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39)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39화(39/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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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시 시내의 한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가게.
번화가에 위치한 덕분에 드나드는 손님이 아주 많고,
프랜차이즈인 만큼 어느 정도의 맛은 보장하는 햄버거 가게다.
“으음.”
스키니한 핏의 청바지와 새까만 크롭 티셔츠,
어깨를 덮고 있는 작고 얇은 시스루 가디건과 동그란 안경까지.
산뜻한 패션과 고혹적인 미모가 돋보이는 한 여성이 가게 한구석에 앉아,
조용히 콜라를 마시고 있었다.
빌런 조직 다크 나이츠 최고 간부 ‘4기사’의 일원이자,
이능력 ‘도플갱어’의 소유자 채령.
자신을 체포하려는 요원들이 득실대던 카페에서 이능력으로 빠져나온 뒤,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전 잠시 갈증을 달래고 있었다.
‘열심히 꾸며놓은 곳이었는데… 이젠 다시 돌아가기 어렵겠네.’
방금 전까지 머물고 있던 카페는 그녀가 심심풀이 삼아 운영하던 곳으로,
조직에 벌어질 만일의 일에 대비하여 임시 아지트로도 삼고 있던 장소였다.
‘도대체 다른 녀석들은 어디에 가 있는 건지 원….’
습격 직전까지도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던 타 4기사 간부들과는 달리,
채령은 아지트에 머물며 카이저 총수를 모시고 있었다.
그리고 히어로 연합의 기습이 들이닥치기 직전,
카이저 총수와 함께 아지트를 버리고 빠져나와 카페에 머물고 있었다.
채령은 며칠 동안 카페에 머물며 분신들을 이용해 수집한 정보로,
포위망이 점점 조여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은신처로 향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후우…. 카이저 님을 먼저 다른 곳으로 대피시키길 잘했어.’
총수와 함께 있던 채령은 히어로와 요원들의 습격을 미리 예상하고,
며칠 전 S시 근교에 있는 조직 소유의 별장에 총수를 먼저 대피시켰다.
그렇게 오늘 ‘아이스 퀸’ 설루미와 ‘이그니션’ 윤도화,
그리고 히어로 연합 소속의 요원 수십 명이 대동되었던 체포 작전이 실행되었다.
미리 설치해 둔 무선 연막 분사 장치와 뒷문을 통해 탈출하려 했지만,
카페 건물 주위에 배치되어 있던 요원들에게 발각되었던 채령.
그러나 그녀의 이능력 ‘도플갱어’는 단순한 분신 생성 능력이 아니었다.
최대 3명까지 생성 가능한 분신은 시각이나 후각 등 오감을 공유할 수 있는데다,
심지어는
분신과 본체의 위치를 바꾸는 것까지도 가능
하다.
본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경우,
미리 다른 곳에 배치해 두었던 분신과 위치를 바꾸는 방법.
그녀가 요원에게 순순히 붙잡혀 있었던 건,
마치 닌자들의 바꿔치기 술법과도 같은 전략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분신 하나가 지금 그 별장 안에 있으니… 일단 거기로 가야 하려나.’
콜라를 모두 마시고 햄버거 가게 밖으로 빠져나온 채령.
그녀는 카이저 총수가 머물고 있는 별장에 배치시킨 분신과 위치를 바꾸려 했다.
‘…어? 이… 이게 아닌데?’
채령은 분신과 위치가 바뀌지 않는 것에 당황했지만,
애초에 위치가 바뀌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다.
분명 총수와 함께 별장 안에 있었어야 할 분신 자체가 아예 사라진 상태였다.
‘왜 갑자기 분신이 사라져 있는 거지…? 분명 그 자리에 배치해 놨는데….’
– 탁ㅡ!
채령의 이능력 ‘도플갱어’를 발동하기 위한 트리거는 바로 박수.
별장이야 지금 이곳에서 다시 가면 그만이었지만,
멀쩡하게 만들어 두었던 분신이 없어졌다는 것이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박수 소리만 길거리에 몇 번이고 울려 퍼질 뿐.
분신은커녕 비슷하게 생긴 사람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뭐지…? 혹시 연합 녀석들이 그새 내 몸에 뭐라도 해 놓은 건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는데…’
채령이 당황한 표정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연합에게는 이능력을 제어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없다.
히어로 연합은 이능력에 관한 연구에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자하고,
수많은 이능력자들과 연구자들을 대동하여 몇십 년 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왔다.
인류가 이능력을 어떤 방식으로 얻게 되는 건지,
어떤 종류의 이능력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이능력을 제어할 수 있고,
심지어는 인공적인 이능력을 만들어 내려는 시도까지 했었다.
그러나 연합을 비롯한 연구 단체들은 이능력의 비밀에 대해 거의 알아낼 수 없었다.
인류에게 이능력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한 시기나,
이능력의 무궁무진한 종류 정도만 파악이 가능했을 뿐이었다.
애초에 연합이 그런 편리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채령과 같은 빌런을 제압하는 일이 이렇게 번거롭지도 않았을 것이다.
‘여태껏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일단 별장으로 가야겠어.’
채령은 당황스러운 마음은 잠시 눌러두기로 생각하고,
카이저 총수가 머무르고 있는 별장으로 가기 위해 거리에서 택시를 찾기 시작했다.
– 부우웅ㅡ!
택시를 찾아 기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빈 택시 한 대가 그녀의 앞으로 지나치려다 앞에 선다.
– 철컥ㅡ
“아이고! 어디까지 태워다 드릴까요?”
선한 인상의 택시 기사 아저씨가 그녀에게 행선지를 물었다.
‘별장이 위치한 곳은 S시에서 B시로 넘어가는 고속도로 근처 한적한 곳이니까…
근처 B시 공항에서 내려달라고 해야겠지.’
“B시 공…
선남대학교 후문으로 가주세요
.”
“선남대 후문이요? 아! 대학생이신가 보네요. 하하!
금방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채령은 본인이 향하려던 B시 공항을 말하려다,
말을 거두고는 S시 시내에 있는 선남대 후문으로 가달라 말했다.
‘이… 이상하다? 갑자기 입이 마음대로 안 움직여.’
이능력이 마음대로 써지지 않는 것도 꺼림칙하고 답답할 지경인데,
심지어는 이제 말도 마음대로 나오지를 않는다.
‘뭔가 잘못된 거 같아. 지금도 아저씨에게 다른 곳으로 가달라 말하려고 했는데…
입이 아예 떨어지지를 않아.’
마치 누군가가 입을 열지 못하도록 저주를 걸기라도 한 것처럼,
채령은 얼굴만 잔뜩 찡그리고 있을 뿐 입을 열 수 없었다.
“아가씨? 혹시 어디 불편해요? 답답하면 창문 열어 드릴까요?”
택시 기사도 백미러 너머로 보이는 채령의 찡그린 얼굴을 보고는,
어딘가 불편해하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아! 아니에요. 잠깐 딴생각을 좀 하느라….”
어떻게든 다른 곳으로 가 달라고,
혹은 아예 여기서 차라도 당장 세워 달라며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그러나 어떻게든 입을 마음대로 움직여 보려는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야속하리만치 빠르게 도착한 택시는 선남대학교 후문 앞에 섰다.
“자! 도착했습니다.”
“여기… 잔돈은 안 주셔도 괜찮아요.”
채령은 다급하게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기사 아저씨에게 건네고,
택시 문을 열어 선남대학교 후문 앞에 내렸다.
“선남대학교… 근처에 연합 본부가 있는 곳이라 위험한데….”
선남대학교에서 히어로 연합 본부까지는 차로 약 30분 안팎의 거리.
만약 채령이 이 일대에서 장시간 머무른다면,
그녀를 포함한 다크 나이츠의 간부를 찾으려 혈안이 된 히어로나 요원에게 또 붙잡힐 위험이 있다.
“빨리 다른 택시를 잡고 공항으로… 가야 하는데…! 발이!”
선남대학교에서 가까운 장소 중 하나는 연합 본부 외에도 또 하나,
A급 히어로 두 명을 자신의 종복으로 부리고 있는 빌런 ‘도미네이터’의 근거지.
빌런 조직 ‘유토피아’의 아지트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으아앗…?! 아니…! 왜 발이 제멋대로!”
‘아까 입도 그렇고… 몸이 내 말을 전혀 듣지를 않아…!’
생각하는 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몸을 움직임 ‘당한다’는 느낌.
채령은 지금 스스로의 몸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잃은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10분 넘게 열심히 발걸음을 옮겨 그녀가 도착한 곳은 한 상가 건물.
채령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여기가 어디지…?”
건물 앞에 멈춰 선 발은 그 건물 안 계단으로 방향을 돌리더니,
커다란 유리문을 열고 지하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여기에 뭐가 있길래… 내 몸이 여기까지 찾아온 거지.’
건물의 지하 1층 앞 현관문에는 아무런 문구나 간판도 적혀 있지 않았다.
단지 평범한 문 손잡이와 가정집에서 볼 법한 도어락이 달린 것이 전부였다.
– 삑삑… 띠리링ㅡ!
마치 그녀가 올 것을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도어락에서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 끼이익ㅡ
뽀얀 피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나체에 새하얀 레깅스와 앞치마,
그리고 보라색 머리카락 위에 헤드 드레스를 쓰고 있는 한 여성.
귀여운 인상의 낯선 여성은 채령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그녀를 맞이했다.
“오셨군요. 주인님께서 당신을 기다리고 계신답니다.”
“주인… 님이라니? 당신은 누구죠? 왜 이런 곳에서…”
왠 야한 코스프레라도 하고 있는 것 같은 여자가 환한 미소로 맞이하더니,
그녀는 ‘주인님’이라는 사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며 안으로 안내했다.
‘여기는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곳에 이끌려 온 거지?’
채령은 불안한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려 하면서도,
도대체 자신이 왜 스스로 이런 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메이드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여자를 따라 들어가면서도,
들어온 곳이 어떤 곳인지 살피려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안은 그냥 좀 고급스러운 사무실이나… 아니면 칵테일 바 같기도 한데.’
약간 어두운 입구를 지나치자 고급스러운 소파와 바 테이블이 눈에 띈다.
“여어.”
그리고 소파에 앉은 남성이 채령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드디어 한번 직접 만나 보네요. 다크 나이츠의 간부 ‘트릭스터’님.
아니지. 채령 씨라고 불러야 알아 들으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