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53)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53화(53/117)
***
“자! 휴게소 도착이야. 다들 내려!”
휴게소에 도착한 차량이 주차장 한 켠에 멈춰 서고,
잠깐의 휴식 겸 자유 시간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도화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진다.
“끄으으으…! 아이고.”
“냐앗…? 도착했나요?”
채령과 시윤이 단잠에서 깨어나 허리를 펴는 그 사이.
“콜라! 호두과자! 와플! 소떡소떡! 꺄아아!”
휴게소 간판을 보고는 흥분하며 눈을 반짝거리는 지우.
그녀가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휴게소 간식 타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잠깐! 나가기 전에 정해야 할 게 있어.”
시윤은 뛰쳐나가려는 지우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
“다들 알다시피… 나를 제외하면 다들 움직이는 데에 신중할 필요가 있어.
두 사람은 현직 히어로에다 채령이는 연합에 지명수배가 된 상태니까.”
“그렇겠네요… 아무래도.”
지우는 연합에 휴직 신청을 한 상태지만 아직 엄연히 A급 히어로로 등록되어 있고,
도화는 루미와의 작전과 더불어 호출이 올 때마다 히어로로서 활동하고 있는 상황.
물론 연합 관계자와 마주치게 되더라도 이 두 사람까지는 어떻게든 둘러댈 수 있다.
그러나 채령은 현재 연합에서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는 지명수배 상태.
사람이 아주 많은 이 장소에서 연합 관계자나 히어로와 마주치게 된다면,
영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혹시 화장실 가고 싶다거나 아니면 필요한 거 있어?”
“냐앙? 화장실은 괜찮아요! 배가 조금 고프긴 하지만….”
채령은 손을 고양이처럼 둥글게 말아 얼굴을 스윽스윽 닦아내면서,
출출한 듯 다른 한 손으로는 배를 슬슬 문질렀다.
“그러면 채령이 먹을 간식거리만 더 사 오면 되겠네.
한 명씩 다녀와. 제일 마지막에 내가 다녀올게.”
“꺄아아! 호두과자! 콜라! 소떡소떡! 회오리 감자!”
한 명씩 다녀오라는 말에 지우가 손에 카드를 든 채,
간식 이름을 외치며 차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지우야! 지우야! 나 화장실 급한데! 야!!”
아직 안전벨트도 풀지 못한 도화가 다급하게 지우를 불러보지만,
이미 저 멀리까지 뛰어가 버린 지우에게 그 외침이 닿을 리가 없었다.
“이미 안 들리는 거 같은데. 벌써 저기까지 뛰어갔어.”
“에휴… 이럴 때면 아직도 어린애 같다니까요.”
“좀 신나 보이기는 하네. 바깥 나들이 나온 게 되게 오랜만인가 봐.”
도화는 안전벨트를 풀고 한숨을 푹 내쉬면서도,
신나서 뛰어간 지우의 모습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 띠리링ㅡ
그렇게 지우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그때,
도화의 바지 주머니에 들어 있던 히어로 전용 단말기에서 알림이 울렸다.
“무슨 일이야?”
“히어로 아이스 퀸… 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혹시 지금 나와줄 수 있냐고 하는데….”
“S시로 다시 가려면 차를 끌고 가야 하는데.
지금 당장은 좀 그렇다고 해야 할 거 같은데?”
평범하게 일정이나 장소를 조율하면 되는 일인데도,
도화는 당황스러워하며 크게 문제가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이스 퀸이 나와 달라고 하는 곳이 여기 휴게소에요.”
시윤은 도화의 말을 듣자마자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이해했다.
“채령 문제는 아닌 거 같고… 다른 간부가 이 근처에 있는 거 같아요.”
“흐으으음….”
다른 간부가 이 근처에 있다는 건 ‘아이스 퀸’ 설루미를 포함한 다른 히어로가 곧 올 거라는 것.
그가 우려했던 대로 채령을 데리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게 될 수도 있었다.
물론 다크 나이츠의 간부를 히어로들이 해치워주고,
그 사이 먼저 카이저 총수에게 접촉한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채령이 말했던 내용과 연합의 자료에 나온 대로라면,
A급 히어로 여러 명이 합동으로 공격해도 제압하기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일단 지우를 빨리 데려와야겠어.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어 봐.”
도화는 차 문을 열고 지우를 데리러 나가려는 시윤의 팔을 다급하게 붙잡았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금방 다녀올게.”
***
시윤 일행이 타고 온 차가 정차 중인 휴게소 주차장 어딘가.
‘빨리 답신이 와야 하는데….’
연합의 요원을 대동하고 온 A급 히어로 ‘아이스 퀸’ 설루미.
이전과 비슷한 차림의 사복을 입은 채 연합 차량 앞에서 도화의 답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 띠리링ㅡ
“예. 아이스 퀸입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녀는 누군가로부터 단말기를 통해 정보를 전달받더니,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에 빠졌다.
‘어서 이그니션에게 답장이 와야 가든지 말든지 할 텐데… 왜 이렇게 답장이 늦지?’
빌런 ‘엑스큐셔너’가 휴게소 근방에서 발견되었다는 한 요원의 제보.
마침 다른 작전을 위해 가까운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고 있던 루미가 인계를 받고,
다른 히어로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하는 중이었다.
“쯧….”
그러나 근처에 빠르게 올 수 있는 히어로들은 모두 다른 임무를 수행 중이었고,
도화로부터도 답신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어쩔 수 없나…?’
방금 전달 받은 대로라면 빌런 ‘엑스큐셔너’는 일반 시민으로 위장한 채,
잠시 이곳에서 재정비 시간을 거치고 다른 간부나 총수와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
이미 한 번 채령을 붙잡는 데 실패를 겪었던 탓인지,
평소의 침착하고 이성적인 그녀와는 달리 다급하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3분 전에 목격된 곳이 남자 화장실 근처 주차장이니까…
지금은 화장실이나 푸드 코트 같은 곳에 있겠지.’
몇 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도화의 답신을 기다리지 못하고,
루미는 엑스큐셔너가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다는 장소를 향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차량의 문을 잠그고 열쇠를 주머니에 넣은 뒤,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모자를 푹 눌러 쓴 채로 그를 찾아 걷기 시작했다.
‘아직 여기를 벗어나지는 않았을 텐데… 어디에 있는 거지?’
최대한 수상하지 않게 눈을 굴리며 주위를 살펴보고는 있었지만,
아무리 찾아도 엑스큐셔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휴게소를 찾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특정 인물을 찾아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엑스큐셔너는 외견 상 저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찾기 쉬울 만한 외양이었기에,
루미는 눈을 최대한 크게 뜨고 빠르게 굴렸다.
“어!”
젖은 미역처럼 치렁치렁거리는 길고 검은 머리.
마치 시체처럼 창백한 피부와 큰 키를 가진 남자가 그녀의 레이더에 들어왔다.
루미는 남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려는 그를 재빠르게 쫓았지만,
그녀가 그에게 근접하기도 이전에 이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누가 봐도 여성인 그녀가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건 아무래도 무리인 상황.
그녀는 엑스큐셔너가 화장실에서 나오기를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 타다다닷ㅡ!
‘무슨 소리지…?’
그녀가 남자 화장실 옆 벽에 기대어 잠시 기다리고 있던 때,
어디선가 다급하게 달려가는 구둣발 소리가 들렸다.
“저기 안이다! 녀석이 저 안으로 들어갔어!”
검은 양복과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남자 셋.
히어로인 루미의 눈에는 아주 익숙한 히어로 연합의 요원들이었다.
‘뭐지…? 내가 간다고 전달했는데…? 혹시 다른 히어로가 온 건가?’
요원들은 엑스큐셔너가 들어간 남자 화장실의 입구를 가리키며 소리쳤지만,
근처에 동행하고 있는 다른 히어로는 없어 보였다.
그러고는 재빠르게 남자 화장실의 입구까지 달려오더니,
남자 화장실 벽에 기대고 있는 루미에게 다가왔다.
“혹시 이곳으로 들어간 키 큰 남자 보셨습니까?”
요원들은 사복을 입고 있는 루미가 히어로 ‘아이스 퀸’이라는 걸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거.”
루미는 요원에게 자신의 단말기를 보이며,
자신이 히어로라는 사실을 요원들에게 전달했다.
“아! 히어로님이셨군요!”
그녀는 한 요원의 큰 말소리에 화들짝 놀라 검지 손가락을 세워 입술 앞에 가져다 댔지만,
요원들은 남자 화장실 쪽을 바라보고 있던 탓에 그녀의 수신호를 보지 못했다.
“히어로님께서는 여길 못 들어가시니, 저희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자… 잠시만요!”
설상가상으로 요원들은 그녀가 엑스큐셔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모르고,
몰아넣었다고 생각하여 그녀의 제지도 듣지 않은 채 안으로 뛰어 들어가려 했다.
“빌런 엑스큐셔너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루미가 요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귀에다 대고 서 있는 이유를 설명하자,
요원들은 알겠다는 듯 그녀와 다른 방향에 서서 엑스큐셔너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아주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남자 화장실 안에서 볼일을 마친 엑스큐셔너가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 타다다닥ㅡ 팍!
“으아앗!”
“크흠.”
엑스큐셔너가 걸어가고 있던 방향의 맞은편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더니,
다른 곳을 보고 있었는지 그에게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어디 다치신 데… 는 없으시죠?”
“…괜찮습니다.”
엑스큐셔너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를 일으켜 세웠고,
남자도 딱히 다치거나 아픈 곳은 없는 듯 일어서 그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 타다다닷ㅡ
갑자기 맞은 편에 서서 그를 기다리던 요원들이 품속에서 총을 꺼내더니,
넘어졌던 남자를 일으켜 세우고 지나가려던 엑스큐셔너에게 겨누었다.
‘지금은 아니야…! 안 돼!’
– 탕ㅡ!
갑작스러운 요원들의 돌발 행동에 놀라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지만,
이미 총구 끝에서는 총알이 발사된 뒤였다.
피할 새도 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온 총알을 맞은 엑스큐셔너.
그의 옆구리와 허벅지 쪽에 정확하게 적중했다.
“흠… 여기까지 쫓아온 건가?”
그러나 그는 고통이 느껴지지도 않는 듯 한숨을 푹 내쉬더니,
총을 쏜 요원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이러고 싶진 않다만… 어쩔 수 없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