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30)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30화(30/117)
***
–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익ㅡ
“후후후후후….”
갑자기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가게 안에 매케한 연기가 퍼져나가고,
여성의 요사스러운 웃음소리가 어렴풋이 도화와 루미의 귓가에 스친다.
“케흑! 커흑!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크으윽…. 매복이었나?”
카페 안을 가득 채웠던 희멀건 연기는 창문과 입구를 통해 금세 빠져나가기 시작했지만,
유독성이 있는 연기인지 두 사람은 연신 기침을 쏟아냈다.
“분명… 반응도 못 할 정도로 빠르게 제압했다고 생각했는데.”
채령의 눈동자가 루미의 모습을 제대로 인식하기도 이전의 그 찰나.
루미는 그 찰나의 순간 빠르게 뻗어 나간 얼음 줄기가 그녀를 얼리는 것까지 분명 확인했다.
‘어떻게 된 거지.’
연기가 어느 정도 걷히고 시야가 어느 정도 돌아오고 나니,
분명 얼음 속에 갇혀 있었어야 할 채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예측했던 것 이능력 중에서도…
순간이동이 아닌 분신을 사용하는 이능력
이라는 건가.’
“케흑…! 지금이라도 빠르게 카페 밖으로 나가서 쫒아가야 해요!”
연기가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다시 걷히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몇십 초가량.
미리 준비된 차를 타고 도망친다고 해도 출발하지 못했을 시간이다.
도화는 기침을 계속하면서도 지금이라도 뒤쫓아가야 한다며,
재빠르게 카페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크흠… 괜찮습니다.”
그러나 루미는 밖으로 뛰어 나가려는 도화의 손목을 붙잡았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빨리 쫓아가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예상한 범위 내의 일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루미의 행동에 놀란 도화.
하지만 루미는 예상된 일이라며 손을 뿌리치려는 도화를 굳게 붙잡았다.
“이그니션 님께는 말씀 드리지 않았지만, 주변에 다른 요원들을 미리 배치해 두었습니다.
연기가 바깥까지 퍼져나갈 정도였으니… 아마 지금쯤이라면.”
루미는 며칠 전 카페를 방문했던 당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값을 지불할 때 히어로 연합의 심볼이 그려진 카드를 사용했다.
제보와 수집한 정보를 종합하여 이 카페가 다크 나이츠의 은신처라고 예상했고,
의도적으로 그녀를 떠보기 위해 카드를 내밀었던 것이다.
채령은 아무렇지 않은 반응으로 카드를 받아 결제를 진행했지만,
결제하기 전 그려진 심볼을 몇 초 동안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녀가 주먹을 내지르는 듯한 힘찬 히어로 연합의 심볼을 보았을 때,
붉게 빛나고 있던 상냥한 눈에서는 불쾌한 듯한 감정이 새어 나왔다.
위장 임무와 잠복 임무를 몇 번이고 수행하며 유사한 경험이 다수 있었기에,
그 감정을 확인한 그녀의 직감은 정답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 띠리링ㅡ!
“다행입니다. 요원들이 그녀를 붙잡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루미의 단말기에 울리는 알림음은 작전의 성공을 축하하는 듯,
연기가 깔끔하게 걷힌 카페 안에서 띠리링 하는 소리를 냈다.
“네. 알겠습니다. 카페 뒷편 골목.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사전에 카페 주변에 배치했던 요원에게 걸려 온 보고 전화를 듣고 난 뒤,
다시 단말기를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예상했던 이능력 중에서도… 그녀는 분신을 사용하는 이능력인 것 같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시는 거에요? 연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였잖아요.”
도화는 루미를 따라 카페 밖으로 빠르게 뛰어 나가면서도,
그녀에게 어떻게 채령이 분신 능력자라고 확신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아까 들렸던 그 웃음소리. 얼음이 있던 곳과 다른 방향입니다.
웃음소리가 들릴 때에도, 그 얼음 안에서는 분명 그녀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였습니다.”
짧고 간단한 설명이었지만 바로 이해가 가능한 논리를 제시하는 루미.
도화는 바로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입니다! 히어로 님!”
카페 뒤편과 다른 건물 사이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검은 양복의 사나이들.
그리고 그 안에는 그 검은 양복의 사나이 한 명에게 팔을 포박 당한 채령의 모습이 보였다.
“후후… 붙잡혀 버렸네요.”
채령은특수한 재질로 만든 포승줄에 묶여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루미와 도화가 오기를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움직일 수 없도록 포박했습니다. 이송 차량이 몇 초 후 도착할 겁니다.”
“그렇군요. 수고하셨습니다.”
깔끔한 인상의 한 요원과 루미는 서로를 향해 경례하고,
짧고 간결하게 상황을 전달했다.
‘큰일 났네. 주인님은 도대체 어디에 계신 거지…?’
분명 자신의 신호에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던 시윤과 도화는 가게 안에 없었다.
게다가 작전이 시작되고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 툭툭ㅡ
“엇?”
채령을 붙잡고 있는 요원들과 두 히어로가 이송 차량을 잠시 기다리는 사이,
요원들 사이에서 빠져나온 손 하나가 도화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도화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자,
요원들 중에서도 듬직하고 큰 키를 가진 남자가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올렸다.
‘주… 주인님?!’
선글라스를 쓰고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요원들과 같은 모습이지만,
분명도화의 눈에 비친 그 요원의 모습은 분명 시윤임이 틀림없었다.
마치 핸드폰 좀 보라는 식으로 휴대폰을 들고 까딱거리는 그.
도화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 주인님♥ : 작전 성공이야. 안심해. ]‘작전 성공…?’
시윤에게서 도착한 메시지의 내용은 단 두 마디.
그의 커럽티드 슬레이브인 도화는 시윤의 말이라면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따르지만,
그렇다 쳐도 그가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뭔가… 뭔가 조치를 취하신 게 분명해.’
하지만 저렇게까지 확신에 차 메시지를 보낸 거라면,
분명 큰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입을 꾹 닫고 기다렸다.
“이송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골목 바깥에서 달려온 요원 한 명.
루미에게 이송 차량이 도착했음을 보고했다.
“알겠습니다. 이송하십시오.”
“예!!!”
루미의 지시에 따라 채령을 붙잡고 있던 요원들은 채령을 포박한 채,
그녀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히어로 여러분께는… 도저히 당해내지를 못하겠네요.”
무력하다 못해 모든 걸 포기하기라도 한 듯한 말까지 하며,
고위급 간부의 위치에 있는 빌런 치고는 너무 허무하게 이송 당하는 그녀.
며칠 동안이나 신출귀몰하게 도망다니던 특급 빌런이 저렇게 쉽게 잡힌다니.
정말 이상할 정도로 간단하게 제압 당하는 모습에,
도화는 어딘가 위화감을 느꼈다.
“후후후후…”
그렇게 스스로의 발로 이송 차량을 향해 걸어가던 채령.
갑자기 그 자리에서 멈춰서더니 자신을 붙잡고 있던 요원들을 보며 비웃었다.
“이렇게나 멍청하고 단순한 방법만 사용하시니…
제가 도저히 여러분들께 당해 드릴 수가 없다니까요? 후후.”
– 펑ㅡ!
“뭐… 뭐야!?”
“어디 간 거야!”
펑 하는 소리와 동시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채령.
단단하게 묶인 포승줄 매듭만 바닥에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어서 빨리 주위에 찾아봐!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을 거다!”
“잡아! 빨리 찾아!!”
당황한 요원들은 다급하게 주위로 뛰쳐나가 채령을 찾아 나섰다.
“쯧…!”
루미는 입술을 꽉 깨물고 혀를 찼다.
작전이 실패했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특급 빌런을 너무나도 쉽게 생각했다는 자신에 대한 자책.
갑작스러운 기습에도 감정 변화 없이 침착했던 그녀였지만,
이런 때에는 아무리 그녀라도 분노와 자책의 감정을 숨기지는 못했다.
‘분명 분신 이능력이라는 걸 눈치챘는데… 어째서?
설마 분신체를 여러 개 만들 수 있다거나… 아니면 바꿔치기라도 하는 건가?’
단순한 이능력이라 단정을 짓고 확신했던 스스로에게 벌이라도 주려는 건지,
꽉 깨문 입술에서는 피가 터져 나올 정도였다.
– 타다다닥ㅡ!
“아무래도 도망친 것 같습니다. 주위에 그녀로 보이는 인물은 없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결국 도망친 채령을 찾아내지 못한 요원들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루미를 향해 면목 없다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그녀를 너무 쉬운 상대로 생각한 제 오찰입니다.”
그러나 루미는 입술에서 새어 나오던 피를 닦아 내고는,
도리어 자신이 고개를 숙이며 이번의 일은 자신의 탓이라 자책했다.
“그녀가 발견되었던 곳에 배치한 요원들에게 빠르게 연락하세요.”
“예!”
그녀가 목격되었던 지역에 파견된 요원들에게 빠르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두 사람은 카페 앞으로 빠져나와 타고 왔던 차에 올랐다.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에요! 이능력 때문에 일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건 늘 있는 일이잖아요.”
누군가는 평생을 살아가며 자신이 이능력자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누군가는 태어나자마자 이능력 때문에 삶이 크게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능력이라는 건 도대체 뭔지 도무지 짐작이 어렵다 못해 불가능하다는 이론이,
이능력에 대해 수십 년째 연구하고 있는 이들의 주류 의견일 정도이다.
“지금으로선 그녀를 쫓을 길이 없습니다.
요원들의 추가 보고나 상부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작전을
임시 중단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