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20)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120화(1120/1127)
‘…생각보다 재밌다.’
우만 옆에서 이것저것 조언하던 이한은 생전 처음 느끼는 권력의 달콤한 맛에 전율했다.
이게 권력의 힘이란 말인가?
이 힘이 있다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가이난도를 하루 종일 공부시킬 수도 있었고, 버두스 교수에게 연구 대신 강의만 시킬 수도 있었다. 제국을 근간부터 뒤흔들 수 있는 실로 막강한 힘이었다.
‘아차. 내가 너무 힘에 취했군.’
이한은 고개를 흔들었다.
마법사로서 강력한 힘은 주의해야 하는 법이었다. 역사에는 갑자기 얻은 힘에 취해 신세를 망친 마법사들이 여럿 나왔다.
일단은 버두스 교수를 감찰하는 것에 집중하자!
“가시죠. 전하!”
“그래! 버두스 교수를…! 으음. 진짜 괜찮은 거 맞나?”
“저만 믿으십시오.”
우만은 이한의 뒤를 쫓아가면서도 이래도 되나 깊이 고뇌했다.
* * *
3학년 강의, <제국에서 볼 수 있는 위험한 아티팩트와 안전관리> 강의를 듣고 있던 학생들은 하품을 했다. 몇몇 이들은 졸기까지 했다.
그러나 버두스 교수는 꿋꿋하게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학생들 한가운데에 커다란 궤짝을 던져놓은 뒤 똑같은 말만을 반복했다.
“알아서 안전하게 잘 해제해봐.”
“…힌트라도 좀 주시죠?”
“안 돼! 위험한 아티팩트들이 힌트 주는 거 봤어?”
학생들은 속으로 교수를 욕했다. 몇몇은 대놓고 욕했다.
“누가 저 작자 댐 안 무너뜨리나 모르겠군.”
“이럴 거면 강의를 왜 하는 거야?”
“그보다 저 사람 왜 네 발로 기어다니는 거지?”
부여 마법 학파 학생들만 듣는 강의라면 차라리 불만이 덜했다.
버두스 교수에게 이미 적응된 학생들은 스승이 방치하든 떠들든 무시하고 자기 할 일을 했으니까.
하지만 이 <제국에서 볼 수 있는 위험한 아티팩트와 안전관리>는 다른 학파 학생들도 듣는 강의였다.
위험한 아티팩트를 하나 던져준 뒤 알아서 안전하게 잘 해제해보라고 지시하는 버두스 교수의 행태는 학생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대놓고 날로 먹겠다는 소리 아닌가!
“그냥 들어서 교수한테 던지면 안 되나?”
“천재적인데. 내가 왼팔 막을 테니까 오른팔 막아볼 사람?”
“혹시 나만 버두스 교수님이 네 발로 기어다니는 게 신경쓰여? 왜 아무도 신경을 안 쓰지?”
쾅!
3학년 학생들이 불온한 계획을 수군거리는 사이 문이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우만은 살짝 당황스러워하며 속삭였다.
“문을 부술 것까지는…”
“감찰관의 위엄을 보여주셔야죠. 전하.”
-이 기사는 감찰관의 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위엄을 보여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어느새 이한을 따라온 죽음의 기사들이 동조하고 나섰다.
감찰관이 에인로가드에서 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 중, 버두스 교수를 감찰하는 건 가장 좋은 일에 들어가리라.
그래도 우만이 머뭇거리자 이한이 재빨리 외쳤다.
“버두스 교수님! 황제 폐하께서 하사하신 신성한 감찰관의 권한으로 교수님의 강의와 업무를 다시 감찰하겠습니다!”
“뭐?! 왜?!”
버두스 교수는 크게 놀랐다.
해골 교장 같은 못된 마법사가 아니라, 왜 자기 같은 아무 잘못 없는 마법사를?
이한은 대답 대신 데스 나이트들에게 지시했다.
“끌고 가십시오! 골방에 가둔 뒤 가르시아 교수님의 밀린 업무를 시키겠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끌고 갈 생각이었습니다. 후후.
“안 돼! 나 말고 고나달테스를 끌고 가!”
버두스 교수는 비명과 함께 질질 끌려갔다. 그 모습에 우만은 여전히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
“이렇게 대뜸 가둬버리면 학생들은 누가 가르치나?”
“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유크벨티레 선배님이 대신 강의해주실 겁니다.”
조용히 연구에 몰두하고 있던 유크벨티레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지만, 이한은 신경쓰지 않았다.
원래 5학년은 후배들을 위해 좀 희생하는 게 맞았다. 디레트 선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과, 과연…”
“자. 그러면 감찰관의 권한으로 선배님에게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십시오!”
폭풍처럼 몰려온 감찰관과 그 오른팔은 다시 폭풍처럼 사라졌다.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은 너무나도 충격을 받아 유크벨티레가 열 받은 얼굴로 달려오기 전까지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교수님! 강의를 멋대로 떠넘기다니 절대 용납할 수 없… 잠깐, 교수님 어디 가셨지?”
“끌, 끌려가셨는데요.”
“?!!”
* * *
달라진 감찰관의 모습은 빠르게 소문이 퍼졌다.
이악투스:이런 비열한 감찰관 같으니!
비버-펭귄-여우:좋은 거 아니야?
이악투스:좋기는 뭐가 좋단 거냐! 이런 유화책이 학생들을 분열시키고 약하게 만든단 말이다!
파수꾼 클럽에서도 이 일로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펠드렘:전 그런데 에인로가드에 온 감찰관 분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ㅅ…
이악투스:닥쳐!
비버-펭귄-여우:닥쳐!
이펠드렘:죄, 죄송합니다.
이악투스:감찰관에게 지혜를 빌려주고 있는 게 분명 워다나즈라고 했지? 이 자식. 에인로가드 학생으로서 외세에 결탁하다니.
이펠드렘:워다나즈요?!
“……”
이한은 재빨리 일렌딜 선배한테 개인 연락을 보냈다.
고나달테스:선배님. 선배님. 저 대신 변명 좀 해주십시오.
비버-펭귄-여우:…날 너무 부려먹는 거 아니야?
그래도 같은 배를 탔다고 일렌딜은 변호에 나섰다.
비버-펭귄-여우:감찰관이 협박했겠지.
이악투스:하! 협박당했으면 다냐?! 두 번 협박당하면 에인로가드를 발드로가드에 팔아넘기겠군!
이펠드렘:와. 구매할 수도 있나요?
불가살이:저, 저기. 이펠드렘. 그렇게 말하는 건 별로 좋아보이지 않…
비버-펭귄-여우:화만 내지 말고 이용할 방법을 생각해보는 게 어때. 감찰관이 그 후배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면, 후배를 조종해서 감찰관을 조종할 수 있다는 뜻도 되잖아.
“……”
이한은 어이가 없어서 다시 개인 연락을 보냈다.
고나달테스:선배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비버-펭귄-여우:미, 미안. 변명하다보니까 생각 없이 손이 움직였어.
이 사람이 지금 불을 끄라고 했더니 기름을 붓고 있어?
비버-펭귄-여우: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좋은 기회 같은데… 혹시 정령 숲을 위해 에인로가드 예산을 조금 쓸 수 있을까?
고나달테스:이만 가보겠습니다.
이한은 재빨리 책을 덮었다.
권력이란 실로 무서운 것이었다. 벌써 이렇게 청탁이 들어올 줄이야.
‘한동안 조심해야겠군.’
선배들은 물론이고 친구들까지 감찰관의 권력을 빌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경각심이 들었다.
이한은 굳게 다짐했다.
사리사욕 없이, 아니, 사리사욕은 조금만 가지고 나머지는 조우린의 동생을 돕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나서겠다고!
“앗. 선배님.”
본관 서쪽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우중충한 4층짜리 탑, <흑암관>.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의 본거지이자 묘비, 무덤, 오물 구덩이, 늪 등의 본거지이기도 했다.
그 앞에서 같은 학파 선배인 오골도스를 만나자 이한은 살짝 경계심을 드러냈다.
‘혹시 내가 가진 감찰관의 권력을 탐내실지도 모른다.’
“…왜,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 무슨 일이라도 있냐?”
오골도스는 후배의 시선에 오히려 본인이 더 경계했다.
전투 마법사 훈련을 지독하게 받고 있는 이 후배의 전투력을 생각해봤을 때,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혹시 선배님. 감찰관의 권력을 휘두르시고 싶으신 거라면, 절대 저는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뭔… 뭔 소리야?”
오골도스는 더더욱 당황했다.
에인로가드에 감찰관이 온 건 알고 있었지만, 권력을 휘두르고 싶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어라?’
이한은 멈칫했다.
선배의 반응이 예상과 조금 달랐던 것이다.
“혹시 선배님. 버두스 교수님이 잡혀가신 거 못 들으셨습니까?”
“버두스 교수님이 잡혀가셨다고!?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감찰관이라면 가장 먼저 잡아가야지.”
오골도스는 깜짝 놀란 뒤 바로 납득했다.
사실 감찰관이 오자마자 만찬회에서 ‘버두스 교수, 당신을 체포하겠소!’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선배님. 오늘 뭐 하셨습니까?”
“오늘? 오물 구덩이 상태 확인하고, 버섯 돌보고, 언데드 소환해서 상태 점검했나.”
“어제는요?”
“버섯 돌보고, 오물 구덩이 상태 확인하고, 언데드 소환해서 상태 점검했지. 아. 그리고 이번에 흑마법 시약 구매 의뢰가 왔다. 후후. 남부 농장에서 발목잡이독을 열 통이나 구매했어. 이거면 이번 학기는 넉넉하겠는데.”
“……”
이한은 괜히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걸 느꼈다.
왜 흑마법 학파에만 오면 이렇게 마음이 짠한 것일까?
“근데 왜 물어본 거지?”
“아무것도 아닙니다. 크흑.”
마음 속 사리사욕 목록 맨 윗줄에, 이한은 새로 글을 써넣었다.
-흑마법 학파 지원하기
둘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위에서 디림파 선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에는 워낙 지하에만 있는 선배라 볼 일이 없었지만, 이번 방학 때 만난 적 있었기에 이한은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디림파 선배님.”
“넌 누구… 아, 네가 혹시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야?”
“예.”
“잠깐, 날 만난 적이 있어?”
디림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배에 대해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만난 기억은 없었던 것이다.
‘아차.’
이한은 아차 싶었다.
생각해보니 방학 때 만났을 때는 스테달 나고의 신분이었다.
“디레트 선배님한테 워낙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바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칭찬하시던데요.”
“…봤지? 오골도스? 이게 존경심이야.”
디림파는 대만족했다.
코홀티 선배는 완전 미친 후배라고 했지만 직접 만나보니 생각보다 훨씬 예의가 있었다.
‘역시 코홀티 선배는 믿을 사람이 안 돼.’
“그런데 선배님. 혹시 감찰관의 권력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감찰관이 온 건 아는데, 권력은 무슨 소리지?”
“…혹시 오늘, 어제 뭐하셨습니까?”
드워프 선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손가락을 꼽았다.
“오늘은 땅 밑에서 뼈 찾았고, 어제는… 땅 밑에서 뼈를 찾았지.”
“……”
“용케 나오셨네요?”
오골도스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이 선배는 워낙 지하에만 있어서 오골도스도 별로 볼 일이 없었다.
“흑마법 학파에 새 악마가 들어왔다길래 구경 왔어. 혹시 뼈에 대해 아는 거 있나 물어보려고.”
“아.”
이번 방학 때 천사의 손아귀에서 구해낸, 교만공의 결투 깃발 기수이자 전막 광대 악마 오를라흐.
이 악마는 집요한 추적을 벗어나는 대신 에인로가드 흑마법 학파에서 일하기로 계약을 맺었었다.
‘처음 보는 척하라고 경고해둬야겠군.’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악마는 눈치가 없어서 미리 지시하지 않으면 무슨 헛소리를 할 지 알 수 없었다.
“뭐야. 다들 모여있네?”
마지막에 도착한 디레트가 후배들을 보며 의아해했다.
숫자도 적은데다가 각자 자기 할 일이 바쁜 만큼 흑마법 학파 학생들은 이렇게 모이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한은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디레트 선배. 감찰관의 권력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그게 뭐야?”
“과연.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한은 미소지었다.
흑마법 학파 사람들 앞에서는 이 무시무시한 권력과 상관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들 악마 확인하려고 온 거지? 자물쇠만 열어주고 난 가볼게. 할 일이 있어서.”
“무슨 일입니까?”
“동부 지역에서 꽤 옛날 흑마법이 하나 발견됐다는데, 교장 선생님이 분석하고 보고서 내라고 하셨거든.”
다들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한은 위화감을 느꼈다.
어라?
“모르툼 교수님이 아니라 선배한테 말입니까?”
“모르툼 교수님한테 시키시긴 했는데 교수님 바쁘시면 내가 하는 거지.”
디레트는 별 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5학년 정도 되면 에인로가드에서 반쯤 교수 역할을 해도 될 만큼 실력이 뛰어났다.
그 말은 즉슨 교수가 바쁘면 대타로 일을 한다는 뜻도 됐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잠깐 어디 다녀오겠습니다. 악마 먼저 보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