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70)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70화(70/117)
***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는 주말의 낮.
S시의 번화가 한복판에서는 누군가가 그 휴식을 방해하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빌런이다!! 히어로는 어디에 있는 거야!!”
혼비백산이 되어 어딘가로 도망치고 있는 시민들 사이에서,
깔끔한 두상을 지닌 한 거구의 남자가 힘차게 울부짖고 있었다.
“으하하하하하하! 더 소리 질러라! 더 울부짖어라!”
적어도 3m는 될 법한 상식 이상의 큰 키와 육중하고 묵직한 체격.
– 부우웅ㅡ 부우우웅ㅡ 쾅!!!
그가 자기 몸집만 한 거대한 망치 하나를 들고 자유자재로 휘두르자,
가로수나 신호등은 물론 도로나 건물의 외벽이 갈라질 정도의 큰 충격이 가해진다.
“히어로는 언제 오는 거냐!! 날 어서 만족시키러 오란 말이야!!”
그는 그 흔한 빌런 네임조차 가지지 않은 빌런이지만,
흔히 나타나는 어쭙잖은 빌런에 비하면 그는 아주 위협적인 빌런임이 확실했다.
“우리는 히어로 마법소녀!”
그 무시무시한 남자를 막아서는 상큼한 인상의 두 소녀.
“매지컬 아쿠아마린!”
“매지컬 세라피나!”
“히어로와 마법소녀, 두 정의의 이름으로… 네 녀석을 단죄하겠다!”
새파란 하늘빛의 매지컬 아쿠아마린.
자연스러운 산뜻함의 매지컬 세라피나.
두 마법소녀 히어로가 남자의 앞에 등장했다.
“뭐… 뭐라고? 히어로 마법소녀? 크하하하하하하하!!!”
자신보다 한참 작은 체구의 소녀들이 히어로랍시고 나타난 것이 그저 웃긴지,
호탕하다 못해 거리가 울릴 정도로 박장대소를 보인다.
“아하하하하! 하하하… 미안. 이거 너무 웃겨서 말이야.
이 자그마한 숙녀분들께서 히어로랍시고 날 쓰러트리러 오셨단 말이지?”
그러고는 허리를 깊숙하게 숙여 두 소녀를 내려다보더니,
그녀들이 든 지팡이를 두툼한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장난감 지팡이에서 뭐 마법이라도 나가는 건가? 앙?”
“받아라! 세라피나 엑스퍼트 바인!”
– 휘리리리리리리리리릭ㅡ 촤아아아악!!!
“뭐… 뭐야!! 이 가시덩굴은?! 으아아아악!”
아쿠아마린의 지팡이를 빼앗으려는 남자에게 뻗어 나가는 가시덩굴의 줄기.
수십 가닥의 가시덩굴이 그의 몸을 꽈악 옥죄어 나갔다.
“그 가시덩굴에서는 네 녀석의 몸을 잠잠하게 만들 수면독이 들어 있어.
그 자리에서 얌전히 잠드는 게 좋을 거야.”
매지컬 세라피나는 전신을 가시덩굴에 포박당한 남자에게 지팡이를 겨누었다.
“크으으… 겨우 이딴 식물 따위에 질 거 같았으면 나오지도 않았다…!!!!”
– 콰드드드드드득ㅡ!!!
그의 우락부락한 근육에 돋아난 핏줄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창하며,
남자는 우렁찬 기합과 함께 몸을 옥죄던 가시덩굴을 찢어발겼다.
“후우…. 질겨서 어디 쓰겠나? 먹지도 못하겠군.”
아직 가시덩굴의 수면독이 그의 몸속으로 침투하지 못했던 탓에,
남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와 목을 까딱거렸다.
“쬐끄만 것들이 버릇없이 기습 공격이나 하고 말이야. 아아아아앙?!!!!”
“끄으으으…?!”
우렁찬 외침만으로도 풍압을 만들어낼 정도의 힘과 기백.
두 소녀는 그 기백에 눌려 순간 몸을 움츠렸다.
“그럼 나도 신나게 움직여 볼까?
우리 발랄하신 히어로… 뭐시기 소녀? 들이랑 놀아 줘야지.”
수백 kg은 될 법한 거대한 금속 망치를 뿅망치 다루듯 붕붕 휘두르더니,
소녀들을 향해 강하게 휘둘러 내리친다.
“으랏챠!!!!!”
– 쿠과과과과과과광ㅡ!!!!!
“”꺄아아앗?!””
그러자 고막을 터트릴 정도의 엄청난 굉음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새까만 도로 한복판에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냈다.
“으하하하하하!!! 기분 좋은데?! 하하하하하하!!!!”
거세면서도 재빠른 공격에 황급하게 몸을 젖히다 넘어져 버린 세라피나와 아쿠아마린.
남자는 두 소녀의 허둥지둥대는 모습을 보며 비웃었다.
‘분명… 강해졌다고 했지. 그럼 더 진심을 내도 될 거야…!’
몸에서 피를 쏟아내거나 갑자기 쓰러지는 일은 다반사.
이젠 아예 약을 꼬박꼬박 먹지 않으면 몸을 유지할 수 없는 지경.
그녀들이 그걸 대가로 얻은 건 이능력의 막대한 ‘출력량’과 가공할 만한 ‘파괴력’이었다.
“아쿠아… 하이퍼 버블 블래스트!!!!!”
– 촤아아아아악ㅡ!!
이를 꽉 깨물고 이전이라면 불가능했을 수준의 엄청난 기술을 선보이는 아쿠아마린.
너무 빨라 광선이 아닌가 싶은 수준의 수십 개의 물줄기가 남자를 덮친다.
– 푸슈슈슈슈슈슈슉ㅡ
“크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고압의 물줄기가 단단하게만 보였던 남자의 근육과 살을 꿰뚫고,
그의 몸에서는 적지 않은 양의 피가 솟구쳐 나왔다.
“이 공격은 대체 뭐야…!!!! 갑자기 왠 물대포가 나오는 거야…?!!!!!”
“어때? 내 새로운 기술 ‘아쿠아 하이퍼 버블 블래스트’의 맛이?”
남자는 생각한 것 이상의 파괴력이 저 연약한 소녀에게서 뿜어져 나왔다는 사실에,
직접 피격당한 몸뿐 아니라 정신에 충격을 받고 주저앉았다.
“내가… 내가 저런 연약한 소녀들의 공격에 주저앉아…?
온갖 험지를 경험하고 맹수들과 싸워왔던 내가…?”
물론 그 또한 그의 말대로 온갖 어려움과 혹독함을 견뎌내며 단련한 것이겠지만,
그녀들이 ‘연약한 소녀’라는 데에는 어폐가 있었다.
남자와 같은 건장한 이들도 버텨내지 못하는 지독한 실험을,
그것도 열 번 넘게 버텨낸 것이 그녀들이기 때문이다.
“세라피나… 어디 다친 곳은 없는 거지…?”
잠시 남자가 몸을 추스르고 있는 사이, 아쿠아마린은 크게 넘어졌던 세라피나에게 다가갔다.
“으으으으… 끄으으으으…!!”
그러나 세라피나는 어딘가 강렬한 분노에 사로잡힌 건지,
잔뜩 화가 난 듯한 표정과 목소리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왜… 왜 그래? 세라피나! 내 말 들려? 꺄아아앗?!”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감정에 사로잡혀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듯한 세라피나를 다급하게 붙잡았지만,
세라피나는 아쿠아마린을 밀쳐낸 채로 남자를 향해 달려갔다.
“죽어… 죽어… 죽어어어어어어!!!!!!!”
– 휘리리리리리리리릭ㅡ!!!!
– 푸슈슈슈슈슈슉ㅡ!!!!?!!!
“크하아아아아악…!!!”
광기와 분노에 사로잡힌 세라피나가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움직이자,
아까 전보다도 훨씬 흉측하고 날카로운 가시덩굴이 남자의 몸을 꿰뚫었다.
“세라… 피나…?!”
세라피나의 분노를 형상화한 듯한 거칠고 모진 형태의 가시덩굴.
남자는 이미 전신을 꿰뚫린 채 대량의 혈액을 쏟아내면서,
호흡하는 것조차 버거운 듯 피를 토하며 캑캑거렸다.
“그으으… 으아아아아아아!!!!”
그럼에도 폭주 상태의 세라피나는 분노가 풀리지 않는지,
가시덩굴을 조종하여 이미 빈사 상태인 남자의 몸을 찢고 또 비틀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살려 줘!!!!!!”
– 끄기기기기기긱… 기기기기기긱…!!!!
제발 살려달라는 남자의 애절한 외침 따위 폭주한 세라피나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가시덩굴은 점점 남자의 피로 물들어 붉어질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애처로운 비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잠해졌다.
“이건… 이건 아니야….
우린 빌런으로부터 시민을 지키는 게 목적인데… 그런데 이건….”
남자가 우락부락한 신체와 거대한 해머를 이용해 시민들을 위협한 건 사실.
그가 도시의 가로수나 담장 몇 개를 파괴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히어로 연합에 주요 관찰 대상으로 지목된 적도 없고,
하다 못해 시민들에게 아직 상해조차 입힌 적 없는 이 남자가…
저렇게까지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정도의 흉악범이었을까?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만 해! 이미 그 정도면 충분하잖아!”
피범벅이 된 가시덩굴 앞에서 미친 듯이 몸을 비틀며 웃고 있는 세라피나.
아쿠아마린은 그런 그녀를 막아서기 위해 달려 나갔다.
“그만 해… 그만하라고!!! 세라피나!!!!!!!!”
그러나 아쿠아마린의 외침과 그녀의 몸이 세라피나에게 닿기도 전,
세라피나는 갑자기 힘없이 그 자리에서 픽 쓰러지고 말았다.
“세라피나?!!!”
아쿠아마린이 다급하게 달려가 세라피나가 땅에 머리를 박기 전 간신히 잡아냈지만,
이미 그녀의 얼굴과 몸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도대체… 도대체 소장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분명 24시간 이내에 약을 먹지 않으면 심대한 부작용이 생길 거라고만 말했던 소장.
감정이나 이능력이 폭주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갑자기 폭주하여 날뛰다 쓰러진 세라피나는 코와 입에서 마구 피를 흘리고,
마치 시체처럼 얼굴과 입술이 창백해져 있었다.
“아… 쿠아…?”
“세라피나?! 괜찮은 거야?!”
잠시 후 아쿠아마린의 품에 안긴 세라피나가 살며시 눈을 뜨자,
아쿠아마린은 폭주가 멈춘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쿠아마린… 너… 피가….”
“피가? 피가 너무 많이 나서 그래?”
세라피나가 피 이야기를 꺼내자 자신이 흘린 피를 이야기하는 줄 알고,
아쿠아마린은 치맛자락으로 그녀의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그러나 입가에 묻은 피를 아무리 닦아내도 여전히 피는 세라피나의 얼굴에 남아 있었다.
“내가 아니라… 아쿠아마린을… 말하는 거야….”
세라피나가 가리킨 것은 자신이 아닌 아쿠아마린.
“이… 이건…!”
세라피나와 마찬가지로, 아쿠아마린의 코와 입에서는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