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131)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131화(1131/1135)
1131
화
아무리 걱정되어도 그렇지 같은 학교 교수에게 현상금을 거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나중에 제국 관료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극대노할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그러면 조우린 전하한테 부탁하는 건 어떻습니까?”
“황족의 문제가 아니에요…!”
가르시아 교수는 전율했다.
사실 제자가 약간 자조적인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상당히 진담 같았다.
지금이라도 확실히 말리지 않으면 황제와 직접 독대해서 현상금을 걸지도 몰랐다.
“이한 학생. 배그렉 교수님한테 현상금을 걸어봤자 효과도 없을 거예요. 괜히 적만 도와주게 될 수도 있고요.”
“맞는 말이다. 워다나즈. 그리고 현상금 사냥꾼들은 무슨 죄겠니.”
키르민 교수의 말은 확실히 이한을 반성하게 만들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볼라디 교수를 잡으려고 했다가 봉변을 당할 현상금 사냥꾼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
“후…”
-……
아파즈라곤은 멀뚱멀뚱 서있다가 입을 열었다.
-이제 돌아가도 되ㄴ…
“네놈 때문이잖아!”
으르렁대는 이한의 모습에 죽음의 기사들과 이빈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럿이 사고쳤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다른 놈보다 조금 더 눈치있게 행동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이 천사는 눈치라고는 조금도 없어보였다.
‘고맙다. 천사!’
아파즈라곤은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항변했다.
-내가 그 필멸자의 탈주를 도운 게 아니다. 나는 오히려 피해자인데, 여기 대륙의 율법대로라면 나를 위로하고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아까는 워낙 정신없는 상황이라 그대로 욕을 먹었지만,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아파즈라곤은 논리적으로 자신을 변호했다.
천족들이 자신들의 차원에서 칩거한다지만 결코 지적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 아파즈라곤 또한 자신이 조사한 대륙의 정보를 바탕으로 제법 괜찮은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역시 아파즈라곤은 필멸자 출신이 아니라 놓치는 게 있었다.
대륙은 생각보다 불합리한 곳인 것이다.
“꺼져! 네 차원으로 돌아가라. 이 악마보다 도움 안 되는 자식 같으니.”
만마의 팔찌 안에서 몇몇 악마들이 신나서 킥킥댔다.
비참하게 이 안에 갇혀 있는 신세였지만 그렇다고 기쁨이 없는 건 아니었다. 특히 천족들이 모욕당하는 건 매우 경험하기 드문 기쁨이었다.
심지어 그들과 비교까지 당하면서!
-나는 납득하지 못하겠…
아파즈라곤은 자꾸 비이성적으로 구는 인간을 설득하려고 했다. 이한은 무시하고 다른 사람들을 불렀다.
“교수님, 기사님들. 퇴치 좀 도와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죽음의 기사들은 즉시 대답했다.
안 그래도 사고친 것 때문에 눈치가 보였던 만큼 당연한 반응이었다.
가르시아 교수나 키르민 교수는 기사들만큼 찔리진 않았지만, 제자의 부탁을 안 들어줄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둘의 생각도 솔직히 비슷했던 것이다.
‘저 천사만 없었다면 못 빠져나갔을 수도 있긴 했어.’
“아파즈라곤 씨. 마음은 이해하는데, 사실 이한 학생을 쫓아다니는 게 원래 안 되는 거거든요? 당사자도 싫다고 하니니까 이만 돌아가세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잘못은 그 필멸자가…
-공격 개시!!
천사는 또 한 가지 사실을 직접 배울 수 있었다.
필멸자들은 가끔 말 대신 힘으로 대화를 한다는 것.
죽음의 기사들이 음의 사슬을 던지고 두 교수가 마법을 퍼붓자 아파즈라곤은 황급히 차원 너머로 도망쳐야했다.
‘이럴 수가. 어째서?’
혼란에 빠진 아파즈라곤은 야차왕을 다시 방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지혜로운 왕이라면 지금 천사가 겪은 일에 대해 분명 조언해줄 수 있으리라!
* * *
천사가 사라지고 나자 분위기는 다시 어색해졌다.
기사들과 이빈타도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눈치를 보고 있는 건 용병들과 악신숭배자였다.
…혹시 이 자리에서 즉결처형당하는 거 아니야?
“진정해. 워다나즈. 말했듯이, 배그렉 교수는 괜찮을 거다.”
“감사합니다… 교수님도 배그렉 교수님 때문에 괜히 고생이 많으시군요.”
조금 진정하자 이한은 키르민 교수한테 미안함을 느꼈다.
자기를 도우러 왔다가 볼라디 교수의 무차별탈주사건에 휘말린 셈 아닌가.
그러나 키르민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배그렉 교수는 네 스승이기 전에 내 친구란다. 워다나즈. 원래 누구든 고생을 시키는 친구 한 명 정도는 있기 마련이지.”
키르민 교수는 이한을 지긋이 쳐다보며 말했다. 마치 ‘너도 누군가 떠오르지 않니?’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아하.’
이한은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디레트 선배와 유크벨티레 선배님을 말하시는 거군요.”
“…어… 뭐… 둘도 그런 경우에 들어갈 수 있겠지?”
‘가이난도 황자를 말한 거였는데.’
키르민 교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워다나즈를 쓸데없이 고생시키는 가이난도를 이야기함으로서 ‘고생시키는 친구와 우정’에 대해 말하려고 한 거였는데…
…그래도 디레트와 유크벨티레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긴 했다.
“하긴 디레트 선배도 그렇게 고생을 하시는데 유크벨티레 선배님을 안 쫓아내셨죠.”
“워다나즈 너도… 음. 아니다.”
“예?”
“아무것도 아니란다. 하하.”
키르민 교수가 살짝 이상하게 행동하긴 했지만, 그걸 신경쓰기에는 방금 벌어진 일들과 앞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이한은 기사들을 불렀다. 잔뜩 주눅든 죽음의 기사들은 변명부터 늘어놓았다.
-배그렉 교수 그 작자가 교활하게 준비를…
-저희도 진짜 싸우는 거였으면 식사에 독부터 탔을 텐데… 상대가 에인로가드 교수라서…
-하필 천사 놈이…
“…화내서 죄송합니다. 위로해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이한은 괜히 미안해져서 기사들에게 사과했다. 가르시아 교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위로가 아니라 변명 같은데?’
-!
그러나 죽음의 기사들에게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기사들의 눈빛이 영롱한 사파이어처럼 다시 밝게 반짝였다.
-그럼 저희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교수님이 나가신 건데 누구 잘못이겠습니까. 굳이 따지자면 그 천사 새ㄲ…. 아닙니다. 이미 끝난 일인데.”
-맞는 말씀이십니다. 현명하게 판단하셨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이 작정하셨는데 여러분들이 막기는 힘들었겠죠.”
-…아,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배그렉 교수는 속임수로 빠져나간 거고, 제대로 다시 붙으면 누가 이길지는…
자존심에 상처가 난 기사들이 자신도 모르게 반박하려고 하자 노기사가 재빨리 말렸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한단 말인가?
-…맞습니다. 저희가 막기 힘들었습니다.
-크흑!
기사들은 수치심에 부르르 떨었다.
‘두고 보자. 배그렉 교수.’
“저, 저도 잘해보려고 한 겁니다.”
이빈타가 눈치를 보며 변명하자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악신숭배자를 만난 게 불운이었습니다. 그쪽이 실토시키지 않았어도 교수님께서 스스로 알아차리셨을 가능성이 높겠죠.”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옛 도적단 우두머리는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깊게 감격했다.
눈앞의 마법사는 워다나즈 가문과 어울리지 않을 만큼 관대한 사람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충성심이 샘솟을 정도로.
“신경쓰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그, 그러면 고나달테스 님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빈타는 크게 감사인사를 한 뒤 몇 초 동안 다시 고민하다가 또 입을 열었다.
“그… 그리고 워다나즈 가문의 히에르단 님에게도…”
“…저리 가십시오.”
이한이 짜증스럽게 말하자 이빈타는 재빨리 물러났다.
“일단 교장 선생님한테 바로 보고부터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사들은 공손히 대답한 뒤 서로 눈치를 봤다.
“…제가 보낼까요?”
-그래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후계자 님!
“후계자라고 하지 마십시오.”
* * *
탈주했다고?!
종이새를 받은 해골 교장은 깜짝 놀랐다.
솔직히 예상 밖이었던 것이다.
옆에 있던 죽음의 기사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군요. 워다나즈 학생이 말한다면 교수도 침착하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게 말이다.
해골 교장은 놀라워하며 편지를 마저 읽어내려갔다.
솔직히 워다나즈 녀석이 생귀로스 교단의 암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도 아니고, 포섭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건데 이렇게 과격하게 반응할 줄이야.
혹시 워다나즈가 사실을 전할 때 말실수라도 했나 싶었다.
‘그럴 녀석이 아닌데?’
…하필 마을에서 악신숭배자 놈들을 마주쳤는데, 놈들 중에 교수님께 원한 있는 자가 있었습니다…
컥.
해골 교장은 짧게 신음소리를 냈다.
편지의 아랫줄은 예상과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이게 무슨…
-왜 그러십니까?
교단의 일을 돕다가 악신숭배자 놈들을 만났다는군.
-…아, 아니. 혹시 놈들이 노리고 매복했던 겁니까?
그런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크삭사리골 놈들이 있었다는데, 죽으면 죽었지 그런 계획에 참가하진 않았겠지.
해골 교장은 이 미치광이들이 예지가 흐트러지는 걸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잘 알았다.
워다나즈 같은 변수와 엮일 바에는 스스로 머리를 깨뜨리는 걸 선택하고도 남으리라.
…그 놈이 감히 암살자를 보내겠다며 화염거인들의 차원으로 도주하길래, 뒤를 쫓아 처리했습니다(혹시 서리거인의 왕과 친분이 있으시다면 제발 소문 좀 그만 내달라고 전해주십시오)… 불행히도 그러던 도중 교단에 원한 가진 자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걸 교수님께서 알게 되셨습니다…
‘그렇게 된 거였군.’
해골 교장은 그제야 진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 자들은 교수 본인뿐만 아니라 그 제자에게까지 원한을 품었을 테니, 협박을 들은 볼라디 교수가 즉시 선제공격에 나선 것도 말이 됐다. 아주 지 같은 짓이었다.
…그걸 들은 워다나즈 녀석이 즉시 자기가 처리하겠다고 쫓아간 건 조금 놀라웠지만…
-원래 워다나즈 학생은 위험천만한 싸움을 즐겼잖습니까? 상대가 악신숭배자라 하더라도 예외가 아니었을 겁니다.
그건 그렇지.
해골 교장은 수긍하며 다음 장을 펼쳤다.
…그 천사놈만 아니었다면 차원 탈취로 도주하지 못하셨을 텐데 지금 생각해도 분통이 터집니다. 혹시 야차왕과 아직도 연락하신다면 책임 좀 대신 물어주십시오…
‘나머지 내용은 별 쓸데없는 이야기군.’
해골 교장은 나머지 내용은 대충 넘겼다. 워다나즈가 야차왕과 아파즈라곤을 욕하는 쓸데없는 내용이었다.
-추적대를 보내시겠습니까?
아니다. 추적 피하는 데에는 이골이 난 녀석이니 시간만 낭비하겠지.
-기사들도 두 번은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휘하 기사들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해골 교정은 딱 잘라 선을 그었다.
예전에 막으려고 했던 건 녀석이 복수심 때문에 자신의 무기인 냉정한 판단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복수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지. 이번에 막으려고 했던 건, 녀석이 여전히 복수심에 타오르고 있을지도 몰라서였고… 하지만 편지를 보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
해골 교장이 걱정하는 건 옛 제자가 이성을 잃고 날뛰는 상황이었지, 냉정하게 행동한다면 굳이 막을 생각이 없었다.
질서 있고 규칙적인 복수는 심신을 건강히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만… 편지만 보고 그걸 어떻게 확신하시는 겁니까?
기사들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녀석의 눈이 돌아갔으면 그 자리에 있는 악신숭배자들을 전부 죽이고 나갔겠지. 살려두고 자기만 빠져나간 거 보면 냉정한 게 맞다.
-과, 과연…!
데스 나이트들은 주인의 논리에 감탄했다. 과연 대마법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추적대는 보내지 않더라도 귀는 늘리도록 해라. 곳곳에 지원해주겠다는 표식을 남기고. 아마 무시하겠지만.
-예. 참, 후계자 님께서 걱정이 크실 것 같은데, 상황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아첨꾼 같으니. 마음대로 해ㄹ… 아니다. 내가 직접 답장을 써야겠군.
-……
기사들은 갑자기 불길함을 느꼈다.
무슨 내용을 쓰려고?
해골 교장은 신나게 일필휘지로 답장을 적어 내려갔다.
…네 마법이 부족하니까 악신숭배자가 만만하게 보고 배그렉이 만만하게 보고 화염거인도 만만하게 보고 천사도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니겠느냐…
이 기회도 제자를 성장시킬 시련의 장으로 쓰려는 주인의 모습에 기사들은 경악했다.
저러다가 한 번 삐끗하면 역대급 마법범죄자가 탄생하는 것 아닌가!