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80)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80화(80/117)
***
“빨리 출발하자. 놓치기 전에… 먼저 우리가 생포한다.”
시윤과 다른 암컷들은 재빨리 옷을 갈아입으며 공항에 갈 준비에 돌입했다.
지우는 헤드드레스와 에이프런을 벗고 평소 입고 다녔던 후드와 반바지,
채령은 귀와 꼬리를 감추고 긴 청바지와 크롭 티셔츠를 입는다.
‘여기서 공항까지는 아무리 못해도 1시간은 넘게 걸릴 텐데….’
시윤과 암컷들이 생활하고 있는 아지트는 S시 시내에 있고,
B시의 공항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1시간 이상 소요해야 도착할 수 있다.
“채령아!”
시윤은 다급하게 옷을 입고 있는 채령에게 달려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냐아아…! 무슨 일이세요?”
옷을 입다 만 채령이 치마만 허리에 걸친 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분신이랑 본체 위치도 서로 맞바꿀 수 있다고 했지.
그거… 물건 같은 걸 손에 쥐고 이동하면 같이 이동할 수 있는 거야?”
“한… 손바닥 크기 정도 되는 자그마한 건 괜찮아요.”
채령은 자신의 이능력에 관해 묻는 시윤에게 손바닥을 펴 보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능력을 강화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잖아.’
각인이 3단계까지 진화를 마치고 ‘커럽티드 슬레이브’,
약칭 슬레이브가 된 암컷은 이능력을 공유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시윤은 채령의 이능력인 ‘도플갱어’를 강화하여 자신과 지우까지 단번에 이동시킬 생각이었다.
“잠깐만… 일단 옷만 다 입고 있을래 잠깐?”
시윤은 채령에게 일단 옷을 다 입어보라고 말하고는,
커럽션 시스템의 디스플레이를 띄워 이리저리 만지작거렸다.
[ < 커럽션 시스템 >의 소유자 하시윤 님, 반갑습니다. ] [ 현재 근처에 명령 가능한 각인 대상자 : 연지우 / 채령 ] [ 소유 중인 각인 대상자 : 설루미 (2단계 – 35%) ] [ 슬레이브 매니지먼트 : 윤도화 / 연지우 / 채령 ] [ 슬레이브 : 채령의 이능력 ‘도플갱어’를 강화합니다. ]시윤이 슬레이브 매니지먼트의 기능을 적용해보고 있던 사이,
지우까지 준비를 모두 마치고 그의 옆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케이…! 채령아. 뭔가 좀 달라진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
“냐아…? 뭔가 몸에 좀 묘한 느낌이 드는 거 같기는 해요.”
알 듯 말 듯한 묘한 느낌에 고개를 까딱거리고 있는 채령.
시윤은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채령의 팔을 꼭 붙잡았다.
“혹시… 이제 한 번 분신과 위치를 바꿔보지 않을래?”
채령은 분명 아까 작은 물건까지만 같이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음에도,
갑자기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시윤이 의아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주인님의 명령인 만큼,
채령은 그런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두 손을 맞받아쳤다.
– 펑ㅡ!
“주인님과… 채령 언니가 사라졌어…!”
그러자 채령과 채령의 팔을 붙잡고 있던 시윤이 어딘가로 사라지고,
공항에 있던 채령의 분신만이 아지트 안에 남아 있었다.
***
– 쿵!
“으아앗?!”
분신과 본체 간의 위치 이동이 익숙한 채령은 아무렇지도 않게 발을 내디뎠지만,
이런 이동이 처음이었던 시윤은 그만 바닥에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으으으… 그래도 성공했으니까 다행이네!”
“어… 어떻게 하신 거에요? 분명 전에는 카드 같은 물건이 전부였어요!”
“내가 채령이의 이능력을 강화한 거야.”
여태껏 하지 못했던 수준의 이능력 출력에 깜짝 놀라며 묻는 채령.
시윤은 그런 채령에게 조금은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이유에 답했다.
“그나저나… 사람들이 좀 놀란 거 같은데.”
시윤과 채령이 분신과 위치를 맞바꾼 장소는 공항 식당가의 어딘가.
식당가를 지나다니던 몇 시민들이 갑자기 나타난 시윤을 보고는 조금 놀란 듯 보였다.
“아하하! 아닙니다. 아무 일 아니에요.”
능청맞게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시윤과 채령이 손을 잡고 다른 곳으로 걸어가자,
시민들 또한 뭔가 어리둥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저마다의 행선지로 향했다.
“일단 좀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자. 지우도 데려와야지.”
유동 인구가 적지 않은 식당가를 벗어나 조금 인적이 드문 곳으로 들어가고는,
채령이 몇 번 손뼉을 쳐 지우까지 공항으로 무사히 데려왔다.
“으아앗?!”
지우 또한 시윤과 마찬가지로 엉덩방아를 찧더니,
정말 순간이동이 가능한 거였냐며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도화는 지우가 연락했다고 했지?”
“네! 생각보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30분 내로 도착한다고 했어요.”
“그럼 이제 움직여도 되겠네.”
“냐! 파이어크래커는 아까 그 식당가 안에 있는 카페에 있어요.”
세 사람은 시윤이 엉덩방아를 찧었던 식당가 안으로 다시 들어가,
파이어크래커가 있다는 그 카페의 근처까지 조용히 접근했다.
“저 사람이에요! 녹색 머리에 키 작은 여자.”
이전 도화가 연합에서 작전을 위해 전달했던 간부 정보에서 보았던 얼굴.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녹색 머리에 보라색 눈동자,
그리고 꽤나 왜소한 체격은 파이어크래커가 확실했다.
다만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인지 평소 즐겨 입던 개량된 치파오가 아닌,
평범한 치마와 새까만 후드 집업을 걸치고 있었다.
“나나 지우처럼 낯선 사람이 있으면 분명 수상하게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채령이 네가 혼자 가서 데려오는 게 좋겠어.
일단 분신 하나를 여기에 더 만들어 놓은 다음에,
우리는 분신을 데리고 바깥에서 대형 택시를 타고 기다리고 있을게.”
“그럼… 제가 파이어크래커를 데리고 그 분신과 위치를 맞바꾸면 되는 거에요?”
“그래. 잘 이해했네.
그렇게 하고…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스마트폰으로 나한테 연락해.”
시윤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공기계 스마트폰 하나를 채령에게 건넸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공항 내의 택시 타는 장소가 표시된 인터넷 지도 화면이 띄워져 있다.
“몇 번 와봤다니까 모르지는 않겠지만 혹시 몰라서 지도로 표시도 해놨고,
공항 안에서 터지는 와이파이도 연결해 놨어. 그럼 부탁할게.”
“냐아! 맡겨 주세요!”
시윤과 지우는 카페 안이 잘 보이는 곳에서 조용히 지켜볼 수 있는 각도에 서고,
채령은파이어크래커가 머무르고 있는 카페 안에 홀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그러고는 평범한 손님인 척하며 계산대 앞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점원에게 먼저 다가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네! 금방 나오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계산을 마친 채령은 금방 나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고,
파이어크래커가 앉아 있는 곳의 옆자리에 걸어가 앉았다.
“저에요.”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는 채령의 시선을 느끼지 못하고말도 듣지 못했는지,
파이어크래커는 눈을 반쯤 감은 채 꾸벅꾸벅 졸고만 있었다.
“루이린. 저라니까요?”
“으아앗?! 누… 누구세요?! 으에엣…?!”
채령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 고개를 돌아보도록 유도하자,
귀찮은 듯 고개를 돌리더니 채령의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말을 더듬거렸다.
“트… 트릭스터 님…?! 사, 살아계셨던 거에요…?”
“쉿! 밖에서까지 그렇게 말하면 다 들리잖아요. 본명으로 부르세요.”
“으앗! 네! 네… 채, 채령 님….”
애교 넘치는 애완 고양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이전처럼 우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트릭스터’의 모습으로 돌아간 채령.
당황하여 큰 목소리로 어버버 거리는 파이어크래커를 진정시키고,
잠시 그녀와 앉아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군요…. 다인 양은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고…
엑스큐셔너 님께서는 결국 히어로들에게 붙잡혔고….”
“네… 호, 혹시나 해서 계속 여기로 왔는데… 아무도 없어서….”
3일 전부터 혹시 모르는 마음에 계속 공항 내부와 근처를 빙글빙글 맴돌았던 모양.
그러다 분신을 놓아두었던 채령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다른 분들의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확실하게 알겠어요.
루이린도 그동안 고생이 많았겠네요.”
“다, 다들 갑자기… 없어져서… 잡혀갈까 봐 어, 엄청 불안했다구요….”
파이어크래커는 울먹거리며 어린아이처럼 채령의 팔을 붙잡았다.
정말 재미있는 점은 채령이 루이린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실제로 연상이기도 하지만,
그런 루이린이 채령을 애완 고양이로 두고 있는 시윤보다 1살 연상이라는 것이다.
“혹시나 다들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와보길 잘한 거네요.
그럼 일단… 제가 몸을 숨기고 있는 곳으로 가요.”
“저, 정말요…?”
“그럼요! 가면 총수님도 뵐 수 있을 거에요.”
총수도 있을 거라는 채령의 새빨간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믿는 파이어크래커.
두 사람은 마시고 있던 음료 잔을 카운터에 반납하고는,
서로의 팔을 꼭 잡은 채 카페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일단 공항 밖에 준비해 놓은 차량을 통해서,B시 외곽에 있는 임시 도피 장소로 이동할 거에요.
제 이능력으로 그 차량에 순간 이동을 할 거니까…제 팔을 꼭 붙잡고 있어야 해요, 루이린?”
“ㄴ, 네…!”
있지도 않을 앞으로의 조직 운영 계획을 이야기하며,
파이어크래커와 함께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은 모퉁이로 걸어 들어왔다.
‘우후후… 루이린도 곧 알게 될 거에요. 우리들의 진정한 주인님이 누구인지…♥’
채령은 파이어크래커의 팔을 놓치지 않도록 붙잡은 채 박수를 짝 하고 치며,
시윤과 지우가 미리 탑승하고 있는 차량 안 분신과 위치를 맞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