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87)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087화(1087/1114)
우만이 조우린을 보필한다고 해도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고집을 부리거나 떼를 쓰면 바로 넘어갈 것 같았다.
아마 워 모 학생한테 그 부담이 더해지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위안이 되는군.’
한 학기 동안 어린 드래곤이 옆에서 떽떽대는 건 성가시겠지만 그것 또한 제자의 자양분이 될 수 있었다.
물론 본인은 매우 싫어하겠지만 원래 마법이란 게 하기 싫은 것도 해가면서 성장해나가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 힘내라. 이번 학기 동안 네가 얼마나 에인로가드를 좋게 바꾸나 한 번 지켜보마.”
“흥. 공께서 비웃으셔도 저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우만의 태도는 바위처럼 단단했다.
해골 교장이 어떤 방식으로 놀리고 빈정거려도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이 날을 위해 계속 준비해왔단 말입니다. 분명 에인로가드의 마법사들은 제 방식을 기뻐할 겁니다.”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 뭘 준비했는데? 금화 무더기?”
만약 산더미 같은 금화를 준비했다면 정말 위협적인 전략이었다.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금화 한 무더기만 주면 흔쾌히 교장을 팔아넘길 수 있었다.
게다가 금화 한 무더기를 안 줘도 팔아넘기려는 놈들도 있었고…
우만이 맡은 마법사 카드의 직위와 그걸로 축적한 재산을 생각해봤을 때 황금 매수 전략을 들고 오는 건 충분히 가능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저는 에인로가드의 마법사들을 존중합니다. 황금으로 매수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너도 참. 아직도 멀었구나.”
해골 교장은 안타깝다는 듯이 어린 드래곤을 쳐다보았다.
이 용은 아직도 에인로가드 마법사들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황금으로 매수하는 게 진짜 존중인데!
“저는 협박과 뇌물이 아닌 순수한 정의로 에인로가드 마법사들의 풍습을 계도할 생각입니다. 교수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버두스 교수 같은 마법사는 절대 내버려두지 않을 겁니다!”
“오…”
해골 교장은 오늘 들은 이야기 중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이야기에 표정을 풀었다.
이건 좀 그럴듯한데?
“방금 건 좋았다. 계속 그렇게만 하면 마법사들도 네 방식을 조금 좋아해줄지도 모르겠군.”
“…태연한 척 하셔도 소용없습니다. 공께서 버두스 교수를 아끼시는 건 알고 있으니까요!”
해골 교장은 즉시 정색했다. 조각 같은 얼굴에 섬뜩한 냉기가 흘렀다.
“절대 아니니까 다시는 그딴 헛소리 지껄이지 마라.”
“죄, 죄송합니다…”
“아니… 됐다. 내가 미안하다. 애 상대로 뭘 화내는 건지 모르겠군. 열심히 해봐라. 참. 워다나즈는 너무 괴롭히지 말고. 재밌긴 해도 조금 불쌍하니까.”
“저는 학생들을 방해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고 말했잖습니까!”
우만은 씩씩대며 나갔다. 아직도 해골 교장이 자신을 놀린다고 착각한 것이다.
드래곤이 나가자 기사들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주인님. 괜찮겠습니까?
“안 괜찮으면? 쫓아내기라도 하라고?”
-그건 아닙니다만…
“어차피 한두달이다. 전하 성격에 그 정도만 지내도 투서가 빗발칠걸.”
해골 교장은 심드렁했다.
귀찮기야 하겠지만 우만 같은 성격이 에인로가드에서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개월이 지나기 전에 황제한테 살려달란 학생들의 투서가 들어가리라.
“그 때까지는 창고에 자물쇠 단단히 걸어두고 이상한 짓들 하지 마라. 쫓아다니면 성가시니까.”
-교수나 학생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감찰관이 와서 이것저것 들쑤시면 사실 해골 교장보다 교수, 학생이 더 성가실 수도 있었다.
“뭘 어떻게 해? 자기들이 알아서 잘 해야지. 마침 잘 됐군. 한 번 시달려보라고 해라.”
평소 교수나 학생들은(특히 버 모 교수 같은) 해골 교장이 너무 인색하고 피도 눈물도 없다는 비난을 종종 하곤 했다.
주로 자기들이 하는 마법 연구나 과제에 시간을 더 안 주면 저런 소리가 나왔는데, 해골 교장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소리였다.
이놈들은 육신도 있으면서 양심이 없나?
어쩌면 우만의 등장이 이런 방만한 에인로가드 마법사들을 향한 체벌이 될지도 몰랐다.
“그래도 연락이나 보내줘야겠군. 교수들에게 서신을 보내라.”
-비블레 버두스 교수한테도 말입니까?
“아니. 걔는 빼고.”
-실로 현명하십니다!
충성심으로만 일하는 기사들에게도 가끔 포상이 필요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탈탈 털리는 버두스 교수의 모습이라면 충분히 포상이 되리라.
* * *
‘나갔다 올 때마다 새 손님을 데리고 오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요네르는 속으로 생각했다.
워다나즈 가문의 친구가 발이 넓은 건 알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외출할 때마다 새 손님을 데리고 올 줄이야.
게다가 손님들의 면모도 제각기 화려했다.
교수, 교장, 제국에서 귀여움만 놓고 보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마법사, 드래곤…
“어떻게 생각해?”
“어? 평범하지 않나?”
갑자기 질문을 받은 닐리아는 의아해하며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원래 대귀족 가문 정도 되면 저렇게 인맥이 넓은 거 아니야?
“과연.”
요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닐리아는 이한 못지않게 인맥이 넓었으니 저기에서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내, 내가 뭐 대답 잘못했나?’
닐리아는 친구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넘어가자 살짝 당황했다.
그냥 별 생각 없이 대답한 거였는데…!
“자. 여긴 후배의 별장 저택이야.”
디레트는 이중신분을 갖고 있는 후배를 위해 대신 흑마법 학파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아무래도 스테달 나고의 신분으로 이 저택 안까지 들어올 수는 없었던 것이다.
“나고 님은 어디 가셨어?”
코홀티는 별장 저택을 보며 부러워하다가 뒤늦게 스테달 나고의 존재를 떠올렸다.
어느새 사라졌는데 어디 가신 거지?
“아까 갔어. 일이 있다더라.”
“뭐!? 그걸 왜 지금 말하는데! 무슨 일?!”
“몰라. 나쁜 놈 잡으러 가나봐.”
귀찮아진 디레트는 대충 둘러댔다. 코홀티는 아쉬움과 존경심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악마를 퇴치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렇게 움직이시다니.”
“악마 퇴치라고 해도 싸움은 없었는데요.”
“조용히 하지 못해? 싸우지 않고 천사와 교섭해서 설득을 끝낸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코홀티는 마치 자신이 모욕당한 것처럼 투덜댔다.
그 모습에 흑마법 학파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소곤댔다.
“저 사람 졸업했는데 왜 같이 따라오는 겁니까?”
“그냥 돌아가라고 하죠?”
“…알겠어. 가만히 있으면 되잖아.”
후배들의 반란에 코홀티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뭐가 대단한지도 모르는 멍청한 녀석들 같으니.’
사실 흑마법 학파 학생들이 스테달 나고를 존경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코홀티가 좀 유별난 거였다.
만일 나중에 스테달 나고와 친분을 쌓게 되더라도 후배들은 절대 소개시켜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코홀티는 발걸음을 옮겼다.
“잠깐. 유크벨티레. 여기 와본 적 있어?”
디레트는 익숙하다는 듯 움직이는 친구의 반응에 멈칫했다. 유크벨티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저번에 작업할 때부터 와서 지내고 있었는데.”
“……”
디레트는 한 박자 늦게 진상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후배를 그냥 쫓아와서 마법을 뜯어낸 게 아니라 별장 저택에 머무르면서까지 뜯어냈구나!
“…안 되겠다. 스테달 나고 어디 있어? 스테달 나고 불러와.”
“선배! 돌아오셨군요!”
변장을 풀고 안에서 나타난 이한이 디레트를 불렀다.
그리고는 스테달 나고를 찾는 선배의 모습에 당황했다.
“왜 이러십니까. 약속한 것과 다르잖아요.”
“미, 미안. 유크벨티레가 순간 내 이성을… 아니. 잠깐만. 넌 대체 왜 유크벨티레를 묵게 해준 건데?”
“그래도 선배인데 그냥 꺼지라고 할 순 없잖습니까…”
“앞으로는 그냥 꺼지라고 해. 말하기 힘들면 신분 바꿔서 하면 되잖아.”
‘친구 맞아?’
이한은 자신보다 과격한 디레트의 주장에 당황했다.
자기 친구면서!
“후배. 잘 생각해봐. 선배라고 못 쫓아내면 나중에 교수님 오면 어떡할 건데? 그 때도 받아줄 거야?”
“앗.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마침 뒤에서 볼라디 교수가 걸어가는 게 보였다. 이한은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눈이 마주치자 교수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디레트는 눈을 깜박였다.
교수님도 있다고?
“교수님은 왜 계시는데?!”
“이야기하자면 깁니다. 선배. 이건 유크벨티레 선배하고 달리 합당한 이유가 있어요.”
진상부릴까봐 받아준 유크벨티레와 달리 볼라디 교수는 악신숭배자와 관련된 설득력 높은 이유가 있었다.
신중한 표정으로 듣던 디레트는 매우 마뜩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알겠어. 배그렉 교수님은 계실 만한 이유가 있네. 그래도 유크벨티레는 거절하는 습관을 들여야 해. 안 그러면…”
정문이 열리더니 인간 형태의 해골 교장과 가르시아 교수가 들어왔다.
“볼라디 교수. 이리 오도록! 가르시아 교수와 같이 잠깐 회의할 게 있으니.”
“아. 혹시 마실 게 필요하십니까?”
이한은 가르시아 교수를 보며 물었다. 교장과 교수가 별장 문을 박차고 들어온 상황치고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난 괜찮다.”
“나도 괜찮아요. 이한 학생.”
둘과 달리 볼라디 교수는 손짓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었다.
흰색 찻주전자와 찻잔을 꺼내서 쟁반 위에 올린 뒤 걸어가는 그 익숙한 뒷모습에 디레트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홀린 듯 쳐다보았다.
…여기 혹시 에인로가드 별관인가??
“방, 방금 뭐였어?”
“교장 선생님이 좀 뻔뻔하지 않습니까? 전 교장 선생님 말고 가르시아 교수님한테 마실 게 필요하시냐고 물은 건데.”
“…그거 말고! 왜 여기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모이는 건데?!”
디레트의 외침에 근처에 있던 2학년 학생들은 멈칫했다.
어라?
‘그러게?’
하도 충격이 반복되다보니 익숙해져서 잊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이건 많이 이상했다.
보통 방학 때 교장이나 교수를 이렇게 자주 만나지는 않지 않는가.
“어쩌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만.”
“이게 ‘어쩌다보니’로 요약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중얼거리는 디레트의 귓가로 가르시아 교수의 새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디레트는 물론이고 다른 학생들까지 깜짝 놀랐다.
“교수님!!”
“교장 선생님, 가르시아 교수님을 공격하지 마십시오!”
학생들은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혹시라도 해골 교장이 가르시아 교수를 징벌방에 보내나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응접실 안의 모습은 예상과 달랐다. 가르시아 교수는 매우 멀쩡했다.
…표정은 창백했지만.
“다, 다들. 아무것도 아니에요. 걱정할 필요 없답니다.”
“징벌방? 심문? 해고?”
“에인로가드 파산? 마법 역병? 악신 강림? 세계 종말?”
학생들은 대체 뭐가 가르시아 교수를 비명 지르게 만들었는지 제각기 추측을 던졌다.
가르시아 교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학생들을 밀어서 밖으로 내보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그러니까 다들 신경쓰지 마세요.”
“어떻게 신경을 안 씁…”
쾅!
문이 닫히자 학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심지어 5학년인 디레트도 그랬다.
“교수님이 비명지르실 분은 아닌데.”
“회의를 엿들어볼까요?”
“……”
이한의 말에 디레트는 혹시 후배가 이걸 노리고 교수들을 자주 초대했나 싶었다.
설마…
쾅!
갑자기 응접실 문이 열렸다. 해골 교장이 안에서 외쳤다.
“워다나즈. 귀찮으니까 방음 마법 부수지 마라. 만약 부수면 네가 완벽하게 시전할 때까지 시킬 테니까.”
쾅!
그리고 다시 응접실 문이 닫혔다. 이한은 분하다는 듯이 닫힌 문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