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54)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54화(54/117)
***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이러고 싶진 않다만… 어쩔 수 없겠군.”
요원들이 쏜 탄환에 왼쪽 허벅지와 옆구리를 맞았지만,
엑스큐셔너는 표정의 변화 하나도 없이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무… 무슨 소리야? 갑자기 총 쏘는 소리가 났는데?”
“빌런이다!! 빌런이 온 게 분명해!!”
휴게소를 이용하고 있던 시민들의 귀에 총소리가 들리자,
이용객과 직원을 막론하고 빌런의 습격이라고 생각하며 다급하게 휴게소 밖으로 도망쳤다.
“꺄아아아아아악!!”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휴게소에서 물밀듯이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시끌시끌했던 건물 안이 순식간에 고요한 전장으로 뒤바뀌었다.
“연합에서 왔나?”
그러고는 총상을 입은 자리에서 뚝뚝 피를 흘리면서,
여전히 총구를 겨눈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요원들에게 뚜벅뚜벅 걸어 다가갔다.
“연합 요원들은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너희를 데리고 온 히어로는 어디에 있나?”
엑스큐셔너가 연합의 요원이나 히어로를 상대하기를 수십 수백 번.
단 한 번도 히어로 없이 요원들 단독으로 빌런에게 공격하는 건 본 적이 없다.
“그게 무슨 상관이지? 곧 있으면 몸이 마비될 거다. 순순히 투항해라.”
요원이 엑스큐셔너에게 쏜 탄환은 보통의 총탄이 아닌 특수한 탄환.
평범한 총탄처럼 생겼지만, 그 안에는 코끼리도 30초 안에 잠재울 정도의 마취제가 들어 있고,
몸에 박히는 순간 강력한 마취제가 혈관으로 빠르게 스며들게 된다.
대부분이 이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히어로와는 달리,
요원은 이능력을 가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마취 탄환과 같은 특수 제작된 무기를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순순히 투항하라… 정말 수도 없이 들은 말이다.”
그러나 엑스큐셔너가 두 발의 마취 탄환을 맞고 나서 꽤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유롭게 몸을 움직였다.
“크흠. 이건 마취 탄환인가? 익숙한 물건이다.”
총탄이 박힌 허벅지와 옆구리에 손가락을 집어넣더니,
고통스러운 표정 하나 없이 몸 안에 박혀 있는 총탄을 빼내어 쳐다보았다.
“이런 총탄은 나에겐 소용이 없다. 어서 히어로가 어딨는지 말해.
너희 같은 찌꺼기들과 상대할 시간은 없다.”
“뭐… 뭐야?! 이 새끼가…!”
– 콰드드드드드득ㅡ!!!!
총을 쏘려고 하는 요원과 엑스큐셔너의 그 좁은 틈새에,
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얼음 송곳이 마구 솟아난다.
“…거기까지만 하세요.”
마취 총탄의 성능을 과신하고 있는 요원들의 목숨이 위험해질 것을 우려하고,
숨어서 기회를 노리던 루미는 결국 엑스큐셔너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나타났나? 하마터면 이 요원들의 목숨이 날아갈 뻔했다.”
“그럴 일은 앞으로도 없습니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 끄그그그그극… 끼기기기깃…!!??!!
도끼날 모양의 서슬퍼런 날붙이가 그의 전완근 틈새를 비집고 나온다.
“다만… 그게 언제까지 갈 지는 의문이군.”
그는 루미의 이능력을 보고는 꽤나 흥미로웠는지,
내내 무표정하던 엑스큐셔너의 얼굴에 미약한 표정의 변화가 보인다.
“흐아아아앗!!!”
– 콰드드드드드득ㅡ!!!
루미가 양손을 앞으로 뻗자 바닥에서 수많은 양의 송곳들이 자라나,
전투 태세를 취하려고 하는 엑스큐셔너를 덮친다.
– 스릉… 슈아아아앗ㅡ
석회동굴 안에 솟아나는 점적석과 같은 얼음 송곳들이 몸에 박히기 이전,
몸을 재빠르게 비틀어 깔끔한 단면으로 베어낸다.
베어낸 고드름이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지고,
부서진 얼음 조각들이 바닥에 나뒹군다.
“얼음인가. 위협적이군.”
– 콰드드드드득ㅡ!!!!
자신이 베어낸 뒤 떨어져 부서진 고드름 조각을 만지고 있던 엑스큐셔너.
이번에는 얼음 줄기가 뻗어 나와 그의 몸을 향한다.
– 챙ㅡ!!
루미는 채령을 제압하려 시도했던 때와 같은 방법으로 엑스큐셔너를 얼리려 했지만,
그의 팔에 돋은 도끼날이 얼음 줄기를 막아냈다.
“막아낸다고… 막을 수 있는게 아닙니다…!”
그러나 얼음은 줄기를 막아낸 도끼날을 감싸고 또 감싸더니,
이내 엑스큐셔너의 팔과 어깨를 순식간에 얼려 버렸다.
“…!!!”
– 콰지지지지직ㅡ!!!
그러자 엑스큐셔너는 과감하게 동결되어가고 있는 자신의 오른팔을 잘라 버렸다.
그대로 있으면 순식간에 자신의 전신이 얼어버릴 거라는 추측에,
팔을 잘라낸다는 과감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크하아악…!!”
매지컬 아쿠아마린의 수압 칼날에도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던 그였지만,
손가락도 아닌 팔 전체를 도려내는 건 고통의 수준 자체가 다를 것이다.
그가 느끼고 있는 고통을 반증이라도 하듯,
잘려 나간 팔 끝에서는 엄청난 양의 혈액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크으으으… 으아아아아아아!!!!”
죽음에 이를 정도의 고통에 휴게소가 흔들릴 정도의 기합을 지르더니,
잘려 나간 그의 팔 단면에서 무언가 엄청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 끄그그그그그그긋ㅡ!!! 끼기기기기기기긱!!!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주차장 바깥까지 쩌렁쩌렁 들릴 정도의 기합 소리.
그 기합 소리가 끝나자 그의 팔에서 쏟아져 나오던 혈액의 흐름이 멈추었다.
“후우….”
엄청난 양과 속도의 출혈이 멈추었던 이유.
그는 팔에서 도끼날을 만들어 빼내었던 것처럼,
잘려 나간 팔의 단면에서 칼날을 빼내어 단면을 뒤덮은 것이다.
심지어 그 단면이 칼날로 뒤덮였을 뿐 아니라,
거대한 장검이 팔의 자리를 대신하여 자라난 상태였다.
“하마터면… 순식간에 얼음 덩어리와 하나가 될 뻔했군.”
– 슈아아아앗ㅡ 챙!
“크으으읏…!”
엑스큐셔너는 순식간에 루미가 서 있는 곳까지 날아와,
그녀의 복부를 베어내려 장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루미가 빠르게 만들어낸 얼음 벽이 그의 칼날을 막아 세웠다.
“공수 모두 훌륭한 속도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해.”
– 슈아아아앗ㅡ!!
얼음 벽에서 칼날을 밀어내어 벽을 부숴버리더니,
몸을 빠르게 회전시켜 장검의 칼날과 도끼날로 동시에 루미를 공격한다.
– 챙ㅡ! 챙ㅡ!!!
계속해서 아슬아슬하게 얼음 벽을 만들어 엑스큐셔너의 공격을 막아내는 루미.
– 솨아아아악ㅡ
“꺄아아아앗!?”
그러나 이내 막아내거나 피하지 못한 공격이 그녀의 다리와 어깨를 스치고,
스친 곳에서 피가 솟구쳐 나온다.
– 턱ㅡ
“으아앗?!”
“이제 도망칠 곳은 없다. 얼음을 다루는 히어로.”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등 뒤에 벽이 쿵 하고 부딪히며,
더 이상 뒤로는 물러설 수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이르고 만다.
‘어떻게 해야 하지…? 벽이나 바닥을 부숴야 하는데…,
내 얼음 송곳으로는 부술 힘이 없어…!’
벽이나 바닥을 부수어 그의 압박으로부터 탈출하거나,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법 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휴게소 건물의 벽이나 바닥은 튼튼하여 얼음 송곳으로는 부수기 어려워 보였고,
그렇다고 정면으로 돌파하자니 그의 도끼날에 막힐 것이 분명했다.
– 슈우우우우ㅡ!!!
엑스큐셔너는 구석에 내몰린 루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
재빠르게 왼쪽 팔의 장검 칼날을 휘둘렀다.
– 부웅ㅡ 콰지지지직ㅡ!!!
“크허어억…!”
그러나 어디선가 엑스큐셔너를 향한 공격이 가해졌는지,
그는 칼날을 휘두르다 말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등에 거대한 도끼창이 박힌 채 무릎을 꿇고 쓰러진 엑스큐셔너.
“허어어억… 숨이…!”
오른쪽 어깨 부근부터 총탄을 맞았던 왼쪽 옆구리까지 크고 깊은 상처를 입고,
척추뼈 부근에 거대한 도끼창이 박힌 채 분수처럼 피를 쏟아냈다.
“후우…. 진짜 존나 무겁네 이거.”
“다… 당신은 누구… 죠?”
헐떡거리며 거칠게 숨을 고르고 있는 검은색 머리의 건장한 남자.
그의 등에 도끼창을 꽃아 넣은 것은 다름 아닌 시윤이었다.
“주인… 아니 오빠! 괜찮으세요?”
숨을 고르고 있는 그의 등 너머에서 달려오는 지우.
시윤이 지우의 이능력 ‘무기 구현’을 공유받아 엑스큐셔너를 공격한 것이다.
“하나가… 아니었던 건가….”
등을 거의 관통할 정도로 강하게 내리꽂힌 길고 거대한 도끼창.
그가 유일하게 만들 줄 아는 ‘워 오브 챔피언즈’ 캐릭터의 무기였다.
“크하아아악…!”
기합을 지르며 팔을 잘라냈던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그 데미지가 더 심각한 듯 일어나지도 못하고 피를 토하는 엑스큐셔너.
몸에서 솟구친 피가 그의 검고 긴 머리를 붉게 물들이고,
시체 같았던 그의 피부가 더욱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그으으으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럼에도 엑스큐셔너는 아직도 일어설 힘이 남았는지,
괴물과도 같은 힘과 체력으로 괴성을 내지르며 시윤에게 달려들었다.
가히 마지막 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최후의 돌진.
– 콰드드드드드득ㅡ!!
그러나 큰 데미지를 입은 탓에 바람과도 같았던 움직임은 눈에 보일 정도로 느려진 상태.
이를 빠르게 캐치한 루미가 얼음 줄기를 발사하여,
달려들던 엑스큐셔너의 몸 전체를 빠르게 얼려버렸다.
“돼… 됐다. 됐어….”
도끼창과 함께 꽝꽝 얼어버린 엑스큐셔너의 몸이 쿵 소리를 내며 휴게소 바닥에 내려앉고,
루미는 그가 완벽하게 언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 당신은 누구죠? 절 도우러 오신 다른 히어로인가요?”
루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냉동 상태의 엑스큐셔너를 바라보고 있는 시윤에게 다가갔다.
“아… 히어로는 아니에요. 히어로들이랑 좀 친… 한 사이기는 하죠.
그나저나 상처가 좀 깊어 보이시는데. 괜찮으세요?”
그녀는 엑스큐셔너의 칼날에 큰 데미지를 입지는 않았지만,
완벽하게 막아내지 못한 몇 번의 공격에 작지 않은 상처를 여럿 입은 상태였다.
“아프기는 하지만… 괜찮습니다. 어서 다른 요원들에게 상황을 전달해야…?!”
괜찮다며 혼자 일어서려다 삐끗하고 넘어져 버리는 루미.
다리가 베인 탓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꺄아앗?! 뭐 하시는 겁니까?!”
시윤은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루미를 번쩍 둘러업고,
얼어버린 엑스큐셔너를 내버려 둔 채 지우와 함께 휴게소 건물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렇게만 본다면 시윤은 루미를 구하기 위해 나타난 영웅과도 다름이 없었지만,
그가 갑자기 나타나 루미를 구한 것은 아주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 상태 : 각인 1단계 (잠식도 0%) ]‘작전…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