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76)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76화(7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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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성인용품점은 아주 폐쇄적이고 음침한 곳이라고 여겨지던 장소였지만,
최근에는 번화가에도 예쁘게 꾸며진 성인용품점이 있을 정도로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세월이 지나며 성이라는 걸 부끄럽고 감추어야 하는 것이 아닌,
또 하나의 문화로서 즐기고 향유하는 것이라는 개방적 인식이 퍼졌기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뭐 하는 곳일까?’
계단을 오르던 루미는 과연 ‘ADULT SHOP’이 뭐 하는 장소일지 궁금해했다.
– 띠링ㅡ
꽤 고급스럽게 장식된 철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자,
하얀색 진열장과 은은한 조명의 빛이 가게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여… 여긴 뭐 하는 곳이지…? 뭔가 이상하게 생긴 물건이 엄청 많아….’
루미는 난생처음 보는 물건에 고개를 두리번거리면서도,
시윤의 손을 꼭 잡고 놓치지 않았다.
“생각보다 훨씬 넓고… 종류도 엄청 다양하네요.”
바깥에서 보았을 때는 그다지 넓어보이는 곳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매장의 면적은 꽤 넓은 듯 보였다.
“호… 혹시 여긴 뭐 하는 곳이에요?”
“아! 모르셨구나. 성인용품을 파는 곳이에요.”
성인용품이라는 말에 그제야 살짝 놀라는 티를 내면서도,
루미는 약간 흥미가 돋는 듯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가게 문 근처에는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콘돔이 진열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임신 테스트기나 러브젤 같은 일상적인 것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콘돔이… 이렇게 종류가 많은 건 처음 알았어요.”
“그러게요. 저도 콘돔은 사이즈 같은 것만 차이 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엄청 다양한 콘돔의 종류에 놀라며,
두 사람은 다른 물건들이 진열된 곳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
콘돔과 러브젤이 진열된 곳을 지나자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여성용 성인용품 진열대.
온갖 다양한 사이즈와 형태를 갖추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딜도부터,
일상적인 물건들의 모습 속에 감추어진 우머나이저와 바이브레이터도 눈에 띄었다.
‘이건 분명 자지 모양… 이런 물건으로 위로하는 거려나…?’
천천히 구경하던 루미는 꽤나 큰 사이즈의 까만색 딜도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기분 좋을 것 같긴 하지만… 나에겐 시윤 씨가 있는 걸.
시윤 씨의 자지는 이것보다 훨씬 더 크고 우람하니까…♥ 이런 건 필요 없어.’
그러다 문득 자신이 몇 번 맛보았던 시윤의 극태 페니스를 생각하더니,
딜도에 흥미를 잃은 듯 다른 용품들을 바라보았다.
라이터나 립스틱처럼 생긴 흡입형 바이브레이터를 만져보기도 하고,
조금 떨어진 다른 곳에 진열된 오나홀의 굉장한 조형 퀄리티에 놀라기도 했다.
“엄청… 자세하게 만들어져 있어요.”
“그렇네요. 그런데 뭐… 저는 루미 씨가 계시니까.”
루미가 시윤의 극태 페니스가 있으니 딜도 따위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시윤 또한 루미가 있으니 오나홀 따위 필요 없다고 말했다.
‘시윤 씨가… 내가 있으니까 괜찮다고…♥’
루미는 그런 시윤의 말을 듣고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흔들린 모양이었다.
자위를 위해 사용하는 수많은 용품을 지나쳐 나오자,
이번에는 특수한 플레이나 분위기 연출에 필요한 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통이라면 가려주었을 부분들을 모두 도려낸 야릇한 디자인의 속옷이라거나,
과감하게 파여 있는 간호복과 바니 슈트 같은 코스튬도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시윤 씨도… 내가 이런 걸 입고서 해주길 바라시는 걸까…?’
다른 용품들에는 딱히 관심이 가지 않았지만,
시윤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에 코스튬이나 속옷에는 눈길이 가는 모양이었다.
“정말 많긴 하네요. 요즘은 오프라인 매장도 많다고 듣긴 했는데.”
시윤은 구경하는 걸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 듯 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자… 잠깐만요!”
그러자 루미는 시윤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그를 잠시 멈춰 세웠다.
“왜 그러세요? 혹시 뭐 사고 싶은 거라도 있으세요?”
“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잠시 화장실 좀….”
“아! 그러면 저 먼저 밑에 내려가 있을게요.”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루미의 말에 시윤은 먼저 내려가 있겠다며,
잠시 그녀의 손을 놓고 먼저 성인용품 가게 밖으로 나섰다.
“나… 나가셨겠지? 후우….”
루미는 시윤이 문밖으로 확실하게 나갔는지 확인하더니,
큰 숨을 내쉬고는 다시 코스튬과 속옷이 진열된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제대로 입을 수는 있는 거겠지….’
그러고는 과감한 디자인의 속옷 세트 하나를 집어 들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이거… 계산해 주세요.”
“네! 21900원 결제 도와드릴게요.”
“그… 쇼핑백에 담지 말고 그냥 주세요.”
루미는 결제를 마친 카드와 속옷을 포장째 그대로,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 안에 꾸깃꾸깃 집어넣었다.
***
성인용품점이 입점한 건물 앞.
“아! 오셨네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시윤을 먼저 내려보냈던 루미가 계단 아래로 내려왔다.
“인터넷 지도로 보니까 저쪽 근처에 편의점이 하나 있더라구요.”
루미와 시윤은 다시 서로의 손을 잡고,
시윤이 찾았다는 편의점이 있는 쪽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루미 씨… 오늘이 휴가 마지막이라고 하셨었죠.”
“네. 내일부터는 다시 열심히 일해야 해요.”
“아쉽네요. 그럼 앞으로는 만나기 힘들어질 텐데.”
히어로의 일이 너무나도 바쁘다는 건 보통 사람들도 알 정도.
게다가 루미는 A급 히어로일 뿐 아니라 연합의 수많은 작전도 수행하기에,
보통의 히어로보다도 몇 배는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시윤 씨를 만나는 거라면…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 볼게요.”
루미는 아쉬운 듯한 시윤에게 싱긋 웃어 보이며,
그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정말 고마워요.”
사실 인식 개변을 사용한다면 그녀를 다른 슬레이브처럼 데리고 있는 건 문제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한다면 몇 가지의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
도화와 같은 A급 히어로이기는 해도,
루미는 업무상 연합 내의 은밀한 정보나 작전에 대한 것들을 더욱 자세히 알고 있다.
그런 히어로가 갑자기 휴식을 선언하거나 이탈하게 된다면 연합에서 수상히 여길 수도 있다.
또한 그녀가 작전을 계속해서 수행한다면 다른 경쟁자 빌런을 제거할 수도 있고,
연합 내에서만 은밀하게 굴러다니는 정보에 접근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루미까지 있다면 간부급 전력은 확실하긴 한데…
그래도 이왕이면 총수까지 제압해서 다크 나이츠 전체를 장악하는 게 확실하겠지.’
현재까지 그가 확보한 간부급 전력은 셋.
거기에 루미까지 포함한다면 어느 빌런 조직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간부진이 완성된다.
다만 조직의 규모나 자본력에 있어서는 여전히 문제가 있기 때문에,
카이저 총수와 다크 나이츠까지 확실하게 장악하여 본격적으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그래. 무리하지 않는 편이 낫겠지.
이렇게 조심스럽게 해야… 히어로들의 타락을 눈치채지 못할 거고.’
“혹시… 무슨 생각 하고 계세요?”
시윤이 잠시 곰곰이 생각하며 자신의 계획을 정리하고 있던 때,
루미는 고민에 빠진 듯한 시윤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
“아! 편의점에서 뭘 살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저기 보이네요!”
마침 몇 분 정도 계속 걷고 있었던 편의점이 두 사람의 눈앞에 보였다.
– 띠리링ㅡ!
“물건은 거의 똑같은데… 여기는 신기하게 사람이 별로 없네요.”
편의점의 위치가 번화가보다는근처 조용한 주택가와 더 가까웠던 덕분인지,
처음 들어갔던 곳보다는 확연히 손님이 적어 보였다.
“요즘엔 달달하고 상큼한 제품들도 엄청 많더라구요.
물론 직접 만들어서 먹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시윤은 자몽이나 오렌지 같은 상큼한 과일이 그려진 발포주 캔을 가리켰다.
“저거… 마셔보고 싶어요.”
루미가 가리킨 건은 포도 그림이 있는 달달한 맛의 발포주 캔.
알코올 도수가 3% 정도라 술에 약한 사람도 쉽게 마실 수 있어 보였다.
“그럼 루미 씨는 이걸로 하고… 저는 이걸로.”
시윤은 루미가 고른 캔 두 개과 함께 자신이 마실 흑맥주 캔 두 개를 바구니에 담고,
이어서 함께 곁들일 만한 과일 박힌 치즈와 모둠 견과류 캔도 같이 담았다.
그러고는 계산대 앞으로 가 바구니를 올린 후 계산을 마치고,
한 손에는 물건이 담긴 봉투 그리고 한 손에는 루미의 손을 잡고 걸었다.
***
“으아! 역시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고 좋네요.”
다시 호텔 객실로 돌아와 호텔 가운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앉은 두 사람.
저마다 고른 술로 더위에 지친 목을 적시며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미 씨가 고르신 건 어때요? 괜찮아요?”
“네. 달콤하고 상큼한 포도 주스 맛인데… 약간 알코올 냄새만 나는 거 같아요.”
대부분의 과일 맛 술은 도수가 낮고 당분이 많이 함유되어,
술보다는 과일 맛 음료의 인상이 강하게 남는 편이다.
루미가 마시고 있는 포도 맛 발포주 또한 그런 느낌의 술이었다.
“시윤 씨가 마시고 있는 건… 어떤 맛이에요?”
“한번 드셔보실래요? 맛이 좀 세고 묵직하긴 한데.”
시윤이 마시고 있던 흑맥주 캔을 건네받은 루미는 한 모금 들이키더니,
“으아으으….”
흑맥주 특유의 씁쓸하고 묵직한 맛에 얼굴을 찌푸렸다.
“하하! 아무래도 흑맥주는 맛이 좀 묵직하고 강하니까요.
저도 술 처음 마실 때는 이런 걸 왜 마시나 했었는데.”
어느덧 편의점에서 사 왔던 술의 캔이 바닥을 보이고,
곁들이고 있던 안주도 거의 소진되어 빈 포장지만 남았다.
“흐흥…♥”
낮은 도수의 술을 마셨음에도 약간 취기가 오른 듯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는 루미.
“아…! 맞다. 제가… 시윤 씨한테 보여드릴 선물이 하나 있어요!”
“네? 어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루미는 꽤나 상기된 목소리로 보여줄 선물이 있다며,
오늘 어깨에 메고 다녔던 가방을 들고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