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84)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084화(1084/1114)
‘미친 폭군 같으니.’
이렇게 사악한 왕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야차왕의 차원에서 왜 반란이 일어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왜 왕의 지혜를 부정하지? 어떤 차원의 난폭자도 왕의 지혜를 부정하지는 않는데.
아파즈라곤은 이한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
야차왕은 여러 차원에서도 존중 받는 강자였다. 심지어 악마 공작들조차도 이 왕의 지혜는 존중할 정도였다.
그런데 어째서?
-넌 속고 있는 거다!
이한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리 차원에서 소문난 현자라 하더라도 이한은 절대 상대를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
-그 자의 말에 속아 넘어가면 안 돼. 아주 음흉하기 그지없는 자란 말이다.
-놀랍군. 생각해본 적도 없는 아주 참신한 의견이야.
천사는 이한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애초에 야차왕이 가서 배움을 얻으라고 한 만큼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런 독특하고 파격적인 의견이라니.
이게 바로 옛 마법사의 길을 앞서 걷고 있는 자의 품격이란 말인가?
-내게 더 가르침을 줄 수 있겠나? 영혼 깊숙이 새기고 따르겠다.
-야차왕을 믿지 말고, 그 옛 마법사도 믿지 말…
분노로 인해 빠르게 떠들려던 이한은 멈칫했다.
그런데 이게 맞나?
‘잠깐만.’
생각해보니 상대는 꽤 절실한 것 같았다.
천사들에 대해 이한이 많이 알지는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이 천인들이 자기 영역에서 나오지 않고 은둔하며 지낸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 종족이 이렇게 밖으로 나와 떠돌 정도면 정말 절실한 것 아니겠는가.
이한의 조언 한마디 한마디를 전부 기억해놓고 무겁게 받아들이려는 사람한테 이렇게 감정적으로 말해도 되나?
-…생각해보니 내 말을 따를 필요는 없을 것 같군.
-어째서지?
조언을 전부 기억해놓고 하나도 빠짐없이 따르려던 천사는 의아해했다.
-내가 가르침을 줄 수준의 마법사가 아니다. …그냥 내 말을 따르지 마라! 그게 조언이다.
-과연.
아파즈라곤은 확실히 강력한 천사였다.
난해하기 그지없는 마법사의 말에도 불구하고 안에 숨어 있는 현기(玄機)를 알아차렸다.
‘말에 의존하지 말고 행적에서 배우라는 것인가.’
언어에 의한 전달은 그 뜻이 쉽게 오염되고 왜곡되기 마련.
저 마법사는 그걸 걱정해서 저렇게 말한 게 분명했다.
-알겠다. 알아서 배우도록 하지.
-다행이군.
-나는 원래 왕을 만나기 전에는 악마를 잡아 가두는 수행을 하고 있었다.
-……
이한은 그 수행을 대체 어디서 보고 따라하고 있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두려워서 그럴 수가 없었다.
-미리 맹세한 악마의 숫자를 다 채우고 옛 마법사의 제자를 찾아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널 먼저 만나게 됐군. 이 또한 계시일지도 모른다.
-그냥 대륙에 오를라흐 같은 악마가 적어서 그런 것 같은데.
아파즈라곤은 무시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방금 마법사가 자신의 말을 따를 필요 없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전할 말은 이게 전부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그래…
말과 함께 천사는 국소적으로 펼쳤던 영계를 거뒀다. 그러자 타오르는 영혼의 시야가 사라지고 어색하게 만든 인간의 육신이 다시 나타났다.
팟!
할 말도 다 전했겠다, 아파즈라곤은 다시 새로 변해서 날아가 버렸다.
멍하니 그걸 지켜보던 이한은 뒤늦게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잠깐,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물론 외쳐봤자 멀리 날아간 천사가 돌아오진 않았다.
디레트는 갑자기 천사가 날아가고 후배가 다급히 외치자 놀라서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게…”
이한은 살짝 울컥한 목소리로 사악한 폭군의 음모를 호소했다.
이 차원의 개자식이 자신을 몇 번이고 괴롭혔던가!
“……”
이야기를 듣던 디레트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얘는 진짜 어떻게 이렇게 차원 밖의 존재들이 모여드는 거지?’
본인한테 말하면 펑펑 울 것 같아서 말하진 못했지만, 정말 저런 운명을 타고난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데 그냥 천인들의 인사말이겠죠?”
이한은 ‘제발 인사말이라고 해주세요’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스테달 나고로 위장한 상태라서 좀 많이 무서운 인상이었다.
디레트는 동의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닌 것 같아.”
“……”
“앞으로 따라다니겠다는 것 같은데.”
천사, 아파즈라곤은 다른 천사들이 그렇듯 강한 집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천사가 ‘내 말 따르지 마라’라는 조언만 듣고 순순히 만족해서 떠날 것 같지는 않았다.
‘알아서 배우겠다’나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라고 말하는 걸 보니 그냥 후배를 따라다니면서 그 행동을 보고 배우겠다는 것 같…
“……”
스테달 나고는 크게 풀이 죽었다. 해적들에게 잡혀갔을 때도 저렇게 풀이 죽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디레트는 위로하기 위해 다급히 말했다.
“그, 그래도 어떻게 따라다닌다는 건지는 모르잖아. 자기 할 일 하다가 때 되면 찾아오는 걸 수도 있어.”
“그것도 진짜 싫습니다만.”
이한은 질색했다.
매일 따라다니는 것보다야 나았지만 여전히 끔찍한 건 끔찍한 것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버두스 교수와 뭐가 다르단 말인가?
‘아니다. 너무 실례되는 생각이었어.’
이한은 즉시 반성했다.
천사가 그냥 따라다니면서 배우겠다는 건데 어떻게 버두스 교수와 같겠는가.
“연락 다시 보내볼까요? 잠깐. 유크벨티레 선배 어디 가셨습니까?”
“자꾸 네가 날 배신하려는 사악한 계략을 꾸미고 있다고, 영계를 염탐해야 한다고 주장하길래 아래로 꺼지라고 했어.”
“…제가 죄송합니다.”
괜히 스테달 나고의 신분 때문에 둘의 우정에 금이 간 것 같아서 이한은 미안해졌다.
그러나 디레트는 고개를 저었다.
“후배 네가 죄송해할 필요 없는 일에 절대 죄송해하지 마. 그리고 스테달 나고의 신분은 잘 만든 것 같아. 유크벨티레가 쩔쩔매는 거 봤어?”
“확실히 누군가 습격하거나 약탈하거나 도둑질할 때도 편하긴 합니다.”
디레트는 방금 들은 말은 못 들은 걸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잠시 후.
유크벨티레를 다시 불러서 천사에게 연락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답장이 없었다.
‘…혹시 내 말 따를 필요 없다고 해서 무시하는 건 아니겠지…’
찜찜한 마음에 이한은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제국 수도의 대로를 꽉 채운 인파 속 어딘가에 변장한 천사가 있을 것 같다는 찜찜함이 사라지질 않았다.
“일단 돌아가자. 가서 애들하고 보수 나눠야지.”
디레트는 덩치 큰 전투 마법사와 친구를 저택 방향으로 밀었다. 유크벨티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수를 나눈다니?”
“?”
이한은 선배의 반응에 오히려 의아함을 느꼈다.
그럼 보수를 나누지 뭘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걸로 시비 걸어도 괜찮겠습니까?’
제국에는 의뢰가 있고 이 의뢰를 깨면 보수라는 게 나오는데, 그쪽은 잘 모르겠지만 참가한 사람들끼리는 이걸 나눠 갖는 게 관례다…
즉석에서 떠올린 거지만 괜찮은 조롱이었다. 이한은 살짝 뿌듯함을 느꼈다.
‘…아냐…’
그러나 디레트는 하지 말라고 눈빛으로 말렸다.
이건 유크벨티레를 자극해서 좋을 게 없는 일이었다.
“왜. 보수를 나눠야지.”
“흑마법 학파 학생들도 나눠가진다는 거고.”
“그렇지…”
“디레트. 왜 흑마법 학파 학생들이 이번 의뢰에서 보수를 받을 자격이 없는지 설명하겠어.”
‘젠장.’
디레트는 속으로 욕했다.
자극 안 해도 결말이 똑같잖아!
‘선배.’
후배가 다시 눈빛을 보냈다. 아까처럼 시비 걸려는 건가 싶어서 디레트는 힐끗 쳐다보았다.
‘듣기 싫은데 그냥 달려서 도망치죠?’
어차피 이제 천사하고 연락할 일도 없을 텐데 상관없지 않나?
‘…아주 좋은 생각이야.’
그래서 둘은 그렇게 했다.
* * *
“헉, 헉헉. 천사와 잘 교섭해서 이야기 마무리지었어. 악마는 우리가 가져가면 돼. 끝!”
“수, 수고하셨어요. 그런데 왜… 왜 그렇게 숨이 가쁘세요? 전력으로 달려온 것처럼…?”
흑마법 학파 학생들은 헐떡이는 디레트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천사하고 싸운 거 아니야?”
코홀티의 지적에 다들 술렁였다.
“선배, 정말 천사하고…”
“안 싸웠어.”
디레트가 부정했지만 코홀티는 다시 예리하게 지적했다.
“디레트는 너희 걱정 안 시키려고 저러는 걸 수도 있어.”
“……”
“……”
디레트와 스테달이 동시에 빤히 쳐다보자 코홀티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아닌가보다!
-흑흑. 감사합니다. 그 천사 놈을 쫓아내주셔서.
오를라흐는 옆에서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워다나즈 가문을 믿길 잘했다 싶었다. 이런 분쟁에서 이 가문만큼 믿음직스러운 존재도 드물었다.
-앞으로 충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아. 그게 말인데.”
이한은 살짝 머뭇거렸다.
생각해보니 악마한테 아직 상황 설명을 덜 해준 것이다.
“넌 내 악마가 아니다.”
-예?
“그러니까 엄밀히 따지자면, 앞으로 여기 흑마법사들 모두를 도와줄 악마가 될…”
-……
감격하고 기뻐하던 악마의 얼굴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흑마법사들이라면 가난해서 피죽도 못 긁어먹는 자들 아닙니까? 저를 그런 열악한 곳에 보내신다고요??
‘이 자식이.’
이한은 살짝 발끈했다.
피죽 정도는 먹는데!
자신이 워다나즈 가문 도련님의 속을 박박 긁었다는 걸 모르는 오를라흐는 간절하게 아첨했다.
-제발 절 직속 하인으로 거둬주십시오! 매일 동틀녘, 저물녘에 아름다운 찬양의 시를 지어서 바치겠습니다!
오를라흐는 자신이 말한 조건에 자신감이 있었다.
공작도, 아르실도 만족스러워한 공물인 만큼 이 도련님도 분명 솔깃해 하리라.
물론 이한은 바로 무시했다.
“필요 없다. 계약하거나 천사를 다시 부르거나. 둘 중 하나다.”
-어헝헝!
오를라흐는 서럽게 울었다. 다른 학생들도 살짝 미안해질 정도였다.
“그렇게 우리 학파가 싫은가?”
“그래도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 정도면 다른 흑마법사들보다는 낫지 않나…”
그러거나 말거나 스테달 나고는 피도 눈물도 없이 오를라흐를 쥐어짰다. 과연 사나운 전투 마법사다운 태도였다.
슬피 울던 오를라흐는 결국 강압을 이기지 못하고 수결했다.
-흑흑…
원하는 걸 얻은 이한은 달래듯 말했다.
“그래도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는 다른 흑마법사들보다는 낫다.”
-그래봤자 흑마법사들이죠…
“…낫다고 이 자식아.”
이한은 참지 못하고 오를라흐의 멱살을 붙잡았다. 악마는 당황해서 꽥꽥 비명을 질렀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진, 진정하십시오. 나고 님! 왜 그러시는 겁니까!”
“이 악마 자식이 자꾸 흑마법 학파를 모욕하잖나!”
“!”
코홀티는 다시 한 번 감동했다.
어떻게 저렇게 마음이 넓을 수가 있지?
“……”
디레트는 고개를 숙였다. 친구의 멍청한 모습을 더 이상은 지켜볼 수가 없었다. 본인이 수치스러워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