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87)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85화(87/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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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수프에 뭘 넣었길래… 갑자기 몸이…!’
루이린이 아지트의 메이드가 만들었다는 특제 수프를 먹고 난 뒤,
나름 만족스러웠던 포만감은 급격하게 신체 전반의 이상 현상으로 바뀌어 갔다.
귀에 들릴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린다거나, 온몸에 땀이 비가 오듯 흐른다거나.
혹은 가슴 끝이나 사타구니가 갑자기 욱신거린다거나 하는 증세.
이는 전부 도화의 모유와 시윤의 정액이 다량으로 첨가되어 조리된 수프를 먹은 탓이었다.
“끄으으…!”
발정하기 시작한 몸 때문에 루이린은 제대로 두 발을 세워 걷는 것조차 버거웠지만,
아주 천천히 한 발 한 발을 내디디며 방문 손잡이를 겨우 잡아 열었다.
– 끼이익…
‘뭐야…? 아무도 없잖아….
이러면… 생각보다 탈출하는 건 어렵지 않겠어….’
문을 열고 나오자 그녀가 잠들기 전과는 달리아지트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휘이잉 하며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흐아앗?!”
– 쿠당ㅡ!
“흐으으… 아, 아파….”
다리 사이를 꾸욱 누르는 느낌 때문에 사타구니가 바들바들 떨리고,
그 때문인지 루이린은 다리를 접질려 거실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무릎이나 팔꿈치에 피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쿵 하는 소리 때문에 그녀가 방 바깥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알아챌 수도 있었다.
‘이렇게 큰 소리가 났는데… 아무도 나와보지를 않는 거라면…?’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달리 거실은 여전히 고요했다.
루이린은 혹시나 또 넘어질까 싶어 엎드린 자세를 그대로 유지한 채,
거실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 현관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으으… 이게 무슨 꼴이야….’
제아무리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격인 그녀였다고 해도,
채령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다크 나이츠라는 중견급 빌런 조직의 고위 간부였던 몸.
이렇게 누군가에게 들킬까 눈치를 보면서 바닥을 기어야 할 일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그 남자나 채령 같은 암컷들에게 도망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다시 붙잡혀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소파나 테이블 같은 가구 사이를 조심히 기고 또 기어서,
마침내 신발장과 몇 켤레의 신발이 놓여 있는 현관 앞까지 도달했다.
‘저 문만 열면… 어떻게든 열기만 하면…!’
발정하는 몸 때문에 그녀가 입고 있는 후드 안쪽이 전부 땀으로 젖을 정도였지만,
루이린은 어떻게든 정신을 꽉 붙잡고 몸을 일으켜 문손잡이를 돌렸다.
– 찰칵ㅡ 찰칵ㅡ
그러나 문손잡이를 계속 돌려도 찰칵거리기만 할 뿐문이 열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보통 현관문이라는 게 바깥에서 잠기지는 않을 테고…
나가고 들어올 때 전부 비밀번호 같은 걸 눌러야 하는 건가…?’
루이린이 잡고 있는 문손잡이 옆 번호 키처럼 생긴 무언가.
그러나 비밀번호를 모르는 이상 저 잠금장치를 풀고 나가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러면… 그냥 저 장치를 터트리고 나가는 수밖에.’
루이린은 잠금장치를 폭탄으로 만든 뒤 폭파해 밖으로 나가기 위해,
잠금장치 위에 손을 올려 감각을 집중했다.
‘이상하다…? 분명히 이 정도 물건은 폭탄으로 만들고도 남을 텐데…?’
그러나 그녀의 손끝에 닿았던 잠금장치는 폭탄으로 변하지 않았다.
‘그럼… 더 작은 물건을 폭탄으로 만들어서…!’
아직 에너지가 모자라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잠금장치조차 폭탄화하기 어렵다면,
그보다 더 작은 물건을 폭파해 잠금장치를 부수겠다는 생각.
루이린은 신발장 옆에 놓인 빈 디퓨저 병 하나를 집어 들었다.
“하으읏… 모, 몸이…♥”
그러나 디퓨저 병을 잡은 루이린의 손가락은 마치 진동기를 가져다 댄 듯 덜덜 떨리고,
점점 강해지는 발정에 신음을 참는 것조차 버거운 듯 보였다.
어느새 치마 안 속옷까지 땀과 체액으로 축축해지고,
병을 간신히 잡고 있는 루이린의 미약한 신음은 점점 야릇함이 더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 쨍그랑ㅡ!
“으아앗?!”
떨리던 손가락은 자그마한 디퓨저 병을 그만 실수로 놓아버렸고,
현관 바닥에 떨어진 디퓨저 병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러나 루이린은 비슷한 크기의 다른 물건을 폭탄으로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적당한 물건이 없을까 숨을 헐떡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허억… 헉…♥ 수, 숨이… 뜨거워…!”
몸의 열기를 어떻게든 빼내기 위한 거칠고 뜨거운 숨결.
그러나 그 뜨거운 숨 몇 번으로는 달아오른 몸의 열기를 빼내기엔 역부족이었고,
오히려 루이린의 집중력을 흐트리는 요인이 되고 있었다.
“어머… 디퓨저 병이 깨져 버렸잖아?”
등 뒤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낯선 여성의 목소리.
“흐에엣?!”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루이린의 등 뒤,
지우가 빗자루로 깨진 디퓨저 병의 유리 조각을 쓸어 담고 있었다.
“죄, 죄… 죄송해요…!!”
루이린은 탈출하려고 했던 걸 숨기려는 듯 현관문 반대편으로 몸을 돌려,
오히려 지우에게 병을 깨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루이린… 이라고 하시는 분이셨군요? 반가워요.”
지우는 괜찮다는 듯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루이린의 어깨를 두드렸다.
“저는 연지우에요. 이 아지트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메이드이자…,
도화 언니나 채령 언니와 마찬가지로 주인님의 암컷 슬레이브랍니다!”
그러고는 우쭐한 듯한 표정으로 에이프런의 깃을 세우며,
마치 루이린을 귀여운 여동생 취급하듯 어깨와 머리를 쓰다듬었다.
물론 루이린이 지우보다도 4살이나 나이가 많은 언니라는 건 모르고 말이다.
사실 그렇게 지우의 눈에는 보일 법도 하다.
루이린의 신장은 157cm라는 작은 신장을 가진 지우보다도 더 작은 152cm인데다,
하고 다니는 행색이나 귀여운 얼굴도 도저히 20대 중반으로 보일 정도는 아니니 말이다.
물론 그 사실을 모르는 루이린은 그저 무슨 짓을 당하지는 않을까 겁을 먹고,
지우의 손으로부터 슬금슬금 멀어지려 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뭔가 필요하신 게 있어서 나오신 건가요?
분명 제가 만든 수프를 드시고 나서 쉬고 계신다 들었는데.”
“아… 아, 아… 그, 그게… 그… 러니까… 조, 좀 답답해서….”
“아무래도 그러실 만도 하죠. 아지트는 지하라서 창문이 없는걸요.
햇빛을 쐬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기도 하고.”
아지트가 지하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루이린이 둘러댄 핑계는 생각 외로 지우에게 잘 먹혀들어 가는 듯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땀을 흘리고 계실까요?”
“ㄴ, 네…?! 아!… 으에?!”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에어컨 리모컨에 표시된 온도는 섭씨 23도.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땀을 흘리지는 않을 정도의 에어컨 바람이 나오고 있다.
그런 공기 속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불안해하는 루이린은 누구라도 신경 쓰이게 할 법한 모습이었다.
‘어떻게 핑계를 대지…? 그냥 피곤하다고 하고 다시 들어가서 기회를 봐야 하나…?’
도저히 댈 핑계가 떠오르지 않는 듯한 루이린.
“아…! 그, 그게… 그게 마, 말이에요! 아, 아직 몸 상태가 좀…!”
“아! 그러셨군요.”
“네! 네…! 아, 아하하!”
루이린의 어색한 웃음과 그녀의 말을 이해한 듯한 지우의 미소.
“그러실 리가 없는데.”
그러나 지우는 단번에 표정을 바꾸어 루이린을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가 만들어 드린 수프는 한 숟가락만 마셔도 기운이 솟아나는 수프에요.
그런 수프를 한 그릇 다 드시고… 그 전에 잠까지 푹 주무셨을 텐데.”
“그… 그게! 제, 제가 몸이… 펴, 평소에 좀…!”
– 턱ㅡ!
“주인님의 아지트에서 빠져나가실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에요.
애초에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요.”
지우는 우물쭈물하며 말끝을 흐리고 있는 루이린의 어깨를 붙잡고,
얼굴을 가까이 대며 경고하듯 속삭였다.
“우… 웃기지 마세요!
저, 절 건드렸다간… 다, 당신도 폭탄이 될 거라구요…?”
루이린은 협박에 가까울 정도의 섬뜩한 경고를 남기는 지우의 어깨를 붙잡더니,
오히려 자신이 지우를 터트려 버릴 거라며 소심한 경고로 맞받아쳤다.
“그럴 일은 없을걸?”
대치하고 있는 지우와 루이린의 뒤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는 시윤.
옷을 전부 벗은 채 어깨에 수건 한 장만을 걸치고 있던 걸 보면,
아마도 욕실에서 샤워를 즐기고 있던 모양이다.
“그것도 그럴게… 폭탄으로 만들 수 있는데 그렇게 소심하게 있었을까?”
“그, 그게 무, 무슨…!”
“무언가를 터트리는 것에 대해 쾌락을 느낀다는 폭탄광 빌런.
이능력을 사용할 때면 갑자기 성격이 돌변해서 주변을 막 터트린다고 알고 있는데.”
시윤의 말에 정곡을 찔린 듯 입술을 꼭 깨무는 루이린.
분명 이능력을 사용하기 이전 장갑을 벗기만 해도 흥분감에 돌변했던 것이 그녀였지만,
지금은 맨손인 상태에 폭탄화를 시도했음에도 계속해서 소심한 성격 그대로인 상태.
‘폭탄화’라는 이능력과 그녀의 이중인격이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시윤 또한 채령에게 들은 것과 도화에게 받은 정보로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저런 말까지 하는 걸 보면 분명 이능력을 쓸 에너지도 충분하고,
그럴 의사도 있는 거 같은데 왜 성격은 소심한 그대로일까?”
루이린이 방금 전 잠금장치를 만졌을 때에도,
잠시나마 디퓨저 병을 잡고 있었을 때에도 이능력은 발동되지 않는 상태였다.
“애초에 이능력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