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38)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38화(38/117)
***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또 다른 검은 양복의 요원들.
체격이 상당히 좋은 편인 시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릴 게 없는 장정들이 일사불란하게 서 있다.
‘다들… 떡대가 대단한 사람들이네.’
차렷 자세로 과묵하게 서 있는 남자들 옆에 그들과 같은 자세로 선다.
그러자 시윤의 옆에 선 남자가 무슨 일인지 잠시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바깥에서 소리가 나던데. 무슨 일이야?”
두꺼운 턱을 가진 남자는 시윤을 동료 요원으로 생각한 듯,
바깥에서 걸어 들어온 시윤의 귀에 대고 조용히 물었다.
‘후… 수상하게 여기지는 않는 모양이네.’
남자들과 격투를 벌였던 골목 입구와 카페 뒤편 사이의 거리는 약 10m 안팎.
소리가 들리기는 들렸더라도 정확히 무슨 일인지 분간하기는 어려울 정도의 거리였다.
“이 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과 잠시 실랑이가 있었어.”
“그렇군.”
그가 남자의 귀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남자는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분명 한 30초 전에 연기가 났으면… 뭔가 난리가 났을 텐데.’
카페 뒤편에 서 있는 남자들은 그저 과묵하게 골목을 촘촘하게 채워선 채,
사냥감을 기다리는 듯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트릭스터’를 잡아내기 위한 촘촘한 덫을 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타다다닥ㅡ!
뒷문으로 보이는 두 개의 문 중 오른쪽 문에서 열리는 다급한 발소리.
새까만 덫에 한 마리의 나비가 스스로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전원 대기. 타겟이 이쪽 탈출구로 나오려고 하는 듯하다.”
요원들은 밖으로 뛰쳐나오는 그녀를 잡아채기 위해,
소리가 나는 문 앞으로 달려가 두 팔을 벌려 기다렸다.
문 너머에서 나는 소리가 채령임을 직감한 시윤 또한 그들의 대열에 합류하여,
가장 앞에 서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의 목적은 바로 ‘트릭스터’ 채령의 신체에 한 번이라도 접촉하는 것.
이능력을 발동하기 위한 조건을 달성하기 위함이었다.
아주 잠시라도 접촉한다면 만약 채령이 순간이동 이능력자라도 위치를 찾아낼 수 있고,
분신 이능력자라면 시스템 상태를 통해 확인이 가능할 것이었다.
‘제발… 지금 오는 게 분신이 아니길 바라야 하는데.’
– 끼이익ㅡ!
“으앗… 어머?!”
문을 열고 뛰어 나오는 성숙한 외모의 여성.
시윤과 다른 요원들은 곧바로 그 여성에게 달려가 양팔을 붙잡았다.
“이거… 놓으세요…!”
여성은 빠르게 달려 나간 시윤과 턱수염이 인상적인 남자에게 양팔을 붙잡혔다.
‘오케이…! 일단 손이 팔에 닿았으니까… 성공인가?’
검은색 긴 생머리에 붉은 눈동자, 그리고 굉장히 글래머러스한 몸매.
리포트의 사진에 있던 ‘트릭스터’ 채령의 모습이 분명했다.
“어서 포박용 로프를 가지고 와!”
“예!”
다른 요원들보다는 약간 눈에 띄는 한 남자가 붙잡힌 채령의 앞으로 다가와,
선글라스를 벗고는 다른 요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저항하지 말고 순순히 우리의 요구에 응해라.”
“쯧…!”
요원들 사이에서도 높은 직급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그 남자.
그는 채령에게 저항하지 말라며 위협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채령도 입술을 꽉 깨물더니 더 이상 팔을 뿌리치려 하지 않고,
다른 요원이 가져온 특수 포박용 로프에 얌전히 팔과 어깨를 내어주었다.
‘만약 그때 붙잡혔다면… 나도 이런 줄에 묶였으려나?
나 같은 말단 전투원 따위한테 이런 특수한 거까지는 쓰지 않았으려나.’
줄을 묶는 요원들의 뒤로 물러나 얌전히 줄에 묶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시윤은 잠시 과거 아지트에서 탈출할 때를 떠올렸다.
그의 생각대로 채령을 포박한 줄은 특수한 재질로 이루어진 고가의 비품으로,
보통 간부급 빌런을 제압하는 데에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아이스 퀸 님께는 전달했나?”
“예. 지금 여기로 오고 계실 겁니다.”
‘아이스 퀸…? 아까 도화와 함께 뛰어 들어간 그 녀석인가?’
– 타다다닥ㅡ
시윤이 들어왔던 골목이 아닌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루미와 도화가 요원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쪽입니다! 히어로 님!”
요원들과 루미가 인사를 나누고 있는 그 사이,
시윤은 조용히 고개를 숙여 커럽션 시스템의 디스플레이를 작게 띄웠다.
[ < 커럽션 시스템 >의 소유자 하시윤 님, 반갑습니다. ] [ 현재 근처에 명령 가능한 각인 대상자 : 윤도화 / 연지우 / 채령 ] [ 소유 중인 각인 대상자 : 연지우 (2단계 – 41%) / 채령 (1단계 – 0%) ] [ 슬레이브 매니지먼트 : 윤도화 ]디스플레이에 선명하게 띄워져 있는 세 여자의 이름.
윤도화, 연지우, 그리고 채령.
채령의 이름이 시스템의 화면에 떠 있다는 건,
각인이 몸에 새겨져 있다는 정확하고 분명한 증거였다.
‘나이스…!’
작전이 성공했음을 확인한 시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도화와 지우에게 작전이 성공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그러고는 가까이에서 쭈뼛쭈뼛 서 있는 주황색 머리의 여자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어엇…?”
도화는 어깨에 닿는 둔탁한 감촉에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이거… 핸드폰 좀 봐.’
시윤은 도화가 자신을 알아볼 수 있도록 선글라스를 살짝 들었다 내리고는,
문자 메시지를 읽으라며 휴대폰을 들고 가리켰다.
그가 전달한 대로 휴대폰을 들고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도화.
어딘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이 종료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도화와 시윤이 짧은 무언의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는 사이,
이송 차량이 도착하여 채령을 이송하기 위해 골목 가까이에 도착했다.
“후후후후후….”
요원들과 함께 얌전히 이송 차량을 향해 걸어가던 채령.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는 요원들을 보며 비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나 멍청하고 단순한 방법만 사용하시니…
제가 도저히 여러분들께 당해 드릴 수가 없다니까요? 후후.”
– 펑ㅡ!
펑 하는 소리와 동시에 채령이 있던 자리에서 옅은 연기가 피어나고,
그 자리에는 단단하게 묶인 특수 포박줄의 매듭만 남았다.
말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채령.
“어서 빨리 주위에 찾아봐!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을 거다!”
“잡아! 빨리 찾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요원들은 주위로 흩어져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지금인가?’
시윤도 다른 요원들처럼 채령을 찾는 척하며 골목 밖으로 뛰어나갔다.
“잡아라…! 빨리… 여기까지는 안 오겠지.”
마구 소리를 지르며 카페가 있는 거리로 뛰쳐 나오고는,
카페 건물과 약간 떨어진 다른 건물의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겉옷이랑 선글라스만 벗으면 되겠지?”
연합의 요원들이 입는 검은 정장의 재킷과 선글라스를 벗고,
귀에 끼고 있던 물건까지 골목 안쪽 어딘가에 던져 놓는다.
“어우…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이런 두꺼운 옷을 입어?
저 요원이라는 사람들도 참 열심히들 사는구만.”
멀쩡하게 흰 셔츠와 정장 바지를 입은 그의 모습은 평범한 직장인.
단순히 재킷과 선글라스를 벗고 셔츠 소매를 걷었을 뿐인데도 인상이 꽤나 달라졌다.
“이제… 지우한테 조용히 나오라고 하면 되겠네.”
***
“뭐… 그렇게 해서! 채령에게 각인을 심어놓는 데에는 성공했어.”
“정말 다행이네요. 갑자기 사라지길래 하마터면 실패한 줄 알았는데.”
당시 상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작전 성공이라는 메시지의 내막을 알게 된 도화.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요원들 갑자기 잠들었던 거. 지우가 한 거 맞지?”
“네! 예전에 스파이 활동하는 게임에서 써 본 적이 있었거든요.”
지우는 뿌듯해 하는 얼굴로 곧바로 수면 주사가 꽂힌 총을 구현하더니,
마치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두 사람 앞에서 마구 흔들었다.
“어어! 쏘면 안 돼!”
“아앗! 하마터면 언니랑 주인님께 쏠 뻔했네요….”
지우의 손에 들려있던 수면 주사 총이 파란 빛과 함께 사라지고,
자칫 잘못하면 그 요원들처럼 주사를 맞고 잠들 뻔했던 두 사람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아무튼… 일단 각인을 심는 것도 성공했고,
지금도 근처에 명령 가능한 대상자에 포함된 걸 보면 그렇게 멀리 있지도 않은 거 같아.”
“근처에 명령 가능한 대상자라고 한다면… 혹시 범위가 어느 정도일까요?”
“글쎄. 사실 나도 어느 정도까지를 범위로 치는 지는 몰라서 말이야.”
커럽션 시스템이 뜻하는 ‘근처’가 도대체 어느 정도를 뜻하는 건지,
이능력의 소유자인 시윤도 사실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근처’가 어느 정도의 범위를 의미하는 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다.
어찌 되었던 간에 채령이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범위 안에는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굳이 우리가 찾으러 갈 필요도 없어. 내가 여기로 오라고 하면 되니까.
우리는 여기서 편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그만이야.”
[ 대상 : ‘트릭스터’ 채령에게 이능력 무효화를 적용합니다. ] [ 대상 : ‘트릭스터’ 채령에게 신체 조종을 적용합니다. ]“자. 그 아름다우신 다크 나이츠의 대 간부님께서 오시길 기다려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