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71)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71화(71/117)
***
“어으으으…! 벌써 10시네.”
평소의 시윤이라면 쿨쿨 자고 있었을 시간.
하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잠에서 깨어 모닝 커피까지 마시고 있다.
“뭐야. 빌런 과잉 진압 논란…?”
스마트폰으로 히어로와 빌런에 관한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던 중,
히어로의 빌런 과잉 진압 논란에 대한 기사가 그의 눈에 띄었다.
“해당 빌런은 전과가 없는 초범이지만…
히어로 측의 과잉 진압으로 결국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
바로 어젯밤 있었던 빌런 사망 사건에 관한 기사.
두 여성 히어로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초범 빌런을 진압하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야기를 논란거리로 삼고 있었다.
빌런은 보통 이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은 만큼 일개 잡범들과는 그 궤를 달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다.
빌런이 나타나 신고가 들어가면 즉시 히어로가 출동하여 빌런을 소위 ‘리타이어’ 상태,
즉 저항 불가능한 무력화 상태로 만드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
제아무리 흉악한 빌런이라고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즉시 목숨을 앗아가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게다가 사망한 빌런은 전과나 상해 기록이 없는 초범이었기에,
꽤 큰 논란거리로 불타고 있는 것이었다.
“연합에서 갑자기 방침을 바꿨을 리는 없을 거고.
아니면 뭐… 이능력을 제어하는 데 실패했다거나.”
일반인이 자신의 이능력을 제어하지 못해 벌어지는 사건은 꽤 흔하지만,
히어로가 이능력을 제어하는 데 실패했다는 일 또한 매우 드물다.
“경쟁자가 줄어서 좋아해야 하나… 이걸…?”
조금 아리송한 표정으로 잔에 남은 커피를 입 안에 전부 털어 마시고,
시윤은 옆에 걸어 놓았던 티셔츠와 가디건을 어깨에 걸쳤다.
– 끼이이익…
“흐냐아암… 주인님?”
아직 잠이 덜 깬 듯 꾸벅꾸벅 졸며 방문 밖으로 걸어 나오는 채령.
손을 둥글게 말아 얼굴을 슥슥 닦아내며 시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넨다.
“응. 도화랑 지우는 자고 있나 보네?”
“네… 냐우움…!”
평소라면 지우와 도화 두 사람 모두 잠에서 깨어났을 시간이지만,
오늘만큼은 마음 놓고 푹 잠에 들었다.
최근 며칠 동안 카이저 총수를 찾으러 멀리까지 나갔던 일이나,
시윤의 생일 파티를 가장한 광란의 섹스 파티로 꽤나 피곤했을 암컷들.
시윤은 자신의 암컷들에게 오늘 하루는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쉬라고 지시했다.
“어디… 나가시는 거에요오…? 냐아우움….”
“응. 중요한 사람을 한 명 만나러 가거든.”
“냐아암….”
채령이 잠시 꾸벅꾸벅 졸며 대화를 나누다 그새 소파에 풀썩 앉아 다시 자려고 하자,
시윤은 그녀의 어깨에 담요 한 장을 덮어 주었다.
“그럼 다녀올게.”
***
“정말… 이렇게 나가도 괜찮겠지?
이상한 거 아니겠지…?”
루미에게 주어진 휴가의 마지막 날.
히어로 업무에 복귀하기 이전 다시 한번 시윤과 만남을 가지기 위해,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열심히 몸을 단장하고 있었다.
새하얀 블라우스와 좁은 폭으로 골반과 엉덩이 라인이 돋보이는 검은색 스커트.
히어로 활동 중에 입고 다니는 제복 스타일의 히어로 슈트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오히려 그녀의 청순한 외모를 돋보이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 띠리리링ㅡ
“예. 아이스 퀸입니다.”
“여보세요? 루미 씨?”
“아…! 시, 시윤 씨…!”
전화가 걸려 오자 평소처럼 자신의 히어로 네임을 먼저 말했지만,
전화를 건 상대는 연합 관계자나 상관이 아닌 시윤.
그녀는 화들짝 놀라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목소리로는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 꾹꾹 눌러냈다.
“전 출발했는데… 루미 씨는 어디쯤 계세요?”
두 사람이 만나기로 한 장소는얼마 전 두 사람이 만나서 놀았던 곳과 같은 거리.
나가서 5분 정도만 걸어도 금방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저… 저도 이제 나가려구요. 이따가 뵙겠습니다…!”
“예! 조금 후에 뵐게요!”
“후으으…!”
아주 잠깐 동안의 통화가 끝나고, 루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습관이 나와버렸어….”
루미가 잘 오고 있는지 확인차 걸었던 전화였지만,
그 전화 한 통이 의도치 않게 루미의 심장을 들었다 놓는 행위가 되었다.
“벌써 출발하셨다니까… 빨리 나가야겠네.”
***
히어로 연합의 본부 근방에 있는 S시 시내의 번화가.
해가 서서히 올라 정오에 가까워져 가는 한창인 시간대의 번화가에는,
저마다 손에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 잔씩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리고 그 번화가 안에 입점하고 있는 탕후루 가게 앞에 서 있는 한 남자.
“언제 오지.”
시윤은 루미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약속 장소 앞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시… 시윤 씨!”
“아! 루미 씨!”
슬슬 스마트폰을 보는 것도 지겹게 느낄 무렵,
루미는 기다리고 있던 시윤을 보고는 환한 얼굴로 그에게 달려왔다.
“저… 너무 늦었으려나요?”
“아니에요! 아직 약속 시간 전인걸요.”
루미는 혹시나 그가 오래 기다렸을까 노심초사하며 급하게 달려온 모양이었다.
“슬슬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엄청 많네요.”
“그… 그렇네요!”
루미는 이마에서 볼을 타고 흐르는 땀을 스윽 닦아내고,
시윤은 그런 그녀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소… 손을…!’
루미는 저번 시윤과의 만남을 통해 이젠 조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그와 가까워지기만 하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저번엔 루미 씨께서 추천해주신 식당으로 갔으니까…,
이번엔 제가 찾아본 곳으로 가도 괜찮을까요?”
“네! 당연하죠…! 어디든… 전 다 좋아요….”
맞잡은 손을 덜덜 떨며 고개를 아래로 내리고 대답하는 루미.
시윤은 그런 루미의 손을 꽉 잡고 그가 미리 찾아두었던 식당으로 향했다.
번화가 안을 조금 돌아다니다 보이는 자그마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
그 안에 있는 나무로 된 간판이 세워진 허름한 식당 앞에서 멈춰 선다.
“여기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오는 곳은 아닌 거 같던데…,
왠지 이런 숨겨진 맛집을 찾는 것도 재미란 말이죠.”
그다지 화려하거나 좋아 보이는 곳은 아니었지만,
왠지 재야의 고수가 숨어있을 것만 같은 그런 식당이었다.
– 끼리리릭ㅡ
두 사람은 척 봐도 낡아 약간 덜컹거리는 나무 미닫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문을 열고 발 한 자국을 들였을 뿐인데도 벌써부터 진한 고기 냄새가 풍긴다.
“여기 앞에 앉으시면 됩니다. 어떤 걸로 드릴까요?”
나이 지긋한 노인장 혼자 운영하는 듯한 작고 낡은 식당.
손때 묻은 메뉴판에는 고기국수와 우동 같은 면 요리부터,
몇몇 조림 요리들의 이름이 직접 손글씨로 쓰여 있었다.
“저도 처음 와보는 곳이라 잘은 모르지만… 왠지 고기국수가 당기네요.”
“그… 그럼 저도 고기국수로….”
“그러면 고기국수 두 그릇에 돼지고기 간장조림 하나 시켜서 나눠 먹을까요?”
“좋아요…!”
노인장 혼자 운영하는 가게라 메뉴 종류 자체가 그다지 많지 않아,
시윤은 망설임 없이 식사 메뉴를 골라 빠르게 주문했다.
“고기국수 두 그릇에 돼지 간장 하나? 오케이!”
주문을 받는 활기찬 노인장의 목소리.
벌써 관록이 느껴지는 듯한 움직임으로 조리 기구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루미 씨는 저 만나고 나서… 남은 휴가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운동도 하고… 잠을 많이 잤던 거 같아요.”
평소 히어로 업무만 해도 엄청 바쁜 루미였기 때문에,
휴가 기간에는 취미 생활이나 오락을 즐기기보다는 운동과 휴식이 필요했다.
애초에 오락이나 취미에 관심 자체가 없어,
무언가를 즐기고자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기도 했다.
“혹시 오늘도… 호텔… 가시나요?”
루미는 시윤이 먼저 언급하기도 전에 호텔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가고 싶으세요?”
“…네. 엄청… 좋았으니까요….”
사실 루미는 시윤을 만나러 이곳에 오기 전부터,
오늘도 과연 시윤이 자신을 안아줄 것인지가 제일 신경 쓰였다.
그날 밤 호텔의 반투명한 욕실 유리 벽 너머로 보았던 남자다운 육체.
그 모습을 보며 무심코 야릇한 마음이 들었던 것을 알아챈 시윤에게 이끌려,
그날부터 루미는 자신이 시윤이 안아주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야릇한 마음을 들켜 그에게 입술과 혀를 범해지고 난 뒤,
그녀는 스스로 그 마음을 인정하고 직접 사랑이 담긴 입맞춤을 전했다.
그리고 그에게 스스로 자신의 처녀를 바쳐 수컷의 손길을 맛보고,
다음 날 아침에는 그가 원하는 대로 가슴을 사용해 자지에 봉사했다.
물론 시윤이 발정 명령을 사용하며 어느 정도 그렇게 되도록 유도한 것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그녀 스스로 시윤에게 길들여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루미 씨… 생각보다 엄청 적극적이시네요.”
“호… 혹시 싫으셨다면… 죄송해요!”
“아니에요. 제가 그 때 말했잖아요?루미 씨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영락없이 루미가 그에게 섹스하자고 조르는 모양새지만,
이는 오히려 시윤이 바라는 바였다.
그의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루미를 자신의 슬레이브로 만들어,
슬슬 조직의 힘과 세력을 확장해야 했으니까.
“그럼… 점심 먹고 바로 호텔로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