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19)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119화(1119/1127)
찔리는 게 있어서인지 조우린은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동생을 달랬다.
그러나 블랙 드래곤은 쉽게 기운을 되찾지 못했다. 조우린은 한숨을 쉬더니 이한을 불렀다.
“이한. 이한.”
“예?”
“어쩔 수 없는 것 같노라. 우만을 사퇴시키는 게 맞는 것 같…”
“……”
“왜, 왜…”
계약자의 따가운 시선에 조우린은 슬쩍 고개를 숙였다.
혹시 조우린의 완벽한 계획이 들킨 것일까?
‘이한은 독심술 마법을 쓸 수 있는 건지도 몰라…!’
“전하. 아무리 감찰관 님이 성가셔도 응원해주셔야죠. 가족이잖습니까.”
물론 우만이 감찰관에서 사퇴하면 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것이다.
에인로가드 학생들도, 해골 교장도, 이한도…
‘…잠깐. 난 딱히 행복해지지 않는 것 같은데?’
이한은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우만이 감찰관에서 사퇴한다고 해서 이한이 딱히 득보는 게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조금 손해 같기도 했다.
‘아,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고개를 흔들며 이한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지금 중요한 건 에인로가드 사람들이 행복해지냐 안 행복해지냐가 아니었다. 에인로가드 사람들은 원래 불행한 사람들이라 조금 더 불행해도 됐다.
중요한 건 조우린의 정신적 성장 아니겠는가.
자기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동생을 응원해주는 마음!
물론 조우린은 외출 못하는 게 ‘조금 손해’라는 것에 절대 동의하지 않겠지만.
“맞는 말 같노라… 우만은 조우린의 동생이니까, 아무리 성가셔도 응원해줘야 한다!”
“바로 그렇습니다!”
“조우린이 학생들과 노는 걸 막는다 하더라도!”
“그렇죠!”
“조우린이 이한과 같이 외출 나가는 걸 막는다 하더라도!”
“맞습니다!”
“…어, 진짜 응원해줘야 하는 게 맞…?”
“그만. 생각은 거기까지만 하십시오.”
이한은 재빨리 조우린의 생각을 막았다. 내버려뒀다가는 다시 흔들릴 것 같았다.
“일단 제가 달래보겠습니다. 전하께서는 지켜보시다가 적절할 때 지원해주십시오.”
조우린한테 맡겼다가는 어떻게 될지 조금 걱정됐기에 이한은 직접 나섰다.
“전하.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많은 학생들이 만족하고 있습니다.”
믿기 힘들군. 그렇다면 왜 학생들이 불을 지르고 창고를 습격한단 말인가.
“전하! 지금 전하께서는 에인로가드 학생들에게 커다란 잘못을 저지르고 계십니다!”
!?
갑자기 이한이 단호하게 소리치자 우만은 물론이고 조우린까지 놀랐다.
‘혹, 혹시 이한이 우만을 돌려보내려는 걸지도…!’
조우린이 쓸데없는 기대를 하는 사이 우만이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고 있네. 우만이 잘못했으니 학생들이 불을 지르고 창고를…
“그게 아닙니다! 지금 만족하는 학생들은 불을 지르거나 창고를 습격하지 않으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몇몇 불량스러운 학생들의 난동 때문에 이 학생들을 버리려고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게 과연 올바른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 그런…!
생각해본 적 없는 통렬한 지적에 우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가?
몇몇 학생들이라고 하기에는 숫자가 좀 많던데…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더 많습니다. 또, 그런 불량스러운 학생들은 선동과 속임수에 능하고요. 전하께서 포기하신다면 저 불량스러운 학생들에게 그대로 당하는 거란 말입니다!”
블랙 드래곤의 날개가 기운을 되찾은 걸 증명하듯이 쭉 펴졌다. 우만은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물었다.
그게 정말인가?!
“전하께서는 천칭 유물을 갖고 계시지 않습니까? 믿지 못하겠다면 갖고 오십시오! 제가 증명해드리겠습니다!”
옆에서 보던 조우린은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말 몇 마디로 우만을 기운나게 한 것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저 유물을 갖고 오란 말이 더 놀라웠다.
‘어차피 안 통하잖아…!’
영혼을 묶어서 천칭 저울 위에 올리는 저 유물은 조우린의 계약자에게 통하지 않았다.
끝을 알 수 없는 마력 때문에 영혼을 끌어내려고 해도 튕겨나가는 것이다.
그걸 저렇게 쓰다니!
조우린은 갑자기 시야가 넓어진 기분이 들었다. 자신도 언젠가 저런 속임수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믿네! 자네의 자신감을 보니 굳이 유물을 쓸 필요도 없어 보이는군.
우만은 완전히 넘어갔다.
이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은 절대로 거짓말쟁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실로 부끄럽군. 반드시 에인로가드를 개혁하겠다고 결심하고 들어왔는데, 고작 속임수 몇 개에 속아 넘어가서 훌쩍이다니. 고나달테스 님이 우만을 비웃는 것도 당연해!
“우만이 기운을 되찾아서 다행이노라!”
기운을 되찾은 동생을 본 조우린은 짝짝 손뼉을 치며 축하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누님! 이 우만,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잠, 잠깐. ‘끝’이라는 게 정확히 언제까지…”
조우린이 당황해서 물으려고 했지만 흥분한 우만은 듣지 못했다.
대신 이한을 쳐다보며 외쳤다.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이여! 자네에게 부탁이 있네.
“예?”
자네는 이미 누님의 계약자로서 현명한 조언을 진납한 전적이 있지. 게다가 에인로가드의 현황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
“그렇… 긴 합니다만…?”
이 우만 또한 자네의 현명한 조언이 필요하네. 에인로가드 개혁을 위해 이 우만의 오른팔이 되어주게나!
조우린은 반색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계약자와 합법적으로 놀 수 있을 것 같아보였던 것이다.
“좋은 생각이노라!”
“과연 그럴지 모르겠습니다만…”
이한은 이게 옳은 선택인지 살짝 의심이 갔다.
* * *
오늘 해골 교장은 유독 기분이 좋아보였다. 밑의 기사들은 왜 그런지 이유를 알고 있었다.
-주인님. 학생들의 파괴 행위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법 아니겠나.
평소였다면 분노와 함께 학생들을 징벌방에 처넣었을 해골 교장이었지만, 최근에는 믿기 힘들 만큼 관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젊을 때는 학교에 불도 지르고 건물도 무너뜨리는 법이지.
-과연 주인님이십니다!
기사들도 평소와 달리 직언하는 대신 아첨하는 말을 올렸다.
죽음의 기사들에게도 우만은 많이 귀찮은 상사였던 것이다.
이 블랙 드래곤이 수도로 돌아간다면 그들도 평소처럼 널널하게 일할 수 있을 터.
흠. 그래도 가서 한 번 확인해보고 오도록.
해골 교장은 기사에게 시켜 우만의 상태를 확인해보도록 했다.
어렸을 때부터 보고 기른 만큼 걱정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었다.
사흘 전에 블랙 드래곤 상태로 울기 시작했는데, 만약 오늘도 블랙 드래곤 상태로 훌쩍이고 있으면 그건 조금 위험했다. 그럴 경우 가서 달래줄 생각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교장 선생님.”
……
해골 교장은 옆을 지나가는 인간 형태의 우만과 인간 종족의 미친 제자를 보고 그대로 정지했다.
파랗게 불타오르는 안광이 마치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렸다.
뭐… 뭔… 방금 내가 뭘 본 거냐?
-…그, 그러게 말입니다.
기사들도 어지간히 당황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저게 대체?
해골 교장은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렸다.
박쥐나즈!! 저 비열한 권력의 주구 같은 녀석이!!!
저 제자는 황족과 용족에게 편애를 받는 편이었다. 황족과 용족이 합쳐진 경우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말재주는 정령왕도 속일 정도였으니 슬픔에 빠진 우만 정도는 순식간에 넘어갔으리라.
-아, 아마 워다나즈 님도 어쩔 수 없으셨을 겁니다. 감찰관께서 자신을 도우라고 하는데 어떻게 거절하겠습니까.
왜 못한다고 단언하지? 얼마나 쉬운데!
해골 교장은 연신 투덜댔다.
물론 질질 짜는 블랙 드래곤을 보면 측은지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긴 했다.
그래도 냉정하게 자신의 신분을 생각해서 ‘전하께서는 수도로 꺼지시는 게 좋겠습니다 다시는 에인로가드에 관심을 가지지 마십시오’라고 해야지, 달래주겠다고 앞잡이 노릇을 해?
조우린이 황제 되고 싶다고 질질 짜면 옆에서 재상 노릇 할 건가? 응?
-왜, 왜 저희한테…
괜히 옹호 한 번 했다가 욕만 먹은 기사는 시무룩해졌다.
경험 많은 다른 기사들은 해골 교장을 달래기 위해 애써 노력했다.
-잠깐 달래주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후계자 님도 감찰관이 오래 머무르는 걸 좋아하시진 않을 겁니다.
과연 그럴지 모르겠군.
해골 교장은 냉소했다.
이한이 평소 하던 고생과 우만이 오고 나서 겪는 고생을 비교하면 솔직히 아슬아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우만이 괜히 이한한테 잘못 배우기라도 하면 일이 귀찮아졌다.
교수부터 시작해서 학생들까지, 환심 사는 방법에 대해서는 전문가 아닌가.
원추리 마탑에 넘어갈까봐 걱정했는데 적은 영지 안에 있었군그래.
-마탑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주인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완전히 광인이던데요. 화천장군을 제압하는 일을 맡기려고 불렀답니다.
…뭐? 누구를 제압해?
해골 교장은 귀를 의심했다.
그러고 보니 제자가 악신 교단의 옛 위치를 어떻게 제보했나 싶었는데 설마…?
* * *
“먼저 하루 식사 중 한 번 정도는 유화책을 펼치셔야 합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학생들의 몸에는 악영향이 갈 텐데.”
“가끔 두 걸음을 가기 위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전하. 유화책을 펼치다보면 학생들도 점점 건강한 식사에 적응이 될 것이고, 나중에는 기름지고 천박한 식사를 내밀어도 손수 거절하겠지요.”
이한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술술 내뱉었다.
우만은 괴로웠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누님의 계약자에게 조언을 듣기로 결정하지 않았던가.
“알겠네. 한 번 정도는 유화책을 펼치도록 하지.”
“그리고 버두스 교수님을 철저하게 감찰하십시오. 다른 곳은 내버려두셔도 됩니다.”
“???”
우만은 바로 혼란에 빠졌다.
조언을 듣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반박이 나올 만큼 이해가 가지 않는 조언이었다.
“어째서 말인가?”
“버두스 교수님은 강의를 대충 하시는 편이지요. 이걸 감찰하시면 전하께서 유능한 감찰관이라는 사실을 학생들 모두가 알게 될 겁니다.”
“하, 하지만… 우만이 알기로 에인로가드의 교수들은 강력한 자율권을 보장받은 뛰어난 마법사들일세. 학생들의 식사나 생활 습관은 이 우만이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 있지만, 교수들의 가르침을 섣불리 간섭하는 건…”
당장 벤도졸 교수의 강의를 들을 때도 조심스럽게 구경했던 우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도졸 교수가 상당히 이상하게 굴었기에, 우만은 혹시 자신의 참관이 강의에 방해가 됐나 신경 쓰고 있었다.
“전하. 저를 믿어주셔야 합니다.”
“…알겠네! 이 우만, 한 번 약속한 건 반드시 지키겠네.”
고민하던 우만은 이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미 우만은 이 조우린의 계약자를 믿기로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조언을 따라야 했다.
“일단 가서 버두스 교수님을 철저하게 감찰하시고, 또… 아. 가르시아 교수님이 맡으신 일의 절반 정도를 버두스 교수님한테 넘기십시오. 그러면 균형이 얼추 맞을 겁니다. 교수진들도 전하의 능력을 존중할 거구요.”
“알… 알겠네.”
더더욱 혼란스러웠지만 우만은 수긍했다.
이게 교수진들의 존중과 대체 무슨 상관인지 궁금하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