
말 한마디는커녕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 빌런 ‘트릭스터’.
그녀는 루미의 이능력 ‘빙결’에 의해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정확하게는, 제압된 ‘것 처럼’ 보였다.
–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익ㅡ
“후후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