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01)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101화(1101/1114)
“만약 새끼 바게스트가 널 물려고 하면 그냥 물려줘라. 이빨에 독이 있긴 한데 그건 나중에 해독하면 되니까…”
학생들한테 과격한 가르침을 전수하던 벤도졸 교수는 멈칫했다.
에인로가드에서 제일 부러운 제자가 무언가 안고 있었던 것이다.
뭐지?
“…너! 뭘 안고 있는 거야?!”
-!
새끼 바게스트는 고함에 깜짝 놀라 뛰어내렸다. 이한은 어이없다는 듯 벤도졸 교수를 쳐다보았다.
“왜 소리를 지르십니까? 바게스트가 겁먹었잖습니까.”
“어떻게 벌써 길들인 거냐?! 아직 물약은 먹이지도 않았는데!”
“…!”
그제야 이한은 뒤늦게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지젤이 말을 걸었던 것도 시비를 걸려는 게 아니라 새끼 바게스트를 벌써 껴안고 있던 걸 지적했던 건가?
“너는 왜 말을 똑바로 안 해서 사람을 오해하게 만들어?”
이한은 즉시 지젤을 타박했다.
사람이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말해야지 저렇게 모호하게 몸짓 언어를 사용하다니.
“……”
가만히 있다가 괜히 한 소리 들은 지젤은 미친놈 보듯이 친구를 쳐다보았다.
‘아니 이 새끼가?’
분노를 폭발시키고 싶었지만 그보다 벤도졸 교수가 먼저 움직였다.
방금 뛰어내린 새끼 바게스트를 확인해보기 위해 접근하자, 몬스터가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 노골적인 위협이었다.
“제기랄, 겁먹었군!”
“교수님 때문이잖습니까.”
“나도 안다! 어쩔 수 없군. 자.”
벤도졸 교수는 굵직한 말채찍을 꺼내 제자에게 내밀었다.
이한은 ‘뭐 어쩌라는 거지’의 표정으로 교수를 쳐다보았다.
“이건 왜 주십니까?”
“받아서 날 때려라!”
“예??”
갑작스러운 말에 이한은 속마음이 들켰나 싶었다.
설마 함정수사를 하시는 건가?
그러나 벤도졸 교수는 진지했다. 제자가 헛소리를 하자 짜증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다시 외쳤다.
“저 녀석이 마음에 들어하는 네가 나를 제압하는 걸 보여줘야 안심하고 다시 나올 거 아니냐!”
“아하.”
그제야 이해한 이한은 채찍을 받았다. 그리고 가볍게 휘둘렀다.
“에잇.”
“…바게스트를 너희 같은 머저리로 아는 거냐? 그런 거에 속을 거 같아? 제대로 쳐라!”
“하지만 교수님께서 다치실…”
“제대로 치라고! 어차피 마법으로 버티고 있으니까!”
“에잇. 알겠습니다.”
벤도졸 교수는 상대가 흰 호랑이 탑 학생들도 검술로 제압하는, 어디 기사단에 던져놔도 육체적으로 밀리지 않는 괴물이란 걸 잊고 있었다.
이한이 마력을 불어넣자 채찍을 휘두르지 않았는데도 파르르 진동했다.
뻑!
“컥!”
피부는 질기게, 근육에는 탄력을 불어넣어 충격에 대비하고 있던 벤도졸 교수였지만 뼛속까지 들어오는 타격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이한은 멈추지 않고 말채찍을 휘둘렀다. 채찍을 휘두르는데 무슨 둔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억, 컥, 칵, 컥!”
‘교수님 연기가 보통이 아니시군.’
데굴데굴 구르는 벤도졸 교수의 모습에 이한은 감탄했다.
몬스터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연기에 혼을 불어넣는 것일까?
겁에 질려서 숨어 있던 새끼 바게스트가 다시 슬며시 나오더니 이한의 품속으로 기어 올라왔다.
“교수님! 보십시오! 안심하고 다시 나왔습니다!”
“잘, 잘 됐군.”
벤도졸 교수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온몸이 삐걱거리는 기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제자한테 ‘이 미치광이 놈이 힘은 더럽게 세가지고!’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옆에는 지켜보고 있는 드래곤이 있었다.
교수는 우만과 눈이 마주치자 애써 웃는 얼굴을 만들었다. 강의가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음. 벤도졸 교수는 뛰어난 마법사지만, 동시에 상당한 괴짜 같군. 대할 때 거리를 둬야겠다.’
우만은 속으로 생각했다.
에인로가드에 평범한 가르침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너무 괴팍하지 않은가!
교수가 들었다면 꺼이꺼이 통곡을 했을 생각을 드래곤이 하는 동안, 이한이 다시 물었다.
“이 녀석이 특이한 걸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새끼 바게스트 하나가 우리를 탈출해 이한한테 달라붙었다.
벤도졸 교수는 타오르는 듯한 질투심으로 입술을 씰룩거렸다.
“벤도졸 교수. 우만이 한 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우만이 조심스럽게 허락을 구했다.
교수가 가르치는데 외부인이 말을 많이 해서 좋을 게 없었다. 아무리 괴짜라 해도 예의는 갖춰야 했다.
“얼마든지요! 어떤 말을 하고 싶으십니까?”
“우만의 생각에는 아마 이 새끼 바게스트가 순수한 마력에 압도되어서 이렇게 다가온 게 아닌가 싶네.”
드래곤인 만큼 우만은 특정 몬스터들이 굴복하거나 복종하는 현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순수한 마력은 종종 외경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높겠군요.”
-왜, 왜 저를 쳐다보세요?
새끼 바실리스크는 이한이 소매 속 자신을 쳐다보는 걸 느끼고 되물었다.
자신과 이한은 마력과 상관없이 끈끈한 자식 부모 관계일 텐데?
“벤도졸 교수가 그걸 가르쳐주기 위해 새끼 바게스트를 데리고 온 거라면 아주 섬세하군. 다 자란 바게스트라면 복종 대신 반항을 시도했을 테니까.”
“감, 감사합니다!”
벤도졸 교수는 왈칵 눈물을 쏟을 뻔했다.
망했다고 생각한 강의가 이렇게 되살아나다니.
“그럼 벤도졸 교수. 이제 학생들이 물약과 마법으로 새끼 바게스트를 길들이는 걸 보여주시겠습니까?”
“…예! 예!”
교수는 자리에 모인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된 이상 반드시 성공시킬 생각이었다.
“자. 이 빌ㅇ…”
성공 못하면 모두 다 패버리겠다고 협박하려던 벤도졸 교수는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이 드래곤이 그런 말을 들으면 자신을 싫어할지도 몰랐다.
“이… 뛰어난… 제자들아… 으윽. 워다나즈!”
벤도졸 교수는 결국 이한을 불렀다.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한 적절한 말이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 *
다행히 강의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벤도졸 교수의 비법과 강의 내내 이리 뛰고 저리 뛴 한 학생의 노고 덕분이었다.
우만은 몇몇 부분에서는 감점을 줬지만(교수의 괴짜스러운 성격이나 제자 한 명을 지나치게 부려먹는), 그래도 겉으로는 교수를 크게 치하하고 떠났다.
“…이리 와봐라.”
드래곤이 떠나자 벤도졸 교수가 이한을 불렀다.
친구들과 함께 새끼 바게스트를 껴안고 놀고 있던 이한은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못 들은 척 해. 워다나즈.”
“우리랑 떠드는 척 해. 저 인간, 감찰관 갔다고 보복하려는 거야.”
“야. 워다나즈. 아까 너무 세게 때리지 않았냐? 무슨 뼈 부러지는 소리 났는데.”
몇몇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아까 이한의 일격에 의아함을 드러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약속대련치고는 지나치게 파괴적이었던 것이다.
“그건 교수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신 건데?”
“근데 그래도 너무 소리가…”
“모르는 소리 하지 마. 교수님도 다 마법으로 방어하고 계셨다고. 전혀 타격이 없었을 거야.”
“그런가?”
친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일단 납득했다.
마법 분야에서는 워다나즈가 훨씬 더 정확한 식견을 갖고 있었으니까.
‘하긴 실제로 팬 사람이 더 잘 알겠지.’
“야! 이리 와보라고!”
벤도졸 교수가 씩씩대면서 결국 자기가 걸어왔다. 이한은 깜짝 놀란 시늉을 하며 대답했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전혀 못 들었습니다.”
“날 무슨 머저리 버두스 교수로 생각하는 거냐? 이거나 받아라.”
교수는 이한의 손에 둘둘 말린 종이를 강제로 쥐어주었다.
이한은 바로 열지 않고 경계심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뭡니까? 참고로 저주 스크롤이면 열어봤자 저한텐 안 통할 겁니다.”
“……”
벤도졸 교수는 말채찍으로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을 참고 다시 종이를 뺏었다.
그리고 자기가 직접 열어서 건네줬다. 놀랍게도 그 안에는 의뢰가 적혀 있었다.
“자주개자리 목장에서 나한테 보낸 의뢰다.”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벤도졸 교수를 반쯤 미친 야인(野人)으로 여겼지만(사실 어느 정도 맞긴 했다), 밖에서 벤도졸 교수는 온갖 동물과 몬스터들의 전문가로 대접받았다.
물론 본인은 그런 대접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을 뿐더러 의뢰가 와도 대부분 무시했다.
만약 다치고 병든 야생 몬스터를 구해달라는 의뢰라면 돈 한 푼 받지 않고 달려가겠지만, 그런 의뢰가 얼마나 있겠는가.
대부분의 의뢰는 제국의 사육사들이 ‘제가 뭘 기르는데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같은 의뢰였다. 그리고 벤도졸 교수 성격에 남이 동물 기르는 걸 좋게 볼 리 없었다.
“이 의뢰는… 네 녀석의 선배들도 탐을 냈던 의뢰지. 대신 가서 해내고 와라.”
흰 호랑이 탑의 카 모 학생도 이 의뢰를 탐냈을 만큼 이 자주개자리 목장은 제국에서 유명했다.
꼭 탈것 관련된 일을 하지 않더라도 방문해서 둘러보고 거기 있는 동물들을 대면해본다면 많은 걸 얻어갈 수 있으리라.
‘큭. 막상 건네주려니 영 못마땅하군.’
벤도졸 교수는 살짝 후회했다.
물론 원래 본인이 갈 생각이 없긴 했지만, 그렇다고 학생을 믿고 맡기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설령 그 학생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렇지 제국의 온갖 희귀한 동물들을 만날 기회를 어떻게 내준단 말인가.
배가 아파서라도 절대 안 됐다.
그게 평소 벤도졸 교수의 태도였는데 이렇게 바꾸게 되다니.
그것도 학생들 중 가장 질투가 나는 녀석한테…
“와.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게 다냐?”
상대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벤도졸 교수가 당황했다.
무슨 끈끈한 사제 관계처럼 눈물을 흘리거나 감격하길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더 놀랄 줄 알았던 것이다.
“사실 저도 드릴 말씀이 있긴 합니다.”
“뭐지?”
“제가 지금 받은 의뢰가 많아서, 꼭 이 의뢰를 해내겠다는 보장은 드릴 수가 없을 것 같…”
“…내 앞에서 꺼져!!!”
* * *
‘그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이한은 방금 강의에서 목격한 벤도졸 교수의 무례한 태도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받은 의뢰가 많은 걸 어떡한단 말인가. 그건 이한의 잘못이 아니었다.
‘저러니까 용들이 안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
날카로운 비수처럼 잔인한 생각을 하며 이한은 강의실에 도착했다.
이제는 눈 감고도 도착할 수 있는 지하 1층, 볼라디 교수의 강의실이었다.
“?”
문을 열고 들어간 이한은 의아해했다.
평소에는 언제나 이한을 괴롭, 아니 훈련시키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있던 강의실이었다.
그런데 오늘 강의실은 매우…
‘멀쩡한데?’
책상과 의자로 이뤄진 평범한 강의실 같았다.
이한은 혹시 매복이나 함정, 아니면 볼라디 교수가 책상 형태로 기른 미믹이라도 있나 싶어서 감각을 곤두세웠다.
“앉도록.”
볼라디 교수는 제자에게 손짓했다. 이한은 의심, 경계, 미심쩍음의 눈빛을 거두지 않고 천천히 앉았다.
‘혹시 앉으면 발동되는 함정인가?’
“이번 학기에 여러 의뢰를 받았다고 들었다. 시간을 맞추기 힘들겠군.”
“앗, 예.”
기본적으로 의뢰란 게 짧고 빠르게 끝낼 수 있는 것만 있지 않았다. 특히 이한 같은 경우는 초대를 받은 게 많은 만큼 더더욱 그랬다.
강의 시간표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남는 시간을 잘 조절해서 해치웠겠지만 이한은 시간표의 공백이 평소 제출하는 답안지의 빈 칸보다 적은 학생.
“저번 학기 때처럼 못 들은 강의는 나중에 따로 따라가려고 했습니다만.”
볼라디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말했다.
“<중급 전투 마법의 이해와 응용> 강의는 따로 시간을 두지 않고 틈틈이 진행하겠다.”
“…교수님!”
이한은 깜짝 놀랐다.
볼라디 교수가 이런 세심한 배려를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잠깐. 혹시 누구한테 명령을 받으신 겁니까?”
“가르시아 교수에게 부탁을 받았다.”
“아하.”
진상을 알게 된 이한은 바로 납득했다. 조금 줄긴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감동이었다.
그 볼라디 교수가 자기 강의를 빼서 남는 시간을 양보해줄 줄이야…
‘잠깐. 그러면 의뢰 나갈 때 옆에서 강의하시는 걸 들어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