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52)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52화(52/117)
***
“요… 요원님? 왜 그러세요?!”
“으으으… 으아아아아아아!!!”
매지컬 세라피나의 앞에 던져진 히어로 연합의 요원.
그는 파이어크래커의 이능력 ‘폭탄화’에 의해 인간 폭탄이 되어버린 채,
어딘가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느끼고 두려운 얼굴로 덜덜 떨고 있었다.
“사… 살려 줘…! 히어로님… 살려 주세요…!”
– 쿠과과과과과과과광ㅡ!!!!
“꺄아아아아아아악!!!!”
살려 달라는 연합 요원의 처절한 애원에도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그대로 폭발에 휘말리고 마는 매지컬 세라피나.
“세라피나?!”
엄청난 폭발의 풍압에 옥상 출입구 벽에 세게 부딪히더니,
충격이 큰 듯 쉽사리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후우… 사람을 폭탄으로 만드는 건 오랜만이네.”
폭발한 자리에는 그저 충격으로 건물이 파괴된 흔적만 남고,
폭발한 요원의 시체는커녕 살점 하나조차 남지 않았다.
그저 요원의 영혼이 사그라지는 것만 같은 연기 한 줄기만 피어오를 뿐이었다.
“시체 폭탄은 만들 때마다 집중하는 게 영 힘들단 말이지.
잘못하면 일부만 터져서 피랑 살이 막 튀어버리니까.”
파이어크래커는 무고한 이를 희생했다는 일말의 죄책감 따위는 없이,
오히려 폭발에 대한 평가와 감상을 남기고 있었다.
“세라피나! 괜찮아?”
엑스큐셔너와 교전 상태에 있던 매지컬 아쿠아마린이 세라피나에게 달려가,
큰 부상을 입고 곳곳에서 피를 흘리고 있던 그녀의 몸을 부축했다.
“요… 요원님이…, 저기서… 흔적도 없이…!”
폭발의 풍압으로 인해 생긴 부상도 문제였지만,
더욱 심각해 보이는 건 요원의 폭발을 눈앞에서 목격한 그녀의 정신 상태였다.
“괜찮아? 일어날 수 있겠어?”
“그… 그게… 요… 요원님이…!”
마치 장갑을 벗기 이전의 소심했던 파이어크래커처럼 말을 더듬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뭐야? 겨우 사람 하나 터진 거로 저러는 거야?”
파이어크래커는 매지컬 세라피나의 유약한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듯,
팔을 들고는 이리저리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의 불필요한 전투는 시간 낭비다.
크레이지 체인도 이동한 것 같으니… 우리도 흩어져야 한다.”
칼날을 팔 안으로 다시 수납한 엑스큐셔너가 파이어크래커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그의 부름에 파이어크래커는 치파오 소매 안에 넣어 두었던 장갑을 다시 꺼내어,
손을 쑤욱 집어넣었다.
“앗…! 아아…! 그, 그래야 하겠죠! 네, 네!”
그러자 마치 사람이 바뀐 것처럼 다시 이전의 말투와 행동으로 되돌아와서는,
쭈뼛거리며 엑스큐셔너의 말에 대답했다.
“일주일 안으로 찾지 못하면, 그때는 이곳이 아닌 B시 공항에서 모인다. 그럼.”
“예…! 고, 공항으로!”
만약 ‘트릭스터’ 채령이나 카이저 총수 양쪽 모두를 찾아내는 데 실패했을 경우,
다시 모일 장소까지 정하고는 두 빌런은 유유히 사라졌다.
“크으윽…!”
매지컬 아쿠아마린은 몸과 마음이 모두 충격에 빠진 세라피나를 안은 채,
붙잡아야만 했던 빌런들이 유유히 사라지는 걸 지켜보고만 있었다.
“내가… 내가 좀 더 강한 히어로였다면….”
지금까지 그녀가 상대해왔던 빌런들은 전부 가짜에 불과했다는 걸,
그녀는 너무나도 생생하게 실감했다.
분명 저들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데에도 성공했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공격도 막아냈다.
그건 매지컬 세라피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이 갑작스레 일방적으로 압도당한 건,
분명 파이어크래커와 엑스큐셔너 두 빌런에게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무언가를 극복해야만 더 강직하고 용감한 히어로가 될 수 있다고,
반드시 극복해서 저 빌런들을 물리쳐야 한다고.
아쿠아마린은 눈을 감고 헐떡이는 세라피나를 안은 채 생각했다.
“일단… 돌아가자. 세라피나.”
***
S시의 한 상가 앞에서 여러 빌런과 히어로의 충돌이 있고 난 뒤, 이튿날 아침.
도화를 제외한 채령과 지우, 그리고 시윤.
총 세 사람은 아지트 근처 길거리에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오! 진짜 신기하네.”
지우와 시윤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풀이 삼아,
채령의 이능력 ‘도플갱어’로 분신을 만들어내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냥!”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담긴 눈이 지그시 감기고,
잠깐 집중하자 잠시 뒤 허여멀건한 연기가 그녀의 몸에서 새어 나온다.
– 슈우우우…
채령의 몸에서 새어 나온 연기는 몽글몽글 모이고 모여,
서서히 인간의 몸을 닮은 구름 덩어리처럼 뭉친다.
그리고 그 구름 같은 기체 덩어리의 모양이 점점 더 디테일하게 변하고 변하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채령과 같은 모습의 분신으로 만들어졌다.
“무려 세 명까지도 만들 수 있다구요! 대단하죠?”
마치 어른의 칭찬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와 같은 기대감이 가득 담긴 두 채령의 얼굴.
그 모습을 본 시윤은 순간 어느 쪽이 진짜인지 고민하더니,
그저 웃으며 두 채령의 턱을 모두 긁어주었다.
“”냐아앙…♥””
두 마리의 새까만 암컷 고양이가 가슴팍에 얼굴을 비벼댄다.
“저… 저도 주인님한테 안길래요!”
지우도 분신이 동일한 표정과 움직임을 보며 신기해하더니,
두 채령이 시윤에게 안기려 하자 팔을 꼭 붙잡고 안기려 했다.
“다들 귀여워 죽겠네.”
– 부우우웅ㅡ!
자신의 품에 안긴 암고양이 두 마리와 메이드 하나를 보며 흐뭇하게 웃음 짓고 있던 그때,
그들의 앞에 커다란 중형차 한 대가 앞에 섰다.
듬직한 장정 6명이 타도 넉넉할 정도의 크고 깨끗한 중형차.
“자! 다들 탑승!”
운전 면허를 가지고 있던 도화가 차를 렌트하여 아지트 근처까지 끌고 온 것이었다.
“오케이. 다들 타자!”
분신을 없앤 채령과 간만에 메이드복이 아닌 후드티로 돌아온 지우는 뒷좌석에,
그리고 시윤은 도화의 옆인 조수석에 탑승했다.
“고속도로로 빠져서 Y시에 있는 해수욕장. 그 근처라고 했나?”
“냐앙! 맞아요! 도화님.”
채령은 시윤이 준 예비용 휴대전화를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빠르게 주소를 검색하여 그에게 내밀었다.
“내비게이션에… 오케이. 이제 출발하면 되겠다.
카이저 총수… 드디어 어떻게 생겼는지라도 보겠네.”
채령이 찍은 주소를 통해 그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바로 다크 나이츠의 임시 거점이자,
카이저 총수가 임시로 피신해 있는 장소였다.
“가는 데 1시간은 족히 걸리겠는데. 중간에 휴게소라도 한번 들려야 하나?”
임시 거점이 위치하고 있는 Y시의 한 해수욕장까지 가려면,
적어도 1시간은 족히 넘을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게요. 다들 아침도 안 먹어서 배고플 것 같긴 한데.”
“내비게이션 경로에 하나 나오는 거 보니까… 저 휴게소에 들렀다 가면 되겠네.”
“휴게소! 휴게소 가는 거에요?”
휴게소에 들린다는 말이 나오자,
지우는 신난 듯한 목소리로 시윤에게 물었다.
“응. 왜? 가서 뭐 할 거라도 있어?”
“그, 그게! 휴게소 가면 맛있는 간식이 많다고 해서… 헤헤.”
휴게소는 본디 장기간의 운전과 탑승에 지친 이들이 쉬어가는 장소.
최근 몇 년 전부터는 맛있는 음식과 간식이 즐비한 곳으로도 유행이기도 하다.
지우는 평소 밥을 잘 먹는 편은 아니지만,
과자나 간식에는 매우 관심이 많아 휴게소라는 말에 반응한 것이다.
“가면 뭐 먹으면 되지. 호두과자라던가 아니면 소떡소떡 같은 건가?”
“지우가 밥은 잘 안 먹는데, 간식에는 눈이 돌아가거든요.
연합 기숙사에서도 맨날 과자만 사 먹어서 저한테 자주 혼났어요.”
“그… 그건! 기숙사 밥이 입맛에 안 맞았다고….”
아지트의 메이드가 되고 나서는 그나마 식사량이 좀 늘었지만,
과자나 소시지 같은 주전부리를 선호하는 건 여전했다.
그녀가 하루에 마시는 탄산음료의 양이 1.5L짜리 페트병 2병은 될 정도여서,
혹시나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까 시윤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그래도 최근에는 밥도 꼬박꼬박 잘 먹고 간식도 줄이려고 하던데?
어제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랑 빵도 하나도 안 먹었더라.”
“후훗! 성실한 메이드가 되려면 건강 관리는 필수니까!”
지우도 이전부터 자신의 식습관이 문제라는 건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이전엔 밤낮이 바뀐 생활 패턴 속에서 가끔 히어로 활동을 하고,
온종일 게임만 하던 때에는 고칠 생각을 딱히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지트를 관리하고 주인을 섬겨야 할 메이드가 되고 나서부턴,
건강한 몸이 되어야 더 좋은 메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흐으음… 냐아아아…”
지우와 도화가 티격태격하고 있던 사이,
채령은 그새 잠들어 지우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눕혀 자고 있었다.
“벌써 잠들었어?”
지우는 허벅지에 느껴지는 무게감을 눈치채고 깜짝 놀랐지만,
채령이 귀엽게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보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진짜 고양이 같네…. 귀엽다.”
물론 바깥에 나오면서 고양이 꼬리와 귀는 모두 빼고 있었지만,
정말 고양이처럼 행동하는 채령을 보며 지우는 귀여운 듯 머리를 조심히 쓰다듬었다.
“냐아? 지우님?”
“으아앗?!”
곁잠에 들었던 채령이 지우의 손길을 느끼고 일어나자,
지우는 깜짝 놀라 손을 번쩍 들었다.
“계속 쓰다듬어 주셔도 괜찮아요. 지우 님 손은 부드럽고 말랑해서 좋아요!”
“그… 그러면… 헤헤…♥”
그렇게 네 사람은 시간을 보내며,
카이저 총수가 머무르고 있을 곳에 점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