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49)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49화(49/117)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최근 도시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빌런의 시민 습격 사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는 수십 차례에 폭력 상해 사건에,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던 히어로 연합이 칼을 빼 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염상현 기자입니다.
***
퇴근 중인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S시의 한 대로변.
한 거구의 남성이 상의를 탈의한 채 흉기를 휘둘러 시민들을 공격하고,
그 옆에는 독특한 외모의 여성이 폭발물을 던지며 거리를 파괴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견된 여러 명의 히어로가 등장하여 제압을 시도했지만,
이능력자로 추정되는 두 빌런에 의해 무참하게 패배했습니다.
몇 달 전 히어로 연합의 활약으로 괴멸되었다고 알려진 빌런 조직 ‘다크 나이츠’.
오늘 저녁 해당 조직의 간부급 빌런으로 알려진 남성과 여성의 공격으로,
파견된 히어로를 포함한 수십 명의 시민이 피해를 입고 건물 6채가 파괴되었습니다.
“히어로들이 와서 이제 금방 진압되겠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제대로 손도 못 써보고 당할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두 빌런은 연합에서 파견된 히어로들을 전부 쓰러트리고,
파괴된 건물 내부로 들어가 금품을 갈취한 뒤 유유히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히어로 연합 관계자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조직의 괴멸 이후 간부로 추정되는 빌런을 대부분 체포했으나,
몇몇 강력한 이능력을 가지고 있는 빌런을 제압하는 데 있어 다소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불안해하고 계실 시민 여러분께, 먼저 사과드리겠습니다.
현재 수백 명의 연합 요원과 히어로를 대동하여 대대적인 추적 작업 중에 있으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들을 모두 체포하여 시민 여러분께서 안전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빌런의 도시 습격 사건.
히어로 연합과 경찰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흉악한 빌런을 향한 명확하고 단호한 처벌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STV 뉴스, 염상현 기자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뭐야? 생각보다 보도 내용이 엄청 심심하잖아. 칫!”
마치 칼로 단번에 잘라낸 듯한 새빨간 칼단발 헤어스타일의 여성.
그녀는 바삭하게 구워진 빵 한 조각을 아삭아삭 씹으며,
오늘 있었던 빌런의 도시 습격 사건에 관한 뉴스가 송출되는 모니터 화면을 응시했다.
“야. 이거 말고 좀 더 자극적이고 세게 묘사된 거 없어?”
그러고는 옆에 앉은 다른 사람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더니,
굉장히 자극적인 내용의 뉴스를 보고도 지루한 듯 짜증을 냈다.
“그, 그 옆에 다, 다른… 관련 영상 누르시면… 되는데… 요.”
그러자 어깨를 툭툭 건드려진 여자는 소심하게 고개를 들고,
다시 재생 버튼이 띄워져 있는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뭐어? 지금 나보고 알아서 찾아봐라 이년아! 뭐 이런 소리야? 앙?”
“히기이잇?! 죄, 죄송해요….”
밝은 형광색을 띠고 있는 녹색 경단 머리를 하고 있는 그녀.
잔뜩 표정을 찌푸린 붉은 머리의 여자가 소리를 왁 하고 지르자 깜짝 놀라 뒤로 자빠졌다.
“이봐. 지금 놀러 나왔나?”
“뭐야?”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버럭 화를 내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 텁!
마치 시체와도 같이 차갑게 느껴지는 시선과 창백한 피부.
그러나 그와 대비되는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가진 남자는 그녀의 주먹을 가볍게 받아냈다.
“장난칠 시간 없다. 하루라도 빨리 총수님이나 트릭스터 둘 중 한쪽을 찾아내야 해.”
“말은 잘하시지? 아까도 둘이서 한탕 시원하게 말아 드시고 온 모양이던데.”
바지 주머니에서 빗을 꺼내어 새빨간 머리를 깔끔하게 빗어내는 그녀.
빌런 ‘크레이지 체인’ 신다인은 진지한 말에도 계속 툴툴거렸다.
“필수 불가결한 일이었다. 어디 소속인지도 모르는 잡졸들이 들러붙어서 말이지.
그렇지 않았나, 파이어크래커?”
“그, 그 이름 말고… 그냥 서린이나… 루이린이라고 해, 해주세요….”
남자의 말에 빌런 ‘파이어크래커’ 홍 루이린은 손가락을 꼼질거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도 충분히 마련했다.”
남자는 씩씩거리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바닥에 커다란 여행용 캐리어를 던져 놓았다.
루이린이 캐리어의 지퍼를 열어 안을 확인하자,
막대한 양의 현금 뭉치가 마구 섞인 채 쏟아져 나왔다.
“그 정도면 일주일 정도는 거뜬하겠지.”
빌런 ‘엑스큐셔너’ 박규한은 피곤한 듯 컴퓨터 옆의 낡은 침대에 몸을 뉘었다.
“칫… 동네방네 소문 다 내고 다녀놓고 자랑이셔.”
“일상 아닌가? 이런 일이 뉴스에 나오는 건.”
계속 비아냥거리고 있는 쪽은 그녀였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미건조하게 받아칠 뿐이었다.
오히려 그를 툭툭 건드려대던 그녀만 더욱 씩씩거렸지만,
상황이 상황인 탓에 그녀도 싸워서 좋을 일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연락은 된 거야? 그 살쾡이 같은 년이 총수님을 모시고 있다며.”
“이틀 전까지는 연락이 잘 닿았다. 나와 일대일로 접촉하기로 했었지.
그러나 트릭스터는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연락도 끊겼어.”
다크 나이츠의 아지트가 히어로의 작전으로 인해 습격당했을 당시,
4기사의 일원 중 ‘트릭스터’ 채령을 제외한 세 사람은 아지트에 머무르고 있지 않았다.
카이저 총수와 함께 빠르게 아지트를 탈출하던 채령에게 연락을 받고 나서야,
세 사람은 자신들의 조직이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어디서 히어로들한테 쫓기고 있는 거 아니야?
하여튼 간에… 그 고양이 같은 년. 평소에도 마음에 안 들었어.”
“살아남아 연락이 닿는 부하들에게 알아본바,
그녀는 S시 시내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발견된 후 사라졌다고 한다.”
“ㄴ…네! 저, 저도 부하가 알려줘서….”
루이린과 박규한은 그녀의 마지막 행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신다인은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 나는 부하들이 그런 거 안 알려주는데. 왜 나만 왕따시켜!”
“평소에 부하들을 막 대하면 그렇게 되는 거다.”
“마, 맞아요…. 헤헤….”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두 사람 또한 과거 부하들에게 평판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신다인의 경우는 그 수준이 남달랐다.
평소 가학적인 성향이 매우 강한 탓에 부하들을 막 다루거나 괴롭히는 일이 잦았고,
특히나 전투원 중 마음에 드는 외모를 가진 이가 있다면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반반한 얼굴이 마음에 들었던 부하 수십 명을 사슬로 묶어 목을 조르거나,
탄탄한 몸을 가진 근육질 전투원의 살을 한 겹 한 겹 벗겨 봤다거나 하는 이야기.
그녀는 부하들이 생포한 시민들 뿐 아니라,
충성스러운 부하들까지도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는 데 이용했다.
그러한 이야기들이 그녀 휘하의 전투원 사이에 퍼지고 퍼져,
제발 다른 전투 부대로 옮겨 달라는 원성이 자자했다.
물론 그녀는 파괴 활동을 자행하며 자신의 욕망대로만 충실히 행동했던 터라,
부하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딱히 고민도 하지 않았다.
“몰라. 어쨌든 너네들이 다 알아서 할 거 아니야?
난 옆에서 마음에 드는 놈이나 년 골라서 가지고 놀면 그만이라고.”
“헤헤… 저, 저도… 빨리 다 펑펑 터트리고 싶어요… 흐히힛…!”
“못 말리는 녀석들이군. 후우….”
내내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그였지만,
어지러울 정도로 욕망에 충실한 그녀들을 보며 눈썹을 찌푸리고는 한숨을 내뱉었다.
“아무튼. 빠르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트릭스터를 먼저 찾아야 할지, 아니면 카이저 총수님을 먼저 찾아야 할지.”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총수님을 먼저 찾아야지.
채령 그년이 어떻게 되던 뭔 상관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총수님을 모시고 갔던 건 그녀다.
그녀가 없다면 우리는 그 불투명한 정보만으로 도피처의 위치를 찾아내야 한다.”
“그, 그럼…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저희가 다 흩어져서 찾으면 되, 되지 않을까요?”
“뭐어? 또 귀찮게 뿔뿔이 흩어지란 말이야?”
루이린이 제시한 방법에 불만을 토로하는 신다인.
계속해서 그녀가 툴툴거리는 탓에 왜 자꾸 저러는가 싶을 정도이지만,
이번만큼은 그녀가 불만을 토로하는 데에 명확한 이유가 있다.
다크 나이츠 또한 여느 중견급 빌런 조직이 모두 그렇듯,
메인 아지트 외에도 몇 곳의 도피처를 미리 마련하여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놓았다.
하지만 빌런 조직의 특성상 조직원이나 간부를 막론하여 자주 죽거나 체포되기 떄문에,
최고위 간부인 그들도 자세한 조직의 사정까지는 잘 알지 못했다.
“이 셋 중에서 조직의 도피처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지 않나.
아지트가 파괴된 이상 보관하고 있던 기밀 정보도 찾아내기 힘들 거고.”
“제, 제가 부하들을 푸, 풀어서… 트릭스터 님이 어, 어디 계신지 찾아볼게요…!”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막연하게는 아지트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
난 총수님께서 계실만한 곳을 계속 수색하도록 하지.”
“뭐, 뭐야? 다들 왜 그렇게 쳐다봐!”
‘엑스큐셔너’ 박규한과 ‘파이어크래커’ 홍 루이린은 할 일을 정하고는,
아무런 말 없이 듣고만 있던 ‘크레이지 체인’ 신다인을 쳐다보았다.
“넌 뭘 할 거지? 빨리 선택해라. 고르기 어렵다면 나나 그녀를 따라가도 좋다.”
“네가 내 상관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네? 하! 난 내가 알아서 할 거야.”
그러자 그녀는 책상을 주먹으로 쾅 내리치더니,
자리를 박차고 머물고 있던 곳 밖으로 뛰쳐나갔다.
“정말 협조적이지 못한 녀석이군. 루이… 린이라고 했나?”
“ㄴ, 네…!”
“좋은 소식이나 공유할 정보가 있다면 연락 바란다.
나도 이곳에 오래 있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말이지.”
– 쿠당탕탕ㅡ!!
“바… 바깥에 무, 무슨 소리가!”
“또 귀찮은 날벌레들이 우릴 뒤쫓아 온 모양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