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25)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125화(1125/1127)
1125
화
‘하긴 교장 선생님도 소일거리가 필요하실지 모른다.’
생각해보니 꼭 환상 마법 학파 일을 대신 맡는 게 나쁜 건 아니었다.
원래 사람이 하던 일을 그만두면 갑자기 늙는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물론 해골 교장은 노화와는 거리가 먼 대마법사였지만 적절한 소일거리는 분명 필요했다.
실제로 감찰관이 온 것 때문에 계속 투덜대기도 했고…
‘일을 맡아서 하시다보면 우만 전하한테 권한을 뺏긴 건 잊으실지도 모르지.’
혹은 원한을 더 불태울수도 있긴 했지만 적어도 키르민 교수를 향해 태울 터.
이한에게는 나쁜 일이 아니었다.
“감사드립니다. 교수님.”
“뭘 이런 걸 가지고.”
“참. 그러면 교수님도 밖에 나가셨을 때 추가 강의하실 겁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잠깐, 혹시 다른 교수들은 밖에 나갔을 때 강의했니?!”
볼라디야 그렇다 치더라도 가르시아 교수까지 그런 짓을 할 줄이야.
키르민 교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혹시 같이 다니면서 좀 옮았나?!
‘저런 건 배우면 안 되는데…’
착한 후배가 못된 친구 때문에 성질이 난폭해지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됐다.
* * *
이한이 다음 의뢰로 심사숙고해서 고른 의뢰는 바로 교단이 맡긴 의뢰였다.
보수가 엄청 뛰어나서는 아니었다. 애초에 제국의 교단들은 금전적으로 그렇게 강력한 세력이 아니었다.
자금력만 놓고 보면 대귀족 가문들이나 황족들, 혹은 대상인 가문들이 훨씬 부유한 것이다.
하지만 이한은 교단이 맡긴 의뢰를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이한에게도 양심이 조금 있었던 것이다.
‘음. 그래도 여러 교단 가입하고 신성 마법도 받아먹었는데.’
신성 마법은 이한이 원해서 받은 게 아니라 얼떨결에 받은 거긴 했지만 그래도 약간 책임감이 생겼다.
그리고 황족들이 보낸 의뢰는 솔직히 너무 그럴듯해서 오히려 꺼려지는 부분이 있었다.
오기만 하면 이것도 저것도 준다는데, 가면 무슨 일을 당할지 어떻게 알겠는가. 아마 황족의 사돈의 팔촌까지 만나서 인사해야 할지도 몰랐다.
다음 날에는 제국 신문에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황족 A 지지 선언을 밝혀… 충격!> 같은 게 실릴지도 모르고.
그에 비해 교단의 의뢰는 믿을만했다. 오지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목적도 성실 그 자체였다.
서부 지역 가뭄과 열해(熱害) 문제 해결을 위한 의뢰라니. 듣기만 해도 성실함이 느껴지는 의뢰였다.
문제는…
“…왜 너희들이 있지?”
“저, 저희도 나름 사제인데요. 워다나즈 님.”
시아나 사제는 당황해서 대답했다.
교단 의뢰니까 당연히 교단 출신 사제들이 있지!
“그렇군…”
이한은 자신이 한 가지 사실을 놓쳤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바로 친구들도 의뢰를 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방심했다.’
모라디와 같이 맡은 의뢰처럼 애초에 같이 나가는 의뢰가 아니라 혼자 나갈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교단에서 이런 일을 하는데 남는 손을 내버려둘 리 없었다. 필요하면 부르는 게 당연했다.
“혹시 저희와 같이 나가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으세요?”
시아나는 살짝 의심스러운 눈빛을 던졌다.
워다나즈의 반응이 평소와 달리 조금 이상했다.
물론 워다나즈는 언제나 조금씩 이상하긴 했지만, 오늘 반응은 조금 이해가 안 되게 이상했다.
“그게… 음.”
이한은 사제 친구들을 둘러보았다. 니기소르 사제나 티질링 사제가 의아해하며 쳐다보았다.
“그래. 이런 건 숨기면 안 되겠지. 사실 지금 난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악신 교단과 원한 관계가 있어.”
“프라흐갈 교단인가요?”
“아니야.”
“크삭사리골 교단입니까?”
“아니라니까.”
“그러면…”
“…이름을 밝힐 수 없다니까.”
이한은 어이없어하며 친구들을 노려보았다.
지금이 무슨 ‘내가 무슨 교단과 원한인지 맞춰보아요’ 퀴즈 시간인 줄 아나?
사제들은 아쉬워하며 속삭였다.
“맞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쩌면 맞혔는데 시치미를 떼는 걸지도 모르오. 워다나즈 님은 그런 일에 능숙하니까.”
“제 생각에는 크삭사리골 교단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만…”
이한은 신경질적으로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찍었다. 쾅쾅 소리와 함께 사제들이 입을 다물었다.
“여하튼 이 악신 교단과 원한 관계가 있는데, 너희들이 괜히 휘말릴까봐 걱정되는 거지.”
흰 호랑이 탑 놈들이면 비교적 덜 미안하겠지만 아무래도 같은 학년에서 가장 착한 사제 친구들은 이야기가 달랐다.
그 말을 들은 시아나가 손을 들고 물었다.
“질문 있어요.”
“그래. 어떤 악신 교단인지 묻는 건 금지다.”
“그거 아니에요. 그… 근데 원래 워다나즈 님은 원한 없어도 잘 휘말리지 않았나요?”
시아나의 날카로운 질문에 티질링은 물론이고 니기소르마저도 ‘헉’소리를 냈다.
친구한테 너무 잔인한 질문이었던 것이다.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심한 것 같소.”
“맞습니다. 워다나즈 님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고.”
“그… 그래도 해야 하는 말이잖아요.”
친구들의 구박에도 불구하고 시아나는 꿋꿋했다.
애초에 저런 것들을 다 신경쓰면 워다나즈와 같이 돌아다닐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악신 교단과 별개로 워다나즈는 이미 원수가 많았다.
반마법주의자부터 시작해서 마법범죄자들까지 줄을 섰을 텐데 이제 와서 새삼?
“……”
이한은 침울해졌다. 그 반응에 시아나도 아차 싶었다.
“아, 아니. 워다나즈 님 잘못이란 건 절대 아니고요.”
“그러니까 너무 심한 것 같다고 했지 않소!”
“빨리 달래주십시오!”
“잘못이란 게 아니라니까요! 기분 좋아지는 물약 드실래요?”
시아나는 아껴뒀던 아이스크림 플로트를 꺼냈다. 물약병에 담아놓은 이 음료는 현 감찰관의 금지령 이후로 갖기만 해도 징벌방에 갈 수 있는 음료가 됐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말을 돌렸어.’
‘말을 돌리셨군.’
‘말을 돌리셨습니다…’
“같이 나가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이 악신숭배자들을 주의해야 한다는 거지.”
이한은 목표를 축소했다.
생각해보니 이 사제들이 나가지 말라고 안 나갈 이들도 아니었고, 또 자기 때문에 나가지 말라고 하는 거면 그건 그거대로 미안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최소한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게는 해야 했다.
“만약 밖에서 사악하게 속삭이는 자들을 만나면 절대 접촉하지 말고 바로 나한테 보고해줘.”
“혹시 화염을 다루는 악신이오?”
니기소르는 살짝 기대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 그럴 경우 악신숭배자들의 등을 찌르고 화염을 훔쳐 올 생각이었다.
“…아니다.”
“혹시 연금술과 관련된…”
“다들 악신을 무슨 행상인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지?”
이한은 친구들을 노려보았다.
사제들은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외쳤다.
“절대 수상한 속삭임에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그냥 외부인이 접촉하면 거리부터 둘게요!”
“나도 그렇게 하겠소! 자. 티질링 사제님도 어서!”
‘난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티질링은 살짝 억울해졌다.
자신은 애초에 악신숭배자들과 엮일 생각이 조금도 없었는데!
“앗. 가르시아 교수님!”
교수 일행 중 가장 먼저 도착한 가르시아 교수가 학생들을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다들 반가워요. 참. 이한 학생. 교장 선생님이 새 소식이 있다고 하던데, 이한 학생한테 직접 들으라고 하셨거든요.”
“예? 왜 저한테?”
“글쎄요? 누가 교장 선생님한테 환상 마법 학파의 일을 맡아달라고 서신을 보내서 아닐까요?”
“…아하.”
이한은 불리한 주제로 길게 이야기하는 대신 생귀로스 교단 관련된 일을 빠르게 보고했다.
그리고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는 사실도.
“구울의 왕 때문일까요? 아니면 서리거인들의 왕? 반마법주의자? 마법범죄자? 혹시 조우린 전하와 계약한 것 때문에…”
“…교수님. 혹시 안 놀라우십니까?”
‘앗.’
가르시아 교수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
생각해보니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교수로서 올바른 반응은 ‘사악한 악신숭배자 놈들! 감히 내 제자를!’이었던 것이다.
“정… 정말 놀랐네요! 이 사악한 자들. 보이기만 하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겠어요!”
“…감사합니다.”
“참. 쿠 교수님께서도 강의를 하러 오시는 건가요?”
가르시아 교수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교수가 굳이 동행하는 이상 무조건 강의가 뒤따를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닙니다.”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교수님… 원래 꼭 강의를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만…”
“…?!!!”
가르시아 교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런…
그러네?!
* * *
일행은 마차 두 대를 타고 날듯이 움직였다.
아까 대화 때문에 충격을 받아서인지, 혹은 이한을 친구들과 같이 놀게 해주고 싶은 배려심 때문인지 가르시아 교수는 볼라디 교수를 붙잡고 뒤의 마차로 끌고 갔다.
-배그렉 교수님. 어차피 강의 진도는 남는 시간에도 충분히 맞출 수 있잖아요!
-맞는 말이야. 배그렉 교수. 학생들끼리 이야기하게 내버려두자고.
이한은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친구들을 쳐다보았다.
우정의 힘이 이렇게 강력할 줄이야. 여기서 더 강해지면 악신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워다나즈 님.”
“무슨 일이지, 니기소르 사제?”
“최근에 강력한 화염 정령을 퇴치했다고 들었…”
“컥. 커헉.”
이한은 시아나에게 받은 기분 좋아지는 아이스크림 물약을 마시다가 콜록였다.
생각하지도 못한 기습이었다.
대체 어떻게?
“무, 무슨 소리지?”
“원추리 마탑의 의뢰가 정령을 제압하는 것 아니었소?”
니기소르는 오히려 의아해했다.
자랑스러워해도 될 만한 의뢰를 왜 저렇게 당황해한단 말인가.
물론 이한 입장에서는 황당할 뿐이었다.
일단 소문이 벌써 퍼진 것도 신기했고…
…그리고 니기소르 사제가 물어볼 이유가 너무 뻔하지 않은가!
‘목적이 뭔지 몰라도 절대 알려주고 싶지 않다.’
화천장군을 소개해달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떤 목적이든 절대 말리고 싶었다. 이한은 시치미를 뗐다.
“아니야. 원추리 마탑의 의뢰는 그냥…”
“그냥?”
“…내게 좋게 보이려고 불러낸 거였어. 연회나 식사 같은 걸로. 졸업 후에 날 마탑에 가입시키고 싶었던 거지.”
“……”
“……”
착한 티질링 사제는 믿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못된 두 사제는 그러지 않았다.
바로 의심의 시선을 교환했다.
‘거짓말 같은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아무리 워다나즈가 대단한 인재여도 그렇지, 원추리 마탑 정도 되는 단체가 저렇게 추하게 사람을 꼬드긴다고?
마탑은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실적과 실력으로 마법사들을 초대하는 곳이었지 사탕과 음료수로 꼬드기는 곳이 아니었다.
니기소르는 살짝 캐물어보려고 질문을 던졌다.
“어떤 행사가 있었는지 궁금하오.”
“일단 만찬을 열어줬고, 그 다음에는 제국의 유명 연주자들을 불러서 감상회를 즐겼고, 또 그 다음에는 호숫가에서 명상휴식회를…”
“……”
“…너희 안 믿는구나. 그렇지?”
“아, 아니요. 믿어요.”
“어떻게 워다나즈 님을 의심하겠소!”
누가 봐도 안 믿는 시아나와 니기소르의 반응에 이한은 조우린을 안 데리고 온 걸 후회했다.
‘그냥 데리고 올 걸 그랬나.’
“너희가 아무리 그래도 진짜 있었던 일이다. 못 믿겠으면 나중에 마탑에 물어보던… 아니다. 그런 일 없었다고 우기겠군. 거기 모험가나 기사들도 있었… 아냐. 잊어버려.”
모험가나 기사들에게 물어보면 화천장군에 대해 들을 게 뻔했으니 이한은 손사래쳤다.
“그래. 교수님! 도착하면 교수님들한테 물어보면 돼.”
“……”
“…혹시 시아나 사제… 내가 교수님도 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헉. 어,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