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84)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82화(84/117)
***
“뭐… 뭐야…?! 오, 옷이 왜…?!”
분명 채령과 함께 임시 도피처로 향하던 차량 안에서 잠들었던 루이린.
어째서인지 그녀의 옷은 전부 벗겨진 채 새하얀 속옷만 입은 상태였다.
“우으으….”
루이린은 혹시나 무슨 일을 당하기라도 했을까 몸 곳곳을 살펴보았지만,
그녀의 몸에는 상처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오랜만에 잘 자서 그런가… 엄청 개운하기는 하네….’
오히려 도피하느라 자지 못해밀린 잠을 푹 잔 덕분에 피부만 매끈해져 있었다.
“뭐… 뭐라도 걸칠 옷을….”
루이린은 주위를 둘러보며 걸칠 만한 옷이 없나 찾아봤지만,
그 흔한 점퍼 하나 없는 것에 탄식했다.
“하아아… 트, 트릭스터 님께서는… 어, 어디에 계시는 거지…?”
루이린은 자면서 덮고 있었던 얇은 이불을 어깨에 둘러 몸을 감싸고,
닫혀 있는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 끼이익ㅡ
“여, 여기는… 뭔가 칵테일 바처럼 새, 생겼는데….”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오자 그녀의 눈에 보이는 모던한 느낌의 인테리어.
기다란 바 테이블과 커다란 소파, 그리고 잔뜩 진열된 술병들은 바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루이린은 조심스럽게 방 바깥으로 살금살금 걸어 나왔다.
‘트릭스터 님께서 말씀하신 도피처가… 여기인 거려나?’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왔을 채령이 어디에 있는지 두리번거리던 중,
멀리 소파 너머로 살랑거리는 동물의 꼬리 같은 것이 그녀의 눈에 띄었다.
새까만 털이 송송 나 있는 꼬리가 부드럽게 기분 좋은 듯 살랑거리는 모습.
게다가 무언가 먹이를 먹고 있기라도 한 듯한 소리가 함께 어렴풋이 들려온다.
‘왠 고양이가 여기에…?’
루이린은 그 모습과 소리에 홀린 듯이 천천히 다가갔다.
“쮸우우웁…♥ 하아아암…♥”
루이린이 소파 위로 살랑거리는 꼬리에 가까워지자,
무언가 먹고 있었던 것만 같은 소리는 저 명확하게 귀에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건 먹이를 먹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 소리 같은데….’
동물이 먹이를 먹는 소리와는 확연히 다른 소리.
특히 무언가를 입에 꼭 문 채 빨고 있는 듯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루이린이 호기심에 소파에서 나고 있는 소리의 정체에 더욱 가까워지자,
건너편 소파에 앉아 있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의 모습이 함께 보인다.
‘뭐지…? 분명 엑스큐셔너 님께선 히어로 녀석들에게 제압당하셨을 텐데…?’
건장한 근육질 몸매의 남성이 상의를 탈의하고 있는 모습에,
처음에는 엑스큐셔너가 살아서 돌아온 건가 하며 착각했던 루이린.
그러나 창백한 피부와 미역 같은 머리를 가졌던 그와는 달리,
그녀의 눈에 보이는 남자는 깔끔하게 다듬어진 머리와 건강하게 보이는 피부색을 가지고 있었다.
루이린은 혹시나 정체 모를 남자에게 자신의 모습을 들킬까,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은 채로 소파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가며 접근했다.
“냐아아아…♥ 쮸우우우웃…♥”
그러자 더욱 격하게 들려오는 여성의 교태 섞인 목소리.
‘뭐야?! 뭐지?! 무슨 일이지…?! 설마… 저 목소리가…?”
상의를 탈의하고 있는 남성과 이런 소리를 내고 있는 여성의 목소리라면,
분명 무언가 성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의 시선에 들어오지 않을 만한 각도에서 조심스럽게 살펴보아도,
남자의 모습과 살랑거리는 고양이 꼬리만 명확하게 보일 뿐.
도대체 남자는 누구인지,
그리고 그와 성적인 행위를 나누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 쿵ㅡ!
아슬아슬한 자세로 무슨 일인지 소파 뒤에 숨어 몰래 관찰해보려던 루이린.
그러다 그만 자세의 균형을 잃고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넘어져 버렸다.
‘아야야…!’
소파 뒤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덕분에 건너편 소파의 남녀에게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쿵 하는 소리는 귀에 들렸을 것이 분명했다.
루이린은 애써 다급하게 어깨에 걸치고 있던 이불을 머리에 뒤집어쓴 채,
몸을 둥글게 말아 소파 뒤에 숨어 버렸다.
“냐아아…? 무슨 소리지…?”
‘들켰나…?! 자, 잠시만… 이 목소리….’
소리를 들은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는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면서도,
루이린은 어딘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목소리에 두 귀를 의심했다.
– 터벅… 터벅…
“냐아아…? 이불 더미가 여기에 왜…?”
루이린의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
이불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분명 ‘트릭스터’ 채령의 목소리가 확실했다.
“아하…♥”
– 홰애액ㅡ!
채령은 이불 더미의 정체를 알아챈 듯 꽤나 악마적인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이불을 들치어 던져 버린다.
“꺄아앗…?! 트, 트릭스터 님…?!”
살랑거리는 새까만 고양이 꼬리와 쫑긋거리는 솜털이 매력적인 고양이 귀.
가슴 부분에 고양이 얼굴 모양의 구멍이 파인 귀여우면서도 섹시한 속옷과 목줄.
이전의 채령이라면 입는 것은 고사하고 생각도 하지 않았을 모습에,
루이린은 크게 충격을 받은 듯 그녀의 눈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주인님께 봉사하느라… 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를 못 들었네요.”
“어, 어떻게 되신… ㄱ, 거에요?! 왜 그, 그런 차, 차림으로…?!”
분명 아까 차량에 탔을 때까지만 해도 전과 다름이 없었던 채령.
그러나 달라져 버린 그녀의 모습과 행동에 루이린은 평소보다도 말을 더 더듬었다.
“무슨 일이야 채령아?”
“냐아? 루이린이 잠에서 깬 모양이에요.
글쎄… 여기서 주인님께 봉사하고 있는 제 모습을 훔쳐보고 있었지 뭐에요!”
두 사람의 대화 소리를 들은 시윤이 터벅터벅 걸어오자,
채령은 꼬리를 살랑거리며 시윤의 품에 꼬옥 안겨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아, 아니야… 트, 트릭스터 니, 님께서 저, 저러실 리가 없는데…?!”
늘 우아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부하와 동료들을 대하면서도,
그 뒤에 숨겨진 은은한 카리스마로 다크 나이츠의 큰 축이 되었던 4기사의 일원.
그랬던 그녀가 영락없는 암고양이로 변해버린 모습을,
루이린은 경악하며 몸을 뒤로 슬금슬금 젖힐 수밖에 없었다.
‘트릭스터 님께서… 저 남자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건가…?
그럼 나도 저렇게 되는 거야…? 그래서 옷이 이렇게 벗겨져 있던 거야…?!”
왜 자신이 옷을 벗고 속옷 차림이 된 채 잠들어 있었던 건지를 깨달은 루이린.
그렇게나 카리스마 넘치던 채령이 저렇게 순종적으로 변한 모습을 보며,
그녀는 머릿속으로 ‘당장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꺄아아아아!!”
잠시 채령이 시윤에게 안겨 있었던 그 사이,
루이린은 눈을 빠르게 굴리며 현관문이 있는 쪽을 보고는 냅다 달려들었다.
“으아앗?!”
[ 대상 : ‘파이어크래커’ 홍 루이린에게 신체 조종을 적용합니다. ]“어허! 어딜 가려고.”
그러나 루이린은 이미 시윤과 접촉하여 각인이 새겨져 버린 상태.
문밖으로 도망치려던 루이린은 시윤의 신체 조종 명령에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가, 갑자기 몸이… 자, 자기 마음대로…!?”
어딘가에 걸리거나 미끄러져 넘어진 것도 아닌,
그냥 갑자기 몸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는 듯한 감각.
채령은 더 크게 놀라 어버버거리는 루이린에게 다가갔다.
“어때요…? 우리의 새 총수 님이자… 주인님이 되실 분의 힘이.”
“새… 총수님이라는 게 무,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다, 다크 나이츠는 분명 카, 카이저 총수 님을 따르는….”
갑자기 행동과 모습이 변해버린 것도 모자라,
얼굴도 모르는 낯선 남자를 새로운 총수이자 ‘주인’이라고 칭하는 채령.
루이린은 말도 안 되는 채령의 말을 어떻게든 반박해보고 싶었지만,
평소의 소심한 성격과 당황한 탓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잠을 푹 잤을 뿐 식사를 며칠이나 거른 것은 변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이능력인 ‘폭탄화’를 사용하기는커녕 공격할 의지조차 미약해 보였다.
“저도 지금의 주인님을 처음 만나 뵈었을 때에는…
루이린처럼 당황하기도 하고… 어떻게든 저항해보려고 하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주인님의 너무나도 큰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아! 이분이야말로 진정한 총수이자 진실된 주인이시구나… 라고 마음 깊이 새겼답니다♥”
앞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벌벌 떨고 있는 루이린을 꼭 껴안으며,
자신 또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윤에게 굴복하지 않으려 저항했다고 고백했다.
“두려워하실 필요 없어요…♥ 냐아앗…♥”
채령은 까슬까슬한 고양이 혀로 루이린의 얼굴을 스윽 핥으며,
그녀의 얼굴에서 흐르고 있는 땀을 닦았다.
그러나 루이린은 채령의 말이 귀에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 터벅… 터벅…
그녀의 귀에 들리는 것은 그저 저 낯설고 무서운 남자가 다가오는 발소리뿐이었다.
“루이린… 중국 사람이야?”
시윤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상냥한 얼굴을 한 채,
루이린의 이름을 언급하며 중국 사람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루이린은 그 소심함과 불안감이 극에 달했는지,
아예 언어 기능을 상실한 채로 벌벌 떨고만 있었다.
“대답.”
“으아아… 아으으…?! 주, 중국계… 하, 한국인이에요….”
시윤의 신체 조종 명령으로 인해 강제로 입이 열린 채,
자신이 중국계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얼떨결에 불어버린 루이린.
“어쩐지… 이름은 외국 이름인데 한국말이 엄청 자연스럽더라니.”
물론 루이린은 에너지가 충분한 상태에서 장갑을 벗고 파괴 충동을 느낄 때가 아니라면,
중국어를 하든 한국말을 하든 어버버 거리며 더듬는 것은 마찬가지다.
“뭐… 자세한 거는 차차 알아가면 되는 거니까 상관없고….”
시윤은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진 루이린의 뺨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홍 루이린… 너도 내 암컷이 되어줘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