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06)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106화(1106/1114)
“예? 이런 마법이잖습니까.”
이한은 선배의 말에 오히려 더 당황했다.
미래를 못 읽어내도록 그림자로 가리고 있는 느낌이 나고 있는데 왜 아니라는 거지?
“그… 좀 더 은근하고… 약한 마법인데…”
골렘 선배는 더듬거리면서 설명에 나섰다.
원래 마법으로 시전하는 <그림자 요새로의 피신>은 훨씬 더 조용하고 침착한 마법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호수라고 할 수 있었다. 호수로 몸을 던져 적의 예지를 피해가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후배가 시전하는 음악 마법은 격렬하고 힘이 넘쳤다.
마치 폭풍처럼, 주변에 펼쳐진 적의 예지를 모두 휘감아서 날려버리는 듯한 위압감.
결과적으로 적의 예지를 뚫고 들키는 일을 피할 수 있는 건 똑같았지만…
…이 두 개를 같은 마법이라고 할 수 있나?
“원리는 같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엄밀히 따지면…”
“문제가 없다면 이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애초에 선배님, 이렇게 어려운 마법을 제가 그대로 배운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 아닙니까. 조금 열화된 버전이라도 시전만 가능하다면 감지덕지죠.”
“열화가 아니라니까! 야!”
골렘 선배는 후배의 착각을 정정해주려고 했지만 이한은 다시 연주에 집중했다.
아직 마법이 펼쳐지고 있는 도중인 만큼 다른 짓을 너무 오래 해서는 안 됐다.
콰르릉!
만약 다른 마법사가 자리에 있었다면 골렘 선배와 마찬가지로 마력이 휘몰아치며 천둥소리를 내는 걸 들었을 것이다.
시전자의 운명을 감춘 그림자 요새 위로 거칠게 덤벼드는 폭풍.
그리고 그 폭풍이 만들어내는 소음!
사납게 깎인 절벽을 연상시키는 마력의 응집과 함께 마법이 완성되었다. 이한은 깊게 숨을 내쉬며 악기를 내려놓았다.
“어떻습니까?”
“뭘 어때. 말했잖아.”
골렘 선배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에이. 말씀드렸잖습니까. 조금 열화된 버전이라도…”
“열화 아니라고!”
“그렇습니까? 그러면 지금 마법에 별 문제 없다는 거죠?”
“그렇긴 한데, 넌 궁금하지도 않냐?”
마법사라면 무릇 이런 현상에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했다.
특히 후배처럼 2학년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마법적 성취를 이룬 마법사라면 더더욱.
왜 악보를 보고 시전한 음악 마법과 원래 마법이 이렇게 차이가 날까?
혹시 음악 마법이 원전이고, 현재의 <그림자 요새로의 피신> 마법은 이 원전을 바탕으로 간략하게 개량되어 온 것 아닐까?
“안 궁금한데요.”
“…거짓말 하지 마라.”
“정말입니다. 그보다 마법에 문제 없다면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뭘 하려고?”
“감찰관의 감시를 뚫고 조우린 전하 만나러 갑니다.”
“아하! 그래. 잘 다녀와라!”
골렘 선배는 방금 든 마법적 의문은 혼자서 조사해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후배를 떠밀듯 밖으로 내보낸 골렘 선배는 소금과 성수, 각종 액막이에 도움 되는 온갖 시약들을 닥치는 대로 문가에 뿌렸다.
그리고 속으로 운명에게 기도했다.
‘제발 저 후배가 다음부터는 교수님을 찾아가도록 해주십시오.’
* * *
‘마법의 시간이 끝나기 전에 움직인다.’
이한은 즉시 움직였다.
원래라면 좀 더 여유를 두고 확인해봤을 수도 있었다.
마법을 몇 번 반복해서 연주해보고, 범위와 지속 시간을 기록하고, 변수를 확인하고…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만약 마법을 다시 시도했는데 잘 되지 않는다면 낭패였다.
…조우린의 인내심이 그렇게까지 버텨주진 못할 테니까!
‘솔직히 조우린의 인내심은 0.8 가이난도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에인로가드에서 훈련받은 가이난도와 달리 조우린은 더 떨어지지.’
팟-
달리면서 투명화 마법을 시전하자 허공에서 이한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졌다.
축장 마법으로 가장 필요할 것 같은 마법 2개를 장전한 뒤 이한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에인로가드 본관 건물은 평소와 같았지만 그 주변에 흐르는 분위기는 위화감이 가득했다.
원래도 까마득할 만큼 긴 시간 동안 쌓인 마법 때문에 보는 사람을 현기증 나게 만들긴 했지만, 지금은…
‘처음 보는 마법이 공기를 타고 흐르고 있다.’
아마 이게 우만이 시전한 용의 마법이 분명했다.
학생들이 밤에 돌아다니는 걸 잡아내기 위한 예지 마법!
-나 원 참. 순찰을 세 배로 늘리시다니.
“!”
저 멀리서 들리는 익숙한 기사들의 목소리에 이한은 자세를 낮췄다.
지금 투명화 마법에 그림자 요새 마법까지 쓰긴 했지만 괜한 방심은 파멸을 불러올 뿐이었다.
-평소에 순찰을 늘려야 한다고 했던 건 자네였잖나? 자꾸 학생들이 창고를 턴다고 그렇게 불평을 해놓고.
-그랬지. 하지만 그건 나와 학생들의 정정당당한 대결이었다네. 기사로서의 내 안목과 마법사들의 기발한 발상.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뛰어난지 승부를 가리는 거였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 하나 없이 마법으로 전부 장막을 쳐버리셨으니…
‘뭔 미친 소리를 저렇게 진지하게 하시지?’
이한은 순간 뛰쳐나가서 반박할 뻔했다. 만약 저게 계략이라면 정말 교묘하고 사악한 계략이었다.
뭔 정정당당한 승부란 말인가?
학생들은 배고파서 목숨 걸고 밤에 돌아다니는 건데…!
하지만 울컥한 것과 별개로 기사들의 대화 덕분에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전하께서 새 마법을 추가한 게 맞나보군.’
기존 기사들이 정정당당하게, 아니, 그냥 돌아다니면서 순찰을 했다면 현재 우만은 본관 주변에 마법을 쫙 깔아놓고 감시하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좀 숨 쉴 틈이 있었던 예전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빡빡함이었다.
‘요새 마법이 어느 정도까지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군. 그냥 지금 본관으로 밀고 들어가도 되려나?’
이한은 조우린과 대화하기 위해 책을 꺼냈다.
저번에 위치를 듣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 다시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화르르륵!
“…?!!!”
이한은 갑자기 저 멀리 산등성이에서 치솟는 불길에 깜짝 놀랐다.
‘뭐야?’
불길은 한 곳에서만 터지지 않았다. 호숫가 근처의 숲에서, 본관 남쪽 운동장에서, 심지어 정문 근처에서도 불길이 솟구쳤다.
처음에 이한은 악신숭배자나 반마법주의자, 혹은 마법범죄자들이 에인로가드를 습격한 줄 알았다.
이제까지 당한 게 많으니 복수하러 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범인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감찰관 자식아!! 이것도 감찰해봐라!!”
“감찰관은 수도로 꺼져라!! 에인로가드는 학생들의 땅이다!!”
곳곳에서 마법으로 증폭된 학생들의 선언이 튀어나왔다.
탑 안에서 쉬고 있던 학생들은 휴게실 창가로 몰려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아직 에인로가드의 정신은 죽지 않았구나!”
“잘한다! 전부 다 태워버려!”
“……”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과격한 대응에 이한은 할 말을 잃었다.
‘이래서 해골 교장이 적당히 풀어주는구나…!’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강하게 억압한다고 해서 억압되는 이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발끈해서 난동을 일으키면 모를까.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그런 성격이 된 건 입학 때부터 해골 교장이 괴롭혔기 때문이었지만,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다!
-이래서 감찰관들은! 교육이 뭔지 모르면서 이래라 저래라만 한다니까!
-각자 위치로! 피해가 늘지 않게 막아라!
기사들은 별로 놀라지도 않고 움직였다.
새로 온 감찰관이 매 끼니마다 내놓는 식단을 보니 ‘아 학생들이 곧 반란을 일으키겠군’싶었던 것이다.
학생들이 배고프면 반란을 못 일으키지만, 맛없는 걸 강제로 먹이면 반란을 일으키는 법이었다.
‘…덕분에 잘 됐다. 본관 감시는 줄어들겠군.’
이한은 책을 펼쳤다. 불길이 사방에서 보이고 있었는지 파수꾼 클럽도 시끄러웠다.
이악투스:하하하!! 맛이 어떠냐!!!
비버-펭귄-여우:네가 한 거야? 이런 말 하기 쉽지 않은데, 정말 존경스러워.
이악투스:흥. 반란군들은 점점 늘어날 거다. 어디 사방에서 일어나는 파괴 공작을 다 막아보시지.
비버-펭귄-여우:그런데 나중에 수색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악투스:다 방법이 있지. 세 단어만 기억해. ‘기억 혼동의 물약’.
‘아니?!’
이한은 속으로 경악했다.
이악투스가 과격한 회원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소란의 주범이었을 줄이야!
‘생각보다 훨씬 미친 사람이었군. 엮이지 말아야지.’
물론 지금 이런 상황에서 혼자 마법 걸고 단독으로 본관에 침투하고 있는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한은 뻔뻔한 태도로 생각했다.
‘저런 선배에 비하면 나 정도면 규칙 매우 잘 지키는 편이지. 이런 침투는 솔직히 애교로 넘어가도 되는 수준 아닌가?’
조우린:이한!!!
고나달테스:앗. 네. 전하. 아직 5층에 계시는 거 맞습니까?
조우린:지금 밖에 불 이한이 지른 거야?!?!?! 조우린 때문에?!
“……”
* * *
현재 5층 방문자 숙소 마을은 조우린과 우만만 머무르고 있었다.
사실 우만은 잠시도 쉬지 않고 에인로가드 영지를 돌아다니면서 온갖 잔소리를 해대고 있었으니(덕분에 성벽에 난 구멍 17개와 실금 53개가 즉시 수리되었다), 마을에 머무르는 건 사실상 조우린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불행한 황녀와 놀아줄 사람은 비슷하게 불행한 대마법사밖에 없었다.
“자! 조우린이 이겼노라!!”
“전하. 참고로 퀸은 텔레포트를 하는 게 아니라 전후좌우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겁니다.”
“그랬어?”
조우린은 투덜대며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전후좌우 대각선으로 얼마든지 이동 가능하고 브레스도 사용 가능한 골드 드래곤이 있는 체스와 달리 일반 체스는 아직도 어려웠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일반 체스를 하자고 하신 겁니까?”
“그게… 음…”
조우린은 우물쭈물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에안ㄷ… 모 학생이 이런 말을 했노라. 이런 특별 피스를 가지고 하는 체스를 하는 건 아직 미숙하단 증거라고… 조우린은 그렇게 생각 안 하긴 하는데…”
말하면서 조우린은 힐끗힐끗 해골 교장을 쳐다보았다. 빨리 동의해달란 뜻이었다.
“사실 미숙한 게 맞죠. 성장하셔서 기쁩니다.”
“…그런 거였어?!?!?!?!”
조우린은 경악했다.
그렇다면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단 말인가?!
“조, 조우린은 이게 다 조우린의 위엄과 덕을 상징하는 증거인 줄 알았는데… 잠깐, 이 말은 고나달테스가 조우린한테 해준 말이었잖아?”
조우린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설마 고나달테스가 조우린을 속인 거였단 말인가?
“전하! 저기 보십시오! 산불입니다!”
“설마 고나달테스가 조우린을 속이는 거라면 절대 용서하지 않… 진, 진짜 산불이야!”
“전하. 제가 왜 전하에게 거짓말을 한단 말입니까? 이 마법사는 너무나도 슬프군요.”
“미, 미안하노라. 조우린이 고나달테스를 의심하다니…”
조우린은 깊숙이 반성했다.
잘못 없는 고나달테스를 감정적으로 의심하다니. 드래곤으로서 부끄러운 짓이었다.
옆에서 호위 서고 있던 기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러니까 나중에 비뚤어지는 것 아닐까 싶은데.’
어렸을 때는 주인님을 졸졸 따라다니던 드래곤들이 성숙해지면 이를 가는데, 여기에는 주인님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그, 그런데 이렇게 불이 났는데 가만히 있어도 돼?”
“뭐, 우만이 알아서 하겠죠. 그리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학생들이 지른 불일 테니까요.”
“이한이?!”
-……
옆에서 호위 서고 있던 기사는 다시 속으로 생각했다.
‘왜 후계자부터 바로 떠올리시지?’
불을 지를 학생들은 훨씬 많았다. 이건 억울한 누명이었다.
해골 교장은 제자에게 씌워진 누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렇겠지요.”
-아니 그게 무슨…!
기사는 무심코 소리를 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