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79)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79화(79/117)
***
“실력은 제법 괜찮은 계집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엔 연합의 사냥개인 건 다른 녀석들과 다르지 않은 모양이군.”
엑스큐셔너는 실망감이 가득 담긴 말을 남긴 채 벽으로 몸을 돌려버렸다.
“박규한 씨. 빌런이 되었어야만 하는 이유가 뭐죠?”
그러나 루미는 포기하지 않고 그를 빌런 네임이 아닌 본명 ‘박규한’으로 칭하며,
귀찮아질 정도로 들러붙으며 질문을 던졌다.
“혹시… 당신의 여동생 때문은 아닙니까?”
엑스큐셔너는 여동생이라는 말에 몸을 잠시 꿈틀거리더니,
투명한 벽에 다가와 얼굴을 기대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여동생의 존재를… 네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건가?”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기록의 어딘가에는 다 남아 있습니다.
당신의 여동생이 참가했던 연합의 그 실험에서 벌어졌던 일도 말입니다.”
지금까지도 히어로 연합에서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이능력 발현 실험을 통한 히어로 육성’.
당시까지만 해도 의학계에 인증까지 받아 아주 안전하다고 말하며,
이능력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 돈을 주고 실험을 진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그다지 몇 년이나 실험에 진전이 없었던 탓인지,
실험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더 위험한 실험을 암암리에 강행하기 시작했다.
그 위험한 실험 또한 간단한 실험 한 번이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하거나,
이능력을 가지고 싶어 했던 평범한 시민들이 대상인 건 변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너무 위험한 실험을 계속해서 시민들을 상대로 강행하는 것 아니냐 지적해도,
히어로 연합은 ‘세상을 지킬 히어로를 육성하기 위함’이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당시 빈번하게 출몰했던 수많은 빌런으로 인해 사회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기에,
히어로 연합의 주장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다 그가 평범하게 B시 소재의 헬스클럽을 운영하고 있던 11년 전,
문제의 사건은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했던 그의 여동생이 돈을 모으기 위해 실험에 참여했을 때 벌어졌다.
그의 여동생을 포함한 해당 실험에 참여했던 25명.
그들은 전원 실험 중 투여했던 약물의 부작용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히어로 연합은 그 실험에서 벌어진 일을 언제나처럼 사회에 알리지 않은 채 무마했고,
유족들은 왜 아들과 딸이 돌아오지 않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언젠가 돌아올 거야. 내가 꼭 찾아낼 거야.”
당시 박규한은 여동생의 실종 사건을 파헤치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국을 돌아다녔고,
그러다 우연히 그 실험에 참여했던 은퇴한 연구원을 만나 진실을 전해 들은 것이다.
“왜…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한 거지?
그렇게 위험한 실험이라면… 말릴 수도 있었던 거 아니야?!!!”
박규한은 그 늙은 연구원의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어대며 그에게 울분을 토했다.
“미안하네… 그때는…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네….”
여동생이 갑자기 사라졌던 이유를 알게 된 것도 모자라,
그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인물을 마주한 그의 분노는 크게 치솟았다.
“여동생의 원수를… 꼭 갚아주겠다.”
그 늙은 연구원은 분노한 박규한의 이능력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그날부터 완전히 미쳐버린 그는 빌런으로서의 길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여동생을 죽게 만들었던 히어로 연합과 히어로라는 존재를 부수기 위해.
“과거의 일 따위… 이미 지나간 일이다.
괜히 그녀를 떠올리게 해서… 날 더 이상 괴롭게 만들지 마라.”
“박규한 씨가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준다면…
그걸 빌미로 박규한 씨가 연합에서 사과받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와서… 뭐라도 알려주면 사과하겠다는 건가?!!”
처음 그녀를 보고 투명한 벽을 두드렸을 때보다도 더욱 분노한 그의 표정.
이미 죽어버린 여동생을 다시금 떠올리도록 자신을 건드려 놓고서,
뭐라도 말하면 지금 와서라도 사과하는 척하겠다는 뻔뻔함에 분노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뻔뻔함에 분노할 자격이 없었다.
분명 연합의 실험으로 그녀의 여동생이 희생되었던 건 명백한 연합의 추악한 죄였으나,
그는 그걸 빌미로 빌런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냈다.
연합의 추악한 이면을 마주한 그 또한 결국 추악한 빌런이 된 것이다.
“…그래. 나도 결국 녀석들과 다를 바가 없다.”
자괴감에 빠진 듯 얼굴을 두 손을 감싼 채 주저앉은 박규한.
핏줄이 살벌하게 서 있는 그의 손은 얼굴을 부숴버릴 듯이 짓누르고,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벽을 본 채로 돌아 누워버린다.
“이제 와서… 내가 해왔던 일을 반성하기엔 늦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네 녀석에게 무언가 말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다.”
– 끼이이이이익ㅡ
몸을 완전히 돌려 드러누운 그의 독백을 듣고 있던 그때,
정확하게 30분이 지나 경비대원이 찾아와서는 독방의 철문을 열었다.
“히어로 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루미는 잠시 문을 열고 들어와 그녀를 데리고 나오려는 경비대원을 멈춰 세웠다.
“B시 소재의 공항. 그곳으로 가면 누군가가 그 안을 맴돌고 있을 거다.”
“B시 소재의 공항…?”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이거 하나다.”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있었던 루미에게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자 유일한 증언.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독방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루미 또한 그의 마지막 증언을 듣고,
꽤 복잡한 표정을 지은 채 경비대원과 함께 수감 시설 밖으로 나왔다.
***
“으으으….”
침대에 대자로 뻗어 이불을 덮은 채 대낮부터 낮잠을 청하고 있는 시윤.
그의 얼굴은 꽤 피곤한 듯 반쯤 눈이 감겨 있다.
“쉬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네….”
카이저 총수와 다크 나이츠의 간부들을 찾아 떠나던 중에 엑스큐셔너를 격퇴하고,
그 이후로는 다른 녀석들의 발끝조차 뒤쫓지 못했던 시윤.
그러다 루미와의 만나게 되며 그녀를 서서히 암컷으로 길들여 가면서,
자신의 생일 파티를 가장한 암컷들과의 광란 섹스 파티까지 이어져 왔다.
“어차피 루미도 업무에 복귀했으니까… 며칠만 좀 쉴까?”
총수와 간부의 뒤를 밟기 위해 수도권 전역을 쉬지도 않고 거의 매일 돌아다니는 것도 모자라,
하루 평균 4번 이상의 강도 높은 성관계까지 매일 해내고 있는 시윤.
아무리 대단할 정도로 힘과 정력이 넘치는 그라고는 해도,
적어도 인간이라면 지치지 않을 수가 없는 수준의 빡빡한 일정이었다.
“주인님! 주인님!”
피곤함에 절어 대낮부터 낮잠을 청하려고 했던 그의 침대 위에 채령이 올라오더니,
그에게 기대어 꼬리를 살랑살랑거렸다.
“제가 주인님께 드릴 좋은 소식이 있어요!”
“어…? 무슨 소식인데…?”
평소라면 지우가 요리 연습을 위해 만든 맛있는 음식을 자랑한다거나 하는,
굉장히 사소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패턴.
시윤은 그런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하며,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채령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파이어크래커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냈어요!”
“뭐… 뭣?! 그게 정말이야?!”
‘파이어크래커’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이불을 확 들치고 일어나는 시윤.
동시에 채령도 깜짝 놀라 침대 아래로 뛰어 내려가 네 발로 선 채 꼬리를 세웠다.
“아… 깜짝 놀라게 했구나. 미안해.
그래서… 파이어크래커는 어디에 있는 거야?”
“B시에 있는 공항이에요!”
“저번에 갔었을 때는… 분명 아무도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엑스큐셔너를 격퇴하고 난 후 찾아갔던 수많은 장소 중 하나인 공항.
그러나 그 주변을 온종일 돌아다니며 탐색했을 땐 아무도 찾아낼 수 없었다.
“공항에 갔었을 때… 혹시 몰라서 분신 하나를 남겨 뒀어요.
공항은 특히나 외부에서 간부 소집이 있을 때 모이던 곳이니까요.”
B시의 공항은 외부에서 움직이던 간부들이 모이던 장소 중 하나.
특히 그 빈도가 높아 혹시 모르는 마음에 분신을 남겨둔 채로 상황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지금 공항 안에 있는 카페 안에서 혼자 조용히 앉아 있어요.”
심지어 현재 어디서 뭘 하고 있는 지까지 정확하게 보고 있는 상황.
“냐아아앗…?!♥ 주인니임♥”
시윤은 크게 기뻐하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서더니,
채령을 그대로 꽉 껴안은 채 귀와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냐아아…♥ 주인님께서 기뻐하시니까 저도 좋아요…♥”
그러고는 문을 열어 아지트 거실을 청소하고 있던 지우를 다급하게 불렀다.
“지우! 지우야!”
“네? 무슨 일이시길래 이렇게 다급하게…?”
“공항으로 가자. 파이어크래커가 지금 공항에 있어.
채령이가 분신을 하나 남겨두고 지켜보고 있던 모양이야.”
파이어크래커의 위치를 찾아냈다는 말에 지우도 덩달아 놀란다.
“도화 언니는 호출 때문에 바깥에 나가 있는 상황이에요.
일이 끝나면 빨리 공항으로 와 달라고 연락할게요!”
“그래. 빨리 출발하자. 놓치기 전에… 먼저 우리가 생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