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83)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81화(83/117)
***
– 펑ㅡ
파이어크래커와 무사히 접촉한 채령은 그녀의 팔을 꼭 붙잡은 채,
공항 어딘가의 으슥한 모퉁이로 들어가 박수를 짝 하고 치며 분신과 위치를 맞바꾸었다.
“으아앗?!”
많아봤자 네다섯 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일반 택시보다도 훨씬 크고 넓어,
8명 정도는 탈 수 있을 법한 승합차 택시.
대개는 공항을 이용할 때 미리 예약을 해야 가능하지만,
전화로 간혹 예약이 취소된 대형 택시를 운 좋게 금방 탈 수도 있다고 한다.
“그, 그냥 작은 승용차가 아니라… 승합차네요…!”
생각보다 고급스럽고 쾌적한 차량 내부를 신기한 듯 둘러보는 파이어크래커.
어째서인지 먼저 타고 있겠다던 지우와 시윤은 보이지 않았다.
“네. 미리 택시 기사 분께 예약을 드려서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렸거든요.”
파이어크래커는 차량 좌석에 아주 얌전히 앉아 차량이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자! 출발해 주실래요?”
“예! 출발하겠습니다!”
출발해 달라는 채령의 말에 흔쾌히 차량 운전을 시작하는 택시 기사.
보통 나이 먹은 아저씨나 어르신들이 택시 운전 기사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 이 대형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기사의 목소리는 어딘가 앳된 소녀의 목소리였다.
‘뭐, 뭐지…? 기사 분이 젊은 여성분이신가…?’
파이어크래커는 순간 기사의 정체를 의심이라도 하는 건지,
목을 쭉 빼 운전석 쪽을 바라보았다.
‘요, 요즘에는 젊은 여성분들도… 이, 이런 일 많이 하신다니까….”
그저 흔하지는 않은 여성 택시 기사를 본 게 신기했던 것뿐,
장갑을 벗거나 소매를 걷지 않으면 극도로 소심해지는 그녀는 묻는 것조차 겁먹은 모양이다.
– 부우우웅ㅡ!
“200m 앞 신호 과속 단속 구간입니다.”
승합차는 금세 엔진 소리를 내며 앞으로 달리기 시작하고,
앞으로의 경로를 알리는 내비게이션의 경쾌한 안내음도 귓가에 울린다.
‘지우 양께선… 운전도 할 줄 아셨던 건가…?’
운전대를 잡고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지우.
기사의 목소리가 어딘가 앳된 소녀와 같았던 건,
그녀가 정말 기사로서 이 승합차를 운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주인님께서는 어디 계신 거지? 숨어 계시려나….’
채령은 어딘가에 숨어 있을 시윤을 조심스레 찾아내려 했지만,
고개를 돌리기에는 파이어크래커의 눈치가 보이는 탓에 찾기가 뒤를 볼 수가 없었다.
‘분명 주인님의 이능력은… 맨살에 직접 주인님의 손이 닿아야만 한다고 하셨지.
그렇다는 건… 루이린의 몸이 닿을 만한 거리에는 계시는 거 아닐까…?’
채령이 예상하고 있던 것처럼, 시윤은 루이린의 좌석 뒤에 앉아 있었다.
‘숨이… 안 쉬어지네.’
정확하게는 루이린이 앉아 있는 좌석 뒤에 쭈그리고 앉아 검은 천을 뒤집어쓴 채,
운전석 앞 백미러를 간신히 살피며 때를 엿보고 있었다.
파이어크래커의 이능력은 지금껏 그가 마주쳤던 이능력자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폭탄화’.
그녀는 자신의 손에 닿는 모든 물체를 막론하고 폭탄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그녀가 의식하기도 전에 재빠르게 이능력을 봉인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의식하고 있는 시윤이 더욱 조심스럽게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뭔가 채령이에게 신호를 보내기는 해야 하는데… 아!’
시윤은 숨을 죽인 채 뭔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난 듯 천 아래에서 조용히 커럽션 시스템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 대상 : ‘SLAVE 03’ 채령에게 신체 조종을 적용합니다. ]‘내가 못 움직이면… 채령이를 내 마음대로 움직이면 되잖아.’
채령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모른다면 그가 그녀를 조종하면 되는 것.
슬레이브가 되고 나서라도 언제든 마음대로 몸과 마음을 조종하는 건 가능하기 때문이다.
‘뭐… 뭐지? 갑자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는데…?’
채령은 갑자기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손에 당황스러운 듯 고개를 돌렸지만,
시윤이 조종하고 있는 채령의 손은 그에 개의치 않고 움직였다.
‘설마… 주인님께서…?’
각인을 통해 시윤과 연결되어 있는 덕분인지,
채령은 곧 시윤의 이능력임을 느끼고는 그대로 움직임을 받아들였다.
자연스럽게 파이어크래커의 팔을 맞잡은 채령의 손.
채령은 그 움직임에 맞추어 그녀에게 대화를 건네기 시작했다.
“아까 보니까 장갑은 안 끼고 계시던데… 그래도 괜찮은 거에요?”
몇 분 전 카페에 있었을 때부터 평소에 끼고 있던 장갑을 끼지 않고,
그냥 맨손으로 커피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아, 아…! 그, 그건… 괜찮아요…! 어… 어차피 밥을 모, 못 먹으면…,
배가 고파서 히, 힘이 안 나거든요….”
– 꼬르륵…
‘그런 제한 사항이 있었던가…?’
채령도 모르고 있던 파이어크래커가 가진 이능력의 의외의 사실.
식사를 통해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한다면,
그녀의 이능력인 ‘폭탄화’는 사용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방금 차량 안에 스르륵 들려오는 꼬르륵 소리까지.
그렇다는 말은 즉…,
파이어크래커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지 꽤 긴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식사 한 번 제대로 못한 거에요? 그럼 커피는 어떻게…?”
파이어크래커는 채령에게 붙들려 있는 오른손을 그대로 둔 채,
왼손을 치맛자락 주머니에 넣어 무언가를 채령에게 꺼내어 보였다.
“이… 이건?”
파이어크래커가 꺼내 보인 건 다름 아닌 아까 그녀들이 커피를 마셨던 카페 브랜드의 쿠폰.
해당 브랜드 카페의 아무 지점에서나 어느 음료든 간에 5잔을 마실 때마다,
무료로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쿠폰이었다.
“고, 공항까지 올 택시 타느라 도, 돈이 없었는데…,
카페 앞에서… 이걸 주, 주웠거든요…! 히헤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왔던 공항까지의 택시비로 모든 돈을 탕진하고,
돈이 없어 쫄쫄 굶던 중 우연히 도장 5개가 찍힌 커피 쿠폰을 주웠던 모양이다.
그나마 돈을 아끼며 만 원짜리 지폐라도 몇 장 가지고 다니던 채령과는 달리,
파이어크래커는 택시비 한 번에 모든 돈을 탕진했던 것이다.
‘지금인가…!’
그렇게 파이어크래커가 울적한 표정으로 커피 쿠폰을 보여주던 사이,
채령의 손에 이끌려 소매 밖으로 나온 파이어크래커의 손이 시윤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었다.
– 스르륵…
시윤의 손이 조심스럽게 천 밖으로 나와 파이어크래커의 손에 닿는 동시에,
채령이 눈치껏 파이어크래커의 손 위에 만 원짜리 지폐 몇 장을 쥐여주었다.
“저도 남은 돈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니까 가지고 계세요.”
“가, 감사합니다…! 여, 역시… 트릭스터 님이세요…!”
보드라운 채령의 손과는 다른 이질적인 느낌이 닿았을 터이지만,
채령이 지폐를 동시에 쥐여준 덕분에 눈치채지 못한 듯 지폐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된 건가…?’
[ 상태 : 각인 1단계 (잠식도 0%) ]‘나이스…!’
다행히도 커럽션 시스템은 파이어크래커의 각인 상태를 띄워 보이며,
그녀가 시윤의 이능력에 확실히 걸려들었음을 확인시켰다.
‘너무 살짝만 닿아서 안 되는 건가 했는데… 다행이다.’
파이어크래커의 손등만 아주 살며시 닿았던 터라,
혹시나 각인이 새겨지지 않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시윤이었다.
‘일단… 아지트에 도착할 때까지 잠이나 실컷 재워둘까.’
‘진짜 이름이 루이린이네…? 중국 사람인가.’
파이어크래커의 본명인 ‘홍 루이린’을 보고는 신기해하며,
시윤은 그녀의 이능력을 무효화시킴과 동시에 신체 조종까지 적용했다.
“트, 트릭스터… 니임… 저… 갑자기 졸려요…”
루이린은 시윤이 신체 조종을 통해 잠에 들게 한 것 때문인지,
갑자기 꾸벅꾸벅 졸더니 채령의 어깨에 기대어 잠을 자기 시작했다.
“쿠우우….”
“갑자기 잠을…?”
마치 수면제라도 먹은 것처럼 갑자기 잠들어버린 루이린을 보며 어리둥절해하는 채령.
“아마 찬물을 붓고 세게 흔들어서 깨우지 않는 이상… 6시간은 넘게 잘 거야.”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곤히 잠들어 있던 루이린의 좌석 뒤,
시윤은 그제서야 큰숨을 내쉬며 덮고 있던 검은 천을 들치고 좌석에 앉았다.
“역시 주인님… 뒤에 계셨던 거네요!”
채령은 각인을 통해 느껴지는 감으로만 어렴풋이 짐작하던 시윤을 보자,
그만 귀를 숨기지 못하고 쫑긋 세우며 살랑거렸다.
“생각보다 일이 좀 쉽게 돼서 도화가 올 것까진 없게 됐는데…,
지금이라도 연락해야 하나?”
“괜찮아요! 제가 다시 연락해 놨어요.”
시윤의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고 쉽게 끝나버린 일.
다행히 지우가 미리 도화에게 연락을 취해 놓았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지우 운전 할 줄 아는구나?
처음에 자기가 운전한다고 하길래 깜짝 놀랐는데.”
“냐아! 저도 깜짝 놀랐다구요. 지우 양이 운전하시다니!”
채령과 시윤은 지우가 운전할 거라고는 상상을 못 한 건지,
꽤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저도 운전면허는 있다구요. 딴 지 2년이 넘어서 그렇지.”
백미러에 비추어지는 지우의 뾰로통한 얼굴.
시윤과 채령은 그런 지우에게 엄지를 척 세워 올리며 그녀를 칭찬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고 은밀했던 대륙풍 폭발광 미소녀의 제압 작전이 막을 내리고,
시윤과 암컷들을 태운 차량은 다시금 아지트를 향했다.
***
시간이 지나 아지트에 도착하고 난 뒤,
‘파이어크래커’ 홍 루이린은 채령의 방 안에서 쿨쿨 잠들어 있었다.
“흐냐아암… 으으으….”
해가 지고 난 뒤까지 시윤의 신체 조종에 의해 계속 자더니,
이제서야 잠이 좀 깬 듯 몸을 이리저리 뒤척거렸다.
“뭔가 이상한데….”
어딘가 평소 자고 일어났을 때와는 다른 느낌에,
루이린은 나른한 목소리로 불편한 듯 고개를 들고 짜증을 부렸다.
“뭐… 뭐야…?! 오, 옷이 왜…?!”
그렇게나 소심한 루이린이 무의식적으로 짜증을 낼 정도로 어딘가 감각이 이상했던 이유.
그녀는 침대 위에서 이불을 덮고 있었을 뿐,
옷이 벗겨진 채 속옷만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