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05)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105화(1105/1114)
“그냥 예측한 겁니다.”
이한은 한심하다는 듯 선배를 쳐다보았다.
그래도 예지 마법 관해서 손꼽히는 능력을 보여줬던 선배라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런 추한 모습을 보여주다니.
“예측은 예지의 기본이자 끝이지.”
바위 골렘 선배는 그렇게 대답하며 자리에 섰다.
동시에 이한은 슬쩍 방의 문으로 걸어가 탈출구를 점령했다. 혹시라도 모를 2차 탈출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 자식?!’
후배의 노련한 대응에 골렘 선배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탈출구부터 막고 보는 건 최소한 3학년쯤 되어야 할 법한 발상이었다.
그런 발상을 고작 2학년밖에 안 된 녀석이 할 줄이야…
“진정한 예지 마법사는 마법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미래를 엿볼 줄 아는 법.”
“선배님. 지금 주의 끄신 다음에 도망치시려는 겁니까?”
“…알겠다. 알겠어. 안 도망치면 되잖아.”
하필 둔중한 골렘 상태라서 도망치기도 여의치 않았다. 골렘 선배는 도주를 완전히 포기했다.
물론 이한은 그러고 나서도 방심을 풀지 않았다. 탈출구를 막은 건 물론이고 혹시 놓친 경로가 있는지 다시 확인했다.
“안 도망친다니까.”
“알겠습니다. 그냥 방이 예뻐서 둘러본 겁니다.”
“너는 정말 좋은 예지 마법사가 될 거다.”
“방심시키려는 계략이라면…”
“아니라니까.”
방금 말은 진심이었다.
뛰어난 예지 마법사는 수준 높은 체스 선수처럼 수백 가지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줄 알았다. 후배처럼 의심 많은 마법사는 알맞은 자질을 갖고 있는 셈이었다.
심지어 이 칭찬도 의심하고 있었으니…
“그런데 왜 도망치려고 하신 겁니까?”
“음. <그림자 요새로의 피신>은 상당히 어려운 마법이다. 나도 위저 보드의 힘을 빌려야 시전할 수 있고. 그걸 이제 고작 2학년 학생한테 가르쳐야 한다니까 불길함을 느낀 거지.”
“예? 아니, 과민반응 아닙니까? 뭔 어려운 마법 하나 배운다고…”
이한은 황당해했다.
어려운 마법 하나 배운다고 거리를 두려고 한다면 지금 이한이 아는 선배들은 한 1/5로 줄었을 것이다.
아무리 예지 마법사라지만 이건 피해망상 아닌가?
골렘 선배는 후배의 지적에 냉정하게 대답했다.
“저번 학기 때 교장 선생님의 미친 분신과 드래곤을 데리고 다니고, 이번 학기에 크라어 교수님을 도망치게 만든 2학년 후배라면 별로 과민반응이 아니지.”
“……”
이한은 말로 너무 세게 얻어맞아서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뼛속까지 아픈 기분이었다.
‘크윽.’
“…하지만 다 우연의 일치일 뿐, 오해입니다. 시간을 주시면 제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예지 마법 학파에서 우연의 일치를 몰고 다니는 자가 있으면 피하라고들 하지. 어쨌든 됐어. 나 말고 가르쳐줄 사람이 없으니까 가르쳐주긴 해야겠지.”
“아. 다른 선배님들은 하실 줄 모르는 마법입니까?”
“숙련도보다는 걔네들도 지금 바빠서.”
골렘 선배는 커튼을 잡아당겼다. 이한은 혹시 모를 상대의 탈출에 대비했다.
다행히 탈출은 아니었다. 커튼을 치우자 다른 학생 세 명이 옆방에서 머리맡에 천구의(天球儀)를 세워두고 잠에 빠져든 게 보였다.
“아직 꿈꾸고 있군.”
“예지몽? 꿈으로 점을 치고 있는 겁니까?”
“맞다.”
“세 명이 힘을 합쳐서까지 예지해야 하는 게 있단 말입니까?”
이한은 의아해했다.
중간고사 시험문제라도 벌써 예지하나?
“감찰관 언제 떠나는지 친구들한테 의뢰 받고 저러고 있지.”
“…마법 시작하죠!”
화제를 돌리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골렘 선배도 동의했다.
“연습하고 있었다면 <그림자 요새로의 피신> 마법이 어떤 마법인진 알고 있겠군?”
“예. 뛰어난 마법사인 젊은 왕자가 쫓아오는 죽음을 피해 요새로 도망친 일화에서 만들어진 마법이잖습니까.”
“…아, 아니. 마법의 유래를 말한 게 아니었는데. 그런 유래의 마법이었냐?”
골렘 선배는 당황했다.
그냥 예지 마법 학파에 있는 마도서를 보고 교수님에게 배운 마법이지 그 유래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유래였어?
“어쨌든 유래도 알고 있으니까 어떤 마법인지는 알고 있겠군.”
“아뇨.”
“…이 마법은 회피율을 올려주는 마법이다.”
골렘 선배는 더 캐묻는 대신 최대한 빨리 마법 전수를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다음 액막이를 하면 어떻게든 불길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실력 있는 도둑들은 모습을 감추고 기척을 지우면 들키지 않을 줄 알지. 하지만 정말 뛰어난 도둑들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단 걸 안다. 그래서 그들은 물건을 훔치기 전에 운명부터 가리지.”
강력한 예지 마법은 투명화 마법부터 시작해서 온갖 환상 마법을 꿰뚫고 적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더군다나 방어하는 입장이라면 더욱 강한 마법을 준비할 수 있었다. 예지 마법이 미로처럼 설치된 곳에 잘못 들어갔다가는 스스로 지하 감옥에 들어간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그림자 요새로의 피신> 마법은 마법사의 운명을 일시적으로 비틀어 적과 만나는 일을 피하게 해줬다.
적의 눈을 피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했고 굳이 난이도 높은 예지 마법을 쓸 필요는 없었지만, 이 마법이 빛을 발하는 건 같은 예지 마법을 상대할 때였다.
보이지 않는 기묘한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신묘한 마법이 필요했다.
“놀, 놀랐습니다! 만약 이 마법이 있다면 훨씬 더 다양하고 어려운 곳에서도 도둑질을 할 수 있겠군요!”
“도둑은 그냥 비유였는데.”
골렘 선배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후배의 대답에서 왠지 모를 찜찜함이 느껴졌던 것이다.
“저도 비유였습니다.”
“그래… 알겠다. 잠깐, 무슨 마법인지도 모르는데, 연습은 어떻게 한 거냐?”
이한은 골렘 선배의 질문에 바이올린과 악보를 꺼냈다.
해골 교장이 추천한, 불길한 마력이 서린 바이올린을 본 골렘 선배가 질색했다.
“그 악기는 뭐야!? 액운이 그렇게 붙은 악기를 왜 굳이 갖고 다니는 거냐?”
“교장 선생님이 추천해주셨습니다만.”
“과연.”
골렘 선배는 즉시 납득했다.
정말 그럴 만한 사람이 추천했구나 싶었다.
이한은 갑자기 조금 찜찜해져서 물었다.
“불길한 물건이라고는 들었는데 액운 같은 게 묻어 있습니까?”
“신경 쓰지 마라. 불길한 마력이나 액운이나 별 차이 없으니까. 구체화되기 전에는 영향을 못 줘. 강한 운명을 타고난 마법사는 오히려 굴복시킬 수 있고.”
골렘 선배는 후배가 객성과 계약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저번에 이 사실을 들었을 때도 바로 도망치려고 했는데 이 자식이 붙잡지 않았나?
‘아니. 분명 그 때 다짐했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잊고 있다가 허술하게 당하다니!’
골렘 선배는 스스로 깊이 반성했다.
저번에 당했을 때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 제 때 도망치겠다’하고 다짐했었는데 또 어, 어 하다가 휘말려버린 것이다.
어쩌면 이 후배의 태도 때문일지도 몰랐다.
무시무시한 운명을 뒤에서 몰고 다니는 주제에 겉으로는 언제나 공손하게 ‘선배님’거리니까 무심코 방심해서 말을 나누게 되었다.
“선배님?”
“아. 미안하다. 다른 걸 좀 생각하고 있었어.”
“어떤?”
“내가 왜 너하고 엮이지 말자고 결심했는데 그걸 잊고 있었는지…”
“……”
이한은 살짝 상처 받은 표정을 지었다.
‘너무하시는 거 아닌가?’
물론 이한이 저번 학기 때 객성 아르나를 해독해달라, 소세계 바실리오스를 해독해달라 등등 귀찮게 굴긴 했지만…
“잊고 계셨던 걸 보니 사실 선배님의 진심은 그게 아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내 바위 위에 새겨놓기 전에 조용히 해라. 어쨌든 그 악기를 어떻게 사용하려는 거지?”
“음악 마법입니다.”
“채글라 선배님이 연구하시는 그거 말인가? 너도 하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 하긴. 너는 모든 학파를 다 듣는 게 마법사로서의 사명이자 업이라고 했지.”
“…그렇게 말한 적 없습니다.”
이한은 정색했다.
어쩌다보니 듣게 된 건데 무슨 저런 음해를 한단 말인가.
“음악 마법이라면 확실히…”
골렘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레그 선배와 몇 번 이야기를 나눠본 만큼 이 골렘 학생은 음악 마법이 어떤 계열의 마법인지 잘 알고 있었다.
원시 마법, 언령 마법 쪽에 가까운 마법 아닌가.
그런 마법은 난이도와 상관없이 성공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못 시전했다고?”
“예. 다른 곡을 먼저 연습하기도 했고, 아무래도 이 곡은 좀 난이도가 있어서 마력이 움직이지 않더군요.”
“흐음. 음악 마법은 내 전공이 아닌데. 일단 음악 마법으로 연습해보고, 안 되면 다시 정통적인 방법으로 배워보자고. 자. 어떻게 시전하는지 알려주마.”
골렘 선배는 위저 보드 유물을 꺼냈다(이한은 혹시라도 선배가 도망칠까봐 뒤에 따라붙었다).
악마의 뼈와 피로 만들어진 이 판은 난이도 높은 예지 마법을 시전할 때 커다란 도움을 줬다.
“제물을 바치고… 잠깐 기다리자. 음. 이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군.”
“…선배님. 이거 살아 있는 악마 아닙니까?!”
이한은 옆에서 지켜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러자 골렘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당연하지. …아. 지금 굴복시킨 악마한테 뭐하러 제물을 바치냐는 거지? 역시 워다나즈 가문답군.”
“아니…! 그냥 순수하게 놀란 겁니다! 악마를 봉인해서 유물로 만들다니.”
“후배.”
“예?”
“난 교장 선생님의 분신을 멋대로 조종한 네가 더 놀라우니까 조용히 해.”
“……”
이한은 속으로 선배를 욕했다.
골렘 선배는 천천히 주문을 외우며 위저 보드의 글자를 움직여나갔다.
글자가 맞을 때마다 골렘 선배는 그 글자로 시작하는 새로운 문장 주문을 외웠고, 그럴 때마다 악마가 강하게 예지를 뿜어내며 마법의 힘을 증폭시켰다.
“…그림자로 둘러싸인 요새가 운명을 숨기니, 누구도 찾기 힘들 것이다…”
주문을 외우던 골렘 선배는 절반까지만 시전한 뒤 멈췄다.
골렘으로 변한 상태라 땀은 흘리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몇 번은 흘리고도 남은 것 같아보였다.
“후. 일단 여기까지만 하자. 완전히 시전하면 소모가 너무 심해서. 어떤 마법인지는 느낌이 좀 오나?”
“놀랍습니다. 이런 마법일 줄이야.”
“예지 마법이 다른 학파와 좀 궤가 다르지? 아무래도 불확실하고 신비스러운 면이 강하니까.”
제국 마법 학파 중 가장 원시 마법에 가까운 형태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한은 방금 선배가 보여준 마법과 들려준 설명에 대해 깊게 생각했다.
‘결국 강한 마법으로 마법사 주변의 운명을 뒤트는 거다. 예지 마법이 탐색하지 못하게 왜곡장을 형성하는 거지.’
순간 이한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건 명예욕의 분신과 해골 교장의 대결투였다.
이 마법사들의 싸움은 이한 정도의 마법사가 모두 다 깨닫기에는 너무나도 수준이 높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이면에는 고도의 예지 마법 대결이 존재했다.
서로가 서로의 운명을 뒤틀고 필중의 족쇄를 씌우려 했던 것이다.
방금 보고 들은 마법의 움직임, 그리고 대마법사들이 보여준 마법, 마지막으로 수백 번 넘게 읽고 연습한 악보…
이한의 악기가 움직이자 방금 골렘 선배가 했던 것처럼 마력이 움직이고 운명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래 예지 마법이 읽어내야 할, 미래를 암시하는 평행차원이 그 어떤 외부인도 읽어낼 수 없게 그림자의 암막 속으로 깊숙이 침잠했다.
무언가 된다 싶은 기쁨에 이한이 외쳤다.
“선배님! 되는 거 같습니다!”
“아, 아니. 이런 마법이 아닌데…?”
골렘 선배는 훨씬 더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마법에 당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