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86)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086화(1086/1114)
“참. 너희들 물건도 갖고 들어가 줄게! 이한이라면 분명 해줄 거야!”
“감사합니다.”
알히들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차가웠다.
아무리 감사 인사를 하려고 해도 안에 담긴 질투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쿡-
에안두르데가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티내지 말란 신호였다.
“미, 미안.”
“나중. 나중에 복수해. 기회가 있을 거야.”
“그러게. 네 말이 맞다.”
알히들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멈칫했다.
…근데 딱히 복수라고 할 건 아니지 않나?
엄밀히 따지자면 2학년 선배들이 그들한테 잘못한 게 있진 않았는데…
하지만 그렇게 냉정하게 넘기기에는 알히들의 가슴팍에서 타오르는 질투심이 너무 뜨거웠다.
왜 저 사람들은 1년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에인로가드에서도 행복하게 사는 거지?????
“크으윽…”
“왜, 왜 그래? 체했어?”
가이난도는 초콜릿 상자 안에 초콜릿 상자를 넣고 또 그 안에 새 초콜릿 상자를 넣다가 깜짝 놀랐다.
후배가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 알겠다. 감동해서 그런 거구나? 나 참. 이게 뭐라고.”
가이난도는 하하 웃었다.
아마 후배들은 밖에서 물건을 들여올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놀란 게 분명했다. 선배로서 그 모습이 참 귀엽게 느껴졌다.
“……”
“……”
두 후배의 주먹에 꽉 힘이 들어갔다.
* * *
“그럼 잘 부탁하겠네.”
“예. 각하!”
해골 교장은 찾아온 귀족들을 손수 배웅하는 걸로 오늘치 일을 마무리 지었다.
방금 귀족들은 에인로가드 3학년 학생들 때문에 상담하러 찾아온 이들이었다.
원래 저택 마법 조각상들의 외형을 새로이 변화시키고 추가 성능을 부여했어야 하는 의뢰였는데 이 학생들이 욕심이 과했는지 조각상들을 실수로 탈출시켜버린 것이다.
그 탓에 귀족들이 사는 마을은 난리가 났고, 결국 해골 교장에게 직접 항의하기 위해 이렇게 수도로 찾아오게 되었다.
해골 교장은 한숨을 푹푹 쉬며 죽음의 기사들을 파견하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변환 마법 학파의 담당자인 욘라모 교수한테도 종이 새를 보내놓았다.
동시에 찾아온 귀족들을 어르고 달랬다.
-제국의 동량들 아닌가. 자네들이 이해해주게. 마을은 원래대로 고쳐 놓을 테니, 관료들에게 굳이 말하지 말게나.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귀족들에게도 굳이 말하지 말아주게. 의뢰가 끊길 수 있어서.
-알겠습니다.
-다른 마법사들에게도 굳이 말하지 말아주게. 의뢰가…
-……
귀족들은 황당해하긴 했지만 감히 마령관의 부탁을 거절하진 못했다.
대귀족 가문쯤 되어야 앞에서 툴툴대는 말 한 마디 할 수 있는 거지, 평범한 귀족들은 절대 해골 교장 앞에서 뻗대지 못했던 것이다.
‘새 학기 시작하면 바로 징벌방에 보내버리겠다.’
해골 교장은 이를 갈았다. 학교 망신을 이렇게 시키다니.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풍족하게 내버려두면 타성에 젖어 게으름을 피우고, 그렇다고 너무 쥐어짜면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폭주해버리니…
“참으로 어려운 일이야.”
-……
-……
데스 나이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그럼 의뢰를 좀 줄이고 학교에서 주는 돈을 늘리면 안 됩니까?’라고 말했다가는 바로 징벌방에 간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사들이 보기에도 학생들한테 지원해주는 황금의 양은 이미 충분히 많았다. 여기서 더 늘리려면 교수들이 굶거나 기사들이 굶거나 관료들이 굶어야 했다.
-교수분들께 부탁해서 의뢰를 수행할 때 좀 더 감독해달라고 하면 안 됩니까? 지금도 학기 도중 의뢰에는 동행하고 있으니…
비교적 젊은 죽음의 기사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냈다.
지금도 학기 도중에 수행하는 몇몇 의뢰에는 교수나 해골 교장의 하수인들이 감시 역할로 붙는 만큼 좀 더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였다.
학생들이 실수하거나 폭주할 거 같으면 나서서 처리해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그렇게 길게 지껄이는 거냐? 그러면 보수를 교수가 받아야지. 왜 학생이 받아?”
해골 교장은 이렇게 쓰레기 같은 말은 처음 듣겠다는 경멸의 표정으로 기사를 쳐다보았다.
죽음의 기사는 풀이 죽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학생들은 매번 교수를 불러서 도와달라고 할 거고, 가르시아 교수는 잠도 못 잘 거다. 비블레는 피둥피둥 살찌고. 정말 그러길 바라나? 응?”
-아닙니다!
“알면 됐다.”
좀 억지스럽긴 했지만 그럴듯하긴 했다.
학생들의 자율성을 떠나 특정 교수에게만 업무 부담이 심해질 미래가 뻔히 보였던 것이다.
쿵쿵쿵-
“계십니까?”
“…없다.”
해골 교장은 상대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대답했다.
그러나 상대는 없다는 대답에도 과감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쿵!
그리고 문틀에 이마를 박았다. 현 황제의 넷째, 블랙 드래곤 우만이 고통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자네는 볼 때마다 머리를 박는군. 키를 좀 줄일 생각은 없나?”
“영 불편해서 말입니다.”
우만은 우렁우렁 울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해골 교장은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귀를 가리켰다.
“목소리도 좀 줄이고.”
“주의하겠습니다.”
“무슨 일로 왔나? 에인로가드에 더 기부라도 하려고?”
해골 교장이 우만을 귀찮아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예전부터 이 블랙 드래곤은 자신이 제국의 정의를 지키고 수호해야 한다는 과대망상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그 과대망상의 가장 심각한 점은, 해골 교장과 에인로가드를 정의의 잠재적인 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능 높은 드래곤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리석은 착각이었다.
‘어렸을 때는 참 착하고 귀여웠는데.’
해골 교장은 안쓰럽다는 듯이 우만을 쳐다보았다.
어렸을 때는 ‘고나달테스 님!’하면서 졸졸 쫓아다니던 녀석이 머리 좀 굵었다고 저렇게 으르렁댈 줄이야.
하여간 용족들이란 참으로 귀찮은 종족이었다.
“기부는 이미 했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그런데 누구한테 기부를 한 거지? 설마 버두스 교수는 아니겠지?”
설마 우만이 머저리도 아니고 비블레한테 기부하진 않았으리라.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학생한테 기부했습니다. 이번에 제국 금고에 필요한 황금을 제가 지불했지요.”
“……”
해골 교장의 표정이 돌변했다.
대마법사답게 불길한 전조를 읽어낸 것이다.
설마?
“…고맙다만 왜? 혹시 너도 계약하려고? 그러지 마라. 불쌍하지도 않느냐.”
이건 진심이었다.
아무리 제자를 혹독하게 밀어붙이는 해골 교장이라 하더라도 용 둘을 붙이고 싶진 않았다.
지금도 충분히 힘들게 사는 녀석인데…
“아닙니다. 이걸 봐주십시오.”
우만은 품속에서 둘둘 말린 스크롤을 꺼냈다. 황금으로 장식된 금서(金書)의 양식을, 해골 교장은 바로 알아보았다.
저건 황제의 칙서였다.
“……”
방금 느낀 불길한 전조가 더욱 증폭되고 있었다.
해골 교장은 칙서를 뺏어서 내용을 확인했다. 안에 적힌 글은 간단했다.
…우만을 황제의 대리로 삼아 한 학기 동안 에인로가드 감찰관의 권한을 부여하겠다…
“커헉.”
불길한 전조의 결말을 확인한 해골 교장은 비틀거렸다.
평범한 감찰관도 성가신데 황제의 대리로서 온다고?
“말도 안 돼! 폐하께서는 속이 좁고 옹졸한 분이긴 하지만 이렇게 멋대로 말도 없이 감찰관을 보낼 분은 아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만은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그 기세에 해골 교장은 다시 불길해졌다.
뭔데 또?
“먼저 다량의 고발이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고발만 말씀드리자면, 차원의 공허에서 넘어온 괴수를 사냥하는 일에 제자를 무모하게 참가시킨 일이겠군요.”
‘볼라디 배그렉…!’
해골 교장은 고개를 푹 숙였다. 바로 범인을 깨달은 것이다.
그 뒤로도 설마 황궁에 들어가나 싶어서 계속 감시를 뒀는데도 기어코 투서를 넣었을 줄이야.
남는 시간대는 하나밖에 없었다.
알시클과 해골 교장을 만나자마자 바로 황궁에 달려가서 투서를 넣어버린 게 분명했다. 실로 미쳐버린 행동력이었다.
해골 교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배은망덕한 제자한테 한 방 먹은 셈이었다.
‘그래. 너 잘났다.’
생각해보니 자신이 볼라디 배그렉의 의지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싶었다.
한 번 마음먹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녀석인데 안일하게 반응한 것이다.
특히 제자 관련된 일인 만큼 더 신경을 써뒀어야 했는데…
“사실 그건 다른 놈들 잘못인데… 됐다. 이미 의미가 없겠지?”
“예!”
“목소리 좀 줄이라니까. 다음은 뭐냐?”
해골 교장은 심드렁해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어차피 우만이 다음 학기 때 와서 귀찮게 구는 건 확정이 된 것이다.
-주인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새파랗게 어린 드래곤한테 이런 모욕을 계속 들어야 합니까!
발끈한 죽음의 기사 한 명이 나섰다.
평소에 기사들끼리는 ‘우리 주인님은 너무 괴팍하신 거 아닌가’불평을 하곤 했지만, 외부인이 말하는 건 의미가 달랐다.
저 애송이 드래곤이 제국을 위해 헌신을 했다면 뭘 얼마나 했다고 건방을 떤단 말인가?
그러나 우만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죽음의 기사들이 뿜어내는 푸른 안광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드래곤 종족의 타고난 강함이었다.
“물으셨으니 그 다음도 말씀드리겠습니다. 폐하께서는 제자를 이용해 순진한 마탑의 사람들을 그만 갈취하라고 하셨습니다!”
-……
-……
분노하려던 기사들은 갑자기 멈칫했다.
잊고 있던 수치심이 되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해골 교장은 여전히 뻔뻔했다.
“마탑 놈들이 돈을 주겠다는데 뭐 어쩌라는 거냐? 거절이라도 하란 것이냐? 너도 마법사 카드로 탑에 박혀 있는 마법사 놈들 금화 갈취하면서.”
“그, 그런…! 그건 이거하고 다릅니다! 마법사 카드는 어린 종족을 위한 용들의 선물입니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우만은 얼굴을 붉히며 따졌다.
마법사 카드는 대륙이 혼란스러울 때 한 드래곤이 어린 종족들에게 유희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고안한 선물이었다.
그걸 금화 갈취의 수단으로 표현하다니!
“하. 어린 놈들보다 어른 놈들이 많이 갖고 놀던데.”
“됐습니다! 더 이상 듣지 않겠습니다. 여전히 절 놀리시는군요!”
“잠깐. 설마 조우린 전하가 방문을 허락받은 것도 너 때문이었나?”
“예.”
우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황제는 에인로가드 학생들을 방해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우만이 자신의 누님을 직접 돌보겠다고 선언하자 결국 양보한 것이다.
“제가 직접 학생들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하니 허락해주셨습니다. 누님께서도 마법학교의 영지(靈地)를 방문하신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그 목적 때문이 아닐 텐데…”
해골 교장은 중얼거렸다.
조우린의 목적은 에인로가드의 마력 풍부한 산과 호수, 사막과 용암, 기타 등등의 지역을 둘러보고 깨달음을 얻는 게 아니었다.
친구들하고 놀려는 사심이 거의 99%일 터.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그럼 전하는 네가 직접 돌보는 거냐?”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학생들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제가 확실히 보필하겠습니다.”
“…그나마 다음 학기에 나보다 불행한 사람이 한 명은 더 있어서 다행이군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