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55)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55화(5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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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앗?! 뭐 하시는 겁니까?!”
시윤은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루미를 번쩍 둘러업고,
얼어버린 엑스큐셔너를 내버려 둔 채 지우와 함께 휴게소 건물 밖으로 걸어 나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루미나 다른 히어로가 엑스큐셔너를 처리하게 만들고,
봐도 그저 모르는 척 지나가 총수를 찾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엑스큐셔너가 강하다는 걸 지우를 데려오다 목격했고,
연합의 주요 작전을 담당하거나 관여하고 있는 루미가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저… 저는… 괘… 괜찮습니다…!”
루미는 시윤에게 공주님 안기를 받고 있는 것이 부끄러운지 괜찮다며 내리려 했지만,
시윤은 그녀를 꽉 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히… 히어로님!! 괜찮으십니까?”
그러고는 다리에서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루미를 요원들에게 인계했다.
“아앗…!”
시윤의 팔 위에서 내려온 루미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시윤을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주제도 모르고 나서는 바람에…!”
요원들은 루미에게 90도 각도로 고개 숙이며 사죄의 뜻을 표했지만,
하지만 루미는 괜찮다는 듯 요원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 아닙니다. 시민들은 안전한가요?”
“예! 연합에서 신속하게 인력을 배치하여 시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모셨습니다.”
그녀가 걱정했던 시민의 안전은 다행히 제대로 지켜진 상태.
시민들은 요원들의 옆에 선 루미가 엑스큐셔너를 제압했다고 생각하고,
시윤이 아닌 루미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하다고 외쳤다.
아수라장이 된 건물 내부의 파손된 기물들 뒤에 시윤과 지우의 모습이 가려졌고,
반면에 루미가 싸우는 모습은 먼 거리에서 카메라로도 담길 만큼 각도 상 잘 보이는 위치였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히어로님!”
“히어로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내가 엑스큐셔너와 싸운 건 맞지만… 제압한 건 내가 아니야.’
하지만 엑스큐셔너를 제압한 건 자신이 아닌 시윤이었기에,
그녀는 어딘가 떨떠름하면서도 불편한 마음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시민들을 무시할 순 없었기에,
그녀는 자신에게 사과했던 요원들처럼 아주 깊숙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결국 시민들이 히어로를 믿어야 도시를 지킬 수 있고,
히어로들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시민에게 늘 감사함을 가져야 하니까.
“히어로님께서 제압하신 빌런은 특수 수송 차량이 도착하는 대로,
빠르게 연합에 이송할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다른 요원들은 무너진 내부 시설을 수습하도록 하고,
시민들이 안전하게 나가실 수 있도록 인도해주세요.”
루미는 추가로 파견된 요원들에게 해야 할 일을 일러주고는,
주차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조심스레 걸어갔다.
그녀가 걸어간 방향에는 안전하게 숨겨둔 휴게소 간식을 가지러 간 지우와 시윤이 있었다.
“저… 저기!”
히어로가 아닌 자신이 구해야 할 시민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는지,
루미는 부끄러움과 미안함에 고개를 들지 못하면서도 용기 내 그를 불러냈다.
“예? 저 말씀이신가요?”
허겁지겁 간식을 입에 넣고 있는 지우를 먼저 차에 보내고,
시윤은 루미의 물음에 대답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 죄… 죄송… 합니다…!”
“예? 아니 뭐… 그러실 건 없는데요. 히어로님께서 물리치신 거잖아요?”
“아닙니다! 전… 당신께서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그대로 도끼날에 베여 죽었을 겁니다.”
시윤은 자신이 어딘가를 다친 것도 아니고,
결국엔 시민의 안전을 지켰으니 다행인 거 아니냐며 오히려 루미를 다독였다.
“혹시 제가 사례를 할 수 있는 거라도 없겠습니까?
아니면 이름이라도… 나중에 연합에라도 찾아오시면 제가…!”
“아… 하하. 제가 그… 이름이 알려지면 좀 곤란해서요.”
자기 손과 팔을 꼭 붙잡고 제발 이름이라도 알려달라는 루미.
시윤은 루미의 그런 모습을 보며 약간 당황스러웠다.
어차피 루미에게 각인을 새겨넣은 이상 이름을 알리던 뭐든 상관은 없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뭐지…? 저 표정…?’
루미가 시윤을 바라보는 표정은 단순하게 미안함과 감사함이 담긴 표정이 아닌,
뭔가 자신을 구한 영웅에게 한 눈에 반한 듯한 소녀의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시윤이 커럽션 시스템으로 루미에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제발… 뭐라도 제가 보답을 하게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아서 다행이기는 한데…,
이런 반응은 예상 외인데.’
소위 서브컬처 계열 게임을 하게 될 때,
우리는 수많은 미소녀에게 사랑받는 정체불명의 주인공 캐릭터로 플레이하게 된다.
예를 들면 지X관이라거나, 아니면 선X님이라던가.
그런데 왜 이런 얼굴도 모르는 남자 주인공이 저 수많은 미소녀에게 사랑을 받는가?
라고 생각하던 이들의 고민 끝에 내려진 결론이 있다.
바로 그들에게는 ‘개연성’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이야기이다.
시윤은 그 개연성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꽤 준수한 외모와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누가 봐도 연예인 같이 생겼다거나 하는 수준의 초절정 미남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호감을 가질 정도는 되는 수준.
그가 남중과 남고를 나오고 대학교까지 남자들이 즐비한 과를 다녔던 탓인지,
딱히 의식을 하거나 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가 절체절명의 상황에 멋진 타이밍에 등장해 구해준,
‘백마 탄 왕자님’과 같은 행동을 한 것도 크게 한몫을 할 것이다.
“그럼… 성까지는 좀 알려드리기 그렇고, 제 이름이 ‘시윤’이라는 것만 알아주세요.
나중에 혹시나 도움받을 일이 있다면 연합으로 찾아갈게요.”
“시윤… 시윤 씨… 감사합니다!”
루미는 시윤이라는 그의 이름을 몇 번이고 곱씹었다.
‘도화랑 채령이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빨리 가야겠다.’
“그럼 전 빨리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금방… 또 뵙게 될 일이 있으면 좋겠네요. 히어로님.”
시윤은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이름을 되뇌고 있는 루미에게 짤막한 인사를 남기고,
세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차로 다급하게 달려갔다.
“시윤… 시윤 씨….”
그가 떠난 것을 알기는 아는지, 루미는 한참 동안을 그 자리에서 중얼거렸다.
자신을 구해준 히어로가 사실 악질 세뇌 빌런이라는 걸 알지도 못한 채로.
***
엑스큐셔너 제압 작전이 어찌저찌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이후.
루미는 간부급 빌런 제압의 성과를 상부에게 인정받고,
적지 않은 포상금과 함께 며칠 간의 포상 휴가를 제공 받았다.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현장에 출동하거나 작전을 수행했던 그녀에게는 정말 꿀 같은 휴가였다.
“하아…. 얼마 만에 쉬어보는 거지.”
루미는 홀로 사용하고 있는 연합 기숙사에서 땀과 피에 젖은 몸을 씻고 있었다.
“하마터면 다리를 못 쓰게 되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야.”
다리를 베였던 상처는 다행히 심각한 건 아니었고,
부가적인 검사에서도 크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는 소견이었다.
“시윤 씨…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사람인 걸까…?”
루미는 바디워시의 거품을 내며 생각했다.
‘시윤 씨’라고만 말했던 그 남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찾아온 이유가 뭘까?
정말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온 백마 탄 왕자님은 아닐까?
…라며 그녀답지 않은 소녀스럽고 순진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갑자기 가슴이 쿵쿵 거리는 거 같고…표정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
루미는 더운 날씨에 땀을 씻으려 더운물을 몸에 쐬고 있어서라고 생각했다.
‘내… 내 몸이 왜 이러지…? 너무 무리해서 그런가.’
더 상태가 심해지기 전에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에어컨 전원을 켜 달아오른 몸과 얼굴을 빠르게 식힌다.
“후우….”
연합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다른 히어로였다면 왜 그런지라도 물어볼 수 있겠지만,
그녀에게는 이런 걸 물어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녀의 딱딱한 성격과 말투 때문에 같이 생활하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았고,
애초에 도화의 경우처럼 친구를 만들거나 지인을 만들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보통 2인 1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기숙사에서,
그녀가 그 넓은 기숙사 방을 혼자 사용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분명 엄청 시원한데… 아직도 몸이 뜨겁고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거지….’
그녀는 속옷을 입지 않고 커다란 흰색 티셔츠 하나만 입은 채,
커다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잠이라도 자면 이 상태가 나아질 거라는 생각이었다.
‘시윤 씨… 시윤 씨…♥’
그녀가 계속 자신의 왕자님을 생각하고 있는 탓인지도 모르고,
어느새 그녀는 자신의 몸 곳곳을 이불에 감은 채 부비적거리기 시작했다.
“흐읏…♥”
발정 난 것처럼 점점 거칠어지는 숨소리와 심장 박동 소리.
스윽 고개를 든 젖꼭지가 흰 티 위로 솟아오르고,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허벅지를 부비적거린다.
‘여태껏… 이런 적 없었는데…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녀는 자신이 도대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 지도 알지 못했다.
발기한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마구 꼬집는다거나,
사타구니에서 묘한 쾌감을 느끼며 허벅지를 부비적거리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그저 몸이 안 좋아서 말이 듣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그 행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흐으읏…♥”
어느새 손가락은 보짓살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자연스럽게 쾌감에 빠져들고,
의문이 섞여 있던 숨소리는 달콤하게 바뀌어간다.
그녀의 히어로 네임만큼이나 차가운 얼음장 같았던 루미가,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쾌락에 몸을 맡기고 있다.
“하으읏… 흐으읏?!♥”
허리를 튕긴다거나 조수를 뿜어내지는 않는 가벼운 정도였지만,
루미는 생애 처음으로 자위라는 걸 해보며 절정에도 이르렀다.
‘하아…♥ 이제 자고 나면 좀… 나아지겠지.’
그러나 자신이 도대체 무슨 행위를 한 건지,
방금 뇌리에 느껴진 크나큰 쾌감의 물결은 도대체 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몸이 좋지 않아서. 그저 피곤해서라고 생각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