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5)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5화(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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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히어로 ‘이그니션’ 윤도화.
그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포심을 느끼고 있었다.
변변치도 않은 B급이나 C급도 아닌 무려 A급.
방금 만났던 그 남자 같은 조무래기 따위 수백 명이 달려들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도화는 그 남자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치 뇌에서 전해지는 신호가 신체까지 닿지 않는 것만 같았다.
숨 쉬듯 손에서 뿜어져 나오던 불은 그의 앞에선 불씨 하나 피우지 못했다.
옷을 벗고 스스로 봉사하라는 그의 말을 거스르지 못했다.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의 물건을 명령대로 핥아 세우고.
입 안에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는 기둥을 억지로 입에 넣어 봉사하고.
그리고 마지막엔 여자에게 가장 소중한 부분까지 침범 당했다.
자신의 뜻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공포감.
능력이 봉인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그녀는 그 공포감에 자신이 떨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치욕스러웠지만,
치욕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조차 지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입술을 꽉 깨물며 지친 몸을 이끌고 히어로 기숙사 건물로 터덜터덜 걸어갈 뿐이었다.
“언니 오늘 엄청 늦게 들어왔네.”
도화가 기숙사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조곤조곤하게 따지는 룸메이트.
“아… 응. 대치가 좀 길어져서 오래 걸렸어.”
짧은 보라색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도화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자.
도화와 몇 년째 같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A급 히어로 연지우이다.
“언니 기다리다 안 와서 오늘 밥 못 먹었어. 늦을 거 같으면 연락 좀 해.”
“미안. 다음에 늦을 때는 꼭 미리 연락할게.”
지우는 용건이 끝났는지 목에 걸고 있던 헤드폰을 다시 쓰고 게임에 열중했다.
그녀는 도화만큼이나 강력한 이능력으로 활약하고 있는 히어로이지만,
한편으로는 프로에 가까운 레벨의 게임 실력을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
만약 그녀에게 이능력이 없었더라도 먹고 살 걱정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히어로 활동은 그저 게임을 더 편하고 풍족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라고 생각되고 있었다.
“오늘도 늦게까지 게임 하다가 잘 거야?”
“어. 먼저 자. 알아서 잘 일어날 테니까.”
지우가 알아서 잘 일어날 거라는 말을 도화는 믿지 않았다.
저런 식으로 말하고 제대로 일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컨디션 관리를 위해 특별한 일이 없다면 늘 11시가 되기 전에 잠들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개인 훈련까지 하는 도화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제대로 일어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내일 내가 깨워줘야겠다.’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지우를 보며 한숨을 쉬더니,
옷을 벗고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 쉬이익-
“아앗?!”
수도꼭지를 돌리자 샤워 헤드에서 쏟아져 나온 온수는 도화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것도… 그 남자 때문에…!’
뜨거운 물에 갑자기 닿는다면 누구나 놀라겠지만,
지금 그녀의 피부에 끼얹어진 물의 온도는 적당히 기분 좋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저렇게까지 놀라며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전투원 505호의 이능력으로 그녀는 지금 계속해서 ‘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평소보다 체온이 올라가거나 조금씩 숨이 차는 것 외에도,
강하지 않는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성욕을 아주 강하게 느끼게 되는 증상.
도화가 빌런인 그를 물리쳐 무력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능력을 해제한다면 몰라도,
그의 앞에선 아무 행동도 마음대로 하지 못 하는 도화는 그저 견디는 것밖엔 할 수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이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지?
그런 능력을 가졌으면서… 고작 전투원 같은 위치에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어.’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저 그녀가 전투원 505호를 상대하게 된 타이밍이 나빴을 뿐이다.
무능력자였던 그에게 우연히 이능력이 개화한 직후에 상대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몸이 민감해서… 제대로 씻을 수가 없어….’
차가운 물이나 뜨거운 물에 처음 닿았을 때는 놀라며 반응할 수는 있겠지만,
천천히 끼얹으며 그 온도감을 피부에 적응하게 하는 것이 보통.
그러나 발정 때문에 전신의 감각이 몇 배는 예민해진 그녀의 몸은 적응하기 어려운 듯 보였다.
‘어째서지…? 분명 그 자식이 이 안에다 잔뜩 싸 놨는데.’
민감한 몸을 간신히 구석구석 씻으며 물줄기가 사타구니에 닿았을 때,
도화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몇 시간 전, 전투원 505호에게 배가 가득 차다 못해 새어 나올 정도로 정액을 주입당했을 터.
하지만 마치 소화라도 된 것처럼 배와 질 안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이… 임신하지는 않겠지…?’
혹시나 모를 임신의 위험 때문인지, 도화는 보지와 질을 꼼꼼하게 씻어냈다.
“흐으으읏?!!♥”
발정 때문에 꼿꼿해진 클리토리스가 손과 온수의 마찰로 인한 강한 자극을 뇌에 전달했고,
그 자극을 견디다 못한 그녀의 입에서 터진 야릇한 신음이 욕실 안을 가득 채웠다.
“뭐야? 언니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헤드폰을 쓰고 있던 지우에게도 들렸던 모양이다.
“어? 아… 아니야! 물이 너무 뜨거워서. 헤헤.”
“깜짝 놀랐네! 헤드폰을 뚫고 들려서 넘어지기라도 한 줄 알았잖아.”
도화는 걱정되어 달려온 지우에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었다.
어딘가 이상한 자세로 괜찮다고 하는 도화를 보며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도화의 상태가 뭔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그녀도 지울 수 없었다.
평소라면 오늘은 뭐가 힘들었니 이게 힘들었니 투덜거리던 저 언니가,
잔뜩 붉어진 얼굴을 하고 한참 늦게 와선 뭔가 이상한 소리까지 내다니.
지우는 헤드폰을 벗고 눈썹을 찡끄리며 샤워 중인 도화에게 다가가려다,
잠시 망설이더니 그대로 소파에 앉아 그녀가 나오길 기다렸다.
“언니.”
“응? 왜?”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말리고 있는 도화.
지우는 그녀에게 물었다.
“드라이기 있잖아. 바닥 다 젖겠네.”
“응? 아… 괜찮아! 코드 꽂기가 귀찮아서.”
항상 헤어 드라이기를 사용해 긴 머리카락을 말리는 도화가 수건으로만 머리를 닦고 있던 것.
발정으로 민감해진 감각 때문에 드라이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진짜? 얼굴이 새빨갛잖아.”
“늦게 끝나가지구. 좀 피곤해서 그래. 자고 일어나면 금방 괜찮아져.”
사실 그녀라고 저렇게 둘러대고 싶은 건 아니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도와달라고.
너무나도 무서운 이능력을 가진 빌런이 나타났으니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저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 그녀였다.
“”지금까지 있었던 이 일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는 겁니다.
말하고 싶어도 못 하시겠지만.””
전투원 505호가 남긴 말이 그녀에게 또 하나의 주박이 되어,
말조차 원하는 대로 할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능력과 행동, 심지어는 말까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인 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도시와 시민을 지키는 히어로.
그것도 히어로 중 상위 전력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게 그녀다.
도화는 잠시 머리를 굴리더니 지우에게 한 가지 물었다.
“지우야. 내일 혹시 밤에 일정 있어?”
“아니. 왜?”
“그럼 내일 밤에 PC방이라도 놀러 갈래?”
“PC방? 뜬금없이?”
지우는 도화의 뜬금없는 제한에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여태껏 그녀가 보아온 도화의 모습은 오직 히어로 활동. 운동. 그리고 밥.
이 세 가지가 도화의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게임은커녕 인터넷도 잘 보지 않는 그녀가 PC방을 가자고 하니 놀라운 건 당연했다.
“응? 그냥… 지우가 게임하는 거 맨날 보니까 좀 재밌어 보여서.”
“어? 이게? 이딴 망겜이?”
지우가 즐기는 게임은 밸런스가 괴랄하기로 게이머 사이에서도 정평이 났지만,
정작 그 중독성이 엄청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게임 ‘워 오브 챔피언즈’.
자신의 캐릭터를 조작하여 상대 챔피언을 처치하고 중립 몬스터와 상대 진영을 파괴하는,
소위 말하는 AOS 장르의 게임이었다.
“이런 게임을 언니가 하겠다고? 언니 마우스 잡는 법은 알아?”
“나도 그 정도는 알아! 학교 다닐 때까지는 컴퓨터 많이 했었어.”
마치 원시인을 대하는 듯한 지우의 말에 도화는 자존심이 상했다.
아무리 자기가 인터넷이나 컴퓨터에 관심이 없다고는 해도,
이메일 작성이나 포털 사이트 이용 방법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것조차 지우에게는 어린아이처럼 보이겠지만.
“참… 무슨 바람이 분 건지. 알았어. 나도 내일 저녁부터는 일정 없으니까.”
“그래! 그럼 밖에서 만나자. 저기 선남대학교 앞에서.”
그녀가 전투원 505호에게 강제로 범해졌던 골목이 있는 장소이자,
그가 이튿날 밤 10시에 오라고 했던 호텔이 근방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그녀들이 생활하는 히어로 연합 본부 기숙사와도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라,
지우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게임 알려줄 때 답답하다고 막 화내면 안 된다?”
“그건 보장 못하겠는데… 뭐, 노력해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