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82)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082화(1082/1114)
“뭐야. 직접 왔어?”
마침 저택 밖으로 잠깐 나왔던 디레트는 친구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평소에는 오라고 해도 안 오던 주제에 꼭 이럴 때만 직접 방문하는 게 참 유크벨티레스러웠다.
“저 마법사는 네가 고용한 건가?”
“응? 어… 비슷하지. 실은 그게…”
“당장 해고하는 게 좋겠군.”
유크벨티레는 단호하게 말했다.
저렇게 무례한 마법사라니.
디레트한테도 무례하게 행동할 게 틀림없었다.
“……”
후배의 새 신분을 알려주려던 디레트는 멈칫했다.
…그냥 얄미운데 말해주지 말까?
뒤에 서있던 이한은 눈빛으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신분에 과몰입해서.’
‘아냐. 아냐.’
디레트는 마음을 바꿨다.
생각해보니 친구한테는 말해주지 않는 게 나을 거 같았다.
그래야 후배가 가끔 힘들 때 변장해서 숨이라도 돌릴 수 있지 않겠는가.
“안 돼.”
“…응?”
유크벨티레는 딱 잘라 대답하는 디레트의 반응에 당황스러워했다.
어째서?
“여기 있는 나고 가문의 스테달 씨는 뛰어난 전투 마법사이자 노련한 악마 사냥꾼이거든.”
“…호위가 필요한 거면 수도에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도 있는데.”
2학년 후배를 불러서 호위로 부려먹겠다는 말을 당당하게 꺼내는 유크벨티레의 모습에 디레트는 분노했다.
물론 이한도 마찬가지였다. 이한은 속으로 욕했다.
‘아까 들어올 때 침 뱉을걸 그랬군. 양심이 없나?’
디레트는 후배에게 눈짓했다. 친구를 구박해도 좋다는 신호였다.
“???”
이한은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하란 거지?
후배가 머뭇거리자 디레트가 입을 열었다.
“앗. 유크벨티레. 스테달 씨가 한 마디 하고 싶으신가봐.”
“ㄴ… ㅁ… 무슨?”
“아주 화가 나신 것 같은데? 저런. 편하게 말씀하세요. 우리 모두 마법사로서 자유로운 의견 표출이 중요하니까.”
이한은 자신이 디레트의 신호를 제대로 이해했나 긴가민가해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스스로… 호위도… 하지 못해서… 후배를… 부른다니… 실력이… 형편없나… 보군?”
“!!!”
‘잘했어.’
유크벨티레의 새하얀 얼굴이 생각지도 못한 무례로 살짝 굳었지만, 디레트는 신이 나서 잘했다고 손짓했다.
속이 다 시원하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그러나 유크벨티레는 바로 충격에서 벗어났다.
에인로가드 5학년 학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이런 억지스러운 트집은 유크벨티레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못했다.
“부여 마법사의 덕목은 전투나 호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학파의 목적에 있지. 그것도 모르는 건가?”
“흥… 아마… 부여 학파의 마법도… 혼자… 못 해서… 후배를… 불렀을지도…”
“!!!”
유크벨티레의 눈동자가 크게 뒤흔들렸다.
스스로 호위도 하지 못한다는 건 억지였지만, 이번 건 제대로 정곡을 찔린 것이다.
실제로 후배에게(정확히는 후배의 스승이었지만) 도움을 받아 미완성의 마법을 완성한 만큼 그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원래 자존심 강한 마법사일수록 아픈 약점을 찔리면 격렬하게 반응했다.
“…어디…”
“어디?”
“…두고 보자!!”
타탓!
매우 하찮게 들리는 말을 남기고 유크벨티레는 후다닥 저택 안으로 달려가버렸다.
디레트는 그 뒷모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자존심에 상처가 나서 풀 죽은 상태가 된 유크벨티레는 한동안 말을 잘 들어주는 착한 친구가 됐다.
이 정도까진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 외의 성과였다.
“이야. 잘 했어. 후배. 그냥 얄미워서 구박하라고 한 건데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네.”
“가, 가서 달래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디레트와 달리 이한은 매우 당황한 상태였다.
긴 우정 덕분에 디레트야 상대의 상태에 대해 확신이 있었지만, 이한은 그런 게 없었다. 너무 심했나 생각이 바로 들었다.
“괜찮아. 괜찮아. 유크벨티레는 저러다가 또 자기가 마법 연구해서 알아서 극복할 거야. 저런 상태가 다루기 쉽기도 하고.”
“……”
기뻐하던 디레트는 후배가 살짝 겁에 질린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 아니. 유크벨티레한테만 이러는 거야! 다른 사람한테는 안 그래!”
“그… 그렇군요.”
하지만 기분 탓인지, 디레트는 왠지 후배의 거리가 조금 멀어진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마음의 거리가 멀어진 걸지도 몰랐다.
디레트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아참. 후배. 궁금한 게 있는데.”
“네.”
“혹시 유크벨티레 마법을 얼마나 도와준 거야? 반응을 보니까 저번에 말한 것보다 조금 더 많이 도와준 거 같은데, 혹시 그 때 이야기한 것보다 더 한 건 아니지?”
말하면서도 디레트는 자신이 착각했나 싶었다.
물론 유크벨티레가 저렇게 자존심에 타격을 입은 게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여기 후배도 바보가 아니었다.
거머리보다 끈질긴 친구의 습성을 알면서도 굳이 미리 약속한 것보다 더 도와줘서 자기 무덤을 팔 리가 없…
타탓!
스테달 나고는 대답 대신 후다닥 저택 안으로 달려가버렸다.
디레트는 그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손을 부르르 떨었다.
…이 인간들이 진짜…!
* * *
“유크벨티레 선배님. 여기 외부인이 있는데 괜찮으십니까?”
디림파가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물었다.
예전에 디레트의 일을 도우면서 저 미친 5학년의 까다로운 성격을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외부인의 입회는 허락할 수 없겠군. 실력 부족한 마법사가 있다면 마력 해방 도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유크벨티레. 칼라로가드에서 온 마법사 분들이야!
-그래서? 어떤 마법을 완성했지?
-아직 완성한 마법이 없긴 한데 제대로 정통파로 배우고 있는…
-증명할 게 없다는 소리군.
-야. 밖으로 잠깐 나와.
-그럴 수 없겠는데. 내가 자리를 비우면…
그 일로 흑마법 학파 학생들은 깨달았다.
유크벨티레가 다른 학생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나마 에인로가드 학생들이라 이만큼이라도 존중해주고 있었다는 것을!
에인로가드 학생들도 이 정도인데 외부인들은 어떨지 상상도 안 갔다.
“…괜찮아.”
유크벨티레는 시무룩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디림파는 물론이고 다른 학생들 모두 깜짝 놀랐다.
“왜 저런답니까??”
“투자한 연구가 폭발하기라도 한 거 아닌가?”
“폭발해도 저렇지는 않을걸. 혹시 아까 디레트 선배한테 한 소리 들은 거 아니야?”
“무슨 이유로?”
“알 게 뭡니까. 이유야 백 개도 넘을 걸요.”
코홀티는 무심코 납득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디레트가 당한 것만 생각해보면 그냥 숨 쉬다가 생각이 나 친구의 뒤통수를 한 대씩 때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인근에 천사가 있다면 이 마법으로 접촉이 가능해.”
모두 자리에 모이자 유크벨티레는 천인 탐지 아티팩트를 꺼냈다.
육망성 형태로 배치되어 있는, 여섯 개의 촛대 아티팩트였다.
이한은 그 안에 집약되어 있는 마법에 놀랐다.
‘다른 차원 존재를 찾고, 그 존재한테 접촉하면서, 위치를 탐지하지 못하도록 우회까지 하는 건가?’
저걸 보니 1, 2학년 때 했던 타차원 방문이나 접근은 원시적인 수준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 자신에게 관심 있는 다른 차원의 존재가 나올 때까지 직접 돌아다니는 게 에인로가드 저학년 학생들의 방법이라면, 유크벨티레가 만든 아티팩트는 다른 차원 너머로 마법 탐지 신호를 쏘아 보내 존재를 찾아내는 방식.
거기에 상대가 역탐지를 하지 못하게 차원을 오고 가며 혼란시키는 마법까지 걸려 있었다. 실로 놀라운 마법이었다.
‘저 아티팩트가 있다면 나도 정령들을 찾아내서 먼저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한은 가장 먼저 든 생각에 멈칫했다.
그리고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
‘…내가 무슨 생각을. 어차피 그렇게 접근해봤자 별 의미도 없는데.’
모습을 숨기고 신호만 보내서 소환해내도 막상 정령이 이한을 보면 겁을 먹을 테니 별 의미가 없는 방법이었다.
아예 강제로 붙잡는다면 모를까…
이한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마음까지 해골 교장 같은 마법사가 되고 싶진 않았다.
화르륵!
여섯 개의 촛대 위에 불이 붙었다. 유크벨티레는 주문을 외우며 매우 국소적인 차원 통로를 열었다.
실질적으로 사람의 영혼은 통과할 수 없는 에너지의 통로였다. 오로지 마법적인 신호만 통과 가능했다.
갑자기 불꽃이 흔들렸다. 유크벨티레가 말했다.
“접촉했군. 뭐라고 말하면 되지?”
“이쪽은 제국의 마법사라고 밝혀. 그쪽이 쫓는 악마를 붙잡았으니 우리가 관리하겠다고.”
무례하게 들릴 수 있긴 했지만 마법사라면 당연한 발언이었다.
다른 차원도 아닌 제국의 차원에서 외부인에게 양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없이력능할리관는게네다마악한험위/
흑마법 학파 학생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천사의 언어입니까?”
“아니. 유크벨티레가 설정 거꾸로 해놔서 글자 거꾸로 나오는 거야.”
“……”
/위험한악마다네게는관리할능력이없다/
다시 제대로 읽은 흑마법 학파 학생들은 신중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적대적인 천사 같지는 않죠?”
“애초에 천사들은 적대적인 존재를 찾기가 더 힘들지. 자기 목적에만 몰두하는 이들이라.”
“악마 수집이 목적인가?”
-도련님. 제발…! 저를 넘기지 말아주십시오!
지켜보고 있던 오를라흐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예 노릇을 한다면 워다나즈 가문에서 하고 싶지 알지도 못하는 미친 천사 놈에게 끌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도련님??”
스테달, 아니 이한은 죽일 듯이 오를라흐를 쳐다보았다.
오를라흐는 눈치껏 입을 닥쳤다.
-흡.
‘나고 가문이 악마도 부렸었나?’
‘놀랍군. 들어본 적이 없는데. 하긴. 저 정도 마법사라면 가문도 비범할 거다.’
흑마법 학파 학생들은 내색하진 않았지만 속으로 매우 놀라워했다.
과거에 악마를 부린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능력이 있는 가문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일단 이렇게 대답해줘. 우리는 에인로가드 소속의 흑마법 학파라 악마를 관리한 경험도, 능력도 있다고.”
답은 곧 돌아왔다.
/악마를놓치는마법사들은대부분흑마법사들이었다/
“……”
학생들은 살짝 울컥했다.
물론 악마 관련해서 사고치는 건 보통 흑마법 학파 마법사들이긴 했다. 악마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만큼 당연히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고들의 대부분은 수준 낮은 흑마법사들이 일으키는 것이었다.
마법에 대한 지식은 없으면서 힘에 관한 욕망만 가득한 작자들.
“에인로가드를 모르나?”
-아무래도 천사니까요.
“…악마. 조용히 해.”
-죄, 죄송합니다…
오를라흐는 다시 주눅이 들어서 입을 다물었다.
교만공도, 워다나즈 가문의 아르실도 자신의 말재간을 칭찬해줬는데 이들한테는 통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선배? 그냥 끊어버리고 실력행사로 들어갈까요?”
“잠깐만. 한 번만 더 보내보자.”
디레트는 깊게 고민하더니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아티팩트를 잡았다. 다른 사람들은 디레트가 무슨 내용을 보내려는 건지 궁금해했다.
과연 어떤 내용일까?
/그렇다면인정하겠다/
“!!!”
자리에 있는 모두가 크게 놀랐다.
다들 술렁거리면서 어떻게 된 거냐고 떠들었다. 이한은 감탄 섞인 목소리로 디레트만 들을 수 있게 물었다.
“대체 뭐라고 하신 겁니까?”
“워다나즈 가문 마법사도 여기 있다고 했는데.”
“……”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