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43)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43화(4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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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감히 저에게 그런 천박한 말을…
……오오오옷?!♥♥♥”
– 찔꺽♥ 찔꺽♥ 찔꺽♥
불과 몇 초의 그 짧은 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가락으로 보짓살 틈새를 찔꺽거리고 있었다.
“채령 씨도 참…♥ 아무 데서나 막 하고 그러시면지우가 엄청 화낼걸요?
지금도 채령 씨가 질질 싸놓은 거 세탁하느라 진을 빼고 있다구요!”
지우는 정말 욕실에서 채령이 러그에 남겨 놓은 흔적을 지우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앞치마가 다 젖도록 몇 십분째 세탁에 열중하고 있다.
“제가앗…♥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앗…?!♥ 흐으읏♥
몸이잇♥ 제멋대로 움직인다구요옷…?!♥”
그녀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보지와 클리토리스를 마구 희롱하는 그녀의 손가락.
“이러다가는 또 지우가 할 빨래가 늘어나니까… 그만하시죠.”
– 탁ㅡ
“흐아아아앗…?”
그가 손가락을 튕기며 그녀의 움직임을 멈추자,
채령은 드디어 손가락이 멈춘 것에 안도하며 잠시 긴 숨을 내쉬었다.
“당신이 아무리 절 희롱하고 범해도… 당신 같은 남자의 부하 따위 되지 않을 거에요!”
채령은 분명 과거도 현재도 빌런일 터이지만,
마치 악에 지지 않겠다는 정의의 히어로 같은 발언을 하고 있다.
“저도 한때는 그런 적이 있었어요! 아주 멍청하고… 쓸모없는 짓이었지만♥”
그것도… 진짜 정의의 히어로로서 한 때 도시를 수호하던 도화의 앞에서 말이다.
“아까 거기서 뭐라고 하셨더라? 제가 도저히 여러분들께 당해 드릴 수가 없다니까요?
아하하하하!♥♥”
분명 ‘트릭스터’라는 그녀의 빌런 네임과 걸맞는 멋진 장면이었지만,
지금의 채령과 동일 인물이라고 상상하니 그저 웃음이 나올 지경에 이른다.
“끄으으으…! 꼭… 꼭…!”
“꼭? 꼭지? 유두 자위라도 하고 싶다는 건가? 하하!”
채령은 계속해서 자신을 소재로 농담 따먹기를 하는 두 사람을 보며 이가 갈렸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까와 같은 현실성 없는 일갈뿐이었다.
“어차피 총수나 조직의 비밀 같은 건 알아서 불게 되실 거에요.
그러니까… 얌전히 여기서 지내면서 암컷이 되기 위한 훈련에 열중하세요.”
시윤은 채령의 검은 머리칼을 스윽 쓰다듬더니,
거실에 있던 쇼핑백을 그녀의 옷이 개어져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어차피 밖을 돌아다니는 건 채령 씨 입장에서도 위험하잖아요?
여기선 지우가 따뜻한 밥도 해줄 거고요. 그렇지?”
“맞아요! 그것도… 엄청 진하고 달콤한 맛이 날 거에요♥”
도화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시윤의 팔에 꼭 안긴 채 채령이 있는 방을 나섰다.
“하아아….”
채령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걸까?
분명 예상했던 대로 히어로들이 임시 아지트였던 카페를 습격했고,
그 전에 미리 총수와 분신 한 개체를 S시 외곽의 조용한 곳에 피신시켰다.
그리고 유유히 빠져나와 분신과 위치를 바꾸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이능력에 당한 건지,
어제부터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이끌려 범해지기까지 했다.
하필이면 그 상대가 말단 조직원 따위라니.
그럼에도 채령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총수님께선 잘 계실까…? 내가 없으면 혼자 힘드실 텐데….”
별장 안에 홀로 덩그러니 남았을 카이저 총수를 생각하며,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옷을 입으려 매트리스에서 일어섰다.
“아까 놓고 가던데… 이건 뭐지?”
시윤이 가지런히 개어놓은 옷가지들 옆에 놓여 있는 쇼핑백 하나.
“꺄아아앗?! 이… 이게 다 뭐야…?!”
그녀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을 치는 이유는,
쇼핑백에 담긴 물건들의 정체 때문이었다.
제일 먼저 꺼내든 물건은 바로 어제 사용했던 진동 마사지기.
몇 시간 전 그녀의 보짓살과 클리토리스를 괴롭히던 물건이다.
버튼을 누르자 우우웅 거리며 진동하는 마사지기를 보며,
그녀는 몇 시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스스로 남자의 앞에서 옷을 벗고,
이 진동 마사지기와 젖꼭지 로터에 괴롭힘을 당하며 범해지기까지.
분명 괴롭고 끔찍하게 느껴졌어야 할 감각과 기억일 터인데,
채령은 마사지기를 보며 입맛을 다시듯 침을 꿀꺽 삼켰다.
“꿀꺽….”
더 이상 이런 물건은 쳐다도 보기 싫다고 생각했을 텐데,
오히려 안에 든 물건이 무엇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래… 구경만 하면 되잖아? 다시 넣고 저 구석에 던져 놓으면 되는 거야.’
“이… 이게 전부 성인용품…?”
쇼핑백 안에 들어 있던 물건은 무게감에 비해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여성들이 사용할만한 대중적인 용품들은 거의 들어 있었다.
진동 기능은 없지만 오돌토돌한 돌기와 굵직한 조형이 눈에 띄는 딜도.
그녀가 어제 사용했던 유두 전용 로터와 테이프.
클리토리스를 집중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도구인 우머나이저.
그 외에도 애널 플러그나 집게형 피어싱 등 다양한 용품이 들어 있었다.
‘하… 한 번만 해볼까?’
채령은 아까의 그 쾌락을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깜짝 놀라 매트리스 위로 던져 놓았던 진동 마사지기를 집어 들었다.
“아… 아니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그러다가 다시 쇼핑백 안으로 마사지기를 던져 놓고는,
쇼핑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어서 여기서 탈출할 생각부터 해야지… 뭐 하고 있는 거야.”
분명 저 쇼핑백을 의도적으로 옷 옆에 놓아두었던 건,
어떻게든 자신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만들려는 그의 계략이야.
…라고 생각하며, 순간의 호기심과 유혹에 빠져들 뻔했던 자신을 자책했다.
‘총수님께서 머물고 계신 별장으로 가려면 우선 여기를 나가야 하는데…
나가려고 하면 분명 내 몸을 조종해서 나가지 못하게 할 텐데.’
카이저 총수가 머무르고 있는 별장에 찾아가기 위해선,
우선 아지트에서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와야 했다.
그러나 시윤과 지우는 잠시의 외출이 아니라면 24시간 내내 아지트에서 생활하는 데다,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어떤 핑계를 대도 소용없겠지….’
“하아아….”
채령은 또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내가 이렇게 능력 없고 무력한 사람이었나?’ 라는 생각.
분명 수많은 부하를 카리스마와 우아함으로 통솔하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그저 무력하게 저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통탄스러웠다.
– 똑똑똑ㅡ 끼이익
“으아앗?!”
“푸흡. 채령 언니 생각보다 엄청 잘 놀라시네요?”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온 지우.
쟁반 위에 음식이 담긴 그릇 하나를 올린 채 깜짝 놀란 채령을 보며 피식 웃었다.
“자. 주인님께서 채령 언니를 위해 특별히 제게 주문하신 음식이에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흰 그릇 안에는 담긴 건 고소하고 달콤한 향이 풍기는 수프.
향긋한 수프 안에는 다진 버섯과 양파가 들어가 있고,
위에는 장식 겸 풍미를 더하기 위해 파슬리가 사라락 흩뿌려진 비주얼.
수프로는 모자를 수 있는 포만감을 채워 줄 부드러운 빵도 함께 몇 조각 놓여 있다.
“이걸… 제가 먹으라는 건가요? 당신들이 만든 걸 어떻게 믿죠?”
채령은 지우가 만든 음식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시다면 뭐… 제가 여기서 먼저 한 숟갈 먹어보면 될까요? 기미 상궁처럼.”
과거 임금이나 높은 직책의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미리 맛을 보아,
독살을 방지하고자 하는 ‘기미’를 담당하던 상궁을 의미하는 단어.
지우는 스스로 기미 상궁을 자처하여 수프를 한 숟갈 떠 마셨다.
“무난하게 맛있는 크림 수프에요. 아무런 이상도 없는걸요?”
그녀는 자신이 수프를 한 입 마시고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음미하더니,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채령에게 수프가 담긴 그릇을 내밀었다.
“뭐… 정 못 믿으시겠으면 여기 올려놓고 갈 테니까 알아서 하셔도 돼요.
한 시간 뒤에 그릇 가지러 올 테니까.”
수프가 안전함을 확인시켰음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먹지 않으려는 채령.
지우는 상관없다는 듯 수프 그릇과 빵이 올려진 쟁반을 문 옆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아. 그리고 혹시나 쇼핑백 안에 담긴 거 쓰실 때 이불에 흘리시면 안 돼요?
러그는 몰라도 이불이랑 매트리스는 세탁하기 힘들다구요.”
그러고는 러그를 세탁하는데 꽤나 고생했는지 채령에게 약간의 눈치를 주며,
문을 열어 방을 나섰다.
“내…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나! 저 남자가 그렇게 하는 바람에….”
지우가 방을 떠나고 들리지 않을 거리가 될 즈음,
채령은 소심하게나마 변명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과거의 그녀라면 당당하고 여유 있게 나왔겠지만,
자존감이 바닥으로 치달은 지금은 그저 앙칼진 소동물 같은 행동밖에 할 수 없다.
– 꼬르륵…
“배고프다….”
채령의 배에서 들리는 꼬르륵 소리.
그녀는 다급하고 궁핍한 도피 생활을 하고 있는 탓에 밥을 잘 먹지 못했다.
오늘만 해도 이곳으로 찾아오기 전에 마셨던 콜라 한 잔이 전부.
목을 축이면서도 가성비 좋게 잠깐의 포만감도 주는 선택이었다.
“아니야. 저기에 또 무슨 짓을 해 놓았을 줄 알고….”
그저 침만 꼴깍 삼키며 조용히 침대에 누워 배고픔을 달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