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92)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092화(1092/1114)
‘마지막에 이런 함정이 있을 줄이야.’
이한은 깊게 절망했다.
설마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옷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젊은 왕자야 이한이 선량하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만큼 자신 있게 소개해줬겠지만…
제자님. 왜 그러세요?
“크흑. 전 착한 사람이 아니라서 옷이 안 보입니다.”
착한 사람이요?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지금 안 보이는 건 평행차원을 사용한 옷이라 그런 거예요.
“아.”
머쓱해진 이한은 즉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어쩐지!
그리고 착한 사람한테 보이는 옷이라면 제자님도 충분히 볼 수 있겠죠.
“과연 그럴까요…”
중얼거리는 제자는 무시하고 왕자는 설명에 들어갔다.
사실 이한은 이 겉옷과 비슷한 유물을 손에 넣은 적이 있었다.
청동과 구리, 나뭇가지를 엮어서 만든 가시왕관. 소세계 바실리오스.
이 바실리오스는 소세계 마법 중에서도 아주 특이한 형태의 마법이었다. 바로 계승 형태의 마법이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소세계 마법들은 각자 전수하고 배우면 따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오직 하나만 존재하는 바실리오스는 상당히 특이하다고 할 수 있었다.
오히려 특징만 보면 고유세계와 비슷하다고 할 만큼.
하지만 대신 바실리오스는 그만한 값어치를 했다.
수많은 평행차원에 본질을 나눠서 각인시킨 뒤 이 모든 개념에서 불러오는 순수한 힘.
그 힘의 총합은 다른 소세계 마법들이 따라올 수 없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평행차원을 이용한 마법이라 저격도 쉽게 통하지 않고 말이지.’
마법사로서 경지가 오를 때마다 이한은 바실리오스가 얼마나 대단한 마법인지 느끼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진 이한이 물었다.
명예욕의 분신은 질문만 하면 자꾸 화를 내서 묻지 못했는데, 젊은 왕자라면 조금 다를 것 같았다.
“그런데 스승님. 굳이 마법을 이렇게 만드신 이유가 있으십니까?”
바실리오스는 원래 왕가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왕관이었어요. 그걸 탐욕스러운 자들의 전리품으로 내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아.’
이한은 무슨 소리인지 이해했다.
이 소세계 마법은 무(無)에서 만들어진 게 아닌, 원래 젊은 왕자의 가문에서 내려오던 왕가의 왕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마법.
아마 젊은 왕자는 왕국을 침략한 자들이 왕관을 가져가는 것보다는 훗날 뜻 있는 자들이 불러올 수 있도록 수많은 차원 곳곳에 조각내버리는 게 옳다고 판단했으리라.
아니요. 이 마법을 완성한 건 침략자들이 오기 한참 전의 일이었답니다. 제자님. 탐욕스러운 자들은 제 숙부 같은 왕족들을 말한 거였구요.
젊은 왕자는 제자의 오해를 지적해주었다.
왕자가 왕관을 빼돌린 건 왕국 멸망 이후가 아니라 한참 전이었다.
비싼 보석들은 빼서 돈으로 바꾼 뒤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고, 왕관은 수많은 차원 너머로 쪼개버린 것이다.
“……”
이한은 정말 무서웠다.
이렇게 부드럽고 상냥한 사람에게서 이 정도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이 겉옷의 이름은 에우앙겔리온. 가문에서는 좋은 일이 있을 때 걸치는 옷이었지요.
“좋은 일이라면 어떤?”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니에요. 즉위식 같은…
젊은 왕자는 별 것도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그러나 이한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즉위식 때 입는 옷이면 보물 중의 보물 아닌가!
‘그리고 이것도 훔치신 것 같은데…’
혹시 대륙 곳곳에서 왕자를 노리던 암살자들이 사실 악마가 보낸 게 아니라 왕가에서 보낸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앞으로 위험한 일이 생기면 이 옷이 제자님을 지켜주겠지요.
“감사합니다.”
아마 내일쯤 지켜줄지도요?
“……”
농담이에요.
“그, 그렇군요.”
대마법사의 농담은 학실히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한은 가슴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정말 농담 맞아?
* * *
이펠드렘:정말 감사드립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믿지 못하실 거예요!
고나달테스:무슨 일이 있었는데?
이펠드렘:지하실을 팠는데, 안에 고대에 만들어진 파수꾼이 있었지 뭐에요!
고나달테스:혹시 술 마셨나?
이펠드렘:……
이렌디는 분노했지만 아까처럼 화를 내진 않았다. 이번에 신세를 지기도 한 데다가…
…솔직히 좀 터무니없게 느껴지는 이야기기도 했던 것이다.
이펠드렘:자세히 들으시면 납득하실 거예요! 아직 손님 계시니까 전부 설명 드리기는 어렵지만…
바콴탈라나:됐다.
비버-펭귄-여우:풀렸어!
불가살이:진짜 교장 선생님은 아니었겠지? 정말로 교장 선생님은 아니었겠지??
“!”
따로 이야기를 나누던 둘은 원래대로 돌아온 파수꾼 클럽의 모습에 놀랐다.
‘바로 푸셨군.’
이한은 어떻게 된 건지 깨달았다.
원하던 겉옷을 얻자 젊은 왕자가 점령하고 있던 클럽을 돌려주고 원래의 지하실로 돌아간 것이다.
비버-펭귄-여우:대체 침입자는 누구였던 거야?
바콴탈라나:놓쳤다. 하지만 다음에는 꼭…
비버-펭귄-여우:누군지 알아내지도 못했는데 다음에 어떻게 잡겠다는 거야? 관리자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바콴탈라나:…그쪽도 아무것도 못했으면서 말은 잘 하는군.
비버-펭귄-여우:난 관리자가 아니었거든.
고나달테스:다들 진정해라. 서로를 탓하지 말자고. 어쨌든 해결된 것만으로 다행이니까. 모두 고생 많았다.
‘???’
비버-펭귄-여우, 일렌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라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바콴탈라나를 공격했을 것 같은데 저러다니.
혹시 바콴탈라나가 후배한테 뇌물이라도 준 것일까?
‘왜 이래…?’
바콴탈라나:고맙다. 고나달테스.
불가살이:다들 훌륭해. 너희 모두 친하게 지내는 게 참 보기 좋구나.
‘불가살이 이 사람은 좀… 이상한 거 같은데.’
이렌디는 속으로 의아함을 느꼈다.
다른 회원들과 달리 이 불가살이는 말할 때마다 위화감이 크게 들었던 것이다.
학생이라기보다는 좀 더 윗세대 어른 같은…
‘기분 탓이겠지?’
이펠드렘:다들, 다시 이야기하게 될 수 있어서 기쁘네요. 저는 에인로가드 손님 대접하고 있었어요.
바콴탈라나:?
비버-펭귄-여우:?
불가살이:?
‘음. 역시 에인로가드군.’
이한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한도 당사자가 아니었다면 ‘?’를 썼을 것 같았다.
이펠드렘:다들 왜 그러세요?
바콴탈라나:넌 지금 속고 있다. 바로 호위를 불러.
비버-펭귄-여우:없는 척 해. 그냥 없는 척 하라고!
불가살이:그거 돈 뜯어내려고 온 거예요! 절대 문 열어주면 안 돼요!!
“……”
이렌디는 당황했다.
어라?
고나달테스가 심술부리려고 한 말이 아니었나?
이펠드렘: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바콴탈라나:이게 농담으로 보이다니, 센스가 형편없군.
비버-펭귄-여우:농담이 듣고 싶어? 어느 날 에인로가드 학생한테 해골 교장의 유령이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어. ‘발드로가드 학생 열 명을 호수에 집어던진 다음에 본관 건물에 닭 피를 뿌려라.’ 그러자 학생이 물었지. ‘왜 닭 피를 뿌려야 합니까?’
불가살이:아마 교장 선생님의 유령은 이렇게 대답했을 거야. ‘역시 앞의 건 안 물어볼 줄 알았다’라고.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모두 빵 터져서 웃었다. 이렌디만 이해하지 못했다.
이펠드렘:이게 뭐가 웃긴…?
비버-펭귄-여우:…미안해. 웃길 줄 알았는데. 여하튼 에인로가드 학생 들여보내지 마. 난 말했다.
이펠드렘:이미 들어와서 손님 대접까지 다 했어요. 고나달테스 님의 조언도 받았다구요.
잠깐 침묵이 돌았다.
그리고 즉시 일렌딜 선배한테 일대일로 연락이 날아왔다.
비버-펭귄-여우:너,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고나달테스: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건지 알겠는데,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그냥 순수하게 조언해준 거예요.
비버-펭귄-여우:아, 그래?
일렌딜은 안심했다.
후배가 순진한 발드로가드 학생을 속여서 뜯어낸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비버-펭귄-여우:만약 속일 거면 같이 속이는 거다.
“……”
이한은 살짝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당연히 노트 너머의 일렌딜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불가살이:저기, 어떤 조언을 들었지…? 혹시 금전을 요구하거나 그런 조언은 아니었지?
이펠드렘:아니라니까요.
선량한 이렌디였지만 슬슬 화가 났다.
여기 클럽의 회원들은 다 속고만 살았는지 사람을 믿지 못했다.
지금 워다나즈 가문에서 온 고학년 학생이 무슨 일을 해줬는지도 모르면서!
이펠드렘:더 말 안 할래요.
불가살이:잠, 잠깐만! 잠깐만! 누군지만 말해줘!
그러나 이펠드렘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일렌딜은 궁금했는지 이한에게 따로 연락해왔다.
비버-펭귄-여우:누구야?
고나달테스:저도 모르겠습니다.
이한은 뻔뻔하게 대답했다.
괜히 여기서 자신의 이름을 언급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지금 이렌디의 태도를 보니 단단히 화가 나서 다른 회원들에게 말해줄 것 같지 않아보였다.
비버-펭귄-여우:조언은 무슨 조언을 했는데?
고나달테스:일반적이고 무난한 조언을 했죠.
비버-펭귄-여우:그런 조언이 있어? 에인로가드 학생 상대로 등을 보여주지 마라?
고나달테스:선배님은 이상하게 클럽에서 이야기하실 때만 되게 쾌활하시네요.
비버-펭귄-여우:…너, 너무한 거 아니야?
무심코 던진 말이었는데 일렌딜에게는 꽤 타격이 된 모양이었다. 이한은 사과했다.
고나달테스: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참. 대신 중요한 정보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비버-펭귄-여우:글쎄. 무슨 정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지간한 건 나도 알고 있을 걸? 이번 제국 원예가 클럽 내부 경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
고나달테스:아지르모 부인이 다 쓸어간 거요?
“!!!!!”
일렌딜은 자리에서 뒤로 넘어졌다.
어떻게!?
비버-펭귄-여우:누구한테 들은 거야!?
고나달테스: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선배님. 자꾸 산만하게 그러지 마십시오.
‘이, 이 자식이…’
일렌딜은 치를 떨었다.
선배를 분노하게 만드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하나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고나달테스:이번 학기에 두 드래곤이 에인로가드에 있을 예정입니다.
비버-펭귄-여우:…거짓말하지 마.
고나달테스:뭐하러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정말입니다.
비버-펭귄-여우:해, 해골 교장이 아무리 우리를 괴롭히는 걸 좋아해도 드래곤까지 고용해서 우리를…
고나달테스:아. 그런 건 아니고요. 감찰관으로요.
이한은 상대가 오해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급히 해명했다.
학생들을 괴롭히기 위해 두 드래곤을 고용하는 것과, 감찰관으로 두 드래곤이 오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비버-펭귄-여우:감찰관?! 교장 선생님이 사고를… 치긴 하셨지만… 음… 그래. 많이 치셨네.
혼란스러워하던 일렌딜은 알아서 스스로 납득했다.
감찰관이 오더라도 에인로가드의 마법사들은 놀라지 않았다. ‘올 게 왔구나’의 반응을 보일 뿐.
비버-펭귄-여우:잠깐. 그러면 다른 드래곤은? 그 분도 감찰관이야?
고나달테스:그 분은 그냥 에인로가드를 구경하러 오는 겁니다.
비버-펭귄-여우:…혹시 저번 학기에 오신 그 분이셔?
‘아니. 어떻게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