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91)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91화(91/117)
***
“네 언니… 설루나는… 이미 7년 전에 죽었어… 이미 죽었다고!
네가 히어로가 되기도 전에 말이야…!!!”
상관은 결국 목숨이 위험해지는 순간이 오자,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털어놓았다.
“네…?”
– 채애애앵ㅡ!
순간 루미의 손끝에서 상관의 목을 뚫고 있었던 송곳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부서지고,
루미는 그 자리에서 그만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그… 그게 무슨 소리…? 어… 언니가 죽었다는 게…?”
분명 루미가 알고 있는 대로라면 언니 설루나는 히어로 활동 중 5년 전 실종되었고,
연합 내 몇몇 이들에게도 대규모 빌런 조직과의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까지만 알려져 있었다.
루미는 스무 살이 되던 그해에 사라진 언니를 찾고자 히어로 연합에 찾아갔고,
연합은 히어로로서 온갖 힘든 일을 도맡는 대신 그 언니를 찾아주겠다 약속했었다.
분명 5년 전 사라졌다는 언니가 사실 이미 그보다 더 이전인 7년 전에 죽었다는 기막힌 진실.
루미는 언니가 죽었다는 사실조차도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지만,
이미 실종되기 이전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말해주지 않은 것에 크게 분노했다.
“크으윽… 네 언니는 7년 전에 죽었다고… 이제 됐나…?”
“왜… 왜 말해주지 않은 겁니까…? 왜… 왜…!
왜!!!!!!!!”
길을 잃은 어린아이처럼 사무실 바닥에 앉은 채 상관을 향해 소리를 지르면서도,
그녀의 새파란 눈에서 눈물이 흘러 바닥에 툭툭 떨어진다.
“나도… 나도 이 사실을 알게 된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어.
그러니까… 나, 나한테는 책임을 묻지 마.”
목을 찔린 상처에서 새어 나오는 피를 손으로 틀어막고,
루미에게서 슬금슬금 멀어지며 사무실 문 쪽으로 천천히 도망가려는 상관.
“…서 못해….”
“크으윽… 그, 그럼… 난 먼저…!”
“용서 못 해!!!!!!!!!!!!”
분노와 절망이 가득 담기다 못해 넘칠 것만 같은 절규.
그 절규는 방음 시설이 되어 있는 사무실 바깥까지 울릴 정도로 날카로웠다.
– 콰드드드드드득ㅡ!!!!!
그리고 그 절규는 또 다른 형태로 방출되기 시작했다.
– 퓨슈우우욱… 으드드드득…!
“크아아학…!!”
루미의 몸 주위에서 마구 솟아나기 시작하는 수많은 얼음 송곳.
그 얼음 송곳이 사무실 바깥으로 조용히 도망치려던 상관의 몸에 박혀 피를 쏟아낸다.
사무실 안에 놓여 있던 가구와 기물들이 모조리 송곳에 찔려 부서지고,
부서진 물건들과 송곳의 파편들이 바닥 위에 크리스탈 수정처럼 흩뿌려진다.
“이런… 짓을…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
“닥쳐.”
– 콰드드드드드득ㅡ!!!!
그저 사라진 언니를 찾고 싶어 어떻게든 처절하게 몸부림쳤던 은빛 머리칼의 소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을 그 5년이라는 시간은 그 소녀의 마음을 조금씩 갉아먹었고,
그 상처들은 깨끗하고 순수했던 얼음을 갈고 갈아 날카롭게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날카로운 송곳은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던 이들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
“다음 소식입니다.
히어로 연합 본부 내에서 연합 소속 히어로가 사무관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해당 사무관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이 벌어졌던 사무실 내에는 보안을 위해 폐쇄회로 카메라가 일절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해당 가해자가 사무실을 빠져나간 뒤 한 시간가량이 지나서야 피해 사실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피해자는 복부를 포함한 전신에 크게 꿰뚫려 대량의 혈액을 쏟아낸 상태였고,
아직 숨어 붙어 있었던 해당 사무관은 현재 병원에 옮겨져 수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합 당국은 해당 사무실이 위치한 층수에 출입한 기록이 있는 히어로들을 조사하고,
가해자인 히어로를 빠르게 제압하여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히어로가 사무관을 공격했다고?”
포털 사이트의 뉴스 섹션에 게시된 굉장히 충격적인 내용의 인터넷 기사.
저녁 식사 중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이 기사를 본 시윤은 크게 놀라며,
함께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던 도화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이런 일이… 있었다구요? 오늘 갔을 때는 아무런 이야기도 없었는데…?”
불과 한 시간 전까지 연합 본부에 있었던 도화 또한 크게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히어로가 민간인을 공격했다는 건 어릴 때야 들어본 적이 있기는 한데…
같은 연합의 사무관을 공격했다는 건 저도 처음 듣는 이야기에요.”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벌어진 히어로의 민간인 공격 사건.
당시의 그 사건은 한 달 가까이 신문 1면을 장식할 정도로 충격적이었고,
지금에 와서도 그 사건으로 인해 히어로를 믿지 못하고 배척하는 이들이 많다.
여태 벌어졌던 많은 사건을 숨기고 은폐했던 연합조차 이를 숨기지 못해 이미지가 추락했고,
이후 수 년의 세월 동안 히어로의 활약과 연합의 선한 행보를 대중에게 광고해야만 했다.
“그런데도 히어로들한테 아무런 언질이 없었다는 거야?”
“네. 오늘 마침 정기 체력 점검이 있었던 날이라서 하루 종일 본부에만 있었는데도요.”
해당 사건의 피해자가 혼수 상태에 빠진 데다가,
보안을 위해 증거를 남길 수 있을 장치가 없어 그 히어로의 정체를 바로 알 수가 없는 상황.
물론 해당 시간에 출입한 인원들을 조사하여 추려내거나,
수술이 끝난 후 피해자가 깨어난 뒤 증언한다면 금방 밝혀질 일일 것이다.
“은폐… 하려고 한다기에는 이미 기사가 나버렸는데.”
“물론 다른 회사 같은 곳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연합에서는 사무관들에게 회사 일은 가족한테도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할 정도에요.
그런데 이런 기사가 났다는 거는…
연합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유출하는 인물이 있다는 거 아닐까요?”
“뭐… 그렇겠지. 어디에나 그런 짓을 해서 돈을 받아먹는 인간들이 있으니까.
예전에 다크 나이츠에 있을 때도 그런 놈들이 몇몇 있었거든.”
자신들이 속한 조직의 기밀을 외부에 유출한 후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건 아주 흔한 일.
특히나 빌런 조직 내에서는 아주 흔하게 벌어지기도 한다.
“당분간 본부 분위기가 장난 아니겠어요.
요즘 연합에서 별 이상한 소문도 엄청 많이 돌던데.”
“뭔 소문이 돌길래?”
“예전부터 흔히 돌던 소문이기는 한데… 히어로들을 데려다 개조시킨다거나,
아니면 뇌에 뭐 칩을 박는다거나 하는 음모론 같은 거에요.”
“그래? 히어로들 사이에서도 그런 소문이 도는 구나.”
갑자기 어느 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서는,
무지막지하게 강력해진 신체와 이능력으로 활약하는 존재들.
그런 존재들에 대한 괴담과 뜬소문은 빌런 뿐 아니라,
히어로들 사이에서도 존재하는 것이었다.
“으으으으…! 도화도 당분간 조심해야겠네.
어차피 작전도 중단됐다고 했으니까 뭐.”
히어로 연합에서 진행하고 있던 다크 나이츠의 간부급 빌런 제압 작전.
엑스큐셔너는 어떻게든 연합 측에서 제압하여 구금 중이지만,
‘파이어크래커’ 루이린과 ‘트릭스터’ 채령은 시윤의 아지트 내에 있다.
시윤의 입장에서는 총수와 ‘크레이지 체인’만이 자취를 감춘 상황이지만,
연합의 입장에서는 엑스큐셔너를 제외하면 나머지 인원을 전부 놓친 상황이다.
사실상 제압 작전이 중단됨에 따라,
도화가 연합 내에서 얻을 만한 것들은 당분간 없을 것이었다.
“그래야죠…. 아니면 며칠 쉬는 것도 방법이구요.”
도화는 스파이 활동을 위해 히어로 활동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렇게 피바람이 부는 분위기라면 애초에 활동을 중단하고 쉬는 것이 더욱 옳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이었다.
“아예 이참에 휴가를 좀 내고… 저도 쉬어볼까요?”
“나야 좋지. 다들 아지트에 있으니까 같이 많이 했지만…
도화는 그동안 바깥에서 일하느라 많이 고생했잖아.”
아침마다 매일 시윤의 정액을 뽑아 마시는 지우나 루이린은 두말할 것도 없고,
암고양이 특성으로 거의 잠을 자고 있는 채령 또한 자주 시윤과 관계를 가진다.
그러나 도화는 히어로 활동으로 바쁘게 일하는 탓에 일주일 넘게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퇴근하고 나서도 주인님께 쓰이고 싶지만…
저도 그렇고 주인님께서도 늘 피곤해 보이셔서….”
또한 시윤이 하루에도 여러 번 관계를 가지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시윤이 피곤할 것이라 생각하며 아랫사람의 입장에서 차마 조르지 못한 것이다.
“응? 난 괜찮아! 하루에 수십 번을 싸도 안 마르는데.”
그러나 도화의 그러한 걱정은 시윤에게는 아무런 일도 아니다.
‘커럽션 시스템’의 부가적인 효과로 시윤은 지치지 않는 체력과 정력을 보유하고 있어,
두 자릿수의 섹스를 하고도 약간 피곤하다고 느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럴 필요 없어. 오히려 난 도화가 피곤할까 봐 안 그런 건데.
오히려 내가 힘들까 봐 배려해주고 있었던 거야? 기특하네.”
시윤은 그런 도화의 배려심에 꽤 감동한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최근 몇 주 전부터는 욕망 그득그득한 암컷들에게 쥐어짜이는 것이 일상이다.
분명 주인과 슬레이브라는 주종 상하 관계임에도,
최근 그 수가 많아지자 이제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진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시윤은 그런 것조차 싫다기보단 오히려 좋았지만,
주인을 위해 하지 않겠다는 이런 배려심 가득한 말은 그를 충분히 감동하게 할 만했다.
“안 되겠네. 도화. 오늘 큰 상을 좀 줘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