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86)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84화(86/117)
***
“우으으으….”
어딘가 아픈 것처럼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뒤척거리고 있는 루이린.
“으아아아?! 아아….”
루이린은 악몽이라도 꾼 듯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들었다.
“또… 자, 잠들었던 건가…?”
속옷 차림이었던 아까와는 달리 공항에서 입고 있었던 후드와 치마를 입은 채,
침대 위에서 푹신한 이불을 덮고 잠들어 있었다.
“여긴… 아, 아까와 같은 방….”
땀으로 푹 젖은 이마에 손바람을 불어 넣으며 땀을 식히고,
몸 위를 덮고 있던 푹신한 이불을 들치어 쌓여 있던 열기를 덜어낸다.
조금씩 시원하게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에 몸을 맡기며 몸이 식자,
그제야 이제껏 있었던 일을 생각하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하아아… 이,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붙잡은 히어로를 데리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크레이지 체인.
히어로들과의 결전에서 패배해 붙잡히고 만 엑스큐셔너.
그러던 중 겨우 만난 동료는 천박한 암고양이의 모습을 한 채 조직을 배신해 버렸고,
생판 모르는 남자에 의해 얼굴에 정액을 흩뿌려지기까지 했다.
‘어떻게든 칼로리를 섭취해서 싸우게 되더라도…다시 몸을 조종당할 게 뻔한데.
완전히 변해버린 트릭스터 님이나 저 남자의 다른 부하들과 싸우게 될 거고….’
타인의 몸과 마음을 조종하는 상식 이상의 이능력.
정신 계열 이능력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대개는 상당한 조건이나 리스크를 가지고 있어 생각 외로 파훼가 어렵지 않다.
그녀 또한 조직의 간부로 수많은 히어로나 경쟁 조직의 빌런,
그중에서도 몇몇 정신 계열 이능력자와도 싸운 경험이 존재했다.
다만 그때의 경우 미리 사전 정보를 파악하고 전투에 돌입했거나,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파훼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그 조건이 어떤 건지,
어떠한 리스크를 가졌는지 알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 똑똑똑ㅡ
도저히 타파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눈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던 때,
그녀가 누워 있었던 방 안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누, 누구세요…?!”
“저에요. 그동안 잘 쉬고 계셨나요?”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채령.
아까 시윤에게 봉사하고 있었던 때와는 다른 평소 같은 복장을 하고,
손에는 무언가 그릇 하나가 올려진 쟁반을 들고 있었다.
“배고프죠? 루이린이 먹을 음식을 가지고 왔어요.”
채령은 싱긋 웃으며 쟁반을 루이린의 허벅지 위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어… 어떻게 되, 된 거에요…?”
“어떻게 된 일…? 무슨 말이에요?”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나 음란하고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이다,
갑자기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을 챙겨주는 채령의 모습.
루이린은 애써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물었지만,
채령은 오히려 뭘 묻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부… 분명 아까… 그, 그 남자한테…!”
“아… 주인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는 주인님의 변태 암고양이니까… 주인님께서 원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답니다.
몇 시간 전에는 주인님께서 제게 봉사하라고 명령하셨으니,
그 명령대로 주인님의 자지에 봉사했을 뿐인 거에요.”
‘자지’나 ‘봉사’ 같은 상스러운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손과 혀를 내밀어 펠라치오를 하는 듯한 제스처까지 취하며 설명한다.
“그,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요…!
왜… 왜 조직을 배신한 거죠…? 도대체 뭐가… 뭐, 뭐가 문제였던 거에요?”
“아… 그걸 묻는 건가요?
주인님께서는… 우리 같은 암컷들을 지배하실 힘이 있으니까요.”
오로지 ‘접촉’만 가능하다면 어떤 암컷이든 자신의 포로로 만드는 이능력.
단순히 몸과 마음을 조종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암컷들을 지배하고 압도할 수 있는 우월한 피지컬과 힘까지 가진 존재.
채령은 마치 신화 속 인물을 이야기하듯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며,
시윤이 얼마나 대단한 수컷인지 루이린에게 설명했다.
“처음 주인님의 자지에 보지를 푹푹 쑤셔 박혔을 때는…
그렇게나 황홀하고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답니다!♥”
자신의 생생한 경험담까지 황홀한 표정으로 자세히 묘사하는 채령.
루이린은 그런 채령의 모습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이렇게나 누군가를 추앙하고 드높이는 건,
과거 조직에서 카이저 총수를 모시고 있었을 때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주인님께서는 루이린이 감히 짐작도 못 할 만큼 위대하신 분이랍니다.”
‘저 눈빛은 분명… 단순하게 세뇌당한 눈빛이 아니야.
정말 순수하게 존경하는 듯한 눈빛….’
루이린은 채령이 단순히 세뇌당한 상태가 아니라,
온전히 그녀 스스로 그를 주인으로 받아들였다는 걸 그녀의 눈빛에서부터 느끼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이야기하다가는… 기껏 준비한 수프가 식어버린다구요?”
쟁반 위에 올려진 채 고소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새하얀 색깔의 크림 수프.
“자! 아….”
채령은 약간 식어 형성된 막을 숟가락으로 살짝 긁어내고,
아직 따뜻하게 김을 뿜어내고 있는 수프를 떠 루이린에게 먹인다.
“후루룹….”
루이린은 얼떨결에 입을 벌려 채령이 떠 준 수프를 마셔버렸다.
“우리 아지트의 메이드 양께서 직접 만드신 수프에요.
모두들 이 수프를 먹는 걸 너무나도 좋아한답니다?”
다진 양파와 버섯이 들어가 은은한 풍미와 식감을 더하고,
새하얀 고소함의 바다 위에 사라락 올려진 파슬리가 심플하게 장식하는 비주얼.
“마… 맛있어요.”
고소함과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지며 루이린에게도 상당한 만족감을 선사했다.
“그렇죠? 저도 이 수프를 먹는 걸 엄청 좋아해요.”
채령은 루이린에게 계속해서 수프를 떠 먹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뭔가… 트릭스터 님의 표정이 또 수상한데….’
루이린은 배고픔에 수프를 계속 받아먹으면서도,
채령이 짓는 저 의미심장한 미소의 속뜻이 뭔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주인님의 신선한 특농 정액과 도화 양의 불끈불끈해지는 모유가 가득 들어간 이 수프…
마시기만 해도 몸이 막 달아오를 것만 같은… 그 맛과 향기…♥♥’
채령이 이 아지트에 처음 왔을 때에도 먹었던 것과 같은 레시피.
시윤의 정액과 도화의 모유를 그때보다도 훨씬 다량으로 넣어,
루이린의 기운을 북돋음과 동시에 또 한 번 몸을 잔뜩 달아오르게 할 심산이었다.
어느새 수프 그릇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루이린은 여전히 의심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계속해서 받아먹기를 멈추지 않았다.
‘생긴 건 평범한 수프였던 것 같은데… 엄청 달콤하고 고소해서 맛있었어.
뭔가 먹고 나니까 기운이 막 돋아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멀쩡하고 맛있었던 수프의 맛을 되새기며,
완전히 힘이 빠져버렸던 몸에 생기가 돋는 것을 느낀다.
며칠이나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해 유독 포만감을 잘 느끼고 있는 것도 있지만,
수프에 함유된 도화의 모유로 인한 치유 효과 또한 작용하고 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했으니… 또 식곤증이 몰려올 거에요.
주인님께서 루이린에게 충분히 쉬라고 하셨으니까 푹 쉬고 계셔도 돼요.”
채령은 빈 수프 그릇과 숟가락을 쟁반 위에 올려 든 채로 방문을 열었다.
“만약 필요한 게 있다면… 밖으로 나와서 저나 메이드 지우 양에게 부탁하시면 돼요.
아지트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도 상관 없답니다.”
아지트 내부를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된다는 말과 함께 방을 나선 채령.
루이린은 채령이 나가자 한숨을 푹 내쉬면서도,
오랜만의 식사가 은근히 만족스러웠는 듯 배를 스윽 쓰다듬었다.
그 맛있었던 수프가 사실은 모유와 정액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모르고 말이다.
“우으으… 으아앗…!”
루이린은 곧바로 몰려오는 식곤증에 머리를 끄덕거리며 꾸벅꾸벅 졸다가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분명 수프를 통해 에너지를 보충했으니 이능력을 다시 사용할 수 있을 테고,
아지트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건 상관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시윤이 없을 때 아지트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의 위치를 확보하고,
만약 잠겨 있다면 자그마한 폭탄으로 문을 터트리면 되는 문제였다.
‘이대로라면 작전은 분명 완벽한 것 같은데….’
그러나 그녀에게 닥친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식곤증에 이어 곧바로 그녀의 몸에 찾아온 또 하나의 이상 현상.
“후으으… 가, 갑자기 몸이… 이상해….”
스프에 들어간 정액과 모유의 강렬한 최음 효과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스프에 아무런 짓도 안 해놨을 리가 없잖아…!’
루이린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의심을 거둔 채 스프를 마셨던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슬슬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몸을 침대에서 겨우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