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89)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089화(1089/1114)
그리고 어차피 파수꾼 클럽의 회원들은 의심이 많아서 사칭해서 접근해도 크게 이득을 보기 힘들었다.
당장 이한만 해도 ‘나 바콴탈라나인데 금화 백 닢만 꿔줄 수 있어?’같은 연락을 받는다면 바로 차단해버릴 터.
“사칭까지는 괜찮으니 어떤 아티팩트를 쓰는지만 알려주십시오.”
지금 당장은 몰라도 나중에 다른 회원을 찾을 단서가 될 수 있을지 몰랐다.
이한은 젊은 왕자가 불러주는 정보를 빼놓지 않고 적어놓았다.
‘바콴탈라나는 거울 아티팩트로 클럽에 들어오는군. 불가살이는… 방? 방 전체를 아티팩트로 쓰고 있다고? 에인로가드에 그런 곳이 있었나?’
적던 이한은 신기해했다.
바콴탈라나가 거울 아티팩트를 쓰는 건 별로 놀랍지 않았다. 당장 이한도 맨 처음 파수꾼 클럽에 입장했을 때는 비슷한 아티팩트를 사용했으니까.
거울은 그 관념적이고 주술적인 형태 덕분에 마력이 모이기 좋은 마도구였다. 꾸준히 마력이 필요한 파수꾼 클럽 아티팩트에 잘 어울리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 전체를 아티팩트로 쓰고 있는 불가살이는 좀 신기했다.
마법 자체야 방 전체에 있는 마력을 끌어오고 순환시키면 되니 그리 어렵진 않겠지만, 현실적으로 에인로가드에서 저러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파수꾼 클럽에 입장하려면 언제나 안정적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방을 에인로가드에서 구할 수가 있나?
‘개인실을 개조했나? 아니. 그러면 지낼 때 너무 불편할 텐데. 내가 모르는 좋은 장소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군.’
고민하던 이한에게 새로운 연락이 왔다. 바콴탈라나의 일대일 개인 연락이었다.
바콴탈라나:지금 웬 미치광이 침입자가 파수꾼 클럽을 파괴시키고 있어.
“……”
이한은 멈칫했다.
파수꾼 클럽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간은 뺏겼지만 개인 연락은 아직 살아 있었던 것이다.
비버-펭귄-여우:대체 무슨 상황이야 이거?!
불가살이:혹시 교장 선생님이 들어온 거 아닌가요 이거!?
바콴탈라나뿐만 아니라 비교적 친분을 쌓은 다른 회원한테도 일대일 연락이 날아왔다.
이한은 일단 서로 정체를 아는 선배한테 대답했다.
비버-펭귄-여우:참. 바콴탈라나한테 이거 언제 어떻게 수습되냐고 물어봐줄 수 있어? 학기 시작하기 전에 밀수 계획 있는 사람 찾아서 부탁해야 하는데.
고나달테스:왜 직접 말하지 않으시고요?
젊은 왕자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어쩜 저렇게 감동스러운 가명을?
비버-펭귄-여우:저번에 말싸움하다가 차단했거든.
고나달테스:…전해드리겠습니다.
이한은 그대로 전해줬다. 그러자 바콴탈라나가 대답했다.
바콴탈라나:서두르겠지만 일주일 정도는 걸릴 것 같군. 비버-펭귄-여우한테 주의를 기울이라고 전해줘. 침입자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니까.
고나달테스:그냥 직접 좀 말해라.
바콴탈라나:서로 차단해서 무리야. 혹시 침입자의 정체에 대해 짐작가는 게 있나?
고나달테스:전혀 모르겠군. 혹시 발드로가드 첩자의 짓일지도.
바콴탈라나:과연. 가능성이 있어. 안 그래도 최근 회원이 외부인이었으니.
‘후.’
이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파수꾼 클럽에서 신분을 숨기는 것도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자. 제자님. 그럼 출발할까요?
“알겠습니다. 참. 겉옷은 어디에 보관되어 있습니까?”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을 폐허 아래 지하실에 잘 보관해놨답니다. 대륙 전역을 돌아다닐 일이 잦다 보니 곳곳에 이런 은신처들이 있지요.
대륙을 떠돌아다니며 끊임없이 악과 싸우기 위해서는 단순히 완력과 마법만으로는 불가능했다.
꾸준하고 세심한 준비 또한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말했듯이, 누가 쉽게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니까 꽤 기대해도 좋아요.
젊은 왕자의 호언장담에 이한도 기분이 좋아졌다.
공짜로 얻는 고대 유물이라니.
어쩌면 이런 게 진짜 방학일지도 몰랐다.
교장과 교수를 따라다니며 고생하는 건 가짜 방학일지도…
“후후. 감사합니다. 스승님.”
* * *
“……”
수도 서쪽에 위치한 낯선 귀족 가문 저택 앞에 도착한 이한은 할 말을 잃었다.
어라?
앗.
젊은 왕자도 당황했다.
원래 아무도 접근 안하는 늪지대 폐허 아래 지하실에 은신처를 만들어놨었는데, 지금 보니 늪은 사라지고 웬 호화스러운 귀족 저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음. 생각해보니 수도도 그 사이 많이 넓어졌을 테니 늪지대도 간척되었겠죠. 누가 가져갔…”
은신처는 아무도 안 건드렸어요. 제자님.
“!”
젊은 왕자의 글자에 이한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아직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그럼 저택 지하에 아직도 있다는 건가? 하긴, 지하를 그렇게까지 샅샅이 뒤지면서 저택을 만들진 않을 테니…’
지하실 공간만 확보되면 굳이 다른 지하를 더 파고 내려가면서 수색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왕자의 은신처가 아직 남아 있어도 말이 됐다.
제자님.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요.
“과연. 알겠습니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귀족 가문 출신임을 내세워서 사교 활동을 즐기는 건 이한의 취향이 아니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워다나즈 가문 출신으로서 친분을 쌓기 위해 다른 가문 저택에 방문할…
저는 주변에 빈집을 찾아서 그쪽 지하실로 땅굴을 파서 들어가자고 한 거였지만, 제자님 방법도 좋네요!
“…그러면 잡혀갑니다…”
문득 지하로 땅굴을 파서 드워프 은행을 털려다가 붙잡힌 얼간이들이 떠올랐다.
제국 신문에 그런 식으로 이름을 올리고 싶지는 않았다.
“계십니까?”
“어떤… 아니,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문지기는 귀찮다는 듯이 대응하려다가 이한의 얼굴을 보고 재빨리 몸가짐을 바로 했다.
웬 잡상인인가 싶었는데 누가 봐도 신분이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복장을 보니 마법사 아닌가.
“저는 워다나즈 가문 출신의 이한이라고 합니다. 예전부터 귀하의 가문을 존경하고 있었는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잠깐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잠,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문지기는 황급히 사람을 불렀다.
워다나즈 가문의 직계라면 감히 자신이 함부로 상대할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최소한 집사장이 달려와야 했다.
‘아니. 그런데 왜 본인이 직접?’
달리면서 문지기는 의문을 느꼈다.
원래 일반적인 초대나 방문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하인이 찾아와서 서신을 전하고, 그렇게 서신이 몇 번 오고 가면 밖의 클럽이나 수렵지에서 만나고, 그런 다음에 이제 저택에 초대하거나 방문을 권하는…
물론 여기서 조금 생략할 수 있긴 했다. 클럽이나 수렵지에서 만나서 교류하는 건 생략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하인도 없이 자기가 찾아오는 건 정말 신기했다.
‘워다나즈 가문이라 그런가보군.’
문지기는 알아서 납득했다. 원래 마법사 가문들이 좀 괴팍한 부분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워다나즈 가문은 가장 유명했다.
기다리는 동안 이한은 주변을 확인했다. 여기가 어느 가문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무슨 에인로가드 암시장도 아니고 정문에 가문의 이름을 달아놓진 않았다. 하지만 보는 눈이 있다면 이런저런 단서로 가문의 이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가장 좋은 건 저택이나 정원에 장식된 가문의 문양이나 깃발을 보는 것.
“…?”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가문의 문양인데?
‘어. 뭐지? 이거 크라하 가문…’
“이거 영광입니다!”
집사장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설마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가 이렇게 방문할 줄이야.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이렌디 님을 뵙기 위해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 분께서 찾아오실 줄이야. 정말 영광이군요.”
‘이렌디가 누구지?’
이한은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켰다.
일단 에인로가드 마법사는 아닌 것 같았고, 제국에서 이름을 날린 유명한 기성 마법사는 더더욱 아니었다.
하긴 그런 마법사라면 이한이 찾아왔다고 영광이라고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면 아직 어린 마법사인가? 나하고 비슷한? 다른 마법학교 출신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도착하자 이한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에인로가드 출신이 아닌데 수도에 별장 저택을 둘 만큼 부유한 귀족 가문이 들어갈 만한 마법학교라면?
이펠드렘:제발도와주세요!!!!
‘깜짝이야.’
이한은 파수꾼 클럽에서 일대일로 연락을 걸어오는 신입 회원의 모습에 크게 놀랐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연락이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고나달테스:미안한데 지금 나도 여유가 없어서. 다른 사람한테 물어봐라.
이펠드렘:다른 분들도 지금 바쁘다고 거절하셨어요. 제발 부탁드릴게요!
보아하니 다른 회원들은 지금 정체불명의 침입자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 모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작 발드로가드 학생의 투정을 들어주기에는 에인로가드 학생들의 마음이 그리 넓지 않았다.
고나달테스:미ㅇ…
이펠드렘:지금 제 저택에 에인로가드 학생이 방문했거든요?
고나달테스:없는 척 하고 꺼지라고 해. 아마 돈 뜯어내려고 온 걸 거다.
이펠드렘:정, 정말이지… 고나달테스 당신은 정말 무례해요! 얼굴도 모르는 에인로가드 학생을 어떻게 그렇게 모욕할 수 있어요?
‘흥.’
이한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에인로가드에 와본 적도 없는 사람이 무슨!
고나달테스:너를 위해 하는 소리다. 에인로가드 학생들의 대부분은 사악하다고.
이펠드렘:설령 백 번, 만 번 양보해서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 방문한 분은 아니에요. 고학년 학생이시라구요.
고나달테스:고학년이라고 다르진 않을 텐데.
이한은 ‘유’로 시작하고 ‘레’로 끝나는 부여 마법 학파의 고학년 학생을 조심하라고 경고할까 고민했다.
순진무구한 발드로가드 학생이 잘못 만나면 밑천까지 탈탈 털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펠드렘:상대는 워다나즈 가문 출신이에요. 어떻게 대응해야 무례하지 않게 잘 대접할 수 있을까요? 에인로가드에서는 어떻게 손님 대접을 해요?
“컥.”
이한은 사레가 들려서 콜록댔다. 젊은 왕자가 괜찮냐고 걱정할 정도였다.
‘…미친…!’
그제야 이한은 아까 왜 등골이 오싹해졌는지 알 것 같았다.
발드로가드 학생의 저택이었구나!
그리고 동시에 가문의 문양이 확실히 기억에서 떠올랐다.
‘크라하 가문…!’
그러면 상대는 가이난도의 먼 친척이자, 발드로가드에 재학중인 학생이라는 뜻이 됐다.
이한은 진심으로 도망치고 싶어졌다.
‘젠장. 워다나즈 가문이라고 하지 말고 가이난도라고 할 거 그랬나. 아니다. 그랬으면 더 바로 들켰겠군.’
먼 친척이어도 크라하 가문인 이상 황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도는 알 것이다.
웬 검은머리가 와서 사기를 치는데 바로 기사단을 불렀을지도…
이펠드렘:저기요? 혹시 화가 나셨나요? 제가 사과드릴게요. 하지만 고나달테스 당신도 그런 무례한 태도는…
지켜보고 있던 젊은 왕자가 조언했다.
제자님. 이건 좋은 기회에요.
“좋은 조언이라도 있으십니까?”
이한은 혼란스러운 와중에 스승의 글자가 눈에 들어오자 반색했다.
경험 많은 왕자라면 이런 얽히고설킨 상황도 지혜롭게 처리할 수 있으리라.
상대한테 가르침을 원한다면 제자님에게 저택을 기부하라고 하세요. 마법에 목마른 걸 보니 충분히 통할 것 같아요.
“…조금 덜 과격한 조언은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